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64화 (164/296)

164화 2003 시즌 후반기 03

“2사라고 하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대군요.”

바이슨 수석 코치는 첫 단추를 잘 끼우지 못하면 오늘 경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네가 걱정하는 것은 아침의 그 자료 때문인가?”

이반 감독의 물음에 바이슨 수석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분석팀의 보고서가 확실하다면 이번 승부는 꽤 어려울 겁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지난 2년 동안 전력분석팀을 확충해서 중위권 레벨에 도달했다.

전력분석팀이 오늘 아침 코칭 스텝에게 전달한 보고서에는 시몬스의 이번 시즌 타격 분석이 담겨 있었다.

-시몬스의 타구 각도가 지난 시즌보다 낮아졌습니다. 이는 스윙 궤적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시몬스의 스윙 궤적은 레벨 스윙과 다운 스윙의 중간으로 이는 회전수가 많은 패스트볼을 공략하기 위한 변화인 것으로 보입니다.

타구 각도를 낮추면 홈런을 비롯한 장타 생산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시몬스는 스윙을 조절해 타구 각도를 낮추는 것을 선택했다.

‘로저나 킴과 같은 투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어.’

그는 홈런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높은 레벨의 패스트볼을 공략하길 원했다.

김민 또한 이 점을 알고 있었다.

‘지난 경기 멀티 히트는 절대 우연이 아니야. 전력분석팀의 분석이 제대로 되었다면 시몬스는 내 라이징 패스트볼을 정확히 노리고 있어.’

그는 시몬스가 어쩌면 더 높은 무대를 보고 스윙을 바꾸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규 시즌에 단타 하나둘은 큰 의미가 없어. 홈런이나 2루타가 훨씬 가치가 높지. 게다가 그가 정규 시즌 상대하는 투수 중 라이징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투수는 5% 미만이야. 지금의 스윙은 정규 시즌 성적을 나쁘게 만들 뿐이야.’

그는 시몬스의 바뀐 스윙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에이스, 그것도 레벨이 높은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에이스를 만날 때뿐이라고 생각했다.

‘레벨이 높은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에이스들을 자주 만나는 무대. 두 번 생각할 것 없지. 시몬스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바로 포스트 시즌이야.’

김민은 오늘 경기가 디비전 시리즈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킴,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주자가 3루에 있기 때문에 어설픈 바운드 볼은 던질 수 없을 겁니다.”

해설인 죠셉의 말대로 주자가 3루에 있을 경우, 투수들은 바운드 볼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포수가 바운드 볼을 잡지 못할 경우 안타 없이도 득점이 가능했다.

-바깥쪽 스플리터.

록튼은 김민의 사인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초구에 스플리터. 킴도 이번에는 쉽지 않은 모양이군.’

그는 김민이 다소 높은 코스에 스플리터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낮은 코스는 와일드피치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슉!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로 향했다.

공은 록튼이 예상한 것보다 낮았다.

‘낮은 코스라고? 킴은 내 포구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건가?’

포수를 믿지 못한다면 절대 낮은 코스의 스플리터는 던질 수가 없었다.

시몬스는 스플리터를 향해 배트를 냈다.

‘초구는 바깥쪽인가?’

록튼은 배트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배트가 나왔어.’

가장 좋은 것은 초구에 땅볼이 나오는 것이었다.

2사였기 때문에 주자가 3루에 있다고 해도 내야 땅볼로 이닝이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시몬스의 배트는 허공을 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이반 감독은 김민의 선택이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킴이군.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라이징 패스트볼을 공략하기 위한 스윙.

그것은 무적이 아니었다.

이 스윙은 아래로 떨어지는 브레이킹볼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시몬스는 스플리터를 놓치곤 미간을 좁혔다.

‘킴, 지난 경기로 내 약점을 간파한 건가?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이번 헛스윙은 패스트볼을 노렸기 때문에 나온 것이니까.’

그의 바뀐 스윙은 확실히 떨어지는 공에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시몬스는 떨어지는 공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는 동체 시력을 가지고 있었다.

스플리터가 하나 더 날아온다면 지금의 스윙으로도 충분히 깔끔한 안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시몬스가 배트를 세우며 두 손에 힘을 주었다.

‘킴, 하나 더 부탁한다.’

김민은 사인을 교환한 뒤 글러브를 오므렸다.

