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2003 시즌 후반기 02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구장 메트로돔.
몇몇 메이저리그 팬들은 아직도 김민이 돔구장에서 유독 강하다고 말하곤 했다.
“또 돔구장인가?”
“킴이 돔에서 던질 수 있도록 구단이 로스터를 조정하는 거 아니야?”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그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메트로돔 원정 경기를 빠지지 않고 등판하느냐고.”
양키스 전력분석팀 호이스트는 김민이 돔구장에서 강한 것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킴은 경기를 자신의 플랜에 따라 운영하는 스타일이다. 무풍에 가까운 돔구장은 변수가 많지 않지. 경기 도중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고, 돌풍으로 플라이볼이 흔들리지도 않아. 킴이 돔구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은 그의 플랜이 그라운드에서 완벽하게 구현되기 때문이야.”
그는 김민이 가장 흔들릴 때가 폭우가 내릴 때라고 덧붙였다.
“폭우는 킴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모두 죽여 버리지. 시프트, 공의 회전, 제구.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되지 않지. 실제로 킴은 이번 시즌 폭우가 내렸던 애너하임과의 경기에 가장 고전했어.”
애너하임전에서 김민은 5이닝 4실점으로 시즌 최악의 피칭을 펼쳤다.
0.67까지 떨어졌던 평균자책점은 단 한 경기로 0.91까지 오르고 말았다. 그리고 패배는 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킴을 잡기 위해 인공 강우 같은 걸 할 수도 없어. 그건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니까.”
김민은 불펜에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팡! 팡!
라몬은 공을 받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킴, 오늘도 괜찮은데?”
“괜찮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오늘 상대는 꽤 세거든요.”
“산타나 말인가?”
산타나는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에이스의 자질을 보이더니, 2003 시즌에는 에이스란 말이 완벽하게 어울리는 선수가 되었다.
“그가 써클 체인지업을 완성했거든요.”
라몬이 미트를 내밀며 말했다.
“그에게 써클 체인지업을 전수한 사람은 바로 그 사람이야.”
그 사람이라고 언급된 코치는 밥 큘러였다.
사실 밥 큘러는 마구라 불리는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써클 체인지업을 전수한 사람으로 유명했다.
“덕분에 그의 체인지업은 진짜입니다.”
“킴의 체인지업도 나쁘지 않을 텐데?”
“제 체인지업은 그 복사판에 불과합니다.”
김민은 밥 큘러와 인연이 있는 머셔라는 마이너리그 코치에게 써클 체인지업을 배웠다.
머셔는 김민에게 체인지업을 가르칠 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립과 자세는 가르쳐 줄 수 있지만, 체인지업에 담긴 진짜 비밀은 가르쳐 줄 수가 없어. 왜냐하면 내가 그것을 모르기 때문이야.”
그는 자신이 써클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마이너리거였던 김민은 그의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머셔가 말한 이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머셔의 써클 체인지업에는 실전이라는 단어가 빠져 있었어.’
투수 코치 시절 김민이 투심 패스트볼을 실전에서 던지지 않았듯 머셔도 실전에서 체인지업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마이너리거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하기 위해 체인지업을 배웠을 뿐이었다.
그래서 머셔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써클 체인지업을 던져야 하는지 이론으로 알 뿐이었다.
이론과 실전.
둘의 차이는 컸다.
“시몬스도 걱정입니다.”
미네소타 4번 타자 시몬스.
지난 시즌 시몬스는 김민에게 완벽히 눌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조금 달랐다.
지난 맞대결에서 시몬스는 김민에게 멀티 히트를 뽑아내며 자신이 김민 아래에 있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그는 2경기에서 8타수 3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타율로 환산하면 0.375, 김민의 피안타율이 0.128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그에게 강한 것이었다.
라몬이 글러브에서 공을 빼며 말했다.
“멀티 히트를 맞았지만 모두 단타였잖아.”
“그래도 타율은 높습니다.”
“타자는 타율이 전부가 아니야.”
라몬은 타율이란 타자의 능력을 나타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라몬, 라몬은 언제까지 여기 있을 생각인가요?”
