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2003 시즌 전반기 03
5회 말.
퓨리는 홈팀의 맹공을 견디지 못하고 4와 2/3 이닝 5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시애틀의 호이스 감독은 답답한 듯 물병의 물을 단숨에 비웠다.
“할 때 하지 못하면 영원히 할 수 없다는 게 바로 이런 건가?”
그의 머릿속은 2001년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아메리칸 리그 최다승 신기록을 작성한 시애틀 매리너스.
그들은 역대 최강 팀 중 하나로 손꼽히며 월드시리즈 반지에 가장 가까운 팀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시애틀 매리너스는 월드시리즈에 오르지도 못한 채 플레이오프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해내야 할 때 해내지 못한 것이다.
이후 시애틀은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지난 시즌 시애틀은 90승을 넘겼지만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가면 90승 전후를 기록하겠지만 디비전 시리즈와는 거리가 멀었다.
“역시 그때 해냈어야 해.”
호이스 감독이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6회 초.
김민의 퍼팩트 행진이 막을 내렸다.
“8번 세일이 드디어 안타를 쳐냅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타격 자세입니다.”
1사 주자 1루.
모처럼 찾아온 시애틀의 득점 찬스였다.
“호이스 감독 대타를 기용합니다.”
“시애틀이 꺼낼 수 있는 대타 카드는 브라운과 콰미가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브라운이 선택되지 않을까 합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호이스 감독은 아직 오늘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대타 브라운!”
호이스 감독의 한마디에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대타 브라운입니다!”
“역시 브라운이군요. 브라운은 지난 시즌 확장 로스터로 데뷔한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은 3루 백업과 대타를 겸하고 있습니다. 패스트볼에 강하고 커브와 체인지업에 다소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251에 1홈런 4타점.
김민이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김민은 브라운을 보는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브라운…… 그 브라운인가?’
20년 전 트리플A에서 함께 뛰었던 브라운.
‘맞아. 그 브라운이야.’
당시 브라운은 김민과 제법 사이가 좋았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김민에게 이런저런 메이저리그 이야기를 해 주곤 했다.
그가 말하는 메이저리그는 김민에게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곤 했다.
‘브라운은 첫 풀시즌을 마치고 교통사고를 당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그렇다는 말은 이번 시즌을 마치고 교통사고가 난다는 말인데…….’
그는 록튼과 사인을 교환한 뒤 그립을 고쳐 잡았다.
‘브라운, 미안하지만 과거의 친구였다고 해서 그냥 내보낼 수는 없어.’
슉!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브라운은 패기 있게 배트를 휘둘렀지만 허공을 치고 말았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기록된 구속은 94마일(151km).
호이스 감독은 브라운의 헛스윙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슬라이더에 완전히 당했군.”
김민의 고속 슬라이더는 신인 타자들에게 패스트볼과 구별이 잘되지 않았다.
브라운의 눈에는 김민의 슬라이더가 패스트볼과 같은 궤적으로 날아오다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는 마구처럼 보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두 번째 공도 헛스윙.
이번 공은 낮게 떨어지는 커브였다.
“브라운! 너무 급합니다.”
“패기가 있는 것은 좋지만 모든 공을 치려하면 곤란합니다. 상대는 운영의 마술사 킴입니다.”
브라운은 배트를 짧게 잡으면서 끝까지 버티려 했지만 김민은 패스트볼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파앙!
안쪽을 깊이 찌른 패스트볼에 브라운의 배트가 헛돌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킴! 브라운을 룩킹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루키의 패기로 도전했지만, 킴에게는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애틀 팬들은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직 시애틀의 공격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시애틀에는 바로 이 타자가 남아 있습니다.”
2사 1루.
타석에 들어선 것은 시애틀의 출루머신 이치로였다.
“이치로와 킴의 대결입니다!”
“아메리칸 리그 2001년 MVP와 2002년 MVP의 대결입니다.”
이치로는 평소와 같은 동작을 같은 속도로 되풀이한 뒤 타석에 들어섰다.
록튼은 이치로의 행동을 보곤 속으로 혀를 찼다.
‘루틴 때문이라고 해도 매번 같은 행동을 같은 속도로 반복하는 것을 보면 기계 같다는 생각만 드는군.’
