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챔피언십 시리즈 01
이반 감독은 검소한 사람이었다.
출근할 때는 어김없이 오래된 포드 차를 끌고 주차장에 들어섰다.
입고 있는 옷도 15년이 넘은 오래된 양복, 신발 역시 10년이 훌쩍 넘어 굽을 2번이나 간 오래된 구두였다.
미국에서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메이저리그 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복장과 자동차였다.
그러나 그는 오늘도 낡은 포드차를 끌고 주차장에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한가?”
이반 감독은 주차 관리 요원과 인사를 주고받은 뒤 주차 라인에 정확히 차를 주차했다.
“됐군.”
그는 주차할 때 좌우 라인이 어긋나 있으면 시동을 끄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한번에 라인을 정확히 맞췄다.
‘운이 좋군.’
철컥.
차 문을 열고 나오자 탬파베이 구단 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공항까지 1시간…… 트래픽(교통체증)이 시작되기 전에 출발하는 게 좋겠는데.”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 곳은 이곳 트로피카나 필드가 아니라 양키 스타디움이었다.
탬파베이 선수단과 그는 이곳을 출발해 뉴욕으로 날아갈 예정이었다.
이반 감독이 버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챔피언십 시리즈라니. 믿기지 않는군.’
그는 탬파베이에서만 5년째 감독을 하고 있었다.
데뷔 첫해 팀은 90패를 넘겼다.
이반 감독은 팀의 수장으로서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리고 2000 시즌, 홀먼 단장과 빈스 구단주는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그렉스가 왔고, 렉터가 합류했지.’
선발 3인방과 30홈런 4번 타자가 완성된 것이다.
이반 감독은 지구 1위는 몰라도 다크호스는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00 시즌 결과는 처참했다.
탬파베이는 지구 최하위에 머물렀으며 95승이 아닌 95패를 돌파했다.
빈스는 과감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적을 내지 못하자 지갑을 닫아 버렸다.
이반 감독에게 시련의 계절이 닥친 것이었다.
‘그때 그 친구를 만났지.’
검은 머리를 한 동양인 투수.
첫인상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떤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던가?
아마…… 대충 이랬을 것이다.
노모나 박찬호처럼 터졌으면 좋겠다.
이반 감독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인상이 아니었어. 볼 배합이 좋은 그저 그런 투수였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김민에 대한 인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시범 경기부터였다.
그는 시범 경기에서 뛰어난 운영 능력을 발휘해 잇달아 승리를 따냈다.
‘믿기지 않는 승리였지. 20대 초반 투수가 40세 노장처럼 공을 던졌으니까.’
이반 감독이 버스 앞에 다가서자 바이슨 수석 코치가 나와 그를 맞이했다.
“감독님, 일찍 오셨군요.”
“자네는 나보다 더 일찍 왔군.”
“전 아침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선수들은?”
“아직입니다.”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버스에 올라탔다.
“바이슨, 기억하나?”
“어떤 일 말입니까?”
“킴이 처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을 때 말이야.”
“2001 시즌 개막전 말씀이시군요.”
“그래.”
바이슨이 허공을 보며 말했다.
“사실 그땐 버리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빈스의 도박이라고 생각했지.”
바이슨이 미소를 머금었다.
“빈스가 도박에서 승리한 건 그게 마지막일 겁니다.”
2001 시즌 개막전.
김민은 믿기지 않는 호투로 승리를 달성했다.
“그게 아마 모든 것의 시작이었을 거야.”
이반 감독은 김민이 있었기에 지금의 탬파베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양키스, 잡을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잡을 수 있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이반 감독의 경기 운영과 선수단 장악 능력은 95패 시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되어 있었다.
“1차전은 킴, 2차전은 설리반, 3차전은 클락, 4차전은 렉터일세.”
최대 7번을 맞붙는 챔피언십 시리즈.
이반 감독은 3선발 체제가 아닌 4선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2차전에 렉터가 아니라 설리반을 쓰는 겁니까?”
“양키스를 상대로는 설리반이 나아.”
설리반은 디비전 시리즈에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력이 충분했다.
