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87화 (187/296)

187화 월드시리즈로 가는 길 05

7연속 삼진.

방송사 관계자들은 급히 포스트 시즌 기록을 확인했다.

“포스트 시즌 연속 삼진 기록이 몇 개지?”

“지금 찾고 있습니다.”

탬파베이 팬들 역시 김민의 삼진 퍼레이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7연속 삼진이야.”

“이건 기록 아닌가?”

“오늘 경기…… 임팩트는 정규 시즌 10연속 삼진보다 나을지도 몰라.”

“맞는 말이야. 킴의 오늘 상대는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라고.”

관중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로저 클레멘스가 김민과 교대하듯 마운드에 올랐다.

‘소란스럽군.’

그는 무심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곤 연습 투구를 시작했다.

팡! 팡!

미트에 꽂힌 공이 깨끗한 소리를 냈다.

6회 말.

탬파베이 공격.

선두 타자는 9번 타자 록튼이었다.

양키스 불펜 투수 중 한 명인 카닐라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쉬어가는 타순이군. 로저도 체력을 조금은 아낄 수 있을 것 같아.”

양키스 클로저 리베라가 카닐라의 어깨를 잡았다.

“카닐라, 오늘은 개점휴업인가?”

로저 클레멘스는 선발로서 긴 이닝을 소화했기 때문에 불펜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리베라?”

리베라가 그라운드를 주시하며 말했다.

“카닐라, 속단하지 않는 게 좋아. 탬파베이는 챔피언십 시리즈에 올라온 팀이라고. 쉬어가는 타순은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하지만 록튼은…….”

“타율은 높지 않지만 2루타와 홈런이 제법 있지. 쉽게 보면 당하게 될 거야.”

리베라의 음성은 무거웠다.

‘오늘 경기는 이번 시리즈의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이긴다면 아마 90% 이상의 높은 확률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을 테지. 하지만 이 게임에서 진다면 우리가 월드시리즈에 나갈 확률은 50%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토린 감독도 오늘 경기가 그 어떤 경기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쓸 카드가 많지 않았다.

‘지터, 제레미, 오스번, 홀리스, 포사다…… 각 포지션에서 최고를 다투는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들을 가지고도 우승하지 못한다면, 이유는 하나. 바로 내 무능이다.’

탁!

빗맞은 타구가 1루 쪽 관중석 상단에 떨어졌다.

“파울! 파울입니다!”

록튼은 0-2로 카운트가 몰려 있었지만, 스플리터를 커트하며 버텼다.

‘9번 타자라고 얕보지 마라.’

그는 배트를 짧게 잡곤 로저 클레멘스를 노려보았다.

‘심하게 노려보는군. 내가 부모를 죽인 원수라도 되는 건가?’

로저 클레멘스는 빠른 템포로 다음 공을 던졌다.

슉!

‘빠른 공!’

록튼은 배트를 내밀었지만, 공은 그의 배트를 스친 뒤 그대로 미트에 들어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파울 팁 삼진.

록튼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마지막 패스트볼…… 앞으로 길게 뻗었다. 로저 클레멘스의 구위는 아직 죽지 않았어.’

그는 로저 클레멘스의 공을 받아쳐 안타로 만드는 타자들이 신기할 뿐이었다.

“탬파베이의 다음 타자는 브라이튼입니다.”

브라이튼은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핫한 타자였다. 그러나 브라이튼도 매 타석 안타를 때릴 수는 없었다.

“브라이튼의 타구가 지터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갑니다.”

“이건 지터의 수비 위치가 좋았습니다.”

유격수 라인 드라이브 아웃.

“이건 어쩔 수 없다고.”

브라이튼은 어깨를 으쓱하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공격 템포가 빠르군.”

코스타 타격 코치가 이반 감독의 말을 받았다.

“눈에 보이는 공은 놓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르지 않나? 킴이 휴식할 시간이 필요한데…….”

블렛소 투수 코치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킴은 좋은 리듬을 타고 있습니다. 휴식 시간이 짧다고 해도 문제는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가?”

“오히려 공격이 길어져 휴식 시간이 길어진다면 그게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짧은 휴식 시간은 체력 안배에 악영향을 주지만, 템포 유지에는 역으로 도움이 되었다.

“우익수 플라이 아웃! 탬파베이, 삼자범퇴로 물러납니다.”