그는 이치로가 인간미가 떨어지는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슉!
안쪽 깊이 들어온 빠른 공.
이치로는 가볍게 그 공을 받아쳤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공이 1루 더그아웃 앞에 떨어졌다.
“파울!”
이치로는 파울이 될 것을 알면서도 배트를 휘둘렀다.
‘안쪽 코너를 찌르는 패스트볼, 치지 않았다면 그대로 스트라이크가 되었겠지.’
그는 그냥 서서 스트라이크를 하나 먹는 것보다는 배트를 내면서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카운트 0-1, 킴이 조금 앞서 나갑니다.”
“킴, 이치로의 빠른 발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치로는 코너처럼 번트로 안타를 만들 수 있는 선수 중 한 명입니다.”
3루 방향으로 공을 굴린 뒤 전력 질주.
이치로는 이런 방식으로 많은 내야 안타를 만들어 낸 선수였다.
그러나 지금 이치로의 머릿속에는 내야 안타가 존재하지 않았다.
‘야구는 타율을 높이는 게임이 아니다. 점수를 뽑지 못한다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
그는 공을 가능한 멀리 날려 보낼 생각이었다.
김민은 이치로의 타격 자세와 조금 전 스윙을 보고 그것을 알았다.
‘시시한 승부는 하지 않을 생각이군.’
그는 왼쪽 어깨에 오른손 식지를 가져갔다.
-바깥쪽 패스트볼.
록튼이 미트를 들자 김민이 강하게 공을 뿌렸다.
슉!
이치로는 바깥쪽 패스트볼을 보자마자 배트를 냈다.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군.’
탁!
배트 헤드에 맞은 공이 백네트 뒤에 꽂혔다.
“파울!”
이치로는 자신의 배트 스피드가 김민의 패스트볼에 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배트가 킴에게 밀렸다고?’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면 모를까?
힘 대 힘에서 밀렸다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97마일(156km)?”
자신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설마, 스피드건에 오류가 난 거겠지.”
김민의 기존 최고 구속은 96마일(154km)였다.
이치로는 김민이 최고 구속을 경신한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기 후반 그것도 2사 이후에 최고 스피드를 갱신한다고? 타이밍이 맞지 않아.’
이반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스피드건에 오차가 큰 것 같군. 킴의 패스트볼 구속이 97마일까지 나오다니.”
블렛소 투수 코치는 오류나 오차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킴은 이번 경기에서 패스트볼의 볼트를 조였다. 패스트볼의 구속이 오른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치로가 배트를 세우자 똑같은 코스로 빠른 공이 날아왔다.
‘이번에야말로!’
그는 한 타이밍 빠르게 배트를 냈다.
그러나 이번 공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빠르게 떨어졌다.
‘스플리터!’
이치로의 동체 시력은 공의 무브먼트를 따라갔지만, 배트는 그렇지 못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헛스윙 삼구삼진.
이치로는 굳은 얼굴로 배터 박스를 빠져나왔다.
‘특별할 게 없는 경기잖아. 이 경기에 왜 이렇게 열을 올리고 있는 거야?’
그는 김민이 마치 플레이오프처럼 공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7회와 8회.
김민은 패스트볼과 스플리터 조합으로 시애틀 타선을 내리눌렀다.
솟아오르는 패스트볼과 빠르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앞에 브렛의 파워와 덴의 노련함은 무기력할 뿐이었다.
“킴, 25명의 타자를 맞아 단 하나의 안타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피칭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브렛소 투수 코치가 박수를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스 피칭!”
그는 김민이 자신이 바란 것 이상을 해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킴은 메이저리그에서 자가수복능력이 가장 뛰어난 투수다.’
마지막 9회.
김민을 상대할 시애틀 선수는 8번 세일과 대수비로 출장은 아코르 그리고 1번 타자 이치로였다.
“시애틀 9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 0의 벽을 깨야 합니다.”
“이대로 완봉을 당한다면 위닝 시리즈 이상의 것을 내주게 됩니다.”
호이스 감독도 완봉만은 막고 싶었다.
‘오늘 경기가 완봉으로 끝난다면 내일까지 패배의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
내일 지면 스윕.
서부 지구 1위 오클랜드와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승차가 벌어지고 말았다.
