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58화 (158/296)

158화 2003 시즌 전반기 02

“투심도 안 돼.”

“알고 있습니다.”

김민은 블렛소 투수 코치의 제의를 수락한 뒤 록튼에게 다가갔다.

“록튼, 2회에는 패스트볼만 던질 거야.”

록튼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상대 타선은 4, 5, 6번이라고.”

“조금 강하게 가보려고 해.”

“그래도 그렇지. 패스트볼 원 피치면 당할 거야. 생각을 바꾸는 게 좋아.”

록튼은 블렛소 코치의 의견에 부정적이었다.

“블렛소 코치와 합의한 거라 바꾸는 건 힘들 것 같고, 록튼이 도와주면 할 수 있어.”

“내가?”

“패스트볼 원 피치라고 해도 로테이션이 가능하잖아.”

록튼이 미간을 좁혔다.

“로테이션이면…… 배터 박스 위치로 타자가 노리는 코스를 읽고 반대쪽에 공을 던지겠다는 말이야?”

“배터 박스 위치만이 아니야. 배트를 잡은 손의 위치, 스탠스, 허리의 각도…… 가능한 모든 것을 참고할 작정이야.”

록튼이 두 손을 어깨높이까지 올리며 말했다.

“킴, 무전기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걸 다 알려줄 수는 없어.”

김민도 록튼의 말에는 동의했다.

“맞는 말이야. 그럼 이렇게 하지. 첫 사인으로 타자의 스탠스만 알려 줘.”

“스탠스면 다리 사이 거리 말이지?”

“발끝이 어느 쪽으로 굽어 있는지도 알면 좋을 텐데…… 그건 무리일 것 같고, 다리 사이 거리만이라도 알려줘.”

“손의 위치는 어때?”

“그건 내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록튼이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스탠스만으로는 어려울 거야. 초구가 들어온 다음 두 번째 사인 때, 타자의 반응을 알려줄 게.”

“타자의 반응이라고?”

“초구에 움찔하면 패턴A, 자연스럽게 반응하면 패턴B, 초구를 무시하면 패턴C.”

“그것까지 알 수 있는 건가?”

록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메이저리그 3년 차 포수잖아. 나름 감이 있다고.”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탬파베이가 2사 2루의 기회를 만들어 냈다.

“2사 2루. 타석에는 4번 타자 아울입니다.”

퓨리는 아울을 상대로 하이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슉!

빠른 공이 타자 눈높이로 날았다.

‘높은 코스. 하지만 칠 수 있다.’

아울은 다음 공을 기다리는 대신 힘으로 공을 밀어냈다.

탁!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공이 2루수 키를 넘어갔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케니히가 홈으로 질주합니다.”

이반 감독은 이치로의 포구 자세를 보곤 미간을 좁혔다.

“3루에서 멈춰야 해!”

그러나 3루 코치는 이미 팔을 돌리고 있었다.

“홈으로! 홈으로!”

다음 순간 이치로의 손에서 레이저가 쏘아졌다.

슉!

외야에서 홈까지 그대로 날아온 공.

파앙!

포수는 미트에 공이 들어오자마자 승리를 확신했다.

‘잡았어!’

케니히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지만, 주심의 판정은 아웃이었다.

“홈에서 아웃! 이치로가 주자를 저격합니다!”

“대단한 송구였습니다. 이치로가 왜 골드글러브를 받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치로는 2001년 데뷔 이후 2년 연속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록튼이 고개를 김민에게 돌렸다.

“킴, 괜찮겠어? 시애틀은 져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야.”

김민이 글러브를 들며 말했다.

“패스트볼을 살려내지 못하면 시애틀은 넘어도 양키스는 넘을 수가 없어.”

록튼이 마스크를 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

‘양키스라…… 킴의 말이 맞아. 우리 목표는 시애틀이 아니지.’

이번 시즌만큼은 양키스를 누르고 동부지구 우승을 이루겠다고 생각했다.

2회 초.

시애틀 타선은 4, 5, 6번으로 이어지는 강타선이었다.

