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55화 (155/296)

155화 보스턴의 리드오프 03

“라파엘은 이번 시즌도 좋습니다. 이 선수에게 기복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보스턴에 꾸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노라의 3할과 라파엘의 30홈런입니다.”

김민은 라파엘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철저하게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공으로 승부했다.

‘잘못 맞으면 홈런이라고.’

탁!

빗맞은 공이 1루 관중석에 떨어졌다.

“파울!”

카운트 1-2, 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김민은 테이블 세터를 상대할 때보다 더 큰 압박감을 느꼈다.

‘라파엘은 역시 라파엘이군. 언제쯤 이 스테로이드 지옥이 끝날지 모르겠어.’

그는 미첼 리포트와 함께 약물의 시대가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2003년 지금은 아니었다.

‘제길…… 공을 아끼고 싶은데 쉽지 않아.’

코버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운 것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노라와 라파엘, 두 타자에게 계획보다 많은 공을 던지고 말았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이미 1회가 끝났어야 했다.

“카운트 2-2입니다!”

노라가 라파엘과 김민의 대결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처음 당하는 삼진이 아니다. 라파엘, 패배를 쉽게 납득하면 절대 상대를 이길 수 없다. 넌 패배를 납득한 것이냐? 아니면 승부에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냐?”

전자라면 절대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없었다.

딱!

배트 헤드에 맞은 공이 그대로 1, 2루 사이를 통과했다.

외야로 빠져나가는 공을 보며 노라가 말했다.

“아무래도 후자 쪽인 것 같군.”

라파엘은 1루로 나간 뒤 더그아웃의 노라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신호에 담긴 뜻은 할 수 있다였다.

노라는 그 신호를 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할 수 있지. 할 수 있고말고.”

김민은 라파엘에게 안타를 맞은 뒤 모자를 고쳐 썼다.

‘라파엘에게 원 베이스라면 싸게 막은 거야.’

그는 라파엘에게 맞은 안타 하나보다 그에게 던진 5개의 공이 더 아깝게 느껴졌다.

‘어차피 안타를 맞을 거였다면 초구에 맞는 게 좋았을 텐데……’

바이슨 수석 코치가 1루 주자를 확인하며 말했다.

“보스턴이 쉽게 물러나지 않는군요.”

그의 말을 받은 것은 이반 감독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전통의 강호, 우리 같은 신생팀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팀이 아니야.”

라파엘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보스턴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 고! 레드삭스!”

“이기자! 레드삭스!”

보스턴 팬들은 페드로가 빼앗긴 1점을 타선이 만회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들의 바람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라파엘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것은 4번 타자 그란델.

그란델은 이번 시즌 0.289의 타율과 6홈런 21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여기서 장타 한 방이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호이스 감독은 그란델이 김민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 주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란델, 부탁한다. 치고 나가던 탬파베이의 발에 족쇄를 채우기 위해서는 네 힘이 필요하다.”

그는 가능하다면 탬파베이를 스윕해 승차를 제로로 만들고 싶었다.

“킴, 셋 포지션에 들어갑니다.”

“킴은 셋 포지션과 와인드업의 차이가 크지 않은 투수 중 한 명입니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그란델은 빠른 공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킴! 너무 쉽게 카운트를 잡으려 하지 마라!’

배트가 빠르게 공을 향해 날아갔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높이 떠올랐다.

“큰 타구입니다!”

우익수 윌리엄은 스타트를 끊는 대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큰 타구지만, 이건 파울이야.’

툭…….

공이 떨어진 지점은 예상대로 1루 쪽 관중석 상단이었다.

공이 떨어짐과 동시에 1루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파울!”

록튼은 파울이 되긴 했지만 위험한 타구였다고 평가했다.

‘코버에 노라 그리고 라파엘과 그란델, 보스턴도 만만치 않아. 올해도 동부지구는 3강인 것 같군.’

김민은 그란델의 대형 파울을 보고도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파울이 나오는 게 당연해. 그란델의 배트 스피드로는 장타를 만들 수 없는 코스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서 하나 정도 빠지는 패스트볼.

스테로이드의 힘을 빌리면 모를까?