이반 감독은 양키스를 상대로는 에너지 레벨이 높은 투수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5차전은 킴, 그리고 6차전은…… 잘 모르겠군. 6차전 선발은 그때 가서 생각해야겠어.”
그는 가능하면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길 바라고 있었다.
‘시리즈가 길어지면 빅3의 양키스를 당해내기 힘들다.’
2시간 뒤.
버스는 주차장을 빠져나가 탬파베이 국제공항을 향했다.
* * *
양키스 팬들에게 챔피언십 시리즈는 매년 방송되는 TV시리즈와 같았다.
“이번 상대는 탬파베이인가?”
주인공은 항상 양키스였다. 그리고 매번 바뀌는 것은 악당으로 등장하는 상대 팀이었다.
“오클랜드가 떨어졌더군.”
“오클랜드는 매년 그렇잖아. 정규 시즌에서는 날아다니지만, 포스트 시즌만 되면 힘을 쓰지 못한다고.”
양키스 팬들은 1차전 선발 투수가 김민이라는 것을 알고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우리에겐 로켓맨이 있으니까.”
“맞아, 킴은 정규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내는 그런 투수일 뿐이야.”
로저 클레멘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수 중 한 명.
그의 커리어는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김민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다.
“이번 시즌 최고는 킴이지만,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는 로켓맨이야.”
“300승 투수와 100승도 못 올린 투수의 대결이군.”
블렛소 투수 코치는 상대가 위대한 투수라는 것을 인정하고 승부에 들어갔다.
“로저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투수다. 그를 이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운도 따라 줘야 한다.”
김민도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가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그의 모든 것을 인정하진 않았다.
“지금은 대단하지 않아.”
로저 클레멘스의 강속구는 오래전에 사라졌어야 했다.
하지만 40세가 넘은 지금도 로저 클레멘스는 98마일(158km)이 넘는 강속구를 뿌리고 있었다.
“약물의 힘을 빌린 덕분이지.”
팽! 팽!
라몬의 미트에 들어간 공이 옅은 소리를 냈다.
라몬이 미트에서 공을 빼며 물었다.
“킴, 왜 그래? 공에 힘이 없어.”
김민이 글러브를 들며 대답했다.
“원정 경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라몬은 미간을 좁혔다.
“킴은 그런 투수가 아니잖아.”
데뷔 시즌, 김민은 홈과 원정의 차이가 나는 투수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김민은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어쩌면 챔피언십 시리즈에 겁을 먹었을지도 모르죠.”
“그게 무슨 소리야. 겁을 먹다니.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속도를 좀 높여. 곧 경기가 시작한다고.”
김민은 라몬의 요구에 구속을 높였다.
팡!
미트에 꽂힌 공이 좋은 소리를 냈다.
“이제야 제대로 던지는군.”
김민이 몸을 푸는 동안 탬파베이의 1회 초 공격이 시작되었다.
선두 타자로 나선 것은 1번 타자 브라이튼.
‘챔피언십 시리즈, 첫 상대는 로켓맨인가? 여기서 안타를 친다면 전 세계가 날 주목하게 될 거야.’
그는 야심가답게 로저를 정조준했다.
하지만 로저는 힘들이지 않고 브라이튼을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멋진 스플리터입니다.”
“저런 공을 칠 수 있는 타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브라이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은 93마일(150km) 스플리터였다.
“무슨 스플리터가 저렇게 빨라.”
“킴의 패스트볼과 같은 속도야.”
탬파베이 타자들을 로저의 스플리터에 혀를 찼다.
“다음은 케니히인가?”
케니히는 승리 파티 후유증으로 며칠간 고생했지만, 지금은 컨디션을 되찾은 상태였다.
‘빠른 공, 그리고 더 빠른 공. 여기에 지금은 괴물 같은 스플리터를 던진다. 로저 클레멘스, 역시 어려운 상대야.’
배트를 세우자 초구가 한가운데로 날아왔다.
‘한가운데? 패스트볼인가? 아니야. 이건 스플리터야.’
케니히의 스윙이 낮은 궤적을 그렸다.
‘떨어지는 공을 걷어 올린다!’
그러나 로저가 던진 공은 아래로 떨어지는 대신 위로 떠올랐다.
