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화 동부지구의 전쟁 02
1회 초.
김민의 첫 번째 공은 낮게 떨어지는 볼이었다.
“킴, 초구를 볼로 시작합니다.”
볼티모어 1번 타자 스터키는 침착하게 공을 지켜보았다.
2구도 볼.
3구도 볼.
김민답지 않은 피칭이 이어지자 해설자마저 목소리를 높였다.
“킴이 어떻게 된 것일까요?”
“몸이 풀리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시범 경기 성적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시적인 제구 난조라고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김민은 3개의 공을 던진 다음 깊게 심호흡했다.
“후우…….”
록튼이 미트를 들자 4번째 공이 날아왔다.
슈우욱!!
한가운데로 향하는 빠른 공.
스터키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배트를 냈다.
‘3-0에서 카운트를 잡는 공, 다른 투수라면 봐줄 수도 있지만, 킴이라면 다르지!’
공을 향해 배트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배트는 공을 때리지 못한 채 허공을 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6마일(154km).
“킴! 배짱 좋게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습니다!”
“첫 경기부터 최고 구속을 찍는군요. 제구가 좋지 않을 때는 지금처럼 사이드 라인과 코너보다는 가운데 넣는 게 좋습니다.”
스터키는 김민의 라이징 패스트볼에 헛스윙한 뒤 미간을 좁혔다.
‘킴의 패스트볼은 한가운데로 와도 쉽게 칠 수 있는 공이 아니야.’
그는 김민의 패스트볼이 클로저의 98마일(158km)과 대등한 위력을 지닌다고 생각했다.
‘카운트 3-1, 아직은 내가 유리해.’
배트를 들자 다음 공이 날아왔다.
슉!
다섯 번째 공도 빨랐다.
‘바깥쪽 코너인가? 오늘 킴의 제구는 좋지 않아. 코너에 넣을 수 없을 거야.’
스터키는 나가던 배트를 멈췄다.
파앙!
그러나 미트에 들어온 공은 정확히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스트라이크!”
카운트 3-2, 풀카운트.
3-0에서 시작한 카운트가 어느새 풀카운트가 되어 있었다.
“킴! 선두 타자의 출루를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카운트는 이제 3-2, 풀카운트입니다!”
“스터키, 이번 공은 쳤어야 합니다. 92마일(148km) 패스트볼이면 충분히 공략이 가능한 공이었습니다.”
스터키는 마른침을 삼켰다.
‘3-2라…… 좋지 않은걸.’
4구와 5구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었다는 것은 흔들렸던 제구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는 뜻이었다.
‘볼넷을 바라는 건 무리겠지.’
스터키는 한숨을 내쉬면서 배트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눈이 동전처럼 커졌다.
‘이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공은 슬로우 커브 이상이었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다! 무조건 쳐야 해.’
스터키는 무릎을 굽히면서 떨어지는 공을 공략했다.
툭.
배트 끝이 맞은 공이 투수 앞으로 굴렀다.
‘히팅 포인트가 어긋났어!’
땅볼을 때린 스터키는 있는 힘을 다해 1루로 뛰었다.
“투수 앞으로 공이 굴러갑니다!”
김민은 빠른 주자를 의식하지 않고, 침착하게 공을 잡아 1루에 송구했다.
“아웃! 스터키 1루에서 아웃입니다!”
S스포츠 채널의 해설자 마크가 여유 있는 어조로 말했다.
“좋은 피칭과 좋은 수비군요. 시간이 된다면 마지막 공을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 공이라면, 슬로우 커브 아니었던가요?”
“아닙니다. 느린 화면으로 다시 보시면 아시겠지만, 슬로우 커브보다 훨씬 느린 공이었습니다.”
김민의 마지막 공이 느린 화면으로 다시 한번 재생되었다.
하늘 높이 올라간 공이 큰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졌다.
마크가 감탄사를 터트리며 말했다.
“와우! 이건 이퓨즈군요.”
“이퓨즈라고? 마크, 이퓨즈는 어떤 공이죠?”
