194화 야구의 신 06
5회 초.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배리 본즈가 타석에 들어섰다.
‘홈런을 맞아도 솔로 홈런만 맞겠다는 생각이군. 킴, 그런 어설픈 마음으로는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없다.’
그는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최고의 선수를 쓰러뜨려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록튼은 타석에 선 배리 본즈에게 위압감을 느꼈다.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이 녀석이 서 있는 공간만 공기가 달라.’
최고의 선수만이 가지는 아우라.
록튼은 홈플레이트 뒤에서 배리 본즈의 아우라를 느꼈다.
“킴, 초구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김민은 힘으로 배리 본즈를 누를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같이 스테로이드를 한다고 해도 타자 쪽이 더 유리하다. 하물며, 난 스테로이드 근처도 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힘으로는 이길 수 없어.’
슉!
바깥쪽으로 빠른 공이 날아갔다.
‘코너를 노리는 건가?’
탁!
배트에 빗맞은 공이 포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파울!”
초구는 87마일(140km) 스플리터.
코스타 타격 코치는 배리 본즈의 스윙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스플리터가 제대로 떨어졌는데도 헛스윙이 나오지 않았어.”
2차전 선발 투수로 내정된 클락이 그의 옆에 서서 말을 받았다.
“초인적인 배트 스피드가 공의 무브먼트를 무력화시킨 것 같습니다.”
김민이 초구로 던진 스플리터는 포크에 가까운 공이었다.
‘떨어지는 높이가 조금만 더 낮았더라면 그대로 펜스를 넘어갔을 거야.’
그는 록튼에게 새 공을 넘겨받곤 두 손으로 그것을 비볐다.
‘다음 공…… 가능할까?’
김민은 마운드에 올라오기 전 볼 배합을 이미 짜 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배리 본즈의 초인적인 배트 스피드를 보고 나서 조금씩 불안감이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김민은 공을 강하게 잡았다.
‘상대에게 위축되지 말고 계획대로 가자! 최고를 이기지 못하면 최고가 될 수 없어.’
메이저리그의 지배자.
최고의 팀.
최고의 선수.
그 모든 수식어는 지금 디펜딩 챔피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배리 본즈에게 가 있었다.
김민은 배리 본즈를 이기지 못하면 아메리칸 리그의 패자에 머무르는데 그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지터가 웃을 거야.’
슉!
두 번째 공은 안쪽이었다.
‘로케이션인가?’
록튼은 배리 본즈의 배트가 움직이는 순간 솜털이 곤두섰다.
‘이건 위험해.’
따악!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탁!
타구가 떨어진 곳은 폴대와 겨우 2m 떨어진 지점.
“파울!”
배리 본즈가 조금만 타이밍을 늦췄더라면, 이 타구는 오른쪽 폴대 옆에 떨어지는 홈런이 되었을 것이다.
“큰 파울입니다!”
“배리 본즈의 파워는 무시무시하군요. 하지만 실익은 킴이 가져갔습니다. 카운트 0-2, 앞으로 킴은 유인구를 3개나 던질 수 있습니다.”
김민은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지만, 유인구를 던질 생각이 없었다.
‘파울 홈런이 나왔다고 해서 위축되면 곤란해.’
그는 좋은 투구 리듬을 유지하고 있을 때, 승부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맞아도 넘어가지 않는다.’
슉!
빠른 공이 높은 코스로 날아갔다.
배리 본즈는 맹렬히 회전하는 공을 보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내가 원하던 바로 그 공이군.’
록튼은 배리 본즈가 살짝 몸을 눕히는 것을 보았다.
‘스윙 각도를 조절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당하겠어!’
다음 순간, 배리 본즈의 배트가 믿기지 않는 속도로 움직였다.
딱!
김민은 자기도 모르게 높이 솟아오른 공의 궤적을 쫓았다.
‘이건 말도 안 돼.’
그가 배리 본즈를 상대로 던진 공은 95마일(153km)짜리 라이징 패스트볼이었다.
좋은 탬포로 자신 있게 뿌린 공.
그는 배트에 맞는다고 해도 백네트 뒤에 떨어지는 파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은 완벽하게 앞으로 튕겨 나갔다.