‘라이징 패스트볼!’
눈 깜짝할 사이, 공이 배트를 지나쳤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로저의 피칭은 압도적이었다.
“공이 배트에 스치지도 않았어.”
“케니히가 저렇게 차이가 나는 스윙을 하는 건 오랜만이군.”
탬파베이 타자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를 앞에 두고 미간을 좁혔다.
“통산 300승 투수가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선발이라니…….”
“킴도 대단하지만, 상대가 너무 대단해.”
“악의 제국 에이스로 딱 어울리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로저 클레멘스는 이번 시즌 20승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탬파베이 타자들에게 그 사실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로저의 강속구와 스플리터는 마치 마구와 같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케니히의 삼진.
“로저! 연속 삼진입니다!”
이반 감독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포스트 시즌을 위해 힘을 아낀 모양이군.”
바이슨 수석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저 정도 되면 정규 시즌은 큰 의미가 없겠죠. 게다가 팀도 양키스고…….”
양키스 빅3는 정규 시즌 내내 오클랜드의 영건 3인방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양키스의 빅3가 오클랜드의 영건 3인방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 녀석들의 목표는 정규 시즌이 아니라 월드시리즈 우승이니까.”
“양키스가 정규 시즌을 전력으로 치렀다면 110승도 무난히 깼을 겁니다.”
양키스 선수들은 포스트 시즌이 진짜 무대라고 생각했다.
“다음 타자는 윌리엄이군.”
“탬파베이는 저 친구만 잡으면 끝이야.”
“탬파를 쓰러뜨리면 월드시리즈인가?”
“내셔널 리그 쪽은 어때?”
“자이언츠 아니면 애리조나야.”
윌리엄은 이번 시즌 MVP급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양키스 선수들에게는 별반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들은 윌리엄이 미네소타의 시몬스나 오클랜드의 호세보다 클래스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윌리엄은 실력으로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작정이었다.
‘대기 타석에서 본 로저의 공은 분명 좋았다. 하지만 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그는 패스트볼을 정조준했다.
‘노리는 공은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패스트볼이다.’
슉!
초구는 예상대로 빠른 공.
‘온다!’
윌리엄은 완벽한 타이밍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배트는 허공을 쳤을 뿐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이럴 수가…… 그 타이밍에 헛스윙이라니.’
윌리엄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공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완벽한 라이징 패스트볼이었어. 떠오르는 높이만 보면 킴이 던지는 것 이상이야.’
조금씩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윌리엄은 호흡을 조절하곤 다시 배트를 세웠다.
‘카운트를 하나 내준 것뿐이야. 아래로 찍듯 배트를 휘두르면 칠 수 있어.’
극단적인 다운스윙.
그러나 로저 클레멘스의 라이징 패스트볼은 극단적인 다운스윙 정도로 쳐 낼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다.
“패스트볼에 다시 배트가 돌아갑니다!”
“윌리엄의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공과 배트의 차이가 큽니다.”
윌리엄은 전광판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98마일(158km)인가? 정규 시즌에는 이렇게까지 빠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야.’
정규 시즌 윌리엄은 로저 클레멘스를 상대로 12타수 4안타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에서 만난 로저 클레멘스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믿기지 않는 빠른 공과 악마적인 스플리터로 탬파베이 타자들을 막아섰다.
‘마왕, 딱 그런 이미지야.’
남은 카운트는 하나.
윌리엄은 마왕을 상대하는 용사의 마음으로 배트를 들었다.
‘무조건 이긴다.’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배트가 마치 성검처럼 느껴졌다.
슉!
다시 한번 빠른 공.
윌리엄은 두 손에 힘을 주며 배트를 내밀었다.
‘떠오르는 공을 그대로 내리친다.’
툭.
배트에 닿은 공이 가벼운 소리를 냈다.
‘닿았어.’
그러나 다음 순간 공은 앞으로 나가는 대신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파울 팁 삼진.
윌리엄의 검은 꺾이고 말았다. 그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 공이군.”
로저 클레멘스, 그는 포스트 시즌에 완벽히 부활해 탬파베이 타선을 막아섰다.
“세 타자 연속 삼진이라는군.”