‘첫 스플리터는 제대로 먹혔어. 하지만 두 번째는 그렇지 않을 거야.’

그는 시몬스가 얼마나 뛰어난 타자인지 잘 알고 있었다.

‘두 번째 공은…….’

슉!

빠른 공이 다시 한번 바깥쪽 코너로 향했다.

시몬스는 2구를 보고는 바로 배트를 냈다.

‘또 하나 오는 건가? 킴! 날 너무 쉽게 보고 있군.’

김민은 그의 배트가 나오는 것을 보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시몬스가 미끼를 물었어.’

그는 이번 공으로 승부를 끝내고 싶었다.

힘차게 돌아간 배트가 공을 타격했다.

탁!

둔탁한 소리.

이는 타구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뜻했다.

여기까지는 김민이 바라던 바로 그 그림이었다.

그러나 배트 상단에 맞은 공은 앞으로 뻗어나가는 대신 뒤로 흘렀다.

“파울!”

시몬스는 공을 때린 다음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확인했다.

“86마일(138km)이라고? 그럴 리가? 조금 전 공의 궤적은 패스트볼이었다고.”

그가 알고 있는 김민의 패스트볼 구속은 96마일(154km)에서 91마일(146km)까지였다.

그러나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86마일에 불과했다.

아무리 잘 쳐 줘도 스플리터 구속.

시몬스는 미간을 좁힌 뒤 배터 박스로 돌아왔다.

‘설마 실투였던 건 아니겠지?’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들도 종종 실투를 할 때가 있었다.

그것은 김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가 이번 시즌 허용한 홈런 2개는 모두 상대가 실투를 노려서 친 것이었다.

‘만약 조금 전 공이 스플리터를 던지려다가 실수한 것이라면 나는 절호의 기회를 날리고 만 것이다.’

김민은 투 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이번 공으로 승부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론대로라면 내야 플라이가 나와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백네트에 꽂히는 파울. 스윙 궤적이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낮았던 건가?’

여유가 있다면 공을 하나 더 던져서 그의 스윙을 확인하겠지만, 지금은 주자가 3루에 있었다.

‘미네소타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건 산타나야. 이런 경기에 여유를 부릴 수는 없지.’

김민은 그립을 고쳐 잡았다.

슉!

빠른 공이 안쪽을 향했다.

‘로케이션인가?’

시몬스는 스윙 각도를 좁히면서 공을 커트해 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3루 라인을 벗어났다.

“파울!”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87마일(140km).

‘또 느린 패스트볼이었어.’

시몬스는 전광판을 확인한 뒤, 두 가지 가정을 했다.

첫 번째는 김민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컨디션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는 부상이 있는 경우였다.

‘몸이 좋지 않다면 구속이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해. 하지만 앞서 헐크를 상대했을 때는…….’

그는 첫 번째 가정을 지웠다.

두 번째 가정은 김민이 의도적으로 느린 패스트볼을 구사했다는 것이었다.

‘이건 가능성이 있어. 스플리터와 같은 스피드를 가진 패스트볼.’

김민이 패스트볼에 속도 차이를 둔 것은 이미 지난 시즌 일이었다.

그러나 시몬스는 김민을 자주 상대하지 않았기에 이것을 확인하는 것이 늦었다.

“카운트는 0-2, 킴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아직 시몬스에게도 유리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0-2 카운트에서도 유리한 것이 있을 수 있는 겁니까?”

“0-2 카운트가 투수에게 유리한 이유는 초조한 타자에게 유인구를 마음대로 던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지금 킴은 원바운드 공을 봉인당한 상태입니다. 즉, 크게 떨어지는 유인구는 던지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조셉은 김민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인구가 슬라이더 계열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심 패스트볼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슬라이더를 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와일드피치 때문에 종이 아닌 횡으로 움직이는 공을 사용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시몬스는 아래로 떨어지는 브레이킹볼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킴은 메이저리그 투수 중 가장 심장이 큰 선수다. 3루 주자를 걱정해 원바운드 공을 던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김민은 이미 그러한 생각의 허점을 노려 초구에 스플리터를 던진 바 있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는 배트를 세우곤 패스트볼을 기다렸다.

‘킴이 던지는 모든 구종 중 가장 피안타율이 낮은 구종이 바로 라이징 패스트볼. 위기의 순간에는 반드시 그 공이 온다.’