“큰 타구입니다!”
배리 본즈는 1루를 향해 천천히 뛰었다.
‘킴,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지다니, 그 용기는 칭찬해 주지.’
그가 배터 박스에서 벗어나 3, 4걸음쯤 걸었을 때였다.
‘이건……’
배리 본즈의 발이 순간 빨라졌다.
탁!
배리 본즈의 타구는 펜스를 넘지 못한 채 그라운드로 되돌아왔다.
“펜스 상단을 맞고 나오는 공! 머레이가 펜스 플레이에 들어갑니다.”
“비거리 400피트(121m)가 넘는 타구였지만, 너무 깊은 곳으로 날아갔군요.”
머레이는 빠르게 공을 잡은 뒤 2루 베이스를 향해 길게 던졌다.
배리 본즈의 발과 머레이의 어깨.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승부가 펼쳐졌다.
촤악……
흙먼지와 함께 먼저 들어온 것은 배리 본즈의 발이었다.
“세이프!”
배리 본즈는 2루심의 판정을 듣고 나서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마터면 2루 베이스도 밟지 못할뻔했군.”
그는 미간을 좁힌 채 흙을 털어냈다.
이윽고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배리 본즈, 2루타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킴의 패스트볼을 제대로 걷어 올려 큰 타구를 만들어 냈군요.”
무사 2루.
샌프란시스코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더그아웃에 감도는 분위기는 기대가 아니라 아쉬움이었다.
“그대로 넘어갔다면…….”
“1점 차로 추격할 수 있었을 텐데.”
6번 타자 칼테라가 동요하는 선수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아쉬워할 필요 없다! 주자를 모으고, 빅 이닝을 만들면 된다!”
피올라 감독은 칼테라의 한마디가 마음에 들었다.
“칼테라의 말대로다. 이번 이닝을 빅 이닝으로 만들어 킴을 마운드에서 쫓아내 버리는 것이다!”
두 사람의 발언에 샌프란시스코 더그아웃 분위기가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대형 타구가 나온 걸 보면, 킴의 힘이 떨어진 거야.”
“벌써 포스트 시즌 세 번째 시리즈.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탬파베이 더그아웃은 약간 복잡한 분위기였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득점을 하자마자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군요. 좋지 않은 리듬입니다.”
이반 감독은 바이슨 수석 코치에게 동의하는 대신 팔짱을 꼈다.
“바이슨, 상대는 배리 본즈야. 정면 승부한 킴을 칭찬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나?”
“배리 본즈라고 해서 매 타석 안타를 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통계 자료를 보면 바이슨 수석 코치의 말이 옳았다.
배리 본즈의 타율은 5할은커녕 4할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타율을 논하기 이전에 압도적인 고의사구를 먼저 봐야 했다.
배리 본즈가 높은 타율을 기록하지 못하는 것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지 않는 공 때문이었다.
투수들이 그를 상대로 정면 승부를 펼쳤다면, 그는 테드 윌리엄스 이후 처음으로 4할을 기록하는 타자가 되었을 것이다.
김민은 공을 받은 뒤 글러브에 넣었다.
‘넘어가지 않았어. 좋은 리듬으로 공을 던졌기 때문이야.’
구위가 살아 있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공은 펜스를 넘어가지 않았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김민은 강하게 공을 뿌렸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5번 타자 테닝험은 95마일(153km) 패스트볼에 허공을 치고 말았다.
“킴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습니다!”
“완벽한 제구입니다. 정말 좋은 공이 들어왔습니다.”
테닝험은 미트에 들어온 공을 확인한 뒤, 미간을 좁혔다.
‘무브먼트와 코스, 모두 A급이다.’
그는 외야 플라이를 바라는 타격으로는 절대 이 공을 쳐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더 집중해야 해.’
슉!
두 번째 공도 빨랐다. 하지만 이번 공은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고속 슬라이더.
테닝험의 배트가 다시 한번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라이브는 테닝험의 헛스윙을 보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무브먼트가 더 좋아진 것 같군.”
