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야구의 신 05
파앙!
미트에 꽂힌 공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좋은 리듬이야.’
2번 타자 해리스의 배트는 공의 무브먼트를 쫓아가지 못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앞서 초구를 쳐서 아웃당한 맥기와 비교하면 해리스는 공을 2개나 더 던지게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3번 타자 하울러가 아웃당하면 본즈는 5회 초 선두 타자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출루해야 해.”
하울러는 배트를 짧게 잡았다.
팍!
배트에 맞은 공이 뒤쪽으로 흘렀다.
‘빨라.’
첫 타석에서 본 공보다 더 빠른 공이 날아왔다.
‘이상해. 구속은 큰 차이가 없는데……’
배리 본즈는 하울러가 당황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경기 초반은 상대를 탐색하기 위해서 신중히 공을 던졌다. 그리고 중반인 지금, 킴은 자신의 리듬으로 강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
그는 구속이 같더라도 지금 던지는 공이 더 많은 회전수와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리듬은 몸의 움직임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투수에게 좋은 리듬을 탄다는 것은 타자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노련한 타자라면 타임을 걸어 투수의 리듬을 끊어 놓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하울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탁!
다시 파울.
“큭.”
하울러는 미간을 좁혔다.
‘어떻게든 배트 중앙에 맞춰야 해.’
김민은 좋은 투구 리듬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사인을 교환한 뒤 세 번째 공을 안쪽 깊이 찔러 넣었다.
팡!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떠오르는 공에 속절없이 삼구삼진.
김민은 대기 타석에 서 있던 배리 본즈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더그아웃으로 돌렸다.
‘성공이야. 본즈 앞에 주자를 지웠어.’
손끝은 여전히 찌릿했지만, 나머지는 문제가 없었다.
배리 본즈는 마운드를 내려가는 김민을 보고 생각했다.
‘마지막 공 떠오르긴 했지만, 내게 던진 그 공은 아니었다.’
그는 김민이 다른 타자들에게는 그에게 던진 것과 같은 공을 던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4회 말.
탬파베이 타자들도 두 번째 타석에 들어갔다.
“케니히, 슬라이더 속지 말고.”
“알겠어.”
케니히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3회 말 브라이튼은 안쪽 슬라이더를 공략해서 안타를 만들어 냈다. 가능하다면 나도 그 공을 치고 싶은데.’
그는 라이브가 안타를 맞은 그 공을 다시 한번 던질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그보다는 브라이튼에 던졌던 초구를 노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
케니히의 머릿속에 그려진 공은 94마일(151km) 패스트볼이었다.
‘온다면 좋겠군.’
슉!
초구는 바깥쪽 빠른 공이었다.
케니히는 이 공에 집중했다.
‘브라이튼에게 던졌던 바로 그 초구다.’
슬라이더와 같은 구속이 아닌 그보다 더 빠른 구속을 가진 패스트볼.
케니히는 탬파베이에서 윌리엄 다음으로 좋은 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공이 평범한 패스트볼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친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우익수 쪽으로 떠올랐다.
‘그래도 나가라!’
케니히는 배트를 놓지 않은 채 공을 주시했다. 그러나 공은 그의 바람과는 달리 멀리 뻗지 못한 채 떨어지기 시작했다.
“케니히, 우익수 플라이 아웃입니다!”
케니히는 1루 베이스도 밟지 못한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했다.
‘93마일(150km) 패스트볼. 브라이튼에게 던졌던 바로 그 공이다. 한데…… 왜 제대로 맞지 않은 것일까?’
김민은 케니히의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
“정교한 볼 배합이군.”
“킴, 그게 무슨 말이야?”
“브라이튼을 상대할 때와 같은 구종이었지만, 코스가 달랐어. 아마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서 반 개 또는 하나 정도 빠지는 패스트볼이었을 거야.”
머레이는 김민의 말에 느끼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공이 끝까지 뻗지 못한 건가?”
윌리엄이 설명을 덧붙였다.
“아마 헤드 끝에 맞았을 거야.”
선두 타자를 잡아낸 라이브.
그는 힐끔 탬파베이 더그아웃을 보았다.
‘아직 여유가 있군.’
라이브는 탬파베이 더그아웃의 여유가 1점 리드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1점 리드가 사라지는 순간, 여유는 불안으로 변해 목을 조여 올 것이다.’
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탬파베이가 리드를 지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타자는 윌리엄입니다!”
캐스터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곳곳에서 팬들이 윌리엄의 이름을 불렀다.
“윌리엄! 윌리엄!”
월드시리즈 선제 홈런의 주인공.