“초슬로우볼이라고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캐스터가 재차 물었다.
“초슬로우볼이라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퓨즈는 50마일(80km)에 불과합니다. 공이 너무 느려서 타자는 배팅 포인트와 타이밍을 잡기기 힘들어지죠.”
“너무 느려도 치기가 힘들다는 말씀이시군요. 한 가지 질문을 더 드려도 되겠습니까?”
마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질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어떤 질문인가요?”
“이퓨즈를 너클볼처럼 던질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건 아마 힘들 겁니다. 이퓨즈는 너클볼과 달리 회전이 있으니까요. 무브먼트가 없는 건 아니지만, 2, 3개를 연속으로 던지면 반드시 안타를 맞게 될 겁니다.”
마크는 이퓨즈는 패스트볼과 함께 할 때 위력을 발휘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볼티모어의 토미 감독은 시작부터 껌을 씹고 있었다.
“빌어먹을! 저 녀석이 우릴 가지고 노는군.”
그는 개막전 상대가 탬파베이라는 것을 전해 듣자마자 혀를 차며 이렇게 말했다.
- 탬파베이가 개막전 상대라고? 그렇다면 162경기가 아니라 161경기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이건 불공평하다고!
토미 감독은 탬파베이가 보스턴 레드삭스나 뉴욕 양키스와 개막전을 가지는 게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은 2번 타자 잠스를 2루수 땅볼, 3번 타자 에릭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곤 첫 번째 이닝을 마쳤다.
“킴! 잠시 불안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단 한 명의 타자도 내보내지 않고 1회를 끝냅니다.”
“이번 이닝 최대 볼거리는 스터키에게 던졌던 이퓨즈라고 생각합니다.”
TV 앞에 몰려든 팬들은 김민의 이퓨즈가 다시 한번 재생되자 탄성을 터트렸다.
“초슬로우볼이라니! 믿기지 않는군.”
“이퓨즈라. 어감마저 좋은 것 같아!”
빈스는 김민이 신구종이 더 많은 관중을 트로피카나 필드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퓨즈라. 킴은 이미 에이스라는 단어를 넘어섰어. 그는 흥행의 마술사야!’
1회 말.
탬파베이 공격.
선두 타자는 지난해 1번 타자를 맡았던 브라이튼이었다.
“브라이튼이 타석에 섰습니다.”
“지난 시즌 유격수 포지션에서 3할을 친 브라이튼입니다. 주루와 파워가 보강된다면 3대 유격수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겁니다.”
지터, 노라 그리고 에이로드.
세 사람은 아메리칸 리그 아니,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유격수들이었다.
브라이튼은 유격수로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었지만, 아직은 격차가 있었다.
딱!
브라이튼이 때린 타구가 빠른 바운드를 일으키며 1루수 옆을 통과했다.
“브라이튼! 1루 베이스 옆을 통과하는 타구입니다!”
“훌륭한 타격입니다. 브라이튼에게 2년 차 징크스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탬파베이 더그아웃 선수들이 모두 일어나 시즌 첫 안타에 박수를 보냈다.
“나이스 배팅!”
“브라이튼 좋았어!”
“시즌 첫 안타! 좋은 시작이야!”
2번 타자는 출루율 머신 케니히.
케니히도 쉽지 않은 선수였다.
볼티모어 선발 투수 키는 케니히를 상대로 진땀을 뺐다.
“카운트 3-2 풀카운트입니다. 케니히, 끈질기게 달라붙습니다.”
키는 바깥쪽에 떨어지는 브레이킹볼을 던졌지만, 케니히는 그 공을 참아냈다.
“볼넷, 케니히, 1루로 향합니다.”
“무사 주자 1, 2루. 키가 시작부터 좋지 않습니다.”
키가 로진백을 만지며 낮게 중얼거렸다.
“탬파베이 녀석들 개막전부터 끈질기군.”
그의 눈에 3번 타자 윌리엄이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윌리엄이 왜 탬파베이에…… 그렇군. 지난해 트레이드되었지.”