당겨 쳐서는 안타를 만들 수 없는 코스였다.

“카운트 0-1, 킴이 유리하게 카운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란델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금 전 파울은 힘이 제대로 실린 타구였습니다. 여기서 장타 한 방이면 바로 동점입니다.”

김민은 록튼과 사인을 교환한 뒤 두 번째 공을 던졌다.

슉!

빠른 공이 다시 한번 바깥쪽을 노렸다.

‘또 바깥쪽?’

그란델은 배트를 움직였지만, 곧 미간을 좁혔다.

‘패스트볼이라고 하기에는 느리다.’

그는 이 공이 스플리터나 커터 같은 변형 패스트볼이라고 확신했다.

‘멈춰야 해.’

홈플레이트 앞에서 간신히 멈춰 세운 배트.

그러나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 록튼의 미트에 꽂혔다.

팡!

“스트라이크!”

그란델은 즉시 전광판을 확인했다.

‘87마일(140km)!’

김민의 전매특허 느린 패스트볼이었다.

“카운트 0-2 입니다! 킴! 순식간에 그란델을 코너에 몰아넣습니다.”

“패스트볼이 속도 차이를 이용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습니다. 오직, 킴만이 할 수 있는 난이도 있는 피칭입니다.”

노라는 김민의 피칭을 보곤 혀를 찼다.

“주자가 나가니, 본색을 드러내는군.”

코버가 옆에서 노라의 말을 받았다.

“노라, 저건 그냥 느린 공 아니야?”

노라가 입술 끝을 올렸다.

“그냥 느린공이라고? 절대 아니지.”

“87마일이잖아. 느린공이 아니면 뭐란 말이야?”

코버의 물음에 노라가 설명을 덧붙였다.

“87마일은 킴이 던지는 스플리터와 같은 구속이야.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지?”

“흠, 그란델이 조금 전 공을 스플리터로 착각하고 배트를 멈췄단 말인가? 하지만 그 정도 구속 차이를 타석에서 느낄 수 있는 건가?”

“그란델이라면 가능해.”

코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동체 시력이라면 안타를 치지 못하는 게 이상하군.”

노라는 코버가 아직 김민의 위력을 깨닫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한 타석으로는 부족한 모양이군. 코버도 오늘 경기가 끝나면 알게 되겠지.’

코버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카운트가 좋지 않아. 여기서 브레이킹볼이 오면 당하고 말 거야.”

0-2 카운트.

평범한 투수들은 이 카운트에서 하나 빼는 공이나 브레이킹볼을 쓰곤 했다.

하지만 김민의 선택은 안쪽 코스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슬라이더였다.

‘바로 승부다!’

그란델은 이 공에 꼼짝하지 못한 채 룩킹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코버는 그란델의 삼진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저게 대체 왜 스트라이크지? 오늘 심판의 존은 미친 것 같아.”

그는 김민의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심판이 슈퍼스타 콜을 적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노라가 글러브를 들며 말했다.

“코버, 펜웨이 파크에서 편파 판정을 할 수 있는 간 큰 주심은 존재하지 않아.”

그는 김민의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고 확신했다.

‘킴이 라이징 패스트볼을 던지는 덕분에 잊히고 있지만, 그의 투구폼은 상하보다 좌우 무브먼트를 일으키는 데 적합해.’

노라는 김민이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쓰면 더 상대하기 힘든 투수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회.

김민과 페드로는 주자를 내보내지 않은 채 각각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어진 3회.

페드로가 세 타자 연속 삼진이라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페드로 마르티네스! 세 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5번째 삼진! 대단한 퍼포먼스입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페드로의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이군요.”

브라이튼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 도무지 타이밍을 맞출 수 없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저건 체인지업이 아니라 싱커라고.”

그렉스가 그에게 글러브를 내밀었다.

“브라이튼, 상대 팀 타자들도 너와 같은 소리를 하고 있을 거야.”

브라이튼이 글러브를 받으며 말했다.

“킴이 아니라면 절대 페드로를 상대하지 못할 겁니다.”

그는 탬파베이에서 오직 김민만이 페드로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렉터와 클락은 지난 시즌보다 발전했지만, 아직 페드로의 상대가 아니었다.

