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74화 (174/296)

174화 디비전 시리즈의 승자 04

5회 말.

탬파베이 공격.

“선두 타자는 윌리엄인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윌리엄은 나쁘지 않아.”

“13타수 6안타. 시리즈 타율이 0.461인가?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무시무시하군. 아울이 없었다면 윌리엄이 주목을 받았을 거야.”

윌리엄, 그는 오클랜드 투수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타자였다.

‘지난해 트레이드는 나에게 행운이었어. 계속 캔자스시티에 있었다면 절대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없었을 거야.’

팀을 바꾼 뒤, 팀 성적은 물론 개인 성적까지 크게 오른 윌리엄이었다.

그래서 그는 탬파베이와 팀원 전부를 사랑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3루 관중석에 떨어졌다.

“파울!”

윌리엄은 홈플레이트를 배트로 가볍게 두드리곤 배트를 세웠다.

‘95마일(153km) 정도…… 못 칠 공은 아니야.’

슉!

다시 한번 패스트볼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안쪽이 아닌 바깥쪽.

‘로케이션 승부인가? 로케이션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윌리엄의 배트가 안쪽 공을 강하게 당겼다.

딱!

타구가 1루수 키를 넘겨 외야로 빠져나갔다.

“페어! 페어입니다!”

우익수가 라인을 벗어난 공을 잡기 위해 머뭇거린 순간 윌리엄이 2루를 노리고 속도를 높였다.

“윌리엄! 2루로 달립니다.”

우익수 카를로스가 황급히 2루를 향해 공을 던졌지만, 2루심의 판정은 세이프였다.

“윌리엄, 좋은 주루 플레이입니다.”

“마린이 상당히 괴롭겠습니다. 무사 주자 2루입니다. 게다가 다음 타자는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좋은 타격을 보여 주고 있는 아울입니다.”

4번 타자 아울. 그는 이번 시리즈에서 양키스의 제레미 못지않은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탬파베이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승리한다면 아울이 시리즈 MVP를 받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마린은 가볍게 심호흡했다.

“무사 2루에 아울인가? 좋은 상황은 아니군.”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기 직전 벤치에서 먼저 사인이 나왔다.

“아울을 거르라고?”

무사 2루에서 고의사구 사인이 나왔다.

오클랜드를 이끄는 파출리아 감독은 아울과 승부하는 것보다 1루를 채우고, 5번 타자 그렉스와 승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투수와 타자의 승부는 정면승부만 있는 게 아니야.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피하는 게 좋을 때도 있지.”

이반 감독은 아울의 고의사구를 보곤 미간을 좁혔다.

“그렉스를 상대로 더블 플레이를 노리려는 모양이군.”

바이슨 수석 코치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렉스는 발이 느리니까 땅볼이 나온다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그렉스는 배터 박스에 들어선 뒤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아울을 거르고 날 상대한단 말이지?’

전성기 시절이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15시즌을 뛴 노장이었다.

‘15시즌을 뛰는 동안 배트 스피드는 느려졌지만, 경험이란 것이 쌓였어. 그 경험의 힘을 보여 주지.’

슉!

초구는 바깥쪽으로 가는 패스트볼.

탁!

배트 끝에 맞은 공이 뒤쪽으로 흘렀다.

“배트가 공을 따라가지 못하는군요.”

“이번 시즌 그렉스는 95마일(153km) 이상 패스트볼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렉스는 파울 이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타이밍을 당겼는데도 이 정도인가?”

그는 장갑을 고쳐 낀 뒤 배트를 세웠다.

‘무사 주자 1, 2루. 다음 공은 아마도 안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겠지.’

안쪽에서 떨어지는 공은 땅볼이 될 확률이 가장 높은 공이었다.

그러나 마린은 체인지업 대신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힘으로 밀어붙인다.’

슉!

빠른 공이 안쪽 코너를 노렸다.

체인지업을 예상했던 그렉스는 배트가 따라가지 못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코너에 몰린 그렉스.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 진루타도 치지 못하고 끝나겠군. 체면이 말이 아니야.’

이반 감독은 그렉스가 적어도 진루타는 쳐줄 것으로 믿었다.

‘경험이 많은 그렉스라면 해낼 수 있어.’

탁!

다시 한번 파울.

이번에도 마린의 선택은 패스트볼이었다.

“마린이 빠른 공으로 그렉스를 몰아붙입니다.”

그렉스는 위태위태한 상황에서도 삼진을 당하지 않으며 버텼다.

‘체인지업, 하나는 반드시 온다.’

5구.

그가 그토록 기다렸던 체인지업이 날아왔다.

‘좋았어!’

딱!

배트에 맞은 공이 1, 2루 사이로 날아갔다.