로저 클레멘스는 투구수 9개로 6회 말을 끝내고 불펜으로 향했다.

하머스 투수 코치가 그와 함께 걸으며 물었다.

“로저, 더그아웃에서 쉬지 않는 건가?”

“지금 이 느낌을 살리고 싶습니다.”

“좋은 템포를 찾은 모양이군.”

“예, 지금 이 템포 잊지 않고 싶습니다.”

좋은 리듬을 타고 있는 것은 김민만이 아니었다.

7회 초.

김민이 더그아웃에 올라오자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K! K! K!”

“기록을 만들어버려!”

김민은 사람들이 왜 자신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오늘 경기 삼진을 많이 잡긴 했지만 기록을 세울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는 삼진의 총합을 계산했지만, 팬과 방송사는 연속 삼진 기록을 주목하고 있었다.

“7회 초 선두 타자는 2번 타자 더글라스입니다.”

더글라스는 지난 6회 초 대기 타석에서 김민의 투구를 똑똑히 보았다.

‘오늘만큼은 킴이 아니라 또 다른 로저 클레멘스가 던지는 것 같아.’

그는 미간을 좁히며 배트를 짧게 잡았다.

‘100마일(161km)을 던지는 투수처럼 상대해야 해.’

김민은 타자의 자세를 살핀 뒤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휙!

손을 떠난 공이 큰 호를 그렸다.

‘커브?’

더글라스가 떨어지는 공을 향해 배트를 냈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높이 떠올랐다.

“공이 외야로 뻗어 나갑니다.”

더글라스의 타구는 예상보다 멀리 날아갔지만, 폴대를 지나고 말았다.

“파울!”

김민은 타구의 비거리가 상당히 긴 것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올스타 레벨은 아니지만 양키스 2번을 맡을 자격이 있다는 건가? 더글라스, 얕볼 수 있는 타자가 아니야.’

더글라스의 대형 파울은 관중들의 목소리마저 작게 만들었다.

“홈런은 되지 않았지만, 이것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군.”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는 사내는 바로 데릭 지터였다.

홀랜드는 김민이 뛰어난 승부사라는 것은 인정했지만, 구위가 뛰어난 투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킴의 공은 그래, 정확히 히팅 포인트만 맞출 수 있다면 치지 못하는 공은 아니라고.”

지터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포인트를 맞출 수 없는 게 현실이지.”

슉!

두 번째 공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드는 패스트볼이었다.

더글라스의 배트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지터는 더글라스의 배트가 공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을 보곤 혀를 찼다.

“커브가 가져온 이득이군.”

홀랜드가 미간을 좁혔다.

“홈런이라는 위험을 감수했으니, 2구째는 이득을 보는 게 당연해.”

김민은 커브로 더글라스의 타이밍을 늦춘 뒤,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은 것이었다.

‘다음 공으로 승부에 들어간다.’

그는 공을 강하게 잡곤 미트를 향해 뿌렸다.

슉!

‘빠른 공? 아니야.’

더글라스의 배트가 공을 따라 아래로 내려왔다.

하지만 공은 그가 생각한 것과 다른 궤적으로 움직였다.

‘이것은…….’

팡!

미트에 꽂힌 공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스플리터가 아니야.’

스플리터가 아니라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였다.

‘투심!’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주심의 격렬한 제스처에 캐스터가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8연속 삼진입니다! 킴! 대단합니다! 아메리칸 리그 포스트 시즌 기록입니다!”

포스트 시즌 여덟 타자 연속 삼진.

“K! K! K!”

“레코드 브레이커! 킴!”

로저 클레멘스는 환호성을 듣고 난 뒤, 옅은 미소를 지었다.

“꼬마가 해낸 모양이군.”

김민은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 방송이 있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기록을 세웠는지 깨달았다.

‘포스트 시즌 연속 삼진 기록이라.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은 아니야.’

그는 기록보다는 배터 박스에 들어선 타자에 집중했다.

‘다음 타자는 제레미, 여기서 그를 잡지 못하면 8연속 삼진 같은 건 의미가 없어.’

점수에 여유가 있다면 볼넷으로 1루를 채웠을 것이다.

그러나 탬파베이는 1-0으로 한 점을 앞서고 있을 뿐이었다.

‘힘으로 해결할까?’

그에게는 제레미를 이길 수 있는 공이 하나 있었다.

