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89화 (189/296)

189화 야구의 신 01

1998년 배리 본즈는 3할 타율과 37개의 홈런 122타점, 100개가 훌쩍 넘는 볼넷을 기록했다.

시즌 WAR은 8.1로 새미 소사의 6.5는 물론 마크 맥과이어의 7.5를 능가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은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홈런 레이스에 맞춰져 있을 뿐이었다.

“야구는 홈런을 많이 치는 쪽이 이기는 경기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지금 팬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군.”

배리 본즈가 느낀 좌절감은 다른 이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라면 맥과이어가 보여 준 것 이상을 보여 줄 수 있다.”

배리 본즈는 맥과이어가 그랬던 것처럼 스테로이드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는 천재 플레이어를 넘어 야구의 신이 되었다.

파워와 젊음, 그리고 체력을 손에 넣은 배리 본즈.

그 누구도 배리 본즈와 정면승부를 할 수 없었다.

몇몇 정면 승부를 택한 투수들은 홈런 기록의 희생양이 되었다.

2001 시즌

타율 0.328, 홈런 73개, 타점 137개

OPS 13.79, WAR 11.9

다른 타자들과 비교를 거부하는 기록.

그의 기록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야구의 신 베이브 루스의 전성기 시절뿐이었다.

투수들은 더 이상 배리 본즈와 정면 승부하지 않았다.

이는 177개의 볼넷 기록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가 무엇이 나쁘단 말인가? 베이브도 코르크 배트로 기록을 세웠단 말이다.’

배리 본즈는 또 다른 야구의 신이 되었고, 투수들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2002 시즌.

배리 본즈는 198개의 볼넷을 얻으면서 0.370의 타율과 4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198개의 볼넷은 당시 2인자라 불리던 타자들의 기록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투수들은 그와 승부를 가리기보다는 피하는 것을 선택했다.

2003 시즌도 2002시즌과 다르지 않았다.

타율 0.341과 45홈런 그리고 143개의 볼넷.

3년 연속 내셔널 리그 MVP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그 누구도 배리 본즈 앞에서 자신 있게 패스트볼을 던질 수 없었다.

“야구의 신이 다시 한번 월드시리즈를 정복하러 가는군.”

“이번 월드시리즈는 방패와 창의 대결이야.”

방패는 킴, 창은 배리 본즈였다.

“최고의 투수와 최고의 타자가 월드시리즈에서 맞서는군.”

양키스와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김민.

그는 로저 클레멘스를 지는 해로 만들어 버린 떠오르는 태양이었다.

“자넨 어디에 배팅할 건가?”

“배팅?”

“킴과 배리 본즈 말이야.”

“두 사람의 대결이라면 배리 본즈에게 걸겠어. 하지만 월드시리즈 반지라면 탬파베이가 더 낫지 않을까?”

다저스 모자를 쓴 사내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탬파베이는 글렀어.”

“왜? 제국 양키스를 이겼잖아.”

“킴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뉴스 보지 못했어? 게다가 양키스를 상대로 6차전까지 했다고, 5차전에서 끝낸 자이언츠에 비해 체력적으로 열세야.”

메이저리그 팬 사이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팀을 묻는 글이 올라왔다.

총 1만2천 명이 투표했는데 결과는 38:62로 디펜딩 챔피언 자이언츠의 우세였다.

록튼은 투표 결과가 실린 신문을 들고 미간을 좁혔다.

“쳇, 우리가 진다는군.”

김민은 그의 옆에서 자이언츠 선수들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 팬들의 예상일뿐이잖아.”

“그래도 38:62는 격차가 크잖아.”

“비율로 따지면 6:4야. 있을 법한 일이지.”

김민은 테이블 한쪽에 자료를 올려놓곤 VTR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건 뭐야?”

록튼의 물음에 김민이 대답했다.

“디비전 시리즈 1차전이야.”

“1차전이라고? 그럼 처음부터 다 볼 생각이야?”

“하루에 3경기씩 보면 이틀이면 끝나.”

록튼이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그것 말이야. 나도 함께 보는 건 아니겠지?”