3회 말.

보스턴의 첫 타자는 8번 타자 코네프.

“코네프는 하위 타선에 위치하고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타자입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코네프가 배트를 돌렸다.

탁!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이 3루수 정면으로 흘렀다.

“범타군.”

이반 감독이 짧게 한마디를 던진 순간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스나이더! 공을 잡아 빠르게 처리합니다!”

3루수 스나이더가 날렵한 동작으로 공을 잡아 그대로 1루에 송구했다.

“아웃! 아웃입니다!”

김민은 공 하나로 코네프를 잡아낸 것에 만족했다.

“좋았어!”

록튼은 김민이 평소답지 않게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을 보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킴은 초반 투구수가 꽤 신경 쓰였던 모양이군.’

김민의 현재 투구수는 24개.

주자를 내보내지 않고 3회를 끝낸다고 가정할 때, 30개 안팎을 유지할 수 있었다.

‘3이닝에 30개면 나쁘지 않아. 아니, 아주 좋은 편이야.’

그는 김민이 적어도 8회까지는 마운드를 지킬 것이라 생각했다.

“9번 타자 그렉텐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번 시즌 보스턴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그렉텐의 부진입니다.”

그렉텐은 지난 몇 년 동안 보스턴의 안방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그는 극심한 타격 침체를 겪고 있었다.

개막 후 21경기 동안 타율 0.122, 홈런은 없었고 타점만 2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보스턴 팬들은 그렉텐이 포사다처럼 해 줬다면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양키스가 아닌 레드삭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렉텐의 떨어진 감은 쉬이 돌아올 줄을 몰랐다.

탁!

배트에 중심이 맞은 공이 중견수 머리 위에 떠올랐다.

“정타로 맞았는데 저 정도인가?”

“배팅 포인트는 좋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어.”

중견수 머레이가 글러브를 들자 공이 볼집 안으로 들어왔다.

팡!

“중견수 플라이 아웃! 이것으로 투 아웃입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3회 말 마지막 타자는 코버였다.

코버는 앞서 당한 삼진을 갚아 주고자 했다.

‘떠오르는 패스트볼, 그리고 다양한 변화구. 이제 어느 정도 레퍼토리를 알았어.’

그는 김민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초구는 무조건 친다!’

이윽고 김민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슉!

바깥쪽 빠른 공.

코버는 칠 수 있는 공이라고 생각했다.

‘바깥쪽으로 가볍게.’

배트가 공과 거리를 좁힌 순간 공이 바깥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슬라이더!’

평범한 타자라면 헛스윙으로 끝났을 공이었다.

그러나 코버는 한 손을 놓으면서 끝까지 공을 따라갔다.

‘놓치지 않는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1루 베이스를 향해 날아갔다.

‘그대로 안에 떨어져라!’

코버는 1루로 달려가며 속으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타구는 간발의 차이로 1루 라인을 벗어나고 말았다.

“파울!”

대기 타석의 노라가 코버의 끈질김에 박수를 쳤다.

“나이스 배팅!”

그의 한마디는 진심이었다.

‘손을 놓으면서 끝까지 공을 따라갔어. 대단한 배트 컨트롤이야. 내셔널 리그 타격왕은 그냥 된 것이 아니야.’

김민도 이번 타구에는 살짝 놀랐다.

‘그 공을 그렇게까지 따라갈 줄이야. 코버, 배트 컨트롤이 예상 이상이야. 리그를 옮겼지만 클래스는 살아있다는 말인가?’

그는 조심스럽게 볼 배합을 가져갔다.

파앙!

바깥쪽에 떨어진 공이 볼 판정을 받았다.

“코버가 스플리터를 잘 골랐습니다!”

“첫 번째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지만, 두 번째 타석만큼은 쉬이 물러날 수 없다는 뜻 같습니다.”

카운트 1-1.

코버는 김민이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녀석은 투구수가 늘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야. 이번에는 반드시 카운트를 잡는 공을 던진다.’

그는 어느 쪽이든 패스트볼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민의 선택은 패스트볼이 아닌 이퓨즈였다.