“대타 카드도 더 이상은 쓸 수 없다.”
그는 6회와 8회 대타 카드를 모두 소진했다.
“선수들의 분발을 바랄 수밖에.”
시애틀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두 타자 세일이 전 타석에서 김민에게 안타를 쳐낸 타자라는 것이었다.
선두 타자가 살아 나간다면 점수를 낼 확률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선두 타자 세일은 김민에게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다.
“세일, 2루수 플라이로 돌아섭니다.”
“투심 패스트볼을 어퍼 스윙으로 걷어 올렸지만 너무 아래쪽을 때렸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9번 타자 아코르와 1번 타자 이치로뿐.
“9번 타자 아코르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아코르의 어깨가 무겁겠습니다.”
타격 코치는 아코르가 대기 타석에 들어가기 전 이렇게 조언했다.
“킴은 여러 가지 구종을 던지지만 그래도 그 중심에는 패스트볼이 있다. 대기 타석에서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도록 해.”
아코르는 호흡을 조절한 뒤 배트를 들었다.
‘후흡, 패스트볼 타이밍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킴의 패스트볼을 때려낼 수 있을까?’
슉!
공교롭게도 패스트볼이 초구로 들어왔다.
‘찬스 볼이군!’
아코르가 빠르게 배트를 돌렸다.
탁!
경쾌한 소리가 아니라 둔탁한 소리.
아코르는 미간을 좁혔다.
‘정타가 아니야.’
타이밍은 맞았지만, 아직 그는 김민의 떠오르는 공을 공략할 기량이 부족했다.
“내야에 높이 떠오른 공! 1루수 아울이 두 팔을 벌립니다!”
팡!
짧은 소리와 함께 1루수 아울의 미트에 공이 안착했다.
“아코르! 1루수 플라이로 물러납니다. 이제 시애틀에 남은 타자는 단 한 명입니다.”
이치로는 이전 타석에서 삼구삼진을 당했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록튼의 눈에 그는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보였다.
‘9회 초, 스코어 7-0. 경기 결과가 어느 정도 결정되었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없는 건가? 하지만 그의 표정은 마음의 부담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치로는 1회 초 선두 타자로 나왔을 때와 같은 타격 준비 자세를 반복했다.
“이치로가 초구를 기다립니다!”
딱!
스피드 위주의 짧은 스윙.
배트에 맞은 공이 3루 방향으로 흘러갔다.
록튼은 마스크를 쓴 채로 목소리를 높였다.
“3루!”
그는 이치로가 이치로다운 타격을 했다고 생각했다.
‘킴의 슬라이더를 3루 방향으로 굴렸어. 만만치 않은 배트 컨트롤이야.’
3루로 향하는 땅볼은 좌타자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한 타격방법이었다.
‘하지만 3루 방향으로 흐른 타구가 안타가 된다고 해도 이것은 내야 안타에 지나지 않아.’
이치로가 내야 안타를 선택한 것은 김민을 상대로 장타를 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킴을 상대로 2루타나 홈런을 뽑아낸다고? 그런 걸 할 수 있는 선수는 제레미나 배리 본즈 같은 괴물뿐이야. 난 그런 괴물이 아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자 했다.
“스나이더! 원 바운드 공을 맨손으로 잡았습니다!”
스나이더가 맨손으로 공을 잡은 이유는 하나였다.
‘이치로를 잡기 위해서는 송구까지 이어지는 행동을 최대한으로 줄여야 해.’
그는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행동을 생략해 시간을 줄이고자 했다.
레이먼드 수비 코치는 스나이더의 수비가 다소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맨손 캐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을 터트리게 만드는 멋진 수비지만, 장점 이상으로 단점이 많은 수비다.’
우선 맨손 캐치는 글러브로 공을 잡을 때보다 난이도가 높았다.
자칫 공을 놓친다면 송구도 해 보지 못한 채 내야 안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단점은 공을 잡는 순간 그립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글러브로 공을 잡았을 경우, 글러브에서 공을 빼며 그립을 고쳐 잡을 수 있지만, 맨손 캐치의 경우에는 그립을 고쳐 잡을 틈이 없었다.
세 번째 단점은 부상 위험이었다.
맨손으로 타구를 잡는다는 것은 타구가 가진 운동 에너지를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감당한다는 뜻이었다.