“4번 타자 브렛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브렛은 시즌 MVP 투표에서 3위를 두 번이나 차지한 강타자입니다. 이번 시즌도 나쁘진 않습니다. 0.278의 타율, 6홈런입니다.”

“하지만 밥, 브렛은 지난 시즌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 시즌 득점권에서 부진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브렛의 득점권 타율은 0.235로 자신의 시즌 타율보다 상당히 낮았다.

김민은 초구를 던지기 전에 브렛의 모든 것을 꼼꼼하게 살폈다.

‘배터 박스 위치는 가운데 손의 위치는 평범하고…… 록튼의 사인에 따르면 스탠스도 평범. 그렇다면 특별히 노리고 들어온 구종은 없다는 말인가?’

그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후…… 브렛 정도 되는 타자가 노리고 들어온 구종이 없을 리 없잖아. 특별한 낌새가 없다면 바깥쪽 패스트볼이야.’

그는 자신이 초구로 가장 많이 선택한 공이 바깥쪽 패스트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늘 경기도 다르지 않았다.

김민은 록튼에게 첫 사인으로 바깥쪽 패스트볼 사인을 냈다.

‘맞춰 잡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야.’

록튼은 김민의 사인을 받고는 시프트를 조정했다.

‘바깥쪽 타구라면 당기기보다는 밀 테니까. 우측으로 시프트를 거는 게 좋겠어.’

그의 사인에 내야수들이 오른쪽으로 2, 3m씩 움직였다.

브렛은 김민이 평소보다 초구를 던지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흠, 무슨 꿍꿍이지?’

그가 미간을 좁힌 순간 김민이 투구에 들어갔다.

‘뭐, 초구를 보면 알게 되겠지.’

슉!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카운트를 잡는 평범한 공인가? 이런 공을 던지려고 그렇게 뜸을 들인 건가?’

그는 배트를 돌리면서 두 손에 힘을 주었다.

‘무미건조하군.’

딱!

배트에 맞은 공이 1루 파울 라인을 벗어났다.

“파울!”

브렛은 공을 치고 난 다음 입술 끝을 올렸다.

“존에서 빠지는 공이었군.”

김민이 던진 초구는 스트라이크존에서 하나 정도 빠지는 패스트볼이었다.

“초구는 파울입니다!”

“브렛, 초구를 노리고 배트를 냈지만 라인을 벗어났군요. 하지만 타이밍은 좋습니다. 같은 코스에 하나 더 들어온다면 이번에는 라인 안쪽에 떨어질 겁니다.”

김민은 초구를 던진 다음 록튼으로부터 타자의 반응을 보고 받았다.

‘브렛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군.’

그는 브렛의 동작에 집중했다.

‘손, 다리, 스탠딩, 어깨의 위치, 모두 체크해야 해.’

김민은 이렇게까지 타자에게 집중한 것이 오랜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타자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았어.’

그는 기본을 잊어서는 절대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블렛소 코치는 패스트볼에 집중했지만, 내가 투수 코치였다면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판단을 했을 거야.’

김민은 잊고 있었던 초심을 되찾고자 노력했다.

‘브렛은 바깥쪽 공을 쳤지만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어. 배트의 높이도 좋아. 이런 상황에서 안쪽 승부는 위험할 수 있어.’

그는 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았다.

- 바깥쪽으로 하나 더.

록튼은 김민의 사인에 미트를 쳤다.

‘킴, 난 널 믿어.’

김민은 심호흡을 한 뒤 강하게 공을 뿌렸다.

슈욱!

바깥쪽 빠른 공.

브렛은 이번에도 배트를 냈다.

‘같은 코스에 2개인가?’

하지만 이번 공은 초구와 완전히 달랐다.

‘음!’

브렛이 초구와 다르다고 느꼈을 때, 이미 공이 떠오르고 있었다.

‘큭, 히팅 포인트가…….’

파앙!

록튼의 미트에 들어온 공이 묵직한 울림을 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브렛은 허공을 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공이다.’

그는 김민의 라이징 패스트볼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두뇌 피칭만으로는 무리야.’

브렛은 라이징 패스트볼이 있기에 지금의 김민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훌륭한 공, 반드시 공략해 주겠어. 하나 더 부탁한다!’

