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66화 (166/296)

166화 2003 시즌 후반기 05

“카운트 0-2, 시몬스 코너에 몰렸습니다.”

“킴이 중심타선을 상대로 기어를 올리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투수입니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제어할 수 있는 요소는 다음과 같았다.

-공의 방향, 속도, 회전수, 그리고 회전의 방향.

투수는 이 4가지 요인을 제어해 다양한 공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라이징 패스트볼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당한 높이와 빠른 속도, 그리고 많은 회전수와 강한 백스핀(위에서 아래로 향한 회전)이 필요하다.

김민은 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았다.

‘카운트 0-2, 시몬스의 집중력은 최고일 터. 어설픈 공으로는 그를 잡아낼 수 없다. 시몬스, 최고의 공을 선물해 주지.’

그는 최고의 회전수가 담긴 공으로 시몬스를 상대하고자 했다.

“후…….”

숨을 들이마신 순간 김민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킴! 와인드업!”

시몬스는 김민의 오른손에 신경을 집중했다.

‘온다!’

그는 김민이 어설픈 공을 던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전력 승부에 이퓨즈 따위는 없다. 십중팔구 빠른 공이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으로 향했다.

‘빠르다!’

시몬스는 몸을 숙이면서 배트를 내밀었다.

‘고속슬라이더? 아니야. 킴은 같은 공을 2번이나 던지지 않아.’

그는 생각했다.

‘낮은 코스에서 떠오르는 공이나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다. 결국 50%의 확률인가?’

두 구종은 움직이는 방향이 달랐기 때문에 시몬스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킴이라면 패스트볼이다.’

시몬스의 배트가 떠오르는 공을 찍어 누르기 위한 궤도에 들어섰다.

‘공이 떠오르고 있다.’

그의 눈에 떠오르는 공이 보였다.

‘그대로 누른다!’

배트가 공을 강타할 때까지만 해도 시몬스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최고의 스윙으로 최고의 공을 때려냈다.

그는 경기의 승패를 떠나 자신이 이루고자 한 것을 완벽히 이룬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충만감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시몬스의 충만감은 0.2초도 채 이어지지 않았다.

딱!

“잘 맞은 타구! 그러나 멀리 가지 못합니다!”

우익수 윌리엄이 글러브를 든 채 타구를 기다렸다.

시몬스의 타구는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의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타구가 나왔단 말이냐?’

그는 현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떠오르는 공을 찍어 눌렀으니, 1, 2루 사이를 빠지는 안타가 나와야 했다.

그러나 공은 그대로 떠올랐다.

배트가 공의 아래를 때렸기 때문이었다.

“윌리엄이 공을 잡아냅니다! 이것으로 투 아웃입니다!”

“시몬스, 킴을 상대로 연타석 안타는 무리였군요.”

시몬스는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95마일(153km)…….”

구속으로 보면 라이징 패스트볼이 확실했다.

‘힘으로 누른 것인가? 하지만 95마일로는 내 배트를 누를 수 없다.’

그의 배트를 힘으로 누르려면 적어도 100마일(161km) 이상의 강속구가 필요했다.

‘히팅 포인트가 맞지 않은 건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시몬스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며 사고의 늪에 빠져들었다.

김민은 록튼으로부터 공을 받은 뒤 모자를 고쳐 썼다.

‘시몬스……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군. 그럴 수밖에 없을 테지. 이 공은 처음일 테니까.’

패스트볼은 백스핀이 강하면 강할수록 높이 떠올랐다.

김민은 이와 같은 성질을 이용해 라이징 패스트볼의 회전수를 최대로 높였다.

그 결과 평균보다 더 높이 떠오르는 라이징 패스트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김민은 이 공에 업 라이징 패스트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블렛소 코치가 아니었다면 이 공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야.’

그가 라이징 패스트볼을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패스트볼의 위력이 떨어졌다는 블렛소 투수 코치의 조언을 들은 다음이었다.