윌리엄은 탬파베이에 합류한 뒤 팀을 디비전 시리즈로 이끌었다.
도망칠 곳이 없는 상황.
키는 과감하게 안쪽으로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대로 들어가라!’
슉!
92마일(148km) 패스트볼이 안쪽 코스를 노렸다.
윌리엄이 공을 향해 배트를 움직였다.
‘안쪽 패스트볼! 칠 수 있다!’
그의 배트가 정확히 공을 강타했다.
딱!
높이 떠오른 타구는 외야 가장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큽니다! 이대로 펜스를 넘어가는 것일까요?”
탬파베이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넘어가라!”
“시즌 첫 홈런이다!”
그러나 공은 펜스 상단을 맞고 떨어졌다.
툭…….
“공이 그라운드로 되돌아옵니다!”
“주자 모두 뛰고 있습니다!”
타구가 워낙 컸기 때문에 1, 2루에 있던 주자가 모두 홈에 들어왔다.
“윌리엄! 2타점 2루타입니다! 탬파베이 2-0으로 달아납니다.”
“윌리엄 시원한 타구로 2003 시즌 포문을 열었습니다.”
적시타를 본 토미 감독이 잔뜩 이마를 찌푸렸다.
‘케니히를 볼넷으로 내보낸 게 실수야. 맞더라도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졌어야지.’
볼티모어의 위기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무사 주자 2루.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4번 타자 아울이었다.
“아울 배트를 세웁니다.”
“이번 시즌도 탬파베이의 4번은 아울이군요.”
아울도 키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
딱!
빠른 타구가 3루 베이스 쪽으로 날아갔다.
“3루수 글러브를 뻗습니다! 아! 공이 그대로 빠져나갑니다!”
2루 주자 윌리엄이 홈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옵니다.”
좌익수가 홈으로 송구했지만, 송구 방향이 어긋나고 말았다.
“윌리엄 홈에서 세이프! 탬파베이 한 점을 더 달아납니다.”
“스코어가 3-0까지 벌어지는군요. 볼티모어 입장에서는 아쉬운 실점입니다.”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3실점.
“불펜을 가동해!”
“알겠습니다!”
볼티모어는 선발 투수가 흔들리자 1회부터 불펜을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토미 감독이 혀를 차며 말했다.
“양키스도 아니고 탬파베이를 상대로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군.”
키는 5번 타자 그렉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6번 타자 머레이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다시 위기에 몰렸다.
“1사 1, 3루입니다.”
“루퍼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오르는군요.”
“교체일까요?”
“아직은 아닐 겁니다. 한 타이밍을 쉬어 가겠다는 뜻이겠죠.”
루퍼 투수 코치의 조언 덕분일까?
키는 7번 타자 스나이더를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다.
“2사 1, 3루. 키! 한 명만 더 잡으면 이번 이닝을 끝낼 수 있습니다.”
“볼티모어는 여기서 실점 없이 막아야 합니다. 3-0과 4-0은 차이가 큽니다.”
이 상황에서 타석에 선 것은 2루수 칼튼이었다.
칼튼은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1번을 쳤던 선수였다.
‘큭, 개막전에서 8번이라. 좋은 느낌은 아니야.’
그는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언제까지 하위 타선에 머무를 수는 없지.’
이번 시즌 칼튼의 목표는 브라이튼과 케니히 두 사람 중 한 명을 끌어내리고 테이블 세터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딱!
강한 타구가 큰 바운드를 일으켰다.
“2루!”
“맡겨 줘!”
2루수 고든이 타구를 잡기 위해 글러브를 들었지만, 20cm 정도가 모자랐다.
“타구가 고든의 키를 넘깁니다!”
“3루 주자가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옵니다. 탬파베이가 초반부터 볼티모어를 압도하는군요.”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면서 스코어는 4-0까지 벌어졌다.
토미 감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킴을 상대로 1회부터 대량실점인가? 오늘 경기는 틀렸군.”
