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60화 (160/296)

160화 2003 시즌 전반기 04

6월 중순까지 탬파베이는 10승 4패를 거두며 양키스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양키스는 맞대결에서 위닝 시리즈로 화답했다.

탬파베이는 김민이 1차전에 나와 무시나를 누르고 먼저 1승을 따냈지만, 2, 3선발인 클락과 렉터가 이틀 연속 무너지면서 양키스에 위닝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양키스는 2게임 차이로 탬파베이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탬파베이가 강하긴 하지만 아직 양키스의 상대는 아닌 것 같아.”

“그래도 플레이오프라면 모를걸? 특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만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야.”

7전 4선승제인 챔피언십 시리즈.

기자들은 적어도 김민이 2승 정도는 책임져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킴이 2승을 한다고 해도 나머지 2승은 누가 하지?”

“설리반이 1승 렉터가 1승이겠지.”

렉터는 이번 시즌 블렛소 코치로부터 너클 커브를 전수받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그는 3선발로 활약하고 있었지만, 2선발이었던 지난 시즌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설리반의 1승이 가능할까?”

“이번 시즌 설리반은 사실상 탬파베이의 2선발이야.”

설리반은 강력한 패스트볼과 낙차가 큰 V슬라이더를 앞세워 6월 중순까지 8승을 쓸어 담았다.

김민의 11승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리그 다승 5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만만치 않잖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탬파베이가 만나게 될 상대는 로저 클레멘스, 마이크 무시나, J 라몬스로 구성된 빅3였다.

“내 생각도 그래, 설리반이 잘 던져 주고 있지만, 양키스 그것도 빅3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아.”

대부분 기자들은 양키스가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탬파베이를 만날 경우 4승 2패로 승리할 것이라 예상했다.

“사실 이러한 가정은 무의미하지 않아? 중부지구는 다소 약하지만 동부지구에는 오클랜드가 있다고.”

빌리 빈의 오클랜드는 이번 시즌 시애틀 매리너스를 완파하고 서부지구 1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오클랜드의 이번 시즌 승률은 대단하지.”

“다시 한번 100승을 넘길 기세야.”

젊은 리더 호세가 이끄는 오클랜드는 양키스로 이적한 제레미가 4번을 치던 2001시즌과 비교해도 꿀릴 것이 없었다.

현재 오클랜드는 양키스에게 1경기 뒤진 아메리칸 리그 전체 2위였다.

“양키스와 탬파베이, 그리고 오클랜드, 그에 비해 중부지구는 썰렁하군.”

“미네소타가 선전하고 있지만, 강팀들의 상대로는 부족해 보여.”

“클리블랜드도 마찬가지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인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중부지구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군.”

기자들은 이번 시즌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격돌하는 것은 동부지구와 서부지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6월 21일.

탬파베이가 중부지구 1위 미네소타를 상대로 스윕(3연승)을 달성했다.

중부지구 선두였던 미네소타는 스윕 여파로 클리블랜드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스윕을 포함해 5연승을 달린 탬파베이는 양키스와 승차를 0.5경기까지 좁히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6월 25일 주포 윌리엄이 3주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탬파베이의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6월 28일에는 6월 첫 연패를 당하면서 승차가 2.5게임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7월 2일.

양키스와 탬파베이의 승차는 이제 5게임으로 벌어져 있었다.

홀먼 단장과 이반 감독은 무리하게 양키스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차분히 포스트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지구 2위지만 와일드카드 순위는 넉넉하군.”

와일드카드 2위 애너하임과 승차는 4경기.

갑작스러운 연패가 아니라면 쉽게 좁힐 수 없는 승차였다.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하면서 후반기를 보내는 것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지난 시즌, 탬파베이는 애인절스와 마지막까지 와일드카드 경쟁을 펼쳤다.

그 덕분에 탬파베이는 투수 로테이션이 꼬인 상태로 디비전 시리즈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3-1 패배.

이반 감독은 이번 시즌만큼은 지난 시즌의 어려움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홀먼 단장이 말했다.

“윌리엄도 성급하게 복귀시킬 필요 없겠어.”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윌리엄의 복귀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로 잡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올스타전 선발 투수는 누구지?”

지난 시즌 아메리칸 리그 올스타 선발 투수는 김민이었다.