슉!

빠른 공이었다.

시몬스는 반사적으로 배트를 움직였다. 그러나 그는 곧 실망하고 말았다.

‘라이징 패스트볼이 아니다.’

그러나 나아간 배트를 멈출 수는 없었다.

‘이번 타석은 내가 졌군. 커트도 힘들겠어.’

라이징 패스트볼은 확인하고 칠 수 있는 공이 아니었기에 그의 배트는 이미 멈출 수 있는 선을 넘어서고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시몬스의 삼진.

미네소타 코칭 스텝이 동시에 길게 탄식했다.

“아…… 이런…….”

잘만 감독은 여기서 선취점을 뽑았다면 산타나의 어깨에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킴을 상대로 선취점을 뽑는다는 것은 승리를 위한 5부 능선을 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지. 킴은 쉽게 점수를 허락하는 투수가 아니야.’

김민은 시몬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곤 록튼과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킴, 멋진 커브였어.”

“스윙 스피드를 보니까. 시몬스는 패스트볼을 노렸던 모양이야.”

“아마도 그랬겠지.”

시몬스는 두 사람의 하이파이브를 보며 글러브를 들었다.

‘킴, 아직 승부는 3번이나 더 남아 있다.’

그는 그 3번의 승부 중 한 번만 이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오늘 우리 팀의 마운드를 지키는 것은 산타나다. 승리는 1점으로도 충분해.’

시몬스는 산타나가 실점하지 않고 오늘 경기를 끝낼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2회 초.

산타나는 노장 그렉스와 중견수 머레이를 연속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미네소타의 에이스가 누구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삼구삼진입니다! 오늘 세 번째 삼진!”

“산타나의 체인지업은 무시무시하군요. 탬파베이 타자들이 연신 허공을 치고 있습니다.”

이반 감독은 쉽게 점수가 날 경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늘 산타나의 피칭을 보니, 몇 년간은 리그를 호령할 것 같군.”

“산타나가 매 경기를 오늘처럼 던진다면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이반 감독이 바이슨 수석 코치에게 고개를 돌렸다.

“흠, 포스트 시즌을 말하는 건가? 산타나가 오클랜드를 떨어뜨리는 게 낫지 않은가?”

“차라리 오클랜드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오클랜드의 지뉴와 마린을 피할 수 있는데도 말인가?”

“지금 산타나는 그 둘보다 위협적인 투수입니다.”

뉴욕 양키스가 이대로 1위를 차지하고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와일드카드를 획득한다면, 두 팀의 승자가 오클랜드와 미네소타의 승자를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만나게 되었다.

“두 분은 너무 먼 일을 걱정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우린 당장 양키스부터 꺾어야 합니다.”

블렛소 코치의 한마디가 감독과 수석 코치의 시야를 그라운드로 되돌렸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7번 타자 스나이더마저 삼진으로 돌아서면서 2회 초 탬파베이 공격은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끝나고 말았다.

“세 타자 연속 삼구삼진이 아닌 게 다행일 정도군.”

이반 감독은 타자들이 너무 위축되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타자들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산타나의 공이 너무 좋습니다.”

“코스타, 대책은 있는 건가?”

“한 타순 돌면 나아질 겁니다.”

코스타 타격 코치는 산타나의 투구폼과 체인지업에 익숙해지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2회 말.

김민은 미네소타의 5, 6, 7번을 상대했다.

“오클랜드나 양키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미네소타도 이번 시즌 성적이 좋아.”

“중부지구 1위니까요. 미네소타는 산타나가 버티는 투수진보다는 시몬스가 이끄는 타선이 더 단단해 보입니다.”

기자들은 미네소타 하위 타선을 높이 평가했다.

5번 행크는 이번 시즌 30홈런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고, 6번 피어리는 포수이면서 3할을 넘게 치고 있었다.

현재 두 선수는 볼티모어의 클린업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이 두 사람에 대한 잘만 감독의 신뢰도 두터웠다.

잘만 감독은 시즌 중 두 사람이 부진에 빠졌을 때도 그들을 마이너리그로 내리지 않고 계속 기용했다.

두 사람은 후반기 대폭발이라는 결과물로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그러나 이번 2회 말에는 두 사람의 배트가 차갑게 가라앉고 말았다.