‘하지만 업 라이징 패스트볼은 무적이 아니야.’

회전을 최대로 건다는 말은 손목과 손가락의 힘을 최대로 이용한다는 뜻이었다.

‘인간의 육체에 한계가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인간의 육체는 분필과 같아 과부하가 걸릴 때마다 조금씩 깎여져 나간다. 최고의 플레이는 그 한계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지킬 때 나온다. 업 라이징 패스트볼도 마찬가지다. 공을 던질 때 손목에 걸리는 과부하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공이 몸을 파괴하고 말 것이다.’

김민은 업 라이징 패스트볼의 한계를 경기당 3, 4개 정도로 보았다.

‘그 이상을 던진다면 언제 손목이 나가도 이상하지 않다.’

그는 부상을 제어하는 것도 프로선수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7회 말 미네소타의 마지막 타자는 5번 타자 행크입니다.”

“로지어, 행크가 마지막 타자라고 말씀하신 것은 미네소타 팬들에게 실례가 되는 발언인 것 같습니다.”

캐스터가 멈칫하며 되물었다.

“예?”

“행크가 안타를 치면 다음 타자가 등장하게 될 테니까요. 로지어의 조금 전 말은 행크가 킴에게 아웃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캐스터 로지어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아. 그렇군요. 정정하겠습니다. 다음 타자는 미네소타의 5번 타자 행크입니다. 절대 마지막 타자가 아닙니다.”

해설자가 캐스터의 말을 지적했을 때, 메이저리그 팬들은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상한 곳에서 태클을 거는군. 어차피 행크는 킴을 넘을 수 없어.”

“맞아. 7회 말 미네소타의 마지막 타자는 행크야.”

“로지어는 맞는 말을 한 것뿐이야.”

행크는 메이저리그 팬들의 고정관념을 바꾸고자 했다.

‘2사라고 해서 끝난 게 아니야. 2사 후에도 얼마든지 점수를 낼 수 있다고. 내가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어.’

그는 배트를 짧게 잡았다.

록튼은 그의 타격 자세와 손의 위치, 그리고 배터 박스의 스탠스를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행크는 어떻게든 히팅 포인트를 맞춰 공을 외야로 보낼 작정이군.’

배트를 세우자 초구가 날아왔다.

슉!

안쪽을 찌르는 빠른 공.

행크는 배트를 돌렸지만 타이밍이 늦고 말았다.

강한 공이 들어왔기 때문일까?

주심의 제스처에 힘이 들어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캐스터 로지어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킴! 95마일(153km)의 빠른 공을 타자 안쪽으로 찔러 넣었습니다.”

“킴의 투구를 보고 있노라면 피칭이 너무나 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95마일 이상의 빠른 공을 저 코스로 넣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행크는 배팅 타이밍을 조금 더 빨리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몬스를 상대할 때와 같은 구속이야. 한 타이밍 빠르게 가지 않는다면 상대할 수 없어.’

그가 초구에 헛스윙한 것은 92마일(148km) 정도의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2구.

행크는 한 타이밍 더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배트는 공을 맞추기는커녕 더 크게 허공을 쳤을 뿐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행크는 헛스윙 직후 바닥에 침을 뱉었다.

“퉤, 거기서 체인지업이 올 줄이야.”

잘만 감독은 그의 행동에 쓴 미소를 지었다.

“페이스 오브 체인지. 완벽하게 당했군.”

“행크는 체인지업이 들어올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여기서 다시 빠른 공이 들어오면 행크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할 거야.”

타격 코치가 그 의견에 동의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잘만 감독은 행크가 체인지업에 크게 헛스윙했기 때문에 브레이킹볼이나 체인지업에 대한 부담이 머릿속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행크는 시몬스와 달라. 0-2의 카운트에서 조금 전처럼 한 타이밍 빠르게 배트를 낼 배짱이 없어. 아마 패스트볼과 브레이킹볼을 다칠 수 있는 타이밍을 잡으려 하겠지. 그러나 그런 이상적인 타이밍은 없어. 타격이란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결과는 그의 예상대로였다.