“이번 시즌도 킴일 겁니다.”

“또 킴인가?”

지난 시즌 김민의 올스타전 선발 출전으로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2-3-1-4-5라는 변칙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후반기 로테이션은 전반기와 똑같이 돌아갈 겁니다.”

홀먼 단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가능한가?”

“후반기를 2-3-4-5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반 감독은 김민에게 휴식을 3일 더 주면서 선발 로테이션을 맞추고자 했다.

홀먼 단장이 물었다.

“위험하지 않을까?”

“지난 시즌과는 다릅니다. 선발진 전원이 한 단계 스텝업을 한 상태입니다. 1선발이 3일 쉬었다고 로테이션이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반 감독은 지난 시즌 겪었던 여름 추락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홀먼 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믿겠네. 하지만 너무 여유를 부려서는 안 될 걸세.”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킴이 3일 정도 못 나오는 것으로 어떻게 될 팀이 아닙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뉴욕 양키스에 4경기 뒤져있었지만, 중부지구 1위 미네소타보다 승수가 더 많았다.

이반 감독은 이변이 없다면 아메리칸 리그 와일드카드를 획득하는 것은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 *

2003년 7월 15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화이트삭스의 홈구장 US 셀롤러 필드에서 열렸다.

“스타들의 잔치가 올해는 셀롤러 필드를 찾아왔습니다!”

화려한 경기 전 행사.

김민은 포사다와 함께 그라운드에서 식전 행사를 함께 했다.

“킴, 또 만나는군.”

“이번이 세 번째인가?”

“맞아.”

포사다는 김민에게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탬파베이를 피하고 싶다는 말인가?”

“그보다는 킴을 만나고 싶지 않아.”

김민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난 100마일(161km)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야.”

“하지만 100마일보다 더 무서운 무기를 지니고 있지.”

포사다는 김민을 상대로 점수를 뽑는 것이 그 무엇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킴, 차라리 우리 팀으로 오는 게 어때?”

양키스로 이적.

지금 양키스에 김민이 더해진다면 리그 밸런스를 파괴할 정도로 강력한 팀이 만들어졌다.

“이번 시즌이 3년 차라고.”

팡!

포사다의 미트에 공이 들어갔다.

“아직 그것밖에 안 되었나?”

“이치로와 신인왕 경쟁을 했던 나야.”

“하긴 그랬었지.”

포사다는 김민의 FA가 한참 남은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김민이 다시 공을 던지며 말했다.

“그리고 FA가 된다고 해도 양키스로 갈 생각은 없어.”

“왜? 고향 팀이 아니라서?”

“내 고향은 태평양 건너에 있다고. 고향 문제는 아니야.”

포사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럼 이유가 뭐야?”

“탬파베이 왕조를 세우기로 했거든.”

포사다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킴, 포부는 좋지만 탬파베이에서 왕조는 무리야. 우선 구단주가 짠돌이라고.”

“짠돌이를 구워삶아야지.”

포사다는 김민이 탬파베이와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킴이 구워 삶아진 것 같던데…….”

“뭐, 밖에서 보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한 번 돈맛을 보게 되면 지갑을 닫지 못할 거야.”

두 사람이 공을 주고받는 시구 타임이 되었다.

“포사다, 시간이야.”

“오케이.”

포사다는 시구를 받기 위해 홈플레이트로 향했다.

* * *

1회 초.

내셔널 리그 공격.

“플레이볼!”

마운드에 선 것은 아메리칸 리그 선발 투수 김민이었다.

“또 킴이잖아.”

내셔널 리그 1번 타자 바비가 혀를 찼다.

그러자 포사다가 미트를 내밀며 말했다.

“자네는 지난해 올스타전에 나오지도 않았잖아.”

“TV로 봤다고.”

“…….”

포사다는 바비의 대답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바비는 바깥쪽 공을 자유자재로 밀어치는 친구야. 안쪽 코스가 좋겠어.’

그러나 김민의 사인은 바깥쪽이었다.

‘킴, 무슨 생각이야. 자네는 100마일(161km)을 던지는 괴물이 아니라고. 바비의 배트 컨트롤을 생각하면 안쪽이 더 나아.’

시즌 경기였다면 사인을 내달라고 고개를 흔들었을 것이다.