“주전 포수가 상대 타자들을 분석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야?”

록튼은 그제야 김민이 자신을 숙소로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혼자 보기 심심하다고 날 불렀군.”

그가 소파에 몸을 눕히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1차전에 나설 수 있는 거야?”

김민은 지난 5차전에서 손끝에 피멍이 들었다.

MRI와 엑스레이 촬영 결과는 모두 네거티브.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자잘한 통증이 남아 있었다.

“나설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설리반에게…….”

김민이 록튼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설리반으로는 불가능해.”

설리반은 지난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2선발의 중임을 맡았다.

그러나 6차전 크게 무너지면서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였다.

“멘탈이 그렇게 많이 망가진 건가?”

“멘탈보다는 자이언츠 타선을 압도할 브레이킹볼이 없어.”

“음?”

“자이언츠는 양키스 타자들보다 공을 오래 본다고. 그들의 배트를 돌려세우려면 강력한 브레이킹볼이 필수야.”

록튼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그런 강력한 브레이킹볼이라 그런 공을 가지고 있는 투수는 많지 않아. 우리 팀에서는 킴과 렉터 정도일까?”

김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아.”

“뭐?”

“내가 던지는 스플리터는 브레이킹볼보다는 변형 패스트볼이라고.”

록튼이 혀를 차며 말했다.

“스플리터가 아니야. 브레이킹볼의 원조는 커브와 슬라이더라고. 킴은 두 가지 모두 잘 던지잖아.”

“던지긴 하는데 시그니처라고 할 수는 없지.”

록튼은 김민의 겸손이 지나치다고 말하면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이언츠 선발 투수 말이야. 제법 잘 던지는데?”

김민이 자료를 훑어보며 말했다.

“제법 잘 던지는 수준이 아니야. 라이브는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 2.78에 18승을 올렸다고.”

록튼은 내셔널 리그 투수들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라이브가 얼마나 뛰어난 투수인지 모르고 있었다.

“흠, 공은 빠르지 않은데 제구가 좋은 타입인가?”

그는 곧 라이브의 주 무기를 찾을 수 있었다.

“슬라이더군.”

“각도가 커.”

록튼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저건 그냥 버리는 게 좋겠어.”

그는 라이브의 슬라이더가 빠르고 강하다고 생각했다.

‘랜디 존슨급은 아니라고 해도 그 아래 급은 될 것 같군.’

김민이 담담하게 말했다.

“버릴 수는 없어.”

“음?”

“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을 구분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야.”

“슬라이더의 구속이 빠르기 때문인가?”

김민이 자료를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라이브는 슬라이더를 살리기 위해 패스트볼 구속을 줄여 던지고 있어.”

“뭐? 슬라이더를 위해 패스트볼 구속을 줄이고 있다고?”

“패스트볼보다 슬라이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라이브의 슬라이더 비율은 패스트볼과 1대1이었다.

“저러면 팔꿈치에 무리가 가지 않나?”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라이브는 이미 한 번 수술을 받은 모양이야. 하지만 저런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없는 듯하군.”

“팔꿈치가 나가면 선수 생명도 끝일 텐데…… 왜 저렇게까지 던지는 거야?”

김민이 가르친 투수 중에는 라이브처럼 하나의 공만 고집하는 투수들이 종종 있었다.

“슬라이더 말고는 답을 찾지 못해서가 아닐까?”

“슬라이더가 아닌 다른 공으로는 타자를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단순히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을 던졌을 때 결과가 좋지 못했겠지. 그래서 더 슬라이더에 집착하는 것이고.”

그는 투수 코치 시절 라이브와 같은 투수들을 여럿 보았다.

‘리베라처럼 오래 버티는 선수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전성기를 가지지 못하고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좋지 않은 집착이야.’

록튼이 김민에게 물었다.

“킴, 필기는 하지 않는 건가?”

그는 손에 연필과 노트를 쥐고 있었다.

평소 김민이었다면 록튼보다 빨리 연필이나 펜을 쥐었을 것이다.

“처음은 그냥 보려고.”

“뭐? 한 번 만 보는 것 아니었어?”