“여기?”
“불펜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지도자 생활을 해도 잘할 겁니다.”
라몬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난 이렇다 할 선수 경력이 없다고. 내게 코칭을 맡길 구단주는 없단 말이지.”
“마이너리그라면…….”
“마이너리그도 마찬가지야. 상위 팀과 인연이 있는 선수를 지도자로 쓰기 마련이야.”
김민은 라몬의 식견과 경험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라몬은 마이너리그에서 몇 년 정도 갈고 닦으면 좋은 불펜 코치가 될 거야.’
두 사람이 공을 주고받는 사이 경기가 시작되었다.
1회 초.
선공에 나선 것은 원정팀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였다.
“이번 시즌 탬파베이는 강합니다! 현재 그들은 보스턴 레드삭스를 5경기 차이로 따돌리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 따라 그 차이가 6경기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플레이오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들이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번 타자는 브라이튼입니다.”
브라이튼은 이번 시즌 지난 시즌보다 살짝 떨어진 0.297의 타율과 17도루를 기록 중이었다.
혹자는 브라이튼의 기록이 떨어진 것이 소포모어 징크스(2년 차 징크스)라고도 했다.
하지만 코스타 타격 코치는 징크스라고 언급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3할이란 숫자에 목을 매는 사람이 너무 많아. 3할이란 숫자를 제외하고 본다면 브라이튼의 타율은 겨우 0.012가 떨어졌을 뿐이야.”
그는 이 정도 편차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딱!
패스트볼을 공략한 타구가 유격수 글러브에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사일론의 멋진 수비입니다!”
“브라이튼, 초구를 잘 노렸지만 결과가 아쉽군요.”
산타나는 브라이튼을 가볍게 처리한 뒤, 2번 타자 케니히와 맞섰다.
케니히는 세이버 메트리션이 사랑하는 타자로 출루율과 타구의 질이 준수한 타자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는 체인지업에 헛스윙.
케니히는 그래도 쉽게 아웃되지 않았다.
그는 패스트볼을 커트하며 4구까지 승부를 몰아갔다.
“케니히, 배터 박스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브라이튼이 강렬하다면 케니히는 우직하죠. 탬파베이 테이블 세터는 각기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케니히는 6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입니다! 산타나, 오늘 경기 첫 삼진입니다!”
산타나는 삼진을 잡았지만, 표정이 밝지 못했다.
“윌리엄을 상대하기 전에 힘을 너무 뺐어.”
탬파베이 3번 타자 윌리엄은 이번 시즌 양키스의 제레미나 오클랜드의 호세에 버금가는 대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321, 홈런 29개, 타점 91개.
클래식 스탯은 물론 OPS도 훌륭했다.
이번 시즌 OPS는 1.047에 달했다.
슉!
초구가 빠르게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1루 더그아웃에 떨어졌다.
“파울!”
김민이 제레미를 상대할 때처럼 산타나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탁!
다시 한번 파울.
“파울!”
잘만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타나의 구위가 배트를 누르고 있군.”
그는 이번 시즌 팀을 중부지구 1위로 끌어올리면서 올해의 감독 후보에 올라 있었다.
3구는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윌리엄은 이 공을 참아내며 카운트를 1-2로 만들었다.
“윌리엄의 선구안은 탬파베이 제일이야. 유인구에 쉽게 배트가 나오지 않아.”
산타나는 윌리엄을 상대로 2개 연속 써클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하지만 윌리엄은 그 2개를 모두 참아냈다.
“혹시 윌리엄이 산타나의 투구폼을 읽은 것 아닐까요?”
“투구폼을?”
“그렇습니다.”
산타나의 써클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투구폼이 동일해 쉽게 구별이 되지 않는 명품 체인지업이었다.
노리 투수 코치는 윌리엄이 산타나의 체인지업을 참아내는 것이 그의 투구폼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만 감독의 생각은 반대였다.