탬파베이의 중심.
윌리엄이 월드시리즈에서 폭발한다면 배리 본즈가 버티고 있는 자이언츠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라이브는 자신의 슬라이더를 홈런으로 연결한 사내를 보곤 미간을 좁혔다.
‘이 녀석도 천재인가?’
그는 윌리엄이나 배리 본즈 같은 천재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쉽게 당하지 않는다.’
라이브는 빠르게 사인을 교화한 뒤 초구를 던졌다.
슉!
패스트볼이 바깥쪽을 향했다.
‘조금 느리다.’
윌리엄은 고개를 갸웃하곤 배트를 멈췄다.
팡!
“스트라이크!”
라이브의 주 무기인 슬라이더와 같은 구속의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다.
‘86마일(138km)이라.’
노렸다면 충분히 장타로 연결할 수 있었던 패스트볼이었다.
그러나 윌리엄은 거르는 쪽을 선택했다.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는 윌리엄의 허점을 정확히 노렸어.”
록튼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민의 말을 받았다.
“구종은 다양하지 않지만 라이브는 킴과 비슷한 유형의 투수 같아.”
백업 포수인 스미스가 뒤쪽에서 록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라이브는 코스만이 아니라 구속까지 제어할 수 있는 투수야. 이건 우리 팀에서 티처만이 할 수 있는 투구지.”
윌리엄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곤 미소를 지었다.
‘패스트볼과 같은 브레이킹볼이라. 그러고 보니, 킴도 예전에 그 비슷한 공을 던졌었지.’
당시 윌리엄은 캔자스시티 소속으로 김민과 대결했다.
김민은 윌리엄의 좋은 눈을 알고, 그것을 역으로 이용했다.
‘스플리터와 같은 스피드의 패스트볼이었지.’
물론 스플리터는 슬라이보다 빠른 구속을 가지고 있었다.
패스트볼 구속을 스플리터까지 낮추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때문에 난이도만 따지면 라이브 쪽이 더 높았다.
그러나 그 원리는 같았다.
윌리엄은 심호흡을 하곤 배트를 세웠다.
‘오랜만에 두뇌 싸움을 해 보는군.’
슉!
두 번째 공은 안쪽 공이었다.
윌리엄은 이 공도 버렸다.
팡!
미트에 들어온 공은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패스트볼이었다.
“카운트 1-1, 윌리엄! 두 번째 공을 잘 골랐습니다.”
피올라 감독은 박수를 치며 라이브의 투구에 힘을 불어넣었다.
“나이스 피칭! 잘하고 있어!”
1-1은 투수와 타자가 팽팽하게 맞서는 카운트였다.
하지만 배리 본즈는 타자 쪽에 조금 힘이 실린다고 보았다.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자들은 투수보다 여유를 가지고 배터 박스에 들어설 수 있다. 게다가 윌리엄은 전 타석에서 홈런을 때린 바 있다. 내가 윌리엄이라면 삼진을 당한다고 해도 풀 스윙으로 공을 공략할 것이다.’
풀 스윙과 컨택 위주의 스윙.
타자들은 카운트가 좋을 때 전자, 나빠질 때 후자를 선택했다.
그래서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슉!
두 번째 공은 다시 바깥쪽.
윌리엄이 이 공도 공략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팡!
미트에 들어온 공은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휘어지는 슬라이더였다.
“카운트 2-1, 윌리엄이 앞서 나갑니다.”
라이브는 배트를 내지 않고 있는 윌리엄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윌리엄, 어떤 공을 노리고 있는 것이냐?’
슬라이더와 패스트볼.
그는 양쪽 모두를 거르고 있었다.
‘설마, 특정 코스를 노리고 있는 것인가?’
라이브는 바깥쪽과 안쪽에 모두 공을 던진 바 있었다.
특정 코스를 노린다면 그 코스는 위쪽밖에 없었다.
‘실투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난 실투를 던지지 않아.’
라이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제구가 좋은 투수였다. 그의 실투 비율은 김민과 비슷할 정도로 낮았다.
슉!
세 번째 공이 다시 낮은 코스로 날아왔다.
실투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이전 공과 같은 속도, 같은 코스다.’
윌리엄은 이 공을 공략했다.
휙!
바람 소리와 함께 배트가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윌리엄은 헛스윙 이후 쓴웃음을 지었다.
‘당했군.’
이것으로 카운트는 2-2.
상황은 다시 대등해졌다.
“윌리엄이 속았군요.”
“2-1에서 유인구를 던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테니까.”