아직 1회에 불과했지만 그는 오늘 게임을 이길 것 같지 않았다.
“2사 1, 3루.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타석에 들어선 것은 9번 타자 록튼.
메이저리그 패널들은 록튼이 준수한 포수이긴 하나 우승권 팀에 어울리는 포수는 아니라고 말했다.
E스포츠 기자 중 한 명인 이스트는 탬파베이가 월드시리즈에 나가기 위해서는 록튼을 반드시 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록튼 역시 그런 주장들을 잘 알고 있었다.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결과를 내야 해.’
그는 심호흡을 한 뒤 배트를 들었다.
‘흔들리고 있는 투수, 하지만 베테랑이야. 초구는 무조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온다.’
키에게 록튼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대였다.
여기서 록튼에게 안타를 맞게 되면 다음 상대가 3할 유격수 브라이튼이었다.
록튼은 초구로 스트라이크가 들어온다고 확신했다.
슉!
93마일(150km) 패스트볼.
키가 던진 공은 코너가 아닌 다소 안쪽으로 들어온 스트라이크였다.
‘예상대로야! 카운트를 잡기 위한 공이다!’
록튼은 그 공을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따악!
볼티모어 외야수들은 맞는 순간 타구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크다.’
‘이건 좋지 않아.’
공이 높은 포물선을 그리자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큽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록튼은 배트를 오른손으로 잡은 채 천천히 1루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시선은 높이 떠오른 공을 향하고 있었다.
‘넘어가라!’
툭…….
공이 떨어진 곳은 펜스 뒤쪽이었다.
개막전 홈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홈런이었다.
“록튼! 홈런입니다! 개막전에서 홈런을 터트렸습니다!”
키는 록튼의 홈런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다 끝났어.’
최악의 시즌 스타트.
그의 눈에 토미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 * *
탬파베이 11:0 볼티모어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개막전을 완벽한 승리로 장식했다.
긴 금발 머리를 한 리포터가 넓은 어깨를 가진 선수 옆에 섰다.
“오늘의 MVP! 록튼 선수를 만나 보겠습니다.”
록튼은 개막전에서 3점 홈런을 포함 3안타 4타점으로 대활약했다.
“록튼 선수, 메이저리그 개막을 알리는 홈런을 터트렸습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나요?”
록튼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정말 좋은 타구였습니다.”
“록튼 선수, 이번 시즌 시작이 좋습니다. 이번 시즌은 어떤 성적을 예상하고 계십니까?”
“지난 시즌보다는 무조건 좋아야겠죠. 일단 0.250과 두 자릿수 홈런이 목표입니다.”
김민과 클락은 뒤쪽에서 록튼의 인터뷰를 바라보았다.
“킴, 오늘은 록튼에게 MVP를 뺏기고 말았군.”
김민은 록튼에게 매치 MVP를 뺏겼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완봉승을 거뒀으면 된 거 아닐까? 게다가 오늘은 록튼 가족들이 트로피카나 필드를 찾아왔다고.”
클락이 슬쩍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킴은 개막전에 유독 강한 것 같아.”
김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즌 초반이라 체력이 남아도는 모양이지.”
“그래, 이번 시즌 목표는 얼마야?”
“지난 시즌 이상.”
“지난 시즌 이상이라고? 25승과 사이영상도 만족 못 하는 모양이군.”
김민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개인 성적이 문제가 아니야. 반지가 없다면 그 시즌은 실패한 시즌이야.”
그가 바라고 있는 것은 사이영상이나 MVP가 아닌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클락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받았다.
“반지라……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시즌 최선을 다해 킴을 서포트하겠어.”
그는 렉터를 넘어 2선발로 내정되어 있었다.
4월 2일.
볼티모어와 탬파베이의 2차전.
탬파베이 선발 투수는 클락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클락의 슬라이더가 위력적으로 떨어졌다.
“클락! 오늘 경기 5번째 삼진입니다!”
그는 김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공을 던졌다.