“자네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보지 못했나? 윌리엄이 투구폼을 읽었다면 저런 행동이 나오지 않았을 거야. 내 생각에 윌리엄은 공이 투수의 손끝을 떠난 직후, 그것이 어떤 공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 같아.”
노리 코치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공이 손끝에서 떠나자마자 구종을 알 수 있다니……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단 말입니까?”
“물론 100%는 아니겠지.”
잘만 감독은 100%가 아니란 말로 자신의 의견에 여지를 남겼다.
딱!
다시 한번 1루 관중석 쪽에 큰 파울 타구가 떨어졌다.
“윌리엄,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산타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군요.”
시몬스는 오늘 3루가 아닌 1루수로 출장해 1루 베이스를 지키고 있었다.
“윌리엄, 소문대로 좋은 타자야. 올스타전에서 만났다면 좋았을 텐데.”
윌리엄은 부상 때문에 올스타전을 결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국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윌리엄, 1루 베이스에 나갑니다.”
“훌륭한 타격입니다.”
1루수 시몬스가 윌리엄에게 말했다.
“윌리엄, 써클 체인지업을 어떻게 골라낸 거야?”
윌리엄이 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킴의 공을 상대하다 보면 어느 공이든 쉽게 알 수 있게 된다고.”
오프 시즌, 그는 김민을 상대로 가장 많은 라이브 배팅을 시도한 타자였다.
‘탬파베이로 팀을 옮긴 뒤, 적으로 만날 때보다 더 많이 타석에 설 수 있었어.’
그는 김민이 자신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킴과 함께 해서 강해졌다는 말인가?”
“그래.”
시몬스는 윌리엄이 올스타전에 결장해 그와 이야기를 길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윌리엄, 언젠가 같은 팀에서 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군.’
산타나는 윌리엄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4번 타자 아울을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곤 이닝을 마쳤다.
“산타나 실점 없이 첫 번째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투구수가 조금 많았지만 산타나다운 투구였습니다.”
미네소타 팬들은 박수로 에이스의 스타트를 환영했다.
“나이스 피칭!”
“멋지다. 산타나!”
1회 말.
김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가 마운드에 서자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커졌다.
“고! 미네소타! 고! 트윈스!”
“피처를 다운시키라고!”
“절대 쉽게 가지 마!”
미네소타 팬들이 홈팀 선수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 열기가 살아 있군.”
김민은 마지막 연습 투구로 영점을 잡았다.
팡!
‘영점은 확실해.’
그가 공을 글러브에 넣자 주심이 오른손을 들었다.
“플레이!”
주심의 사인과 함께 미네소타의 1회 말 공격이 시작되었다.
1번 타자는 이번 시즌도 카인이었다.
‘킴, 지난 경기는 잊으라고. 오늘은 다를 테니까.’
지난 경기에서 카인은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그가 배트를 세우자 빠른 공이 날아왔다.
슉!
‘코너를 노리는 공인가?’
카인은 재빨리 몸을 숙이면서 두 손으로 배트를 잡았다.
김민과 록튼은 그 동작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습 번트!’
1루수와 3루수도 동시에 달려들었다.
툭.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3루수 쪽으로 흘렀다.
“3루!”
록튼이 목소리를 높인 순간 스나이더가 맨손 캐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맨손 캐치가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첫 캐치가 실패하고 말았다.
“스나이더가 공을 떨어뜨립니다! 다시 공을 잡았지만, 송구를 하지 못합니다. 카인의 내야 안타!”
“카인이 기습 번트를 멋지게 성공시켰군요.”
카인은 장갑을 벗으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코버의 플레이에서 영감을 얻었지.’
빠른 주자는 투수에게 언제든 부담을 줄 수 있었다.
잘만 감독은 예상외로 경기가 잘 풀려나간다고 생각했다.
“시작부터 빠른 주자가 1루에 나갔군.”
“킴의 견제구를 주의해야 할 겁니다. 킴은 현재 견제사 3위에 올라 있습니다.”
수석 코치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김민의 견제는 빠르기보다는 타이밍이 좋았다.
그에게 견제사를 당한 주자들은 그에게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기곤 했다.