‘업 라이징 패스트볼. 아니야. 아직 아웃 카운트가 8개나 남아 있어.’

김민은 오른손을 어깨에 가져갔다.

‘해 보자.’

그는 업 라이징 패스트볼을 사용하지 않고 제레미를 잡아 보고자 했다.

슉!

초구는 바깥쪽 커터.

제레미는 이 공을 쳐 냈다.

탁!

“파울!”

제레미는 파울 타구를 치곤 쓴웃음을 지었다.

‘코너를 찌르는 패스트볼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바깥쪽으로 도망쳤군. 정면 승부는 역시 두려운 건가?’

김민은 좋은 투구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인터벌을 짧게 가져갔다.

슉!

패스트볼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같은 공이냐? 아니야. 이건…….’

공을 향해 나아가던 제레미의 배트가 멈췄다.

팡!

포수 미트에 들어온 공은 분명 스트라이크존 아래를 통과했다.

‘스플리터군.’

그러나 공이 들어온 직후 록튼의 미트가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제레미는 이 기술을 알고 있었다.

‘프레이밍!’

이윽고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트라이크!”

카운트 0-2.

록튼의 프레이밍 하나로 제레미가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제레미가 주심에게 고개를 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볼입니다.”

제레미가 항의하자 주심이 미간을 좁혔다.

“떨어지기 전에 존을 통과했어.”

“뭐라고요?”

“제레미, 이 이상 항의하면 퇴장이야.”

제레미는 위로 올라가려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

‘내가 퇴장당한다면 시리즈는 끝이다.’

그는 화를 삭이기 위해 타임을 걸곤 대기 타석으로 돌아갔다.

“노련하군. 타임을 걸어 시간을 벌었어.”

이반 감독은 빠르게 승부를 가져갔다면 제레미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타임. 설마 킴의 리듬이 깨지는 것은 아니겠지.’

제레미는 배트에 왁스를 바른 뒤 배터 박스로 돌아왔다.

그는 배트를 세우기 전 록튼을 노려보았다.

‘프레이밍 같은 잔재주로 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배트를 세우자 김민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이반 감독의 기우와 달리 김민은 좋은 리듬으로 세 번째 공을 던졌다.

슉!

안쪽 코스를 노리는 빠른 공.

제레미는 이 공을 그대로 당겼다.

딱!

“큰 타구입니다! 하지만 타구는 그대로 1루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김민은 제레미의 괴력에 속으로 혀를 찼다.

‘그걸 관중석까지 보내다니…… 평범한 타자였다면 1루 더그아웃 쪽으로 날아가는 파울이었을 텐데. 후…… 괴물과 싸우는 건 쉽지 않아.’

스테로이드로 만들어진 제레미의 괴력은 평범한 공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이것으로 안 된다면 항복하겠어.’

그가 승부구로 선택한 공은 높은 코스를 찌르는 라이징 패스트볼이었다.

슈욱!

빠른 공이 높은 코스로 날아갔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뒤쪽으로 날아갔다.

“파울 타구가 포수 뒤쪽으로 흐릅니다.”

“96마일(154km) 패스트볼, 킴이 마음먹고 던진 공을 제레미가 커트합니다.”

제레미의 집중력은 김민이 예상한 이상이었다.

‘9연속 삼진? 농담하지 마. 내가 그런 기록의 희생양이 될 것 같아?’

그는 배트를 세우곤 공을 기다렸다.

김민은 록튼에게 공을 받은 뒤 그것을 강하게 쥐었다.

‘하이 패스트볼을 따라갈 수 있는 배트라. 정말 항복해야 하나. 아니, 여기서 항복할 수는 없지.’

그는 강하게 공을 잡았다. 그리곤 전신의 힘을 오른손 끝에 모았다.

‘그대로 꽂혀라!’

슈욱!

패스트볼이 다시 한번 높은 코스로 날았다.

‘하이 패스트볼!’

제레미의 눈에 떠오르는 공이 선명하게 보였다.

‘킴, 네 라이징 패스트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의 배트가 공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이게 대체…….’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제레미는 헛스윙을 한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공은…….’

공은 록튼의 미트에 들어가 있었다.

‘공이 배트를 피해 도망쳤다.’

그는 공이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공은 평소보다 덜 떨어졌을 뿐이었다.

‘성공이군.’