불펜을 나서는 김민에게 포터 불펜 코치가 던진 말이었다.
“나쁘지 않은 투구군요.”
김민의 반응은 시크했다.
“그뿐이야?”
“상대 팀 투수를 칭찬할 수는 없잖아요.”
김민은 모자를 고쳐 쓰곤 마운드에 올랐다.
1회 말.
양키스 타선은 1번 타자 지터부터 시작했다.
“지터, 이번 시즌은 0.311의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시즌보다는 분명 낮은 타율입니다. 하지만 디비전 시리즈에서 기록한 타율은 이보다 높았습니다.”
포스트 시즌에 집중력이 올라가는 것은 지터도 마찬가지였다.
‘포스트 시즌에는 정규 시즌의 지루함이 없어.’
그는 포스트 시즌의 전력 승부를 즐겼다.
‘킴, 제대로 붙어 보자고.’
김민은 록튼과 사인을 교환한 뒤 초구를 던졌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을 노렸다.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으려는 모양이군.’
지터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아갔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백네트에 꽂혔다.
퍽!
“파울!”
지터는 좋은 타이밍으로 배트를 냈지만, 앞으로 가는 타구를 만들어 내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무브먼트가 좋아.’
그는 다시 배트를 세웠다.
슉!
이번에는 안쪽으로 오는 빠른 공이었다.
‘로케이션 승부인가?’
지터가 다시 한번 배트를 내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배트에 공을 맞히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89마일(143km).
‘스플리터인가?’
김민은 로저 클레멘스와 다른 유형의 투수였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페이스로 타자를 끌어들였다.
‘지터, 다음은 이거야.’
김민은 그립을 고쳐 잡곤 세 번째 공을 던졌다.
휙!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커브가 큰 호를 그렸다.
‘이것은…….’
빠른 공을 예상했던 지터는 커브에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았다.
‘첫 타석부터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이군.’
배트를 냈지만 정확한 배팅이 될 리가 없었다.
탁!
타구가 1루 베이스 쪽으로 흘렀다.
‘틀렸어.’
지터가 혀를 찬 순간 1루수 아울이 앞으로 달려 나왔다.
“아울이 공을 잡아 지터를 기다립니다!”
1루수 터치아웃.
지터의 첫 번째 타석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킴이 첫 타자를 잡아냈습니다.”
이반 감독이 바이슨 수석 코치의 말을 받았다.
“킴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군. 정말 대단한 친구야.”
처음으로 올라온 챔피언십 시리즈.
김민은 마치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무대인 것처럼 공을 던지고 있었다.
로저 클레멘스는 김민의 투구를 보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어린 친구가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군.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던질 수 있을까?”
그는 챔피언십 시리즈는 정규 시즌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번 타자 더글러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더글러스는 이번 시즌 호타준족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27홈런, 28도루.
20-20은 물론 30-30도 노려볼 수 있는 성적이었다.
‘킴, 포스트 시즌은 정규 시즌과 하늘과 땅 차이라고.’
더글러스가 로저 클레멘스와 같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초구가 날아온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슈욱!
‘빨라!’
더글러스는 급히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나 김민의 공은 높은 코스를 그대로 직격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7마일(156km).
“킴! 강속구로 더글러스의 배트를 내리 눌렀습니다!”
더글러스의 얼굴에서 옅은 미소가 사라졌다.
‘해 보자는 거군.’
그는 라이징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췄다.
그러나 김민의 다음 공은 낮게 떨어지는 커브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지터는 더글러스의 헛스윙을 보곤 혀를 찼다.
“킴이 더글러스를 완전히 가지고 노는군.”
포사다는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지터가 말했다.
“아직 장비를 착용하는 건 이르다고.”
포사다가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말을 받았다.
“다들 잊고 있는 모양인데. 상대는 킴이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더글러스가 삼진으로 돌아섰다.
“더글러스! 삼구삼진입니다!”
지터는 더글러스의 삼진을 확인하곤 고개를 포사다에게 돌렸다.
“킴은 킴인가?”
“역대 최고의 투수를 논하면 로저가 최고일 거야. 하지만 오늘 이 경기에서 최고의 투수를 뽑으라고 하면 나는 답을 말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