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2003 시즌 후반기 01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자 각 팀은 일제히 시리즈에 에이스를 투입했다.
시리즈 1차전에 에이스를 투입하지 않은 팀은 탬파베이, 보스턴, 그리고 애리조나뿐이었다.
뉴욕 양키스는 텍사스 원정으로 후반기를 시작했다.
“양키스가 텍사스를 스윕하고 동부지구 선두를 지킵니다!”
빅3라 불리는 로저, 무시나, 라몬스가 텍사스 타선을 압도, 양키스는 첫 시리즈를 스윕했다.
텍사스의 슈퍼스타 에이로드는 스윕패 직후, 루징 팀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내는 인터뷰를 했다.
기자들은 에이로드가 팀에서 마음이 떠났다고 보았다.
“에이로드도 더는 못 버티는 모양이군.”
“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이 플레이오프도 나가지 못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에이로드는 현재 3할 타율과 함께 아메리칸 리그 홈런 1위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팀은 서부지구 꼴찌로 플레이오프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음은 떠났지만, 팀을 옮기는 건 쉽지 않을 거야.”
“거대 계약이 걸림돌이 된 모양이군.”
에이로드의 계약은 10년 2억5천2백만 달러(3,120억 원)의 블록버스터급 계약이었다.
메이저리그 구단 중 가장 가치가 낮은 몬트리올 엑스퍼스의 구단 가치가 1억5천만 달러(1,860억 원)이었다.
선수 한 명의 가치가 메이저리그 구단의 가치보다도 훨씬 큰 것이었다.
이래서는 구단 재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메이저리그 구단 가치보다 큰 선수 계약이라니, 너무했어.”
“맞아. 텍사스가 너무 크게 질렀어. 아무리 에이로드라고 해도 2억 달러 안쪽에서 끝냈어야 했다고.”
“하지만 2억 달러라면 텍사스가 에이로드를 품지 못했을 거야.”
텍사스의 투자는 에이로드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에이스로 뛸 수 있는 투수를 찾아 거액의 계약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텍사스가 영입한 에이스 후보는 기대만큼 뛰어주지 못했고, 팀 성적은 지구 최하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에이로드와 텍사스 양쪽 모두 이 계약이 족쇄가 되고 말았어.”
“선수 한 명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어. 그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말이지.”
기자들은 에이로드가 결국 텍사스에서 10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도 양키스와 마찬가지로 후반기 첫 3연전을 스윕으로 장식했다.
스윕을 당한 상대는 동부지구 최하위 볼티모어 오리올스.
3연전 동안 탬파베이 선발진은 볼티모어 타선을 초토화시켰다.
2선발 클락이 7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에 성공했고, 3선발 렉터가 8이닝 1실점으로 볼티모어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그리고 3차전 선발로 나온 설리반은 9이닝 3실점으로 시즌 2번째 완투승을 거두었다.
“선발 투수 3명이 24이닝인가? 무시무시하군.”
“탬파베이 선발진은 진짜야.”
지난해 거품이란 평가를 받았던 탬파베이 선발진.
올해는 그 거품을 걷어내고 진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탬파베이 선발진에서 오직 부르스만 4점대 후반으로 처져 있을 뿐이야.”
“하지만 부르스도 5선발이라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부르스는 어쨌거나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서 뛰고 있어.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탬파베이의 평균자책점은 아메리칸 리그 3위.
아메리칸 리그 선두인 양키스는 탬파베이보다 조금 떨어지는 4위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들은 두 팀을 실질적인 아메리칸 리그 1, 2위로 보고 있었다.
그 이유는 현재 아메리칸 리그 1위 미네소타와 2위 클리블랜드가 타격이 다소 약한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 팀이었기 때문이었다.
“탬파베이는 영건들의 폼이 확실히 올라왔어. 이대로라면 디비전 시리즈도 할만할 거야.”
“이대로 가면 양키스와 리턴 매치인가?”
“오클랜드와 만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오클랜드는 양키스와 1경기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시애틀 매리너스를 홈에서 스윕 100승을 향해 순항했다.
한편 동부지구 3위 보스턴 레드삭스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맞아 1승 2패로 부진 지구 2위 탬파베이와 승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레드삭스에서 이긴 것은 페드로뿐인가?”
“페드로 혼자 힘으로는 무리야. 다른 선발 투수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보스턴 선발진은 약점이라 불릴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위권 팀들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이대로 가면 7월 안에 디비전 시리즈 탈락이 결정될 거야.”