공을 잡는 각도나 바운드 예측이 잘못될 경우 손가락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컸다.
스나이더는 이 모든 단점을 알고도 맨손 캐치를 시도했다.
“스나이더가 1루로 공을 던집니다!”
이치로의 발과 스나이더의 어깨가 1루 베이스를 놓고 정면 대결을 펼쳤다.
파앙!
공이 미트에 들어온 직후 이치로가 1루 베이스를 통과했다.
“어떻게 된 거야?”
관중들의 시선이 1루심에게 모였다.
1루심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빠르게 오른손을 아래로 내리꽂았다.
“아웃!”
그의 제스처에 트로피카나 필드 관중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나이스 플레이!”
“스나이더 멋지다!”
캐스터는 스나이더의 플레이를 칭찬한 뒤 오늘 경기가 종료되었음을 알렸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7-0으로 시애틀 매리너스를 누르고 위닝 시리즈를 확보합니다. 더불어 킴은 9이닝 1피안타 완봉승을 거두었습니다.”
“킴의 완봉승은 시즌 5승이기도 합니다. 5월 초에 5승, 엄청나게 빠른 페이스로 승을 쌓고 있습니다.”
김민은 오늘 승리로 평균자책점을 0.80까지 낮출 수 있었다.
“이번 시즌을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친다면 전대미문의 일이 될 겁니다.”
약물의 시기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빼고는 그 누구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0점대 평균자책점은 이루지 못했다.
김민이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다면 그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이었다.
“해낼 수 있다면 백투백 MVP도 무리는 아니겠지.”
시즌 MVP를 연속해서 수상한다는 것은 기록 이상의 임팩트가 필요했다.
이반 감독과 바이슨 수석 코치는 0점대 평균자책점이 바로 그러한 임팩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기어코 시애틀 매리너스를 낭떠러지로 떨어뜨렸다.
“스코어 15-4,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시애틀 매리너스를 대파하고 스윕을 달성합니다.”
양키스와 승차는 이제 1경기.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선수들은 우승을 위한 레이스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 * *
6월 1일.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5월의 선수와 5월의 신인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킴의 사진이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상단에 들어갔군.”
김민은 5월 한 달 동안 5번 선발로 등판해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이것은 아메리칸 리그 타이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김민을 이달의 선수로 수상할 수밖에 없었다.
“킴이 잘 던진 것도 있지만, 5월 탬파베이 타선은 미쳤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어.”
“대단했지. 특히 윌리엄은 28경기에서 11개의 홈런을 몰아쳤어.”
“사실 아메리칸 리그 이달의 선수는 탬파베이 집안싸움이었다고 생각해.”
탬파베이는 김민과 윌리엄의 대활약을 바탕으로 5월 28경기에서 21승을 거두며 동부지구 1위 양키스를 바짝 추격했다.
6월 1일 현재 동부지구 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1위 뉴욕 양키스 40승 13패
2위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39승 14패
3위 보스턴 레드삭스 35승 17패
4위 토론토 블루제이스 23승 29패
5위 볼티모어 오리올스 14승 38패
1위 뉴욕 양키스와 2위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7할 승률 이상을 질주하고 있었으며 보스턴 레드삭스도 6할 후반의 승률로 그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동부지구 때문에 중부지구와 서부지구 팀들의 승률이 엉망이야.”
“오클랜드가 아니었다면 다른 지구 선두 팀이 모두 와일드카드 팀보다 승률이 낮을 뻔했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40승 14패로 뉴욕 양키스보다 0.5경기 뒤진 아메리칸 리그 전체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대세는 역시 머니볼인가?”
“대세는 무슨…… 머니볼은 정규 시즌에만 통한다고 이번 시즌도 보나 마나 월드시리즈에 나가는 건 양키스가 될 거야.”
기자들은 탬파베이와 오클랜드가 선전하고 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는 것은 결국 뉴욕 양키스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김민과 호세, 두 사람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양키스가 강한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 팀도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아직 이런 말을 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들과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면 그들만 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려줄 겁니다.
-양키스는 돈으로 승리를 샀을 뿐입니다. 진정한 강함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똑똑히 알게 해 줄 겁니다!
두 사람은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양키스를 저격함으로써 승리 레이스에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