그는 김민이 던진 슬라이더가 자신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터, 그리고 스플리터와 체인지업. 던지지 못하는 공이 있기나 한 건가? 천재란 녀석들은 이래서 마음에 들지 않아.’
탁!
테닝험은 세 번 만에 처음으로 배트에 공을 맞힐 수 있었다.
하지만 타구는 그대로 그 자리에 떠올랐다.
“록튼이 미트를 듭니다.”
팡!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
테닝험은 주자를 단 한 베이스도 진루시키지 못한 채 아웃 카운트만 늘리고 말았다.
“상황은 1사 2루로 변합니다.”
무사와 1사.
작은 차이 같았지만, 득점 루트를 생각한다면 이는 작은 변화가 아니었다.
“킴이 버티는군요.”
피올라 감독이 혀를 찼다.
“테닝험의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 칼테라가 해결하지 못하면 힘들어질 거야.”
그는 찬스를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테닝험이 자기 스윙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테닝험은 최대한 집중해서 자신의 스윙을 가져갔다.
그가 파울 플라이로 물러난 것은 김민의 구위가 그의 집중력을 압도했기 때문이었다.
‘무시무시한 공이군. 본즈가 아니라면 힘들겠군.’
그의 예상대로였다.
툭!
배트에 맞은 공이 유격수 브라이튼에게 흘러갔다.
“배리 본즈! 3루로 가지 못합니다.”
배리 본즈는 스타트를 끊었지만, 애매한 타구 위치 때문에 급히 2루 베이스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젠장…….”
그가 미간을 좁힌 순간 1루수 아울의 미트에 공이 들어갔다.
“칼테라 1루에서 아웃입니다!”
2사 2루.
샌프란시스코는 절호의 찬스를 잡고도 조금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 타자가 아웃 되면 끝나는 건가?”
“본즈 말고는 타자가 없는 거야?”
“그럴 리가? 테닝험과 칼테라는 좋은 타자들이었다고.”
“그런데 왜 안타를 때려내지 못하고 있는 거야!”
멀리 서부에서 날아온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는 7번 타자 유격수 로드리게스입니다.”
로드리게스는 준수한 타자였지만, 김민의 상대가 아니었다.
탁!
슬라이더를 노렸지만, 타구는 그대로 1루수 아울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1루수 아울이 타자를 기다립니다.”
배리 본즈는 3루 베이스를 지나 홈으로 달렸지만, 이는 아무 의미가 없는 질주였다.
“아울이 타자 주자를 터치합니다.”
“샌프란시스코가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군요.”
김민은 배리 본즈와의 두 번째 승부, 아니 5회 초 수비를 마치곤 더그아웃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경기 이길 수 있겠어.’
그는 승리를 확신했다.
탬파베이 2:0 샌프란시스코
5회 말.
라이브는 의외의 인물에게 한 방을 얻어맞았다.
“좌측 펜스를 넘기는 타구. 이제 탬파베이의 리드는 3점이 됩니다.”
다이아몬드를 도는 타자는 8번 타자 칼튼이었다.
“칼튼, 장타력이 있는 타자는 아니지만, 이번 타구는 너무 정확하게 맞았습니다.”
느린 패스트볼을 그대로 걷어 올린 타구.
라이브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유…… 오늘은 운까지 따라주지 않는군.”
그가 목표로 한 공은 바깥쪽 코너에서 하나 정도 빠지는 패스트볼이었다.
그러나 공은 빠지지 않고 그대로 코너에 돌진했다.
한 경기 2, 3개밖에 나오지 않는 실투.
칼튼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걷어 올렸다.
이반 감독은 라이브를 상대로 더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는군.”
“여차하면 불펜이 등장할 겁니다.”
“1차전에서 불펜을 쓰게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피올라 감독은 아직 불펜을 마운드에 올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라이브는 에이스야. 5이닝은 무조건 던질 수 있어.”
라이브는 감독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록튼과 브라이튼을 상대로 어려운 승부를 이어갔다.
그의 투구수는 어느새 90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번 공으로 92개입니다.”
피올라 감독이 낮게 한숨을 내쉰 뒤 짧게 말했다.
“불펜을 가동하게.”
5회 말.