“7월 말 탬파베이와 시리즈가 있어. 이때 최소한 위닝 시리즈라도 만들어야 해.”
보스턴 선수들도 탬파베이와 맞대결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7월 26일.
보스턴 레드삭스는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와 운명의 3연전을 가졌다.
첫 경기 선발로 등판한 것은 페드로 마르티네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현재 평균자책점 3위, 다승 4위로 전성기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헛스윙 삼진아웃! 브라이튼! 다시 한번 고개를 흔듭니다.”
탬파베이 타선은 이번 시즌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지만, 페드로 앞에서는 그 폭발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그들이 뽑은 점수는 5이닝 동안 단 1점에 불과했다.
“보스턴의 3-1 리드가 계속됩니다!”
6회 말 윌리엄이 중견수 쪽에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그렉스와 머레이가 각각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추격에 실패하고 말았다.
“페드로가 9회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김민은 더그아웃에서 페드로의 승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등판은 이번 시리즈가 아닌 다음 시리즈였다.
“헛스윙 삼진! 페드로가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끝냅니다!”
페드로는 이번 시즌 탬파베이를 상대로 2승 1패를 기록 탬파베이에 약하다는 말을 지웠다.
“페드로는 탬파베이에 약한 게 아니라 킴에게 약한 거야.”
“킴에게 약하지 않은 투수도 있던가?”
메이저리그에서 김민과 맞대결에서 앞서는 투수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킴은 벌써 시즌 17승. 이번 시즌도 사이영상은 맡아놨군.”
25승까지는 앞으로 8승.
11번의 등판이 남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김민은 최대 28승까지 거둘 수 있었다.
“페드로의 두 번째 전성기가 킴에게 묻히고 말았어.”
“로저는 어떻고? 위대한 길을 가고 있지만 매스컴은 오직 킴만을 다룰 뿐이야.”
김민은 0점대 평균자책점을 아슬아슬하게 지키면서 매스컴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킴의 다음 등판은 어디지?”
“토론토, 하지만 내일 경기를 더 신경 써야 할 거야.”
탬파베이와 보스턴의 2차전은 설리반과 웨이크의 대결이었다.
“설리반은 이번 시즌 벌써 12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나간다면 시즌 15승이 확실합니다.”
“강력한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커브. 전통적인 조합이지만 위력이 있습니다.”
설리반은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힘으로 보스턴 타자들을 제압하고자 했다.
그러나 보스턴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는 설리반의 패스트볼을 상대하기 충분했다.
따악!
강하게 맞은 타구가 그대로 우측 펜스를 직격했다.
김민은 그 타구를 보곤 낮게 중얼거렸다.
“설리반, 라파엘을 힘으로 제압하려고 하다니, 무리야.”
그는 트로피카나 필드가 아닌 펜웨이 파크였다면 우측 담장을 넘는 2점 홈런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스턴!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습니다.”
설리반은 2이닝 동안 3실점을 하며 휘청거렸다.
“투수를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이반 감독은 움직이지 않고 있어.”
“투수 코치라도 나와야 할 텐데…….”
기자들은 설리반이 보스턴 타선을 넘기가 힘들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3회 초.
블렛소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설리반의 실점은 3회 4점으로 늘어났다.
“대량 실점은 하고 있지 않지만 매회 점수를 내주고 있습니다.”
“모처럼 잡혔던 밸런스가 흔들리고 있어.”
이반 감독은 설리반이 페드로의 투구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페드로처럼 타자들을 압도하고 싶은 모양이군. 하지만 설리반, 아직 무리야.’
결국 설리반은 5이닝 5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오고 말았다.
“설리반, 8-5의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타선이 대폭발해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는 것이군요.”
탬파베이 타선은 어제 페드로에게 억눌렸던 화력을 마음껏 뽐냈다.
그들은 보스턴 불펜까지 초토화하면서 선발 전원 안타를 달성했다.
최종 스코어 11-7, 탬파베이의 승리.
시리즈 스코어는 이제 1-1 타이였다.
“킴을 내지 않고도 1승 1패군.”
“탬파베이는 킴 혼자만 있는 팀이 아니야.”
“어째서 이렇게 강해진 걸까?”
지난 시즌까지는 다크호스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탬파베이는 강호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팀이 강해졌어. 로버트가 빠진 클로저 자리도 볼튼이 잘 메워줬고…… 계투진이 조금 약해졌지만, 선발 투수들이 길게 던져 주면서 커버가 되었지.”