그는 배트를 세우곤 눈을 날카롭게 떴다.

김민은 브렛의 눈빛만을 보고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후…… 스탠스나 손의 위치를 읽을 필요도 없겠군.’

브렛은 김민의 라이징 패스트볼을 원하고 있었다.

‘원한다면 던져 주지.’

김민은 패스트볼 그립을 잡았다.

“킴! 와인드업!”

공이 김민의 손을 떠나 포수 미트를 향해 질주했다.

슈욱!

‘왔구나!’

브렛이 얼굴을 굳히며 공에 집중했다.

‘떠오르는 순간 누른다!’

배트가 떠오르는 공을 위에서 내리눌렀다.

따악!

‘좋았어!’

공은 포수 미트에 꽂히는 대신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 순간 브렛의 굳은 얼굴에 옅은 미소가 피어났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1루수 아울의 글러브에 타구가 빨려 들어갑니다!”

1루수 라인 드라이브(직선타) 아웃.

“강한 타구였지만, 방향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니, 애초에 방향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방향이 좋을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브렛이 친 라이징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존에서 1.5개 정도 벗어나는 공이었다.

존에서 빠지는 볼을 쳤으니, 좋은 타구가 나올 수가 없었다.

브렛은 아웃이 되었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런 공을 던지면 아무리 킴이라고 해도 제구가 무뎌지기 마련. 이번 승부에 후회는 없다.”

그는 김민이 원하는 공을 던져 준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마르틴입니다!”

마르틴은 대기 타석에서 브렛이 라이징 패스트볼과 사투를 벌이는 것을 보았다.

‘패스트볼만 3개라. 브렛과 기세 싸움이라도 벌인 모양이군.’

그는 김민이 자신에게 다른 볼 배합을 가져갈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하나 지켜보도록 하지.’

마르틴은 바깥쪽 패스트볼에 타이밍과 포인트를 맞춰 놓고 초구를 기다렸다.

슉!

초구는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이었다.

‘역시…….’

그가 혀를 찬 순간 공이 미트에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김민의 패스트볼은 절묘한 제구로 안쪽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킴이 과감하게 안쪽을 찌릅니다.”

“이번에는 조금 전 타석과 반대로 로케이션을 가져가는군요.”

이치로는 마르틴이 가장 좋은 공을 놓쳤다고 생각했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초구. 이것을 놓치면 안타를 칠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킴은 겹치는 공 없이 10구를 던질 수 있을 만큼 다양한 구종을 자랑한다. 이제 마르틴에게 승산은 없어.’

그가 미간을 좁힌 순간 마르틴의 배트가 공을 밀어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공이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졌다.

“파울!”

윌리엄은 파울이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전력으로 달렸지만 2, 3m 모자랐어. 안으로 들어왔다면 2루타가 되었을 거야.’

이치로는 김민이 다시 한번 패스트볼을 던진 것을 보고 혀를 찼다.

“또 패스트볼이라고! 무슨 생각인 거야!”

김민은 마르틴의 타구를 보곤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이번 타구는 위험했어.’

그가 두 번째로 던진 공은 바깥쪽 코너를 노리는 패스트볼이었다.

록튼은 마르틴이 완벽히 제구된 공을 안타성 타구로 연결하는 것을 보곤 이번 승부의 어려움을 깨달았다.

‘패스트볼만으로 메이저리그 중심 타선을 상대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야.’

그는 결국 누군가에게는 안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 승부 그만두는 것이 좋겠어.’

이반 감독이 블렛소 투수 코치에게 고개를 돌렸다.

“블렛소, 킴이 이번 이닝 패스트볼만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고 있나?”

“저와 약속을 했습니다. 패스트볼만을 던지겠다고.”

그의 대답에 이반 감독이 미간을 좁혔다.

“뭐?”

“킴은 해낼 겁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무뎌진 패스트볼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반 감독이 좁혔던 미간을 풀면서 말했다.

“무뎌진 패스트볼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었나?”

“볼트가 풀어지기 전에 조여야 다리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문제가 발생하고 난 다음에 대책을 세우는 것은 늦다고 생각했다.

