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54화 (154/296)

154화 보스턴의 리드오프 02

1회 초.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상대로 첫 공격에 나섰다.

“탬파베이의 1번 타자는 브라이튼입니다.”

“브라이튼, 이번 시즌도 아주 좋습니다. 현재 3할의 넘는 타율에 3할 중반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브라이튼은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패스트볼에 큰 강점이 있는 타자였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브라이튼을 쉽게 상대할 수 없었다.

‘탬파베이에서 매년 괴물이 튀어나오는군. 이번 시즌은 또 어떤 녀석이 튀어나와 우릴 놀라게 할지 모르겠어.’

그는 그립을 고쳐 잡고는 초구를 던졌다.

슉!

패스트볼이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걸치면서 들어갔다.

브라이튼은 이 공에 배트를 냈다.

‘바깥쪽 패스트볼!’

탁!

둔탁한 소리는 공이 배트 중심에 맞지 않았다는 것을 뜻했다.

“빗맞은 타구! 1루수 그란델이 달려듭니다!”

“브라이튼, 초구를 노렸지만 좋지 않은 결과로 연결되는군요.”

그란델은 공을 잡은 뒤 직접 브라이튼을 터치해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 냈다.

“페드로, 첫 출발이 좋습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2번 타자 케니히도 2루수 플라이로 쉽게 잡아냈다.

“오늘 페드로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군요.”

“컨디션이 좋은 페드로는 무적이죠. 아무도 그의 공을 칠 수 없을 겁니다.”

3번 타자 윌리엄.

그는 현재 탬파베이 타선에서 가장 타율이 높은 타자였다.

“윌리엄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코스타 타격 코치는 윌리엄에게 수위 타자(타격왕)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쉽게 넘어가면 곤란해. 우린 어제 졌단 말이지.”

이반 감독은 오늘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슉!

초구는 바깥쪽 빠른 공.

윌리엄은 이 공을 참아냈다.

팡!

미트에 공이 들어왔지만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초구는 볼입니다.”

“브라이튼에게 던졌던 바로 그 공이군요. 윌리엄이 좋은 공을 참아냈습니다.”

페드로는 2구로 체인지업을 던져 윌리엄의 헛스윙을 이끌어 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윌리엄은 헛스윙 이후 미간을 좁혔다.

‘페드로의 체인지업은 정말 명품이군. 도저히 못치겠어.’

그는 배터 박스를 살짝 벗어나 장갑을 고쳐 꼈다.

“카운트 1-1, 페드로가 3번째 공을 준비합니다.”

“이번 공이 중요합니다.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다면 윌리엄을 상대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페드로의 선택은 다시 한번 바깥쪽 패스트볼.

이번에는 범타를 만들어 내기 위한 유인구가 아닌 스트라이크존을 찌르는 공이었다.

‘이것으로 카운트 1-2다!’

슉!

95마일(153km) 패스트볼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윌리엄의 감은 여전히 좋았다.

‘이건 들어온다!’

날카로운 스윙에 공이 걸려들었다.

따악!

하얀 공이 높이 떠올랐다.

“경쾌한 소리입니다!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없는 타구입니다!”

페드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글러브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공이 그린 몬스터를 넘어갔다.

툭…….

선제 솔로 홈런.

윌리엄이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기 시작했다.

“윌리엄! 그린몬스터를 넘기는 홈런입니다!”

“패스트볼을 제대로 때렸군요. 윌리엄! 페드로에게 일격을 가합니다!”

스코어 1-0, 탬파베이 리드.

보스턴 관중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페드로가 또 지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들에게 불안함을 느끼게 만든 건 홈런을 친 윌리엄이 아니었다.

팡! 팡!

김민은 몸을 끝까지 풀고는 글러브를 벗었다.

“윌리엄이 하나 친 모양이군.”

록튼도 그를 따라 미트를 벗었다.

“페드로가 방심한 모양이야.”

두 사람이 고개를 그라운드로 돌린 순간 4번 타자 아울이 삼진으로 돌아섰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오늘 경기 첫 번째 삼진.