“빠른 타구!”

그러나 그렉스의 타구는 내야를 뚫지 못한 채 2루수 영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영이 앉은 자세로 2루에 공을 던집니다!”

유격수 버나드는 포구와 동시에 베이스를 터치한 뒤, 빠르게 1루에 공을 던졌다.

“1루에서도 아웃! 더블 플레이입니다!”

“탬파베이, 최악의 결과입니다. 무사 1, 2루에서 더블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이건 파출리아 감독의 승리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린에게는 최고의 그렉스에게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그렉스는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기다리던 공이었는데 힘이 너무 들어가고 말았어. 최악의 결과군. 오늘 경기에서 패한다면 모두 내 책임이야.’

그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2사 3루.

마린은 전광판을 확인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3루에 주자가 있긴 하지만 2사군. 이제 타자 주자만 잡으면 끝이야.’

타석에 선 것은 6번 타자 머레이.

머레이는 한때 3번 타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린은 그가 클린업을 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머레이가 클린업에 있었던 것은 탬파베이 타선이 너무 약해서였지. 그는 7, 8번이 딱 어울리는 타자야.’

마린은 패스트볼 그립을 쥐곤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카운트를 하나 잡고 다음을 생각하자.’

슉!

94마일(151km) 패스트볼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파앙!

“스트라이크!”

머레이는 몸을 움찔했을 뿐 배트를 내지 못했다.

마린은 머레이의 반응에 자신감을 더했다.

‘탬파베이 하위 타순은 크게 위협이 되지 않아.’

그는 재차 바깥쪽으로 패스트볼을 꽂아 넣었다.

“스트라이크!”

카운트 0-2.

투수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끝났군.”

호이스트는 탬파베이가 좋은 기회를 날렸다고 생각했다.

“그렉스가 더블 플레이를 친 게 컸어. 이번 5회 말은 파출리아 감독의 승리야.”

탁!

배트 끝에 맞은 공이 힘없이 외야로 흘러나갔다.

“빗맞은 타구인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빗맞은 타구! 유격수와 중견수가 달립니다!”

머레이의 타구는 정말이지 힘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힘없는 타구는 글러브가 아닌 두 수비수 사이에 떨어졌다.

툭…….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안타.

“3루 주자 홈에 들어옵니다.”

“머레이의 텍사스 안타입니다.”

텍사스 안타는 빗맞은 타구가 우연히 내야수와 외야수 사이에 떨어진 것을 말했다.

그 기원은 1889년 텍사스 리그에서 인터내셔널 리그로 팀을 옮긴 아트 선데이가 연속으로 빗맞은 안타를 치자 지역 신문에서 ‘다시 한번 텍사스 리그 안타가 터졌다.’고 헤드라인을 단 것이었다.

파출리아 감독은 텍사스 안타에 혀를 찼다.

“운명은 왜 항상 오클랜드를 빗나간단 말인가?”

오클랜드와 파출리아 감독은 포스트 시즌 때마다 불운에 울었다.

이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 텍사스 안타가 나오면서 스코어가 역전되고 말았다.

김민은 파출리아 감독과 생각이 조금 달랐다.

‘이건 노력이 만든 행운이야.’

그는 머레이가 헛스윙으로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공을 따라가 배트에 맞췄기 때문에 텍사스 안타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머레이가 집중력을 잃어버렸다면 이 안타는 절대 나오지 않았을 거야.’

“탬파베이가 2-1로 앞서 나갑니다.”

“다음 타자는 스나이더입니다. 이 선수도 한 방이 있죠. 마린, 조심해야 합니다.”

탬파베이 공격은 득점 이후에도 계속되었지만, 추가점을 뽑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6회 초.

김민은 세 타자를 상대해 삼진 2개를 뽑는 위력투를 보여 주었다.

파출리아 감독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김민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흔들리고 있던 투수가 갑자기 사이영 페이스로 바뀌었군. 2-1의 스코어가 그에게 힘을 준 것인가?”

투수 코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제 생각인데 킴은 게임 플랜에 따라 경기를 운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5회까지 체력을 아끼면서 맞춰 잡고, 6회부터는 전력투구. 이런 패턴이 아닐까 싶습니다.”

투수 코치의 의견은 반만 맞았다.

김민이 5회까지 체력을 아끼면서 맞춰 잡은 것은 맞지만, 6회부터 전력투구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김민이 6회 뛰어난 피칭을 보여 준 것은 볼 배합을 바꿨기 때문이었다.

‘고속 슬라이더가 제대로 통하고 있어.’

그는 고속 슬라이더와 오늘 좋았던 커브를 혼합해 오클랜드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반 감독은 김민의 호투에 미소를 되찾았다.