7월이 끝났을 때, 탬파베이는 양키스와 승차를 3경기로 좁히며 아메리칸 리그 전체 3위로 순위를 높였다.
“전체 순위가 3위인데 와일드카드를 노려야 하는 건가?”
“양키스가 상대니까. 양키스만 아니었다면 진즉 지구 1위로 올라섰을 거야.”
이반 감독은 양키스를 무리하게 쫓기 보다는 팀의 루틴을 확실히 다지고자 했다.
‘지난 시즌 우리가 플레이오프에서 고전한 것은 지구 1위를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무리하지 않는 운영으로 플레이오프를 정조준했다.
8월 12일.
김민이 시즌 20승에 성공했다.
“킴! 다시 한번 20승 시즌을 만듭니다!”
“2시즌 연속 20승이군요. 기록을 찾아봐야겠지만, 최근 20승을 연속으로 달성한 투수는 없었습니다.”
내셔널 리그에는 랜디 존슨이 2001, 2002 시즌 연속으로 20승 달성에 성공했지만,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페드로조차 성공하지 못했다.
1990년대로 기록을 내리면 로저 클레멘스가 97, 98시즌 연속 20승 돌파에 성공한 기록이 있었다.
당시 로저 클레멘스는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도 함께 달성하며 사이영상을 연속으로 수상했다.
“데뷔 3년 동안 사이영상 수상 2번이라. 로켓맨 이상이군.”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로저 클레멘스는 데뷔 4년 동안 사이영상을 2차례 수상하면서 역대급 기록을 써 내려갔다.
김민은 로저 클레멘스와 자신을 비교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을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전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투수입니다. 통산 300승에 빛나는 레전드와 비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로저 클레멘스는 이번 시즌 다소 부진한 성적 때문에 통산 300승 달성에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다음 시즌 300승 달성이 유력했다.
시즌 종료를 한 달 반 앞둔 현재 아메리칸 리그 투수 부문은 다음과 같았다.
평균자책점
1위 김민 0.91
2위 페드로 마르티네스 1.99
3위 로이 할러데이 2.67
4위 마린 트로이 2.98
5위 요한 산타나 3.09
다승
1위 김민 20승
2위 마린 트로이 18승
3위 마이크 무시나 17승
로이 할러데이 17승
아이작 17승
삼진
1위 페드로 마르티네스 201개
2위 로이 할러데이 195개
3위 마린 트로이 188개
4위 J 라몬스 181개
5위 조나단 렉터 176개
김민은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지금 시즌이 끝난다고 해도 김민이 사이영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킴의 이번 시즌 성적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야.”
“2년 연속 25승. 이건 클레멘스도 하지 못한 업적이지?”
“달성한다면 그렇지.”
김민이 남겨 두고 있는 선발 경기는 총 8번, 여기서 5승 이상을 거둔다면 김민은 2년 연속 25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0점대 평균자책점과 25승을 동시에 기록한다면 2년 연속 MVP도 꿈은 아니야.”
“달성만 한다면 메이저리그 페러다임을 바꾸게 될 거야. 투수가 2년 연속 MVP니까.”
메이저리그는 투수보다 타자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민이 보여 주고 있는 퍼포먼스는 그 어떤 타자보다 뛰어났다.
아직 널리 쓰지 않고 있지만 엘린이 계산한 WAR(대체 선수 대비 기여 승수)에 따르면 김민은 대체 선수보다 11승 더 많은 승수를 올리게 해 주고 있었다.
이는 2위 에이로드의 7.4승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엘린이 연봉 표를 보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킴을 500만 달러(62억 원)로 쓴다는 사기와 같다고.”
WAR 2위 에이로드의 연봉은 이번 시즌 2천만 달러(230억 원)가 넘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시즌 양키스의 빅3는 예상보다 성적이 낮군.”
로저 클레멘스, 마이크 무시나, J 라몬스.
세 사람은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으나 그 누구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현재 49승을 합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는 김민과 설리반 그리고 렉터, 세 명의 승수 합보다 낮았다.
물론 양키스 선발진이 탬파베이 선발진보다 승수가 뒤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시즌을 4선발로 시작한 과거의 3선발 아이작이 17승으로 빼어난 피칭을 보여 주고 있었다.
때문에 뉴욕 기자들은 빅3가 아닌 빅4라 불러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아이작을 빼놓지 마! 양키스는 판타스틱4라고!”