록튼이 미트를 끼며 말했다.

“킴, 우리가 등장할 차례야.”

김민이 그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오늘은 악역이군.”

펜웨이 파크를 가득 메운 보스턴 팬들에게 김민은 최악의 빌런이었다.

1회 말.

보스턴 레드삭스의 첫 번째 타자는 코버였다.

“선두 타자 코버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킴과 코버는 오늘 처음 만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올스타전에서도 만난 적이 없었다.

대기 타석에 선 노라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번 타석에서 기선을 잡는 쪽이 앞으로 1년을 가져가게 될 거야.”

보스턴의 4번 타자 그란델도 두 사람의 대결에 관심이 많았다.

“킴을 처음 상대했을 때를 기억해?”

그가 말을 건넨 것은 5번 타자 닉이었다.

“처음? 2년 전인가?”

“그래, 그때 말이야.”

“흠, 솔직히 말하면 별로 강해 보이지 않았어. 어렵지 않게 홈런을 때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

그란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랬어. 킴은 외향적으로 강해 보이는 투수가 아니거든. 게다가 구속도 그리 빠르지 않았고,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더 빨라졌지. 하지만 아직도 구속에 큰 이점이 있는 투수는 아니야.”

그는 김민이 피지컬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기에 처음에는 얕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킴을 상대하게 되면 이런 생각부터 들더라고. ‘이 투수가 왜 그런 좋은 성적을 내는 걸까?’ 플루크란 생각이 진하게 든단 말이지.”

“첫 타석이 끝나도 마찬가지야. 킴은 위력적인 브레이킹볼이나 패스트볼로 타자를 압도하는 게 아니라서 다음에는 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거든.”

두 사람이 김민에게 받은 첫 번째 인상은 준수한 동양인 투수였다.

“하지만 킴은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대단한 투수라고 느끼게 돼.”

“심안(心眼) 때문인가?”

마음을 읽는 눈.

메이저리그 팬 중에는 독심술사라는 표현 대신 심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들이 있었다.

“거짓말처럼 허를 찌른단 말이지.”

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내셔널 리그에 마스터가 있다면 아메리칸 리그에는 킴이 있어. 그의 뛰어난 수읽기는 당해 낼 수가 없단 말이지.”

1번 타자 코버는 김민이 가지고 있는 타이틀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노력했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90마일 중 초반대 공을 던지는 그런 투수에 불과하다. 위축될 필요는 없다.’

배트를 세우자 초구가 날아왔다.

휙!

코버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공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뭐지! 이건!’

슬로우 커브 그 이상으로 느린 공.

그의 기억 속에 이런 공은 없었다.

팡!

미트에 들어온 공이 짧은소리를 냈다.

김민의 초구는 바로 이퓨즈였다.

“스트라이크!”

주심의 목소리에 코버가 현실로 돌아왔다.

‘이게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고?’

그가 고개를 록튼에게 돌렸다.

“이게 뭐야?”

록튼이 짧게 대답했다.

“이퓨즈.”

그란델은 김민의 초구를 보곤 옅은 미소를 지었다.

“킴이 코버에게 환영 인사를 건넸군.”

“‘웰컴 투 아메리칸 리그인가?’ 아마 코버는 바깥쪽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었을 거야.”

보스턴의 호이스 감독 역시 코버가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코버의 팽팽한 끈을 완전히 끊어 버리는 이퓨즈군.”

“볼이 되었다면 그래도 괜찮았을 겁니다.”

“킴이 선두 타자를 상대로 초구 볼을 던진다고? 그런 일은 10경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라고, 기대하면 안 돼.”

초구를 확인한 코버는 자존심이 상했다.

‘이퓨즈 따위로 카운트를 잡았단 말이지. 제길…… 메이저리그는 손가락 장난이 통하는 곳이 아니야.’

코버는 배트를 짧게 잡은 뒤 배터 박스 안쪽에 바짝 붙었다.

“코버가 배터 박스 안쪽에 붙었습니다.”

“바깥쪽 공을 노리겠다는 뜻이군요.”