행크는 김민의 하이 패스트볼에 타이밍이 늦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시몬스는 김민이 행크에게 던진 공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이 공이 아니야.”

그는 김민이 자신을 삼진으로 잡았던 그 공을 다시 한번 보고자 했다.

“킴이 7회 말을 삼진으로 끝냅니다.”

“투수전이 정말 흥미진진하군요. 어느 쪽도 아직 실점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는 8회로 넘어갔다.

8회 초.

탬파베이 타선은 5, 6, 7번으로 이어졌다.

첫 타자는 노장 그렉스.

그렉스는 지난 시즌보다는 못했지만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 주고 있었다.

그러나 전성기에 들어선 산타나의 상대는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안쪽을 깊이 찌른 패스트볼에 룩킹 삼진.

그렉스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킴과 팀에게 힘이 돼주질 못했군.’

그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외쳤다.

산타나는 6번 머레이와 7번 스나이더를 차례로 잡아내곤 이닝을 마쳤다.

“8이닝 무실점. 산타나! 동부지구의 강호 탬파베이를 상대로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반 감독은 9회 타순을 확인하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8, 9, 1번인가? 어렵군. 어려워.”

그는 경기가 연장전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 이닝에 대타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반 감독은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 팀은 대타가 풍부한 팀이 아니야.”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주전 라인업의 짜임새가 좋았지만, 백업은 다른 팀에 비해 무게가 떨어졌다.

록튼은 코칭 스탭이 대타를 쓴다는 말을 흘려듣곤 미간을 좁혔다.

‘8번 칼튼은 지난 시즌 리드 오프를 맡았던 타자다. 대타를 쓴다고 하면 아마 9번 타자인 내 타석이 될 것이다.’

그는 지난 시즌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지만, 타격에 장점이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포수로서 홈플레이트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말과 같다.’

록튼은 주먹을 불끈 쥐곤 타격 코치를 찾아갔다.

“코스타, 다음 이닝, 제가 해결해 보겠습니다.”

코스타 타격 코치가 손을 내저었다.

“대타를 걱정하는 건가? 그것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 감독님께서 대타를 쓰지 않기로 하셨으니까.”

“…….”

코스타 타격 코치가 멈칫하고 있는 록튼에게 말했다.

“산타나 말이야. 패스트볼이 떠오른다지?”

록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킴의 말에 따르면 패스트볼이 아닌 체인지업을 공략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합니다.”

“체인지업을?”

“패스트볼의 구위가 너무 좋아서 그게 더 낫다는군요.”

코스타 타격 코치가 콧수염을 쓰다듬었다.

“흠,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록튼에게 신호를 보냈다.

“어서 홈플레이트로 가보게 파트너는 이미 마운드에 올라가 있어.”

록튼은 자신이 더그아웃에서 너무 시간을 끌었다는 것을 깨닫곤 급히 홈플레이트로 향했다.

8회 말.

미네소타 타선은 김민의 스플리터에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킴! 8회 말 3명의 타자 중 2명을 스플리터로 잡아냅니다.”

“경기 초반 썼던 스플리터를 경기 후반 다시 꺼내들었군요. 킴처럼 레퍼토리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투수가 또 있을까요?”

잘만 감독은 9회 초 수비를 시작하기에 앞서 산타나의 투구수를 확인했다.

“몇 개인가?”

“92개입니다.”

“9회가 끝이란 말이군. 불펜을 가동하게.”

잘만 감독은 연장전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9회 초.

첫 타자로 나선 칼튼은 배터 박스에 바짝 붙으며 산타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겁이 없는 타자군.’

산타나는 상대의 도벌에 안쪽 공으로 응징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안쪽 공은 평소보다 깊게 제구가 되고 말았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칼튼이 바닥에 쓰러졌다.