윌리엄이 유인구를 참아냈다면 카운트는 3-1로 크게 나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브는 그것을 감수하고 슬라이더를 던졌다.
“이번 공이 중요할 거야.”
“나라면 스트라이크를 요구할 텐데. 킴은 어때?”
김민이 라이브를 주시하며 말했다.
“나도 스트라이크야.”
“그럼 무조건 배트를 내야겠군.”
“하지만 라이브라면 다를지도 몰라.”
김민은 라이브가 자신과 같은 두뇌피칭을 하지만, 자신과 같은 투구 패턴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라이브는 끝까지 던지는 완투형 투수가 아니다. 타자 한 명에 집중하며, 이닝 별 투구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렇게 공을 던지면 각 이닝의 퀄리티는 투구수를 신경 쓴 쪽보다 나았다.
슉!
다섯 번째 공이 바깥쪽으로 날아왔다.
윌리엄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또 같은 코스.’
슬라이더라면 배트를 멈추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패스트볼이라면?
룩킹삼진을 당하게 될 것이다.
‘룩킹 삼진은 좋지 않아.’
윌리엄은 몸의 중심을 바깥쪽으로 이동하며 배트를 내밀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1루 더그아웃으로 날아갔다.
“파울!”
라이브는 윌리엄이 몸의 중심을 무너뜨리면서 공을 커트해 내는 것을 보곤 속으로 혀를 찼다.
‘그 공을 커트할 줄이야. 천재란 녀석들은 정말 짜증이 난단 말이지.’
그가 승부구로 던진 공은 바깥쪽으로 흐르는 슬라이더였다.
평범한 타자라면 배트가 따라가지 못한 채 허공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윌리엄은 끝까지 따라가 슬라이더를 커트해냈다.
“이걸로 풀 스윙은 지나갔군.”
피올라 감독은 라이브가 장타의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재란 평범함을 뛰어넘은 인간을 말했다.
딱!
높이 솟아오른 공이 그대로 폴대 옆에 떨어졌다.
“파울!”
라이브는 반 개 정도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진 패스트볼이 폴대까지 날아간 것을 보곤 모자를 벗었다.
‘스트라이크가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말이군.’
카운트는 여전히 2-2.
피올라 감독이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파울 홈런 뒤는 삼진이야. 라이브의 삼진을 기다리자고!”
파울 홈런 뒤 삼진.
홈런을 피한 투수는 더욱 신중하게 공을 던지고, 홈런을 놓친 타자는 아쉬움에 집중력이 흐려진다.
록튼은 라이브 쪽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유인구를 던지면 윌리엄의 배트는 나올 수밖에 없어.”
“커트 정도가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대치인가?”
슉!
여섯 번째 공이 안쪽을 노렸다.
윌리엄은 이 공을 커트하며 버텼다.
“파울! 다시 파울입니다!”
그의 커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윌리엄은 7구와 8구도 커트하며 승부를 9구까지 몰고 갔다.
“윌리엄 대단한데?”
“이쯤 되면 자존심 싸움이야.”
블렛소 투수 코치는 승부가 길어지는 이유가 윌리엄의 집중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바깥쪽 슬라이더까지 커트해 버리니, 라이브로서는 던질 수 있는 공이 없어.’
김민에게 라이징 패스트볼이 있다면, 라이브에게는 슬라이더가 있었다.
한데 윌리엄은 그 슬라이더를 모두 커트해 내고 있었다.
‘위닝샷이 통하지 않는 상대.’
김민은 라이브가 상당히 괴로운 상황에 몰렸다고 생각했다.
“던질 공과 코스가 마땅하지 않을 거야. 이럴 때는 보통…….”
그가 말을 줄인 것은 라이브가 와인드업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팡!
미트에 들어간 공은 스트라이크존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었다.
“볼, 볼입니다. 카운트 3-2 풀카운트.”
이반 감독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투수가 쫓기고 있군.”
“괴로울 겁니다. 위닝샷이 통하지 않으니까요.”
라이브는 모자를 벗은 뒤 땀을 닦았다.
‘한 타자에게 한 이닝 던질 공을 모두 던지고 있다. 젠장…… 이러고도 잡지 못한다면……’
그는 모자를 쓴 뒤, 빠르게 사인을 교환했다.
‘이번에는 잡는다.’
슉!
빠른 공이 높은 코스로 향했다.
‘하이 패스트볼? 게다가 빠르다.’
라이브가 꺼내든 히든카드는 높은 코스로 향하는 94마일(151km) 패스트볼이었다.
‘이건 위험해!’
윌리엄은 급히 배트를 들었다.
툭!