김민은 고개를 살짝 돌려 1루 주자를 확인했다.
‘리드가 크군. 아직은 아니야.’
그는 카인이 도루를 시도할 때 반 족장 정도 뒤쪽으로 물러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다음 공에 뛰겠지.’
카인은 단순히 자신의 발을 믿고 도루를 시도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투수의 카운트와 볼배합을 예상해 도루를 성공시키곤 했다.
그래서 카인은 초구보다 2, 3구에 더 많은 도루를 시도했다.
‘초구는 타자에게 집중하자.’
시몬스가 더그아웃 앞에서 배트를 잡은 채 낮게 중얼거렸다.
“킴, 1루 주자보다는 타자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거야.”
2번 타자 번즈는 미네소타를 이끄는 젊은 테이블 세터였다.
그는 1번 타자 카인보다 발이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났다.
방심한다면 그의 발에 한 베이스를 더 내줄 수 있었다.
슉!
초구가 날아가자 번즈가 몸을 숙였다.
‘또 번트라고!’
록튼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툭.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3루 쪽으로 흘렀다.
“번트가 강합니다.”
번즈는 1루로 달려가면서 미간을 좁혔다.
‘패스트볼이 너무 강해서 속도를 죽일 수가 없었어.’
김민이 강한 패스트볼을 던진 것은 상대가 번트를 할 수 있다는 예상을 했기 때문이었다.
“스나이더가 공을 향해 달려듭니다.”
타구가 빨랐기 때문에 스나이더는 맨손이 아닌 글러브로 공을 잡을 수 있었다.
그는 공을 잡은 순간 2루를 살짝 확인했다.
‘2루는 늦었어.’
다음 순간 록튼이 목소리를 높였다.
“1루!”
스나이더는 콜에 따라 1루에 공을 던졌다.
한데 예상외의 접전이 벌어지고 말았다.
공과 발이 거의 동시에 1루에 들어왔던 것이었다.
미네소타 팬들이 세이프에 기대를 건 순간 1루심의 오른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아웃! 아웃입니다! 번즈,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아웃됩니다.”
시몬스는 아쉬운 타구였다고 생각했다.
‘타구가 조금 느렸거나 스나이더의 플레이에 멈칫거림이 있었다면, 번즈는 1루에서 세이프되었을 거야.’
그는 껌을 뱉은 후 대기 타석으로 향했다.
“1사 주자 2루. 미네소타가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보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대위기인 상황.
하지만 김민에게 이 정도 상황은 위기가 될 수 없었다.
‘미네소타 테이블 세터가 들고 나온 해법은 번트였나?’
그는 상대의 깜짝 전략이 어느 정도 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번트로는 점수를 뽑을 수 없어.’
번트로 점수를 뽑을 수 없다는 것은 잘만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타점을 만드는 것은 클린업의 역할이지.”
그는 3, 4, 5번으로 이어지는 클린업에 기대를 걸었다.
“3번 타자 헐크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헐크는 이름 그대로 괴력의 타자였다.
김민은 2루 주자를 확인하곤 초구를 선택했다.
슉!
빠르게 날아간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져 나갔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예상외로 빠르게 굴렀다.
“헐크의 배트가 공을 밀어냅니다!”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인 순간 탬파베이 내야수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빠르긴 하지만 시프트에 걸린 타구야.’
그들은 공이 외야로 빠져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2루수 칼튼이 공을 잡았습니다.”
칼튼은 3루로 향하는 주자를 확인하곤 혀를 찼다.
‘쳇, 늦었어.’
그는 고개를 돌려 1루에 공을 송구했다.
“헐크, 주자를 3루까지 보내는데 성공했지만, 타점을 올리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헐크는 김민이 자신에게 던진 공이 커트라는 사실을 알곤 바닥에 침을 뱉었다.
“퉤, 저 녀석은 항상 지저분한 공만 던진단 말이지.”
그의 뒤쪽에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지저분한 공을 깨끗한 안타로 연결시키는 게 우리들의 임무가 아닐까?”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시몬스였다.
2사 3루.
시몬스가 타점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