“칼튼! 공에 맞았습니다!”

“94마일(151km) 패스트볼에 허벅지를 맞았습니다. 충격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칼튼은 쓰러진 채로 거친 숨을 내쉬었다.

“후읍…… 제길…… 후흡…… 빌어먹을…… 후흡…….”

타격 코치가 트레이너와 함께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괜찮나?”

“코끼리가 다리를 밟고 지나간 느낌입니다.”

트레이너는 공에 맞은 곳을 확인하곤 코스타 타격 코치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뼈와 근육에는 이상이 없어 보입니다.”

칼튼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상이 없다니요. 코끼리가 밟고 지나갔다니까요.”

코스타 타격 코치가 그를 격려하며 말했다.

“달릴 수 있다면 1루로 나가게. 아니면 대주자를 넣을 거야.”

칼튼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대주자는 곤란하죠.”

그는 천천히 걸어서 1루로 향했다.

산타나는 칼튼이 1루에 나가는 것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공에 감정이 담기고 말았군. 냉정했어야 했는데.’

그는 자신이 감정을 컨트롤하는데 능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노 아웃 주자 1루, 타석에는 록튼입니다.”

“여기서는 진루타가 필요합니다.”

록튼이 진루타를 칠 경우, 탬파베이는 1사 2루라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록튼이 해 줄 수 있을까?”

이반 감독의 물음에 코스타 타격 코치가 대답했다.

“진루타는 충분히 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저 친구도 어느 정도는 간절한 모양이니까요.”

록튼은 배트를 세우고 초구를 기다렸다.

‘체인지업. 체인지업을 친다.’

그는 반 박자 느린 타이밍을 잡았다.

슉!

초구는 바깥쪽 빠른 공이었다.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던 록튼은 배트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의 구속은 92마일(148km)을 가리켰다.

“체력이 어느 정도 떨어진 모양이군요.”

바이슨 수석 코치의 말에 이반 감독이 고개를 내저었다.

“9번 타자를 상대로 전력투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아닐까?”

하위 타선을 상대로 체력을 비축하는 것은 어떤 투수나 마찬가지였다.

산타나는 록튼을 조금 쉬운 상대로 보고 있었다.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전력투구까지 필요한 상대는 아니야.’

그는 코너에 공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록튼을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파앙!

두 번째 공이 안쪽을 파고들었다.

록튼은 이 공에도 타이밍이 늦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카운트 0-2.

상황은 산타나 유리했다.

“카운트 0-2입니다. 산타나, 록튼을 코너에 몰아넣었습니다.”

“록튼의 배트가 패스트볼을 따라가지 못하는군요. 산타나, 여기서 브레이킹볼을 하나 던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산타나는 써클 체인지업 그립을 쥐었다.

‘더블 플레이가 나오면 좋겠지만, 아마 헛스윙 삼진이겠지.’

그는 자신감을 가지고 써클 체인지업을 던졌다.

슈욱!

공이 바깥쪽 높은 코스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졌다.

‘온다! 써클 체인지업이다!’

산타나의 써클 체인지업은 알고도 칠 수 없는 구종 중 하나였다.

록튼의 배트는 무브먼트가 심한 써클 체인지업을 끝까지 추격했다.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외야로 뻗어나갔다.

“큽니다! 멀리 날아가는 공!”

손끝의 감각은 분명 홈런이었다.

그러나 록튼은 배트를 던지자마자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상대는 산타나야. 결과를 속단할 수 없어.’

산타나는 고개를 돌려 타구를 확인했다.

‘파울은 아니군.’

타구는 우측 펜스를 향하고 있었다.

“우익수 번즈가 손을 번쩍 듭니다!”

타구의 높이는 번즈의 글러브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타구는 펜스를 넘어가지 못하고 상단에 꽂히고 말앗다.

탁!

펜스 상단에 맞고 떨어진 공.

“번즈, 공을 찾아 움직입니다.”