“한 번으로 어떻게 상대의 약점을 찾을 수 있겠어?”

록튼이 마른침을 삼켰다.

“크윽, 내 휴식은 이것으로 끝났군.”

그는 이틀 동안 김민과 함께 숙식하며 자이언츠 경기에 빠져들었다.

* * *

“최고의 투수와 대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배리 본즈는 기자의 질문에 오른손을 들었다.

“누가 최고의 투수란 말입니까?”

“탬파베이의 킴입니다.”

배리 본즈가 표정을 굳혔다.

“그는 이제 막 야구를 시작했을 뿐입니다. 어린 친구를 최고의 투수라 부르면 버릇이 나빠질 겁니다.”

상대 팀 에이스를 깎아내리는 신경전.

미디어 데이는 말로 하는 전초전이었다.

“본즈, 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입니다. 우리 타선은 킴을 충분히 KO시킬 수 있습니다.”

배리 본즈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승리를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냉철하게 전력을 계산하고 있었다.

‘선발진에서는 탬파베이가 우릴 앞서고 있다. 하지만 타선과 수비력은 우리가 더 낫다. 원정에서 1승 1패를 한다면 홈에서 녀석들을 끝장낼 수 있다.’

그는 강력한 화력으로 시리즈를 짧게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홈에서 끝내지 못하고 시리즈가 길어지면 투수력에서 밀리기 시작할 거야.’

안경을 쓴 기자가 배리 본즈를 향해 물었다.

“본즈, 시리즈가 몇 차전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배리 본즈가 입술 끝을 올리며 손가락 넷을 폈다.

“4-0, 스윕이란 말씀이십니까?”

“시리즈는 AT&T 파크에서 끝날 겁니다.”

배리 본즈의 4-0 스윕 발언은 탬파베이를 비롯한 아메리칸 리그 팬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탬파베이를 스윕이라고? 지난해 양키스를 이겼다고 기고만장이군.”

“이번 시즌 탬파베이는 양키스 이상이라고! 정신 차리는 게 좋을 거야!”

“시리즈는 본즈 말대로 AT&T 파크에서 끝날 테지. 단 승리 팀은 본즈가 생각한 것과는 반대일 거야.”

배리 본즈는 스윕 발언 외에도 탬파베이를 자극하는 발언을 여럿 쏟아 놓았다.

그러나 탬파베이 선수들과 김민의 인터뷰는 차분했다.

“우린 디펜딩 챔피언에 도전하는 도전자입니다. 그쪽에서 우리를 낮게 본다고 해도 어쩔 수 없죠.”

“실력은 월드시리즈에서 보여 주면 되는 것 아닐까요? 말은 길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겁이 많은 개가 큰 목소리로 짖는다고.”

미디어 데이가 끝나자 이반 감독이 김민을 불렀다.

“킴, 손가락은 괜찮나?”

월드시리즈 1차전은 이틀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김민의 컨디션에 이상이 있다면 선발 투수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괜찮습니다.”

“킴, 어렵다면 이야기를 해. 로테이션을 바꾸는 것에도 준비가 필요하니까.”

이반 감독은 김민의 등판을 하루 정도 미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클락의 컨디션이 좋아. 킴이 안 된다면 클락을 1선발로 기용할 수밖에.’

김민은 개막전 등판을 미루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 정도 통증으로 등판을 미루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그럼 자네를 개막전 선발로 생각하고 있겠네.”

“개막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반 감독은 김민을 개막전 1선발로 낙점했다.

‘1선발은 킴, 그리고 2선발은 클락, 3선발은…….’

설리반과 렉터.

그는 두 사람 중 한 명을 3선발로 기용할 작정이었다.

‘경험이 많은 렉터가 좀 더 낫겠지.’

이반 감독은 설리반이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에서 난타당한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설리반은 멘탈적인 부분에 데미지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경험이 많은 렉터를 3선발로 기용하고, 김민의 컨디션 여부에 따라 설리반을 4선발로 기용하거나 조커 카드로 돌리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부르스가 있었지.’

이반 감독은 부르스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며 회의실 문을 열었다.

“다들 모였군.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오늘 코칭 스탭 회의는 월드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회의였다.