회전수를 극대화한 업 라이징 패스트볼.

그러나 김민은 미소를 짓지 않았다.

“킴이 9연속 타자 삼진을 기록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발표에 트로피카나 필드가 끓어올랐다.

“킴! 킴! 킴!”

“K! K! K!”

이반 감독과 템파베이 선수들은 기립 박수로 신기록 수립을 축하했다.

“축하한다.”

“킴! 멋진 피칭이야.”

포사다는 끓어오른 분위기 속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킴의 오른손이 이상해.’

그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김민은 업 라이징 패스트볼을 던진 직후, 이상을 감지했다.

‘손끝의 감각이…….’

손톱이 깨진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피멍인가?’

피멍은 타박상의 일종.

‘통증이 있어.’

심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대로라면 라이징 패스트볼은 던질 수 없었다.

‘어쩌면 커터 같은 것도 던질 수 없을지도 몰라.’

7회 초 2사.

의료진을 부른다고 해도 다음 투수가 몸을 풀 시간을 벌 수 없었다.

‘몸이 풀리지 않은 불펜 투수로는 오스번을 잡아낼 수 없다.’

김민은 의료진을 부르는 대신 그대로 오스번과 승부에 들어갔다.

‘어디까지 던질 수 있을까? 설마 홈런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그는 스플리터 그립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에 공을 끼는 스플리터는 다른 구종보다 손가락 끝을 덜 이용하는 공이었다.

‘제발, 버텨다오.’

“킴! 오스번을 상대로 10연속 삼진에 도전합니다.”

캐스터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민이 한가운데를 향해 공을 던졌다.

슉!

빠른 공이었다.

오스번은 한가운데로 날아오는 빠른 공을 보곤 혀를 찼다.

‘킴도 사람이군. 9연속 삼진 기록에 취해 실투를 던지다니.’

배트가 공을 향해 움직였다.

탁!

오스번은 공이 큰 바운드를 일으키는 것을 보곤 혀를 찼다.

‘젠장, 속았군. 킴이 실투를 던질 리가 없지.’

유격수 브라이튼은 2루 베이스 앞에서 공을 잡아냈다.

“브라이튼! 그대로 1루에 송구합니다!”

파앙!

아울의 미트에 공이 들어온 순간 팬들은 환호보다는 아쉬운 탄성을 터트렸다.

“아!”

“기록이 깨졌어.”

김민의 연속 삼진 기록은 9에서 멈추고 말았다.

그러나 김민은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었다.

‘손가락이 버텨줬어.’

7이닝 무실점 13K.

그의 5차전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뭐? 손가락 끝에 피멍이 들었다고?”

김민의 말을 들은 블렛소 투수 코치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조금 무리한 것 같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급히 트레이너를 불렀다.

“맥스, 아이싱과 동시에 엑스레이 촬영 부탁하네.”

엑스레이 촬영은 뼈의 이상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반 감독은 블렛소 투수 코치의 지시를 듣곤 미간을 좁혔다.

“엑스레이 촬영 직후 바로 병원으로 가보게. 킴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해.”

그는 트레이너에게 지시를 내린 후 블렛소 투수 코치를 불렀다.

“불펜을 가동하지.”

“알겠습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트레이너와 함께 김민을 의무실로 인도했다.

“킴, 언제 다친 건가?”

김민이 복도를 걸어가며 대답했다.

“제레미를 상대한 마지막 공을 던질 때 무리한 것 같습니다.”

“떠오르는 공이 손에 무리를 주는 모양이군.”

김민이 말했다.

“그건 조금 특별한 공이었습니다.”

“더 강한 공이었나?”

“그렇습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8회 초.

김민에게 마운드를 이어받은 것은 스페이츠였다.

‘1-0, 터프한 상황이군.’

그는 호흡을 조절한 뒤 초구를 밀어 넣었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 높은 코스를 노렸다.

파앙!

공은 배트를 뿌리치고 미트에 꽂혔다.

“스윙 스트라이크!”

5번 타자 홀리스는 혀를 찼다.

“97마일(156km)이라고? 빠르잖아.”

스페이츠는 정통 오버핸드 투수였기 때문에 김민과 공의 궤적이 완전히 달랐다.

양키스 타자들은 이 새로운 궤적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5번 타자 홀리스의 삼진.

양키스 더그아웃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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