1루 주자 칼튼은 리드오프 출신답게 맹렬한 스피드로 다이아몬드를 질주했다.

“칼튼이 홈으로 들어옵니다!”

미네소타 중계진은 공을 홈으로 던지는 대신 2루에 던졌다.

“세이프!”

2루에서도 세이프.

“록튼, 산타나에게 일격을 가하는 적시타입니다!”

“여기서 록튼이 해낼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탬파베이 더그아웃은 선취점에 환호했다.

“나이스 배팅!”

“록튼! 죽여주는 타격이었어!”

김민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록튼! 바로 그거야!”

록튼은 장갑을 벗은 뒤 더그아웃을 향해 손가락 제스처를 취했다.

“나 혼자만의 안타가 아니야. 모두의 힘이 내 손에 모여 있던 거야!”

산타나는 2루타를 맞은 직후 자신이 너무 상대를 얕보았다고 반성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타자들은 마이너리그라는 정글을 통과한 자들이다. 어느 하나 쉽게 봐서는 안 되는 이들이었는데…… 그 사실을 잊고 말았다.’

그는 써클 체인지업을 스트라이크존이 아닌 그 아래로 떨어뜨려야 했다고 후회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9회 초 드디어 선취점을 뽑았습니다.”

“상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무사 주자 2루에 타선은 1, 2, 3번으로 연결됩니다.”

브라이튼은 몰라도 윌리엄은 위협적인 타자였다.

이반 감독은 산타나가 여기서 무너질 수도 있다고 보았다.

“록튼에게 맞은 2루타에 집착한다면 우리 타선에게 삼켜질 수도 있다.”

다음 순간 브라이튼의 잘 맞은 타구가 나왔다.

딱!

타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총알처럼 날아갔다.

“시몬스! 몸을 날립니다!”

1루수 시몬스의 다이빙 캐치.

2루 주자는 잡지 못했지만, 실점을 막고 타자 주자를 아웃시키는 뛰어난 수비였다.

“시몬스, 원래 3루수였기 때문에 좋은 수비력을 보여 주는 게 당연합니다.”

잘만 감독은 시몬스가 산타나를 구했다고 생각했다.

‘이 타구가 빠져나갔다면 산타나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산타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위험했어. 코너로 제구된 공을 그렇게 쳐 낼 줄이야.’

이번 공은 절대 실투가 아니었다.

완벽히 제구된 92마일(148km) 패스트볼.

브라이튼은 그 공을 훌륭한 타격 기술로 쳐낸 것뿐이었다.

“또 아웃이군. 오늘은 정말 안 되는 날이야.”

브라이튼이 한숨을 내쉰 순간 케니히의 타구가 중견수 머리 위에 떠올랐다.

“스펜서가 공을 잡은 순간 3루 주자가 스타트를 끊습니다.”

록튼은 포수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공이 홈으로 전해집니다!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2-0으로 앞서 나갑니다.”

경기는 이 장면에서 끝나고 말았다.

산타나는 3번 타자 윌리엄을 풀카운트 끝에 잡아냈지만, 이미 내준 점수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산타나 9이닝 2실점으로 오늘 투구를 마칩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네소타에게는 9회 말 공격이 남아 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이반 감독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미네소타는 저력이 있는 팀이다. 록튼이 해냈듯 하위 타선에서 일을 낼 수도 있다.”

김민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투수였다.

9회 말.

김민은 마치 클로저가 된 것처럼 불같은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제압했다.

“9회 말에 96마일(154km)이 나옵니다! 킴! 있는 힘을 다해 던지고 있습니다!”

“미네소타 타자들에게는 절망적인 구속입니다!”

시몬스는 배터 박스 앞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한 명만 한 명만 더 출루해 달라고!’

그러나 끝내 그의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헛스윙 삼진아웃! 경기가 마무리됩니다!”

9이닝 무실점 완봉승.

김민과 탬파베이는 미네소타를 꺾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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