김민은 코버의 위치를 확인하곤 록튼에게 사인을 보냈다.

- 안쪽 패스트볼.

배터 박스 안쪽에 바짝 붙은 타자의 안쪽 코스를 노리는 것은 제구에 자신 있는 투수만이 할 수 있는 투구였다.

슉!

빠른 공이 안쪽 코스를 노렸다.

코버는 배트를 내는 대신 몸을 조금 앞으로 숙였다.

‘안쪽 패스트볼이라고? 하지만 너무 붙였어. 이건 몸에 맞는다.’

유니폼에 스치기만 해도 힛 바이 피치볼(데드볼)을 얻어 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김민의 패스트볼은 그대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 미트에 꽂혔다.

파앙!

“스트라이크!”

김민의 제구력에는 조금의 흔들림이 없었다.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1마일(146km).

“킴이 안쪽으로 깊게 패스트볼을 꽂아 넣었습니다!”

“배터 박스에 바짝 붙은 타자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쳤군요. 게다가 스트라이크존을 정확히 통과했습니다.”

코버는 포수 미트에 들어온 공을 보곤 혀를 찼다.

‘큭! 제구력 하나만은 인정하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날 잡을 수는 없다!’

그란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난 시즌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이 정도 제구력은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해.”

“0-2라. 좋은 카운트는 아니야.”

닉은 다음 공에 코버가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란델이 말했다.

“코버도 클래스가 있는 타자야. 삼구삼진은 당하지 않을 거야.”

코버는 이쯤에서 브레이킹볼이 하나 날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운트 0-2, 커브 아니면 체인지업이군.’

그는 스플리터가 날아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생각했다.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 어느 쪽이든 존에서 빠지는 유인구다. 이번 공은 칠 필요가 없어.’

코버는 다음 공을 보고 승부에 들어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김민은 투구수에 여유를 두는 투수가 아니었다.

그에게 하나 빼는 공은 있을 수 없는 투구였다.

슉!

빠른 공이 코버의 눈높이로 날아왔다.

‘하이 패스트볼!’

멈칫하는 사이 공이 미트에 꽂혔다.

파앙!

코버는 이 공에 제대로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빠, 빨랐어.’

그가 배트를 내리려는 순간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코버는 주심의 판정에 깜짝 놀랐다. 그는 즉시 고개를 돌려 항의했다.

“이게 어떻게 스트라이크입니다!”

그러자 주심도 목소리를 높였다.

“높은 코스의 존을 통과했어!”

하이 패스트볼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한 높은 공.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공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김민의 하이 패스트볼은 달랐다. 그가 던지는 하이 패스트볼은 절반 이상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공이었다.

그란델은 김민의 삼진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저 공을 보고 항의하지 않는다면 남자가 아니지. 난 코버의 마음을 이해해.”

“떠오르는 공이었겠지?”

“100%.”

코버가 강하게 항의했던 것은 김민의 공이 마지막 순간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떠오른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음에도 완벽한 볼로 보였다.

“존에 들어왔어!”

“그게 스트라이크라니! 슈퍼스타 콜입니까!”

코버가 잇달아 목소리를 높이자 주심이 퇴장 명령을 내리려 했다.

그 순간 대기 타석에 있던 노라가 코버의 팔을 잡았다.

“코버, 존에 들어왔어.”

코버가 고개를 노라에게 돌리며 말했다.

“정말이야?”

“놈의 라이징 패스트볼은 그런 공이야.”

“라이징 패스트볼이라니? 공이 떠오른단 말이야?”

“몇 번 보다보면 익숙하게 될 거야.”

주심은 코버에게 퇴장 명령을 내리려고 하다가 노라가 개입하자 손을 내렸다.

‘펜웨이 파크에서 첫 타자부터 퇴장을 명할 수는 없지. 코버, 노라에게 감사하라고.’

코버는 노라의 적절한 개입으로 퇴장을 면했다. 하지만 김민과 첫 번째 승부는 완벽한 패배였다.