“다승 3위 투수가 빅4가 아니면 누가 빅3가 될 수 있겠어. 이번 시즌 아이작은 무시나보다 낫다고.”
아이작은 플레이오프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포스트 시즌 선발로 낙점을 받은 상태였다.
“양키스는 포스트 시즌도 4선발 체제로 가겠군. 탬파베이는 어때?”
“글쎄, 이쪽은 뚜렷한 윤곽이 나오지 않았어.”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현재 4명의 투수가 10승 이상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3선발로 로스터를 구성할지 아니면 4선발로 로스터를 구성할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였다.
“나라면 4선발로 갈 거야. 킴부터 설리반까지 빈틈이 없거든.”
“굳이 4선발이 필요할까? 설리반은 불펜 경험까지 있잖아.”
“설리반으로 불펜을 강화하자는 건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잖아.”
설리반의 불펜 전향.
이반 감독도 이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최근 설리반의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어. 아마 체력문제겠지.’
그는 설리반의 페이스가 계속 가라앉아 있다면 그를 불펜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블렛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설리반을 어디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포스트 시즌 말씀이십니까?”
“그래.”
블렛소 투수 코치가 일정표를 확인하면서 대답했다.
“전 포스트 시즌 포지션보다는 그에게 휴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휴식?”
“최근 설리반은 지친 모습이 역력합니다.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르게 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탬파베이는 현재 3경기 차로 양키스를 뒤쫓고 있었다.
“흠…… 여기서 추격의 고삐를 늦추고 싶지는 않은데.”
이반 감독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양키스를 추격하고 싶어 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양키스가 연패에 빠질 확률이 낮다고 생각했다.
“터커가 잘해 줄 겁니다.”
터커는 설리반 이전 5선발을 맡았던 투수였다.
그는 트리플A에서 반년 이상을 뛴 뒤 얼마 전 25인 로스터에 복귀한 상태였다.
“좋아. 설리반에게 휴식을 주도록 하지.”
8월 22일.
터커가 메이저리그 선발 복귀 경기를 가졌다.
경기 경과는 7-5 탬파베이의 승리.
터커는 5이닝 3실점으로 분전 개막전에서 승리를 챙겼다.
“이렇게 보니, 터커도 나쁘지 않군.”
“다음 시즌 터커와 부르스의 5선발 경쟁도 치열하겠어.”
기자들의 말을 들은 것일까?
다음 날.
부르스가 6이닝 2실점의 깔끔한 피칭으로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부르스까지 10승인가? 탬파베이 선발진이 전부 10승 이상이군.”
“압도적인 에이스 킴에 준수한 선발이 3명, 부러운 투수진이야.”
“그러고 보니, 내일은 킴인가?”
8월 24일.
김민이 22승 도전에 나섰다.
상대는 중부지구 1위 미네소타 트윈스.
“미네소타, 이번 시리즈에서 중부지구 1위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요?”
“1차전을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차전에서 패하면 자존심을 세우는 게 아니라 스윕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미네소타가 김민을 상대하기 위해 내민 카드는 에이스 요한 산타나였다.
김민은 마이너리그 시절 이후 처음으로 산타나와 맞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요한 산타나. 이번 시즌 드디어 내가 알고 있던 산타나의 모습으로 돌아왔어.’
요한 산타나는 지난 경기에서 9이닝 무실점 12K 완봉승을 기록했다.
덕분에 평균자책점은 4위로 다승은 5위로 삼진 4위로 뛰어올랐다.
미네소타 팬들은 내친김에 김민까지 침몰시켜 더 높은 곳에 오르길 바라고 있었다.
“산타나, 킴과 대결은 처음이지?”
동료의 물음에 산타나가 대답했다.
“아니, 예전에 붙어 본 적이 있어.”
“마이너리그 시절에?”
산타나가 대답하려는 순간 뒤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을 리그, 스콜피언스에서였지.”
산타나를 대신해 대답한 선수는 바로 4번 타자 시몬스였다.
산타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때는 킴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몰랐어.”
시몬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냥 태평양을 건너온 애송이라고 생각했지.”
2003 시즌 현재 김민은 더 이상 애송이가 아니었다.
시몬스가 유니폼을 접으며 말했다.
“산타나, 킴은 강해.”
“알고 있어.”
“그래도 이기자.”
산타나가 글러브를 들며 말을 받았다.
“물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