샌프란시스코 불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들 준비해!”
불펜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3-0이라. 오늘은 필승조가 나서지 않겠군.”
“6회 초에 점수를 낸다면 사정이 달라질 거야.”
“하지만 점수를 낼 기미가 보이지 않잖아. 본즈가 모처럼 2루에 나갔지만, 들어오지 못했어.”
예상대로 불펜 코치는 필승조가 아닌 추격조를 마운드에 올렸다.
“언제라도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알겠습니다.”
라이브는 브라이튼을 직선타로 간신히 막아 내곤 5회 말을 마쳤다.
“5회에 불펜이 마운드에 오르는 참사는 막았군.”
미간을 좁히고 있는 그에게 유격수 로드리게스가 다가왔다.
“라이브, 걱정할 필요 없어. 시리즈는 막 시작했고, 오늘 경기도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물론 오늘 경기는 끝난 게 아니지.”
하지만 라이브는 오늘 경기에서 이기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연속 우승. 역시 쉽지 않아.’
그는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던 뉴욕 양키스보다 이번 시즌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더 짜임새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6회 초.
김민은 샌프란시스코 하위 타선을 상대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킴, 공 8개로 6회 초를 막아 냅니다.”
“상당히 빠른 탬포의 투구였습니다.”
김민은 배리 본즈의 2루타로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배리 본즈가 아닌 이상 자신의 공을 펜스 밖으로 넘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맥기의 타구가 먹혔어.”
“테이블 세터가 출루하지 못하니, 이길 수가 없지.”
“이대로 끌려가면 위험해.”
6회 말.
라이브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곤 후드와 교체되었다.
“자이언츠가 불펜을 가동하는군요.”
“자이언츠 불펜은 상당히 강하죠.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후드는 윌리엄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아울과 그렉스를 범타로 처리하곤 이닝을 마쳤다.
7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배리 본즈가 타석에 등장했다.
“킴과 배리 본즈의 세 번째 대결입니다.”
배리 본즈는 두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기록했기 때문에 5할의 시리즈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김민은 배리 본즈를 상대로 초구부터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었다.
팡!
“스트라이크!”
록튼이 미트를 들자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킴의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갑니다.”
배리 본즈는 느린 커브를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커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확실히 상대의 허를 찌르는 능력이 뛰어나군.’
그는 김민이 바깥쪽 패스트볼이나 고속 슬라이더를 던질 것이라고 생각해 히팅 포인트를 바깥쪽에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김민은 한가운데 커브를 던졌고, 배리 본즈는 배트를 멈췄다.
‘3점의 여유가 킴을 편안하게 만든 모양이군. 하지만 그 편안함. 내 손으로 제거해 주지.’
배리 본즈는 배트를 짧게 잡았다.
어설픈 공.
아니,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이라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뜻.
슉!
두 번째 공이 한가운데로 날아왔다.
배리 본즈는 이 공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자신감이 지나친 건가? 아니면 실투?’
한가운데 커브에 이어 한가운데 빠른 공.
배리 본즈의 날카로운 선구안은 이 공이 슬라이더나 스플리터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킴, 대가를 치르게 해 주지!’
배리 본즈의 배트가 무섭게 움직였다.
탁!
타격음은 본즈가 바라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빌어먹을…… 투심이었군.’
배리 본즈는 마지막 순간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공을 잡아당겼다.
믿기지 않는 파워 덕분에 공은 내야를 빠져나갔지만, 우익수 키를 넘지는 못했다.
“윌리엄이 공을 처리합니다. 자이언츠! 본즈까지 잡히고 맙니다.
“탬파베이가 3-0의 리드를 계속 이어가는군요.”
김민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배리 본즈라고 해도 모든 타석에서 안타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월드시리즈 1차전.
두 사람의 만남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김민은 8회와 9회를 단 7명의 타자로 막아 내고 월드시리즈 1차전을 완봉으로 장식했다.
“탬파베이가 월드시리즈 1차전을 가져갑니다!”
“킴의 호투와 윌리엄의 활약이 빛난 경기였습니다.”
9이닝 2피안타 8K 무실점.
김민은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팀에 시리즈 첫 승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