‘완벽해 보이는 피칭이지만, 곁에서 살펴보면 여기저기 빈틈이 벌어지고 있어. 여기서 반등하지 못하면 킴은 조금씩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을 거야.’

김민은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모자를 고쳐 썼다.

‘꽉 찬 코스의 공을 그렇게 때릴 줄이야. 다음 로케이션은 힘들겠어. 내 공을 믿고 던지는 수밖에.’

그는 달아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택했다.

슉!

빠른 공이 한가운데 높은 코스로 날아갔다.

‘하이 패스트볼?’

마르틴은 바깥쪽 공을 공략했을 때와 같은 타이밍으로 배트를 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과가 달랐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마르틴은 삼진을 당한 뒤 바닥에 침을 뱉었다.

“퉤, 아직 난 브렛에게 미치지 못하는 건가?”

그가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를 낸 것은 브렛처럼 그것을 내리누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르틴의 배트 스피드는 브렛에게 미치지 못했다.

김민은 삼진을 잡은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았어!”

좀처럼 보여 주지 않는 김민의 파이팅.

록튼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할 만도 하지. 패스트볼만으로 4, 5번 타자를 잡아냈으니까.’

그는 고개를 돌려 다음 타자를 체크했다.

‘6번 타자 클락슨, 3년 전만 해도 우리 팀에 오면 클린업을 칠 수 있는 타자였지.’

3년 전 탬파베이는 시즌 100패를 넘나드는 리그 최약체였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탬파베이는 양키스와 선두 경쟁을 하고 있었다.

슉!

초구가 안쪽 깊숙이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클락슨은 몸을 움찔했을 뿐 배트를 내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양이군.’

록튼의 판단은 정확했다.

클락슨은 어젯밤 숙소에 들어온 모기 한 마리 덕분에 잠을 설치고 말았다.

그의 집중력은 다른 타자들에 비해 확실히 떨어져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클락슨은 김민의 로케이션에 피칭에 크게 헛스윙했다.

이치로는 김민이 8구 연속으로 패스트볼을 던지자 주먹을 꾹 쥐었다.

‘킴! 우리 팀을 상대로 뭘 시험하는 거냐!’

그는 김민이 새로운 볼 배합이나 체인지 오브 페이스를 시험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민은 새로운 것 없이 패스트볼로 승부를 이어갔다.

슈욱!

빠른 공이 다시 한번 바깥쪽을 노렸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은 그대로 1루 관중석에 떨어졌다.

“파울!”

블렛소 투수 코치는 승부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조금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빗맞은 타구가 많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헛스윙이 많아. 킴의 공 끝이 아직 살아 있는 건가?’

김민의 볼트는 이미 단단하게 조여져 있었다.

덕분에 시애틀 타자들이 타석에서 느끼는 패스트볼의 위력은 개막전 이상이었다.

파앙!

미트에 공이 들어온 순간 배트가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안쪽 96마일(154km) 패스트볼에 삼진.

김민은 특별한 제스처 없이 몸을 돌려 마운드를 내려왔다.

“2회에 던진 10개가 모두 패스트볼. 자기가 드와이트 구든이나 로켓맨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낮은 목소리로 말한 사람은 양키스 전력분석팀장 호이스트였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시애틀과의 시리즈를 마친 직후 뉴욕으로 날아가 양키스를 상대했다.

호이스트는 이 시리즈에 김민이 나올 수 없음에도 그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자 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김민이 블렛소 코치를 찾아갔다.

“다음 이닝부터는 평소대로 던지겠습니다.”

블렛소 코치는 김민의 눈빛이 평소보다 빛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원한 것 이상을 깨달은 모양이군.’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하게.”

3회와 4회.

김민은 강력한 패스트볼과 스플리터 그리고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를 압도했다.

“킴! 4회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시애틀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본 이번 시즌 최고의 피칭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민이 시애틀 타선을 완벽히 봉쇄하고 있는 사이 탬파베이 타선이 잇달아 점수를 뽑아냈다.

“스코어 3-0, 오늘 경기도 탬파베이가 앞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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