‘그래 올스타전이니, 마음대로 해 보라고.’

포사다가 미트를 내밀자 김민의 초구가 날아왔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정확히 노렸다.

‘킴의 제구는 진짜야!’

포사다는 김민의 공을 받을 때마다 그의 제구력에 감탄하곤 했다.

그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제구력을 가진 투수로 김민을 꼽기도 했다.

바비의 배트는 코너를 찌르는 91마일(146km)을 정확히 받아쳤다.

따악!

포사다는 타격음을 듣는 순간 혀를 찼다.

‘보라고! 바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타구는 1, 2루 사이로 빠르게 날아갔다.

바비는 볼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1, 2루 사이를 꿰뚫는 안타. 올스타 게임 7번째 안타군.’

그는 앞선 6번의 출장에서 6개의 안타를 때려낸 바 있었다.

바비가 1루를 향해 걸음을 옮긴 순간이었다.

2루수 미구엘이 몸을 낮추며 타구를 잡아냈다.

‘미구엘이 대체 왜 저기에!’

놀란 것은 포수인 포수다도 마찬가지였다.

‘시프트 사인은 내지도 않았어! 그런데 어째서 미구엘이 저기 있는 거야.’

미구엘은 무표정한 얼굴로 공을 잡아 1루에 송구했다.

“아웃!”

김민은 바비의 아웃을 확인하곤 미구엘에게 미소를 지었다.

“어때? 내 말대로지.”

미구엘이 1루수 아울에게 공을 받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졌군.”

포사다는 그제야 미구엘과 김민 사이에 뭔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킴은 2루수 쪽으로 타구를 보내기 위해 바깥쪽 패스트볼 사인을 냈던 거로군.’

1시간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 클럽하우스.

“킴, 이번 올스타전은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써 보는 게 어때?”

김민에게 시프트를 제안한 사람은 1루수 부문 올스타에 뽑힌 아울이었다.

“시프트?”

“내셔널 리그 팬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흠…….”

김민이 망설이고 있는 사이 미구엘이 끼어들었다.

“올스타 레벨을 상대로 시프트는 불가능해.”

미구엘은 캔자스시티 2루수로 이번 시즌 0.299의 타율과 17홈런으로 올스타 한자리를 차지한 선수였다.

옆에 앉아 있던 오클랜드의 4번 타자 호세도 미구엘을 거들었다.

“맞아. 올스타 레벨은 다르지. 평범한 타자들이 아니거든.”

그러자 아울이 목소리를 높였다.

“킴이 마운드에 서 있다면 어떤 타자도 시프트로 잡아낼 수 있다고.”

“그건 타자가 평범할 때 이야기고, 호세의 말대로 올스타 레벨은 다르다고.”

김민은 아울과 미구엘이 번갈아 가면서 목소리를 높이자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목소리를 높일 필요 없는 일이잖아. 진정하라고.”

그는 두 사람을 진정시킨 다음 미구엘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구엘, 내기 하나 하는 게 어때?”

“내기라고?”

“내가 지정한 위치에 자네가 서 있으면 그쪽으로 타구를 보내겠어.”

원하는 곳으로 타구를 보내는 것.

그것은 시프트로 강타자를 잡아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미구엘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킴, 상대를 너무 얕보는 것 아니야? 네가 뛰어난 투수라는 것은 나도 인정해. 하지만 메이저리그, 그것도 올스타전이라고.”

김민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내기라고 하잖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이라면 내기가 성사될 수 없지.”

호세가 흥미로운 듯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 내기라면 나도 참가하겠어. 물론 난 실패에 걸겠어.”

김민이 호세에게 시선을 돌렸다.

“호세, 내가 아닌 미구엘인가?”

“아무리 킴이라고 해도 그건 무리라고 생각해. 그리고 내기는 친분이 아니라 승률에 걸어야지.”

호세가 미구엘의 편을 들자 이번에는 아울이 김민에게 배팅했다.

“난 킴에게 걸겠어. 킴이라면 반드시 원하는 곳에 공을 보낼 수 있을 거야.”

호세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내기 대상은?”

“천 달러(124만 원).”

“나쁘지 않군.”

호세가 백 달러짜리 지폐 10장을 꺼내 테이블에 올리며 말했다.

“시프트 걸 타자는 내가 지명하지.”