행크는 우익수 플라이, 피어리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두 타자가 순식간이군요.”

“이렇게 이닝이 빨리 끝나서야 산타나가 쉴 시간도 없겠어.”

잘만 감독은 타자들에게 공격 템포를 늦출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타자들은 김민이 던진 미끼를 참지 못했다.

다시 한번 초구에 배트가 나왔다.

탁!

“느린 공이 2루수 정면으로 향합니다.”

“아주 평범한 타구군요.”

칼튼은 그 공을 잡아 가볍게 2루에 송구했다.

“아웃!”

아웃을 선언하는 1루심의 제스처가 평소보다 컸다.

“킴, 시작 4분만에 2회 말을 끝냅니다.”

“투구 준비시간이 짧았다면 3분도 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조셉은 농담하듯 말했지만, 미네소타는 농담으로 넘길 수 없는 결과였다.

2회 말, 김민은 삼진을 하나도 잡지 못했지만, 단 5개의 공으로 1이닝을 마무리하면서 투구수를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킴과 탬파베이 시프트는 정말 궁합이 좋군.”

“탬파베이에서 처음으로 적극적인 시프트를 쓰기 시작한 게 킴이니까요.”

“저 시프트를 깨지 못한다면 힘들겠어.”

“양키스와 레드삭스도 깨지 못한 시프트입니다. 우리가…….”

잘만 감독이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두 팀이 못했다고 우리가 못하라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어떤 팀이라도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타격 코치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3회 초.

산타나는 다시 한번 삼진 퍼레이드를 펼쳤다.

3명의 타자를 맞아 2삼진 1땅볼.

특히 1번 타자 브라이튼은 두 번 연속으로 유격수에게 아웃 카운트를 헌납하고 말았다.

“브라이튼이 좋지 않군요.”

“타구의 질은 나쁘지 않아.”

“하지만 방향이…….”

“오른손 타자가 유격수 쪽으로 타구를 때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야. 한 타석 더 지켜보도록 하지.”

이반 감독은 브라이튼이 언젠가는 안타를 쳐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3회 말.

미네소타 타자들은 약속한 것처럼 1, 2구를 치지 않고 기다렸다.

“카운트 2-2, 타자가 인내심을 발휘합니다.”

김민은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두 번째 타자 스펜서부터 투구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잘만 감독이 기다리란 지시를 내린 모양이군.’

그는 팔을 한 번 돌린 뒤 기어를 바꿔 넣었다.

슈욱!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스펜서는 이 공을 커트하려고 했으나 공은 배트를 스친 뒤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김민이 삼진을 잡자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파울 팁 삼진입니다!”

“96마일(154km) 패스트볼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강속구가 미트를 제대로 공략했습니다.”

마지막 타자는 1번 타자 카인이었다.

그는 지난 타석 때 기습 번트로 내야 안타를 뽑아낸 타자였다.

‘이번 타석에서 기습 번트를…….’

김민이 투구에 들어가자 1루수와 3루수가 동시에 스타트를 끊었다.

‘기습 번트에 대비한 수비군. 그렇다면 키를 넘겨주지.’

그러나 김민의 패스트볼은 그의 배트를 그대로 통과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7마일(156km).

오늘 경기 최고 스피드였다.

“킴이 다시 한번 97마일을 기록합니다!”

“타자를 압도하는 패스트볼이군요. 멋진 투구입니다.”

카인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97마일이라고? 저 녀석이 언제 저렇게 빨라졌지?’

마른 침을 삼킨 순간 다음 공이 날아왔다.

이번 공도 빨랐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떠오르는 공에 연속 헛스윙.

카인은 순식간에 코너에 몰리고 말았다.

‘젠장!’

그는 바닥에 침을 뱉은 뒤 배트를 짧게 잡았다.

‘쉽게 당하진 않는다.’

카인은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졌지만, 김민은 90마일(145km) 고속슬라이더로 그의 배트를 돌려세웠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세 타자 연속 삼진.

산타나가 2회 초 보여 줬던 퍼포먼스를 김민이 3회 말 다시 한번 보여 주었다.

시몬스는 배트를 내려놓고 글러브를 들었다.

“킴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투수야.”

그는 김민을 상대로 잔꾀가 통하는 것은 한 번뿐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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