“킴이 살아났어.”

바이슨 수석 코치도 표정이 밝아졌다.

“5회 말 공격이 길었던 것이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마린은 6회 말 하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한 뒤, 7회 초 타자들의 공격을 기대했다.

그러나 오클랜드 타자들의 배트는 김민의 고속 슬라이더에 헛돌 뿐이었다.

“구위가 떨어진 패스트볼을 노리는 타자들을 고속 슬라이더로 유인하고 있군. 떨어진 구위를 미끼로 사용하다니, 어떻게 된 녀석인지 모르겠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2번 타자 카를로스가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2번 타자 카를로스는 고개를 흔들며 배터 박스를 빠져나갔다.

“킴! 오늘 경기 7번째 삼진입니다.”

“오늘은 삼진이 많습니다. 9회까지 완투한다고 한다면 10K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김민은 배터 박스로 들어오는 타자를 보곤 미간을 좁혔다.

‘이번 타자는 쉽지 않다고.’

배트를 세운 타자는 바로 호세였다.

‘킴, 슬라이더로 도망가는 건 그만두는 게 좋아.’

그는 고속 슬라이더 위주의 피칭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슉!

초구가 바깥쪽을 향했다.

그러나 호세의 배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팡!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볼, 볼입니다.”

“호세, 공을 잘 골랐습니다.”

김민은 호세의 배트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것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

‘커브를 노리고 있는 건가? 아니면 어떤 공이 오더라도 초구는 치지 않겠다고 생각한 건가?’

패스트볼을 노렸다면 배트를 중간에 멈추는 일이 있더라도 배트가 움직였어야 했다.

그러나 호세의 배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느 쪽인지는 다음 공을 보면 알 수 있겠지.’

김민은 커브 그립을 잡았다.

휙!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커브.

이번에도 호세의 배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또 볼입니다. 킴, 호세를 볼넷으로 내보내려 하는 걸까요?”

“바깥쪽 유인구를 전부 거르고 있군요. 제가 보기에는 호세가 안쪽 공을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민은 속으로 혀를 찼다.

‘커브를 노리는 게 아니라. 바깥쪽 공은 버린다는 건가? 그렇다면 바깥쪽을 노려주지.’

그는 바깥쪽으로 88마일(142km) 패스트볼을 던졌다.

슉!

호세는 이 공도 그대로 흘려보냈다.

‘슬라이더에 속지 않는다.’

그러나 88마일 패스트볼은 휘어지지 않고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팡!

“스트라이크!”

호세는 전광판 구속을 확인하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어설픈 공으로 날 속였군.”

카운트 2-1, 상황은 아직 호세에게 유리했다.

호이스트는 이번 타석에서 호세가 일을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킴의 패스트볼 구위는 확실히 떨어졌다. 호세라면 충분히 공을 펜스 밖으로 넘겨 버릴 수 있다.’

슉!

네 번째 공.

호세는 이 공에 크게 헛스윙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77마일(124km).

“킴이 구속을 더 떨어뜨렸습니다!”

“느린 체인지업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군요.”

호세는 혀를 찼다.

‘느린 패스트볼 다음에 더 느린 체인지업인가?’

그는 배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킴, 모르는 건가? 느린 공으로 도망가는 건 한계가 있다.’

호세는 조금 더 타이밍을 늦춰 잡았다.

잠시 뒤, 다섯 번째 공이 날아왔다.

슈욱!

반응할 틈도 없을 만큼 빠른 공이었다.

‘빠, 빠르다.’

호세의 배트가 움직였을 때는 이미 공이 미트에 들어온 다음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5마일(153km).

호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터 박스를 떠났다.

‘함정에 완벽하게 빠졌군.’

그는 김민이 구속을 계속 낮췄던 이유가 이 공을 던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80마일(129km) 전후의 공을 연속으로 보여 준 다음 95마일(153km) 이상의 빠른 공.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타이밍을 맞출 수 없었을 거야.’

바이슨 수석 코치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김민을 보며 말했다.

“7이닝 1실점입니다.”

“롤러코스트라는 말은 취소하도록 하지.”

이반 감독은 김민이 오늘도 에이스의 위용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했다.

‘킴, 정말 좋은 투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도 운영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있다.’

7회 말.

탬파베이 공격.

마린은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이닝을 막아 냈다.

“7이닝 2실점. 마린은 제 몫을 했군.”

기대 이상의 투구였다.

하지만 스코어는 기대와 달리 뒤져 있었다.

파출리아 감독은 8회 초 어떻게든 따라가는 점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킴은 지쳤다. 그의 느린 공에 현혹되지 말고 빠른 볼을 공략하라!”