‘탬파베이에는 킴만 있는 게 아니야!’
슬라이더가 떨어질 때마다 볼티모어 타자들의 배트가 허공을 쳤다.
7이닝 1실점 11K
완벽에 가까운 피칭이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볼티모어를 누르고 2차전 역시 승리를 가져갑니다.”
“오늘은 클락의 역투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제 11점을 뽑았던 탬파베이 타선은 오늘 4점만을 뽑으며 다소 기세가 꺾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탬파베이 투수진이 2점으로 실점을 억제하며 팀에 시즌 2승을 선사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시즌 시작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4월 4일.
하루를 쉰 탬파베이는 장소를 텍사스로 옮겨 3승에 도전했다.
텍사스 선발은 지난 시즌 드래프트 전체 3위 슈퍼 루키 월, 그러나 월은 물이 오른 탬파베이 타선의 상대가 아니었다.
1회부터 2실점 한 월은 2회 1실점, 다시 3회 2실점 하며 2와 2/3 이닝 5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탬파베이가 월을 강판시키며 기세를 올립니다!”
“루키에게 탬파베이 타선을 상대하라는 것은 가혹한 일입니다.”
탬파베이는 5회 다시 2점을 더 뽑아 7-2로 앞서 나갔다.
6회 에이로드와 퍼지가 백투백 홈런을 쏘아 올리며 분전했지만, 넘어간 승기를 되돌릴 수 없었다.
결국, 경기는 9-4 탬파베이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3연승을 내달립니다.”
“시즌 초반이지만 동부지구 선두로 나서는군요.”
양키스는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에 패해 2승 1패로 보스턴과 함께 2위 그룹을 형성했다.
“탬파베이가 무서운 기세로 질주합니다. 그들의 무서운 질주가 언제 멈추게 될까요?”
“텍사스로서는 지금 당장 그들의 질주를 멈추게 하고 싶을 겁니다.”
텍사스와 2차전에 선발 등판한 투수는 설리반이었다.
그는 6이닝을 3실점으로 막으면서 무난한 모습을 선보였다.
“퀄리티 스타트인가?”
“하지만 기대치보다는 낮군.”
김민은 설리반이 더 나은 피칭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시범 경기 때보다 슬라이드 스텝이 좋지 않아. 긴장하고 있기 때문인가?’
물론 6이닝 3실점도 나쁜 것이 아니었다.
탬파베이 타선은 오늘도 불을 뿜었다.
“윌리엄이 시즌 첫 홈런을 뽑아내며 탬파베이가 8-3으로 앞서 나갑니다!”
“탬파베이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군요. 텍사스 투수진이 버티질 못하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이었지만 탬파베이 타선은 양키스 타선과 맞먹을 정도의 생산력을 보이고 있었다.
“탬파베이 타선이 뜨겁군.”
“3할 타자만 5명이야.”
“팀 홈런은 어떻고? 메이저리그 전체 2위야.”
탬파베이 타선에서 3할을 넘기고 있는 타자는 브라이튼, 케니히, 윌리엄, 아울 그리고 칼튼이었다.
“시즌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떨어지겠지만, 안데르센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군.”
“오히려 팀을 옮긴 안데르센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안데르센은 시즌 초반 0.221의 타율을 기록하며 홈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초반이잖아. 몇 주는 더 지켜봐야 안다고.”
“그건 맞는 말이야. 아직 초반이지.”
탬파베이는 개막 첫 주말을 포함한 8경기에서 7승 1패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독주라는 말을 쓸 수가 없었다.
양키스가 6승 2패의 성적으로 무섭게 추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두 탬파베이에 2위 양키스까지 무시무시하군.”
“레드삭스와 토론토는 어떻고? 두 팀 모두 5승 3패야!”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는 볼티모어를 뺀 나머지 팀들이 모두 5할 승률을 넘기고 있었다.
“동부지구는 전쟁터가 따로 없군.”
메이저리그 리그에서 가장 치열한 지구.
그곳은 바로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