* * *

“화면에 보시는 것처럼 킴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코칭 스탭은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킴의 구종이 많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야.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그의 공을 어떻게 공략하느냐 하는 것이야.”

전력분석팀 하우저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린다고?”

피올라 감독이 미간을 좁혔다. 그는 토린 감독이나 이반 감독과 달리 다혈질이었다.

“그따위 대답이 어디 있어!”

그는 고성과 함께 거구를 일으켰다.

하우저는 자기도 모르게 순간 뒤로 물러섰다.

‘저 영감 성격 하고는…….’

주변에서 피올라 감독을 말리기 시작했다.

“감독님!”

“하우저, 말을 조금 들어보죠!”

“초구를 치지 말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피올라 감독은 물러서지 않은 채 하우저를 노려보았다.

“우리가 땀을 흘리고 있을 동안 뉴욕 여행을 하고 왔으니, 제대로 말하도록!”

하우저는 속으로 혀를 찼다.

‘킴의 등판 경기를 관람한 건 뉴욕이 아니라 세인트 피터즈버그였습니디만…….’

그는 목소리를 낮추곤 컴퓨터 영상을 바꾸었다.

“킴은 공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공략이 어려운 투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초구를 공략한다면 더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가 되고 맙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피올라 감독의 외침에 하우저가 멈칫했다.

“그건…… 이런 겁니다.”

다음 화면에 김민의 투구수에 따른 평균자책점 변화가 그래프로 표시되었다.

“킴은 투구수가 적을수록 압도적인 피칭을 합니다.”

피올라 감독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 말은 녀석의 투구수를 늘려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좋은 공이 들어오는데 무작정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

하우저가 말했다.

“그건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킴은 타자들이 치기 좋은 공을 던져 주지 않으니까요.”

“뭐라고?”

“킴은 기본 적으로 타자들이 칠 수 있는 공을 던지지 않습니다.”

“그럼 칠 수 없는 공을 던진단 말이냐!”

피올라 감독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감독님, 진정하세요.”

“치기 힘든 공을 던진다는 소리일 겁니다.”

그는 주변에서 말리고 나서야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하우저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면서 말했다.

“킴은 타자의 허를 찌르는 데 능숙합니다. 타자가 예상하지 못한 코스에 예상하지 못한 공을 던지기 때문에 0점대에 가까운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피올라 감독이 하우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예상하지 못한 공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구단이 너희를 고용한 것 아닌가?”

그는 하우저를 비롯한 전력분석팀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월급 도둑놈들…… 본즈가 아니었다면 작년 월드시리즈도 망쳐 버렸을 거야.’

2002 월드시리즈.

양키스는 매 경기 하우저가 분석한 그 이상을 보여 주었다.

덕분에 피올라 감독의 계획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이후 피올라 감독은 하우저와 전력분석팀을 신뢰하지 않았다.

“저희도 킴이 던지는 공을 예상하고자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기다려라?”

하우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적어도 2개는 보고 공략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피올라 감독은 피올라의 의견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타자는 배트를 휘두르며 타이밍을 맞추는 거야! 상대가 두렵다고 해서 배트를 휘두르지 않는 녀석은 내가 그라운드 밖으로 쫓아내 버리겠어!”

그는 말을 마치곤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이는 전력분석팀의 이야기를 더 이상은 듣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우저가 안경을 다시 고쳐 쓰며 말했다.

“이래서는 곤란하군요.”

마커 수석 코치가 하우저에게 말했다.

“하우저, 투구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 말고는 우리에게 해 줄 말이 없나?”

“탬파베이가 사용하고 있는 시프트를 분석하면 킴의 볼 배합을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뭐? 한데 피올라 감독에게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아직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마커 수석 코치가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으음…….”

하우저가 말했다.

“1차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끝내보려고 합니다만…… 끝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투구수를 늘리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커 수석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자네의 말은 내가 감독에게 전하겠네.”

“부탁드립니다.”

마커 수석 코치는 피올라 감독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불같은 피올라 물 같은 마커.

두 사람이 있기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월드시리즈에 올라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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