김민이 차갑게 말했다.

“배리 본즈라면 사양이야.”

“배리 본즈는 아니야.”

“그럼 말해 봐.”

“바비 웰링턴.”

바비 웰링턴은 경기 전 발표된 타순에 의하면 내셔널 리그 1번 타자였다.

“내셔널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타자에게 내기를 맡기겠다는 건가?”

호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 친구 1, 2루쪽으로 공을 잘 밀거든. 배트 스피드를 구위로 누를 수 있다면 2루수 쪽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을 거야.”

그는 가장 어려운 타자가 아니라 김민이 해낼 수 있을 법한 타자를 지명했다.

미구엘은 호세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호세, 방금 그 지명은 킴에게 너무 유리한 것 아니야?”

“걱정 말라고 바비는 만만한 친구가 아니니까.”

김민은 호세의 지명에 미소를 지었다.

“호세, 바비가 상대라면 너무 싱거운 것 아닐까?”

“킴, 자신감이 지나치면 곤란해. 바비는 내셔널 리그 타격 3위라고.”

“초구로 하지.”

호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초구로 아웃 카운트를 잡겠어.

“킴!”

“바비가 상대라면 2구가 필요하지 않을 거야.”

아울도 김민의 초구 발언에는 살짝 걱정이 되었다.

“킴, 괜찮겠어?”

김민이 아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

호세는 놀란 얼굴을 지우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멋진데. 초구 승부. 받아주지.”

미구엘은 호세와 김민을 번갈아 바라보며 생각했다.

‘실패를 바라는 쪽이 승부를 쉽게 만들고 성공해야 하는 쪽이 승부의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대체 무슨 생각들이지?’

김민이 미구엘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미구엘, 잘 기억해. 난 초구에 승부를 걸 거야.”

미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초구.”

“내가 와인드업에 들어가면 미구엘은 스타트를 끊어.”

“스타트?”

“시프트를 건다고 했잖아. 미리 위치에 가 있지 않으면 공을 놓치게 될 거야.”

미구엘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아니, 어디를 말하는 거야?”

김민이 짧게 대답했다.

“1루와 2루 그 중간.”

1, 2루 중간이라면, 정상적인 2루수의 수비 위치보다 3m 정도 1루 베이스 쪽으로 치우친 곳이었다.

“와인드업과 동시에 스타트를 끊은 다음, 그곳에 가 있으면 되는 건가?”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호세는 김민의 말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1, 2루 사이를 꿰뚫는 안타성 타구를 평범한 땅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군. 하지만 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모양이군. 바비는 밀어치는 타구의 달인이지만 땅볼보다는 뜬공이 더 많다고. 조금만 어설픈 공이 들어와도 2루수 키를 넘어갈 거야.’

그는 내야 땅볼보다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생각했다.

1시간 뒤.

“플레이볼!”

주심의 경기 시작 선언과 동시에 김민이 포사다에게 사인을 보냈다.

사인은 바깥쪽 패스트볼.

‘바비의 히팅존은 바깥쪽에 집중되어 있다. 바깥쪽에 패스트볼을 던지면 반드시 배트를 낼 거야.’

김민은 이번 승부에 있어 중요한 것이 제구라고 생각했다.

포사다는 김민의 사인을 순순히 받아주었다.

‘올스타전이라 그런가? 이견을 보이지 않는군.’

김민은 패스트볼 그립을 잡은 뒤 길게 심호흡했다.

“후…….”

‘공의 높이가 무엇보다 중요해. 조금이라도 높으면 시프트를 뚫고 외야로 날아갈 거야.’

물론 너무 낮은 공도 곤란했다.

너무 낮은 공은 바비의 배트를 멈추게 만들 테니까.

슉!

김민은 바깥쪽 낮은 코너에 집중했고, 바비는 그 낮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을 정확히 쳐 냈다.

따악!

빠른 타구가 정확히 미구엘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킴! 단 하나의 공으로 바비를 잡아냅니다!”

“이번 승부는 킴보다 미구엘의 수비 포지션을 칭찬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킴이 공을 던지는 순간 미구엘은 이미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이런 수비는 다음 상황을 예측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해설자는 미구엘을 칭찬하고 있었지만, 이 승부에서 이긴 것은 바로 김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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