배트를 스친 공이 미트를 맞은 뒤 바닥에 떨어졌다.
“파울!”
포수 테리는 아쉬움에 두 눈을 감았다.
‘제길…… 내가 이 공을 잡았다면……’
그랬다면 파울 팁 삼진으로 윌리엄의 타석이 끝났다.
하지만 윌리엄은 하이 패스트볼을 커트함으로써 라이브에게 11번째 공을 강요하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한 타석이 아니군.”
이반 감독의 말에 바이슨 수석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안타를 맞게 되면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안타를 맞지 않고 윌리엄을 잡아낸다면 적어도 7회까지는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경기 중반을 가르는 승부.
“윌리엄, 11구를 기다립니다.”
“이 승부, 어떻게 끝날지 기대가 되는군요.”
슉!
바깥쪽 패스트볼.
윌리엄은 배트를 내려놨다.
‘볼이다.’
라이브는 끝내 바깥쪽 코너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었다.
팡!
“볼, 포볼입니다.”
“끈질긴 승부 끝에 윌리엄이 1루로 출루하는군요.”
다음 타자는 4번 타자 아울.
라이브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윌리엄과 끝까지 승부하다가 장타를 맞는 것보다는 볼넷이 차라리 낫다.’
그러나 김민은 절대 나은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초구로 카운트를 잡지 못한다면, 아울에게 크게 당할 거야.”
“아울이 라이브에게 강한 유형인가?”
록튼의 물음에 김민이 대답했다.
“그건 아니야. 하지만 아울은 윌리엄 덕분에 대기 타석에서 라이브의 공을 충분히 봤어. 어설픈 유인구는 통하지 않을 거야.”
라이브는 아울을 상대로 망설임 없이 초구를 던졌다.
‘윌리엄만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지난 타석에서 아울을 손쉽게 요리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슉!
안쪽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슬라이더.
‘또 이 공인가?’
아울은 미간을 좁히며 배트를 휘둘렀다.
딱!
경쾌한 소리.
하얀 공은 좌측 펜스를 향했다.
“쭉! 쭉! 뻗어 나갑니다!”
탁!
펜스를 맞고 떨어진 공.
“공은 펜스를 넘지 못합니다!”
좌익수 배리 본즈가 즉시 펜스 플레이에 들어갔다.
“윌리엄! 3루를 지나 홈으로 돌진합니다.”
배리 본즈가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전성기 때와 같은 레이저빔 송구는 기대할 수 없었다.
포수 테리가 홈플레이트 옆에서 공을 잡은 순간, 윌리엄이 홈플레이트를 쓸고 지나갔다.
촤아아악!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라이브는 아울의 2루타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너무 방심했다.’
윌드시리즈 진출 팀의 4번 타자.
절대 얕보아서는 안 되는 상대.
하지만 라이브는 그를 얕보고 말았다.
단지 천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피올라 감독은 적시타를 맞은 직후 체인저 투수 코치를 마운드로 올려보냈다.
“라이브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해.”
김민은 피올라 감독이 좋은 타이밍에 투수 코치를 올려보냈다고 생각했다.
체인저 투수 코치가 라이브에게 말했다.
“괜찮아. 아직 2-0일뿐이야.”
“하지만 상대는…….”
“라이브, 상대 타자만 신경 쓰라고, 스코어를 신경 쓰는 건 감독의 몫이야.”
라이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체인저 투수 코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맞았다고 해서 슬라이더를 의심하진 마. 네 슬라이더는 내가 본 최고의 슬라이더니까.”
에이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는 한마디.
체인저 투수 코치는 능력 있는 투수 코치 중 한 명이었다.
딱!
배트에 맞은 타구가 그대로 2루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그렉스, 2루수 직선타입니다!”
“주자는 움직이지 못했군요.”
라이브는 그렉스를 단 하나의 공으로 잡아내 투구수를 줄였다.
“2사다! 마지막 하나야!”
테리가 미트를 두드리며 내야수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군.”
이반 감독의 말에 바이슨 수석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서 라이브가 아울에게 2루타를 맞았을 때,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에이스답게 잘 버티는군요.”
6번 타자 머레이.
그는 2루 주자 아울을 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라이브가 머레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탈출합니다.”
“탬파베이 이번 이닝 추가점을 뽑았지만, 1점에 그친 것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배리 본즈가 글러브와 배트를 교체하며 모두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녀석들의 공격은 끝났다! 이번 이닝! 반격에 나선다! 알겠나?”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이 일제히 그의 말을 받았다.
“알겠어!”
5회 초.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배리 본즈가 타석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