느린 공에 현혹되지 말라는 지시 때문일까?

김민의 슬라이더에 더 이상 타자들의 배트가 나오지 않았다.

“볼넷으로 키드가 1루에 나갑니다.”

무사 1루.

오클랜드가 반격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곤란한데.’

김민은 왼쪽 어깨에 손가락 세 개를 올렸다.

이것은 그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사인이었다.

-투심 패스트볼, 코스는 안쪽.

김민은 지난 오프 시즌 동안 투심 패스트볼을 연마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 이후,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투심 패스트볼을 사용하지 않았다.

‘포스트 시즌 한정이라면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떨어질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테지.’

그는 그립을 고쳐 잡았다.

슉!

빠른 공이 한가운데에서 타자 무릎 쪽으로 떨어졌다.

5번 타자 콜론은 처음 보는 무브먼트에 허공을 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파출리아 감독은 타자 무릎 쪽으로 떨어진 공에 고개를 갸웃했다.

“91마일(146km)이라고? 저 공은 대체 뭐지?”

투수 코치가 그의 물음에 답했다.

“투심 패스트볼로 보입니다.”

“투심?”

“투심이 아니라면 고속 싱커일 겁니다. 하지만 킴이 고속 싱커를 던졌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콜론은 코치들과 달리 자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뭐지? 떨어지는 공이었지만 스플리터가 아니었어. 킴이 이런 공을 던졌었던가?’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배트를 들었다.

슉!

두 번째 공도 빨랐다.

‘또 그 공인가?’

콜론이 배트를 아래로 내린 순간 공이 위로 솟아올랐다.

라이징 패스트볼이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연속 헛스윙.

5번 타자 콜론이 이마를 찌푸렸다.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군.’

그는 배트를 짧게 잡고 다음 공을 기다렸다.

휙!

3번째 공은 느린 커브.

바짝 조였던 긴장감이 한 번이 풀리는 공이었다.

‘뭐야. 이 느린 공은!’

콜론은 느린 커브를 커트하고자 했다.

툭!

배트에 힘이 너무 들어갔던 것일까?

공이 투수 앞으로 굴러갔다.

‘젠장! 하필 왜 그쪽이야!’

콜론이 속으로 비명을 지른 순간 김민이 공을 잡아 2루에 던졌다.

“2루 주자 아웃! 그리고 공이 다시 1루로 향합니다!”

타자 주자 콜론도 1루에서 아웃.

8회 초 무사 1루 상황에서 치명적인 더블 플레이가 나오고 말았다.

파출리아 감독은 모자를 벗었다.

“백기를 든다면 지금이겠군.”

8회 2사 그리고 하위 타선.

오클랜드가 역전할 가능성은 마리아노 리베라가 블론을 저지를 만큼 낮았다.

“중견수 머리 위에 뜨는 공! 머레이가 공을 처리합니다!”

김민은 마지막 타자를 중견수 플라이로 책임지곤 마운드를 볼튼에게 넘겼다.

9회 초.

볼튼은 2-1, 1점차 리드 상황에서 등판했다.

“볼튼, 어제에 이어 연속 등판입니다.”

“터프한 상황이군요. 하지만 막아줘야 합니다.”

파출리아 감독은 하위 타순에서 잇달아 대타를 기용했다.

하지만 대타로 나선 타자들은 볼튼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헛스윙 삼진 아웃! 볼튼이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팀을 챔피언십 시리즈로 이끕니다!”

볼튼이 허공을 향해 오른손을 번쩍 든 순간 오클랜드의 가을이 끝났다.

파출리아 감독은 두 눈을 감으면서 생각했다.

‘오클랜드와 함께 하는 것은 여기까지군.’

그는 정규시즌 메이저리그 최다승을 거두었으나 포스트 시즌에서 다시 한번 실패하고 말았다.

파출리아 감독은 빌리 빈이 자신을 계속 기용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경기 직후.

빌리 빈에게 파출리아 감독의 실패와 그의 거취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파출리아 감독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싸웠고, 졌을 뿐입니다. 우린 다음 시즌에도 그와 함께 갈 것입니다.”

그는 포스트 시즌의 실패를 파출리아 감독에게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상대 에이스를 누를 수 있는 슈퍼 에이스의 부재. 그것이 바로 우리 팀의 약점이다.’

빌리 빈은 오클랜드의 약점을 알았지만, 그것을 메울 수 없었다.

빈약한 재정 상황에서 슈퍼 에이스를 영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빌리 빈은 인터뷰룸을 빠져나온 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킴이 우리 팀에서 성장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 2, 3번쯤 월드시리즈를 우승했을 거야.”

그러나 야구에 만약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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