높은 곳에서 춤을 추듯 떨어진 공은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코버는 이를 악물었다.

‘이퓨즈라고! 두 번은 당하지 않는다!’

그는 배트를 휘두르는 대신 오른손으로 배트 중간을 잡았다.

록튼은 그의 자세를 보고 크게 놀랐다.

‘번트!’

번트라면 타이밍이 어긋나 있어도 충분했다.

‘녀석이 이퓨즈에 대한 해답을 찾았어.’

툭.

배트에 닿은 공이 3루를 향해 굴러갔다.

코버는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중 하나였기 때문에 번트를 대는 스킬 또한 최고였다.

‘방향이 좋아!’

록튼이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 콜을 했다.

“3루!”

3루수 스나이더는 이미 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맡겨 줘!”

그의 수비는 팀을 떠난 안데르센과 비교하면 한 수 위였다.

그럼에도 그는 1루에서 코버를 잡을 수 없었다.

코버의 발과 번트 기술은 내셔널 리그에서 검증이 끝난 것들이었다.

“세이프!”

1루심의 판정에 보스턴 팬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대단한 스피드야!”

“봤어? 공보다 빨랐다고!”

“코버가 킴을 상대로 기회를 만들었어!”

4번 타자 그란델은 코버의 번트 안타를 보곤 고개를 흔들었다.

“난 저렇게 못 해.”

5번 타자 닉도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 팀에서 저게 가능한 선수는 코버를 제외하면 노라 뿐일걸?”

노라는 코버가 찾아낸 이퓨즈 공략법에 다시 한번 박수를 쳤다.

“나이스 플레이!”

김민은 이퓨즈를 안타로 연결한 코버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저리그에 무적인 구종이 있을 리가 없지. 코버라고 했나? 이퓨즈의 약점을 알려 줘서 고맙군.’

그는 이퓨즈를 쓸 타밍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2사 1루, 타석에 들어선 것은 노라입니다!”

2사였지만, 노라와 라파엘로 이어지는 타순은 만만치 않았다.

“킴에게 위기가 닥쳤습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자칫 잘못하면 대량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이반 감독은 김민을 믿었다.

“안타 하나에 무너질 킴이 아니야. 그리고 벌써 2사야.”

그는 안타가 하나 더 나온다고 해도 득점은 힘들다고 생각했다.

“킴, 다시 셋 포지션입니다.”

“1루 주자가 빠릅니다. 여기서는 견제구를 하나 던져도…….”

해설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1루 주자 코버가 2루를 향해 질주했다.

‘2사 1루보다 2사 2루가 훨씬 위협적이다!’

그의 빠른 발은 지난 시즌 41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팍! 팍! 팍!

스파이크가 내야의 흙을 뒤로 밀어냈다.

코버는 자신이 있었다.

‘킴, 견제도 없이 초구를 던지다니, 날 얕봤군.’

팡!

포수 미트에 들어온 공.

노라는 그 공을 보면서 혀를 찼다.

‘코버, 너무 성급했어.’

록튼이 공을 받은 지점은 홈플레이트에서 크게 벗어난 공이었다.

“록튼! 피치아웃!”

김민과 록튼 두 사람은 코버가 뛸 것을 이미 알았다는 듯 자연스러운 피치아웃 플레이를 보여 주었다.

“그대로 2루에 송구! 아웃입니다!”

코버는 자신을 아웃시킨 유격수 브라이튼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것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내 도루를 읽었다고!”

그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노라가 코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코버, 너무 성급했어.”

“성급했다고?”

“킴과 록튼은 리그에서 피치아웃을 제일 잘하는 콤비야. 내야 안타 뒤 도루, 녀석들이 읽지 못할 리가 없잖아.”

코버가 목소리를 높였다.

“킴은 내가 1루에 나간 뒤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어.”

“그게 바로 녀석들의 함정이야.”

노라는 김민이 리그에서 가장 속임수가 뛰어난 투수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킴의 표정이나 동작을 믿으면 곤란해. 녀석은 동화책에 나오는 사악한 마법사 같단 말이지.”

코버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에는 내가 완전히 당했군.”

그는 이제야 보스턴 타자들이 말하는 김민의 강함을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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