“킴, 첫 타자 코버를 깔끔하게 삼구삼진으로 처리했습니다.”

“킴의 구속 제어가 빛을 발하는 승부였습니다.”

“구속 제어라. 어떤 것이지요?”

“구속의 차이를 극단적으로 만들어 타자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는 것입니다.”

중계진은 김민이 던졌던 공 세 개를 연속으로 보여 주었다.

50마일(80km) 이퓨즈.

91마일(146km) 패스트볼.

95마일(153km) 하이 패스트볼.

세 가지 공은 모두 배팅 타이밍이 달랐다.

노라는 세 가지 공을 모두 치려고 하면 절대 김민의 공을 공략해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한 번에 하나만.’

그는 패스트볼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

“다음 타자는 2번 타자 노라입니다.”

“노라, 이번 시즌 2번으로 타순을 옮겼지만 성적은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이번 시즌 유격수 부문 실버슬러거는 누가 받을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김민은 노라가 코버 아래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3대 유격수 중 한 명이잖아. 코버보다 클래스가 낮을 리가 없지.’

그는 그립을 강하게 잡곤 초구를 던졌다.

슉!

빠르게 날아간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히 떨어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노라는 크게 헛스윙한 뒤 미간을 좁혔다.

‘스플리터라니, 내가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읽은 모양이군.’

해설자는 김민의 초구를 본 뒤 지금까지 던진 모든 공의 구종이 달랐다고 말했다.

“오늘 킴은 한 타자에게 두 번 같은 구종을 보여 주지 않습니다.”

“그 말씀은 대기 타석에서 구종을 보고 들어가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대기 타석에서 공의 궤적을 읽지 못하면 킴의 공을 공략할 수 없습니다.”

슉!

빠른 공이 다시 한번 바깥쪽을 향했다.

노라는 이번에도 배트를 냈다.

‘패스트볼이라면 안타다!’

툭!

배트 끝에 걸린 공이 파울 라인 밖에 떨어졌다.

‘쳇, 또 패스트볼이 아니었어.’

김민이 던진 두 번째 공은 커터였다.

“이번 공은 커터군요. 킴, 철저하게 구종을 바꾸고 있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의 투구를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 일이군. 킴은 원래 타자가 노리고 있는 코스에 패스트볼을 던져 맞춰 잡는 것을 더 선호하지 않았던가?”

김민의 오늘 투구는 시프트를 이용한 피칭보다는 삼진 위주의 피칭이었다.

“킴, 세 번째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노라는 배트를 바짝 세웠다.

‘킴은 절대 투구수를 낭비하지 않아. 승부구가 들어온다.’

그는 카운트가 0-2라고 해도 방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휙!

커브가 큰 포물선을 그렸다.

‘커브! 하지만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올 지도 몰라.’

노라는 무릎을 굽히면서 떨어지는 공을 필사적으로 걷어냈다.

탁!

“파울!”

김민은 노라가 커브를 커트하자 미간을 좁혔다.

‘그냥 헛스윙해 주면 안 되는 건가? 1회 투구수가 너무 많다고.’

그는 투구수가 늘어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민은 다섯 번째 공으로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노라, 이번 공으로 끝내자고.’

슉!

안쪽 코스로 깊게 들어간 패스트볼.

노라는 이 공에 배트를 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주심의 큰 제스처에 보스턴 팬들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노라마저 삼진이군.”

“주자 없는 상황에서 라파엘이야. 이제 홈런이 아니면 점수를 뽑을 수 없다고.”

노라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자신이 왜 삼진을 당했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커브를 커트하면서 타이밍이 흩어지고 말았어.’

그의 히팅 타이밍은 대기 타석에서부터 90마일 초중반의 패스트볼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커브를 필사적으로 커트하면서 그 타이밍이 흐려지고 말았다.

3번 타자 라파엘이 노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노라, 그렇게 심각한 얼굴 하지 말라고, 킴에게 삼진당한 게 처음은 아니잖아.”

노라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처음 당하는 게 아니지.”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을 향했다.

다음 타자는 보스턴의 몬스터 라파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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