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51화 (151/296)

151화 동부지구의 전쟁 01

1월 중순.

트로피카나 필드에 탬파베이 선수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나이스 배팅!”

“좋았어! 그렉스!”

탬파베이 구단 스텝들은 그라운드를 가득 메운 선수들을 보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게 무슨 일이야. 1월부터 스프링 캠프가 열리다니.”

“구단 공식 스프링 캠프는 아직 멀었어. 저건 킴과 그 동료들이라고.”

한 스텝이 훈련 장비를 나열하며 말했다.

“킴 때문에 겨울 휴가가 없어졌어. 콘서트가 없었다면 아마 하루도 쉬지 못했겠지.”

트로피카나 필드는 돔 구장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곤 했다.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는 그중 하나였다.

“이번 시즌은 성적이 어떨 것 같아?”

“저렇게 열심히 훈련하니, 지난 시즌보다는 낫겠지.”

“지난 시즌보다 나으면 100승인데.”

“흠, 그런가?”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서 100승.

그것은 쉬이 생각할 수 없는 숫자였다.

그러나 김민과 그의 동료들은 100승 이상을 목표로 땀방울을 흘렸다.

“이번 시즌은 양키스를 넘는다!”

“물론이지.”

딱!

날카로운 타구가 내야를 뚫자 케니히가 그 공을 받아 내야로 연결했다.

그의 송구는 정확하게 홈에 위치한 록튼에게 연결되었다.

“나이스 플레이!”

“좋은 송구야!”

이반 감독은 선수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며 박수를 쳤다.

“다들 잘하고 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메이저리그 모든 팀 중 가장 빨리 시즌을 시작했다.

2주 뒤.

보스턴 펜웨이 파크.

인터뷰룸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새로운 단장 버크만이었다.

“양키스만 강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 팀도 우승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지난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는 외계인 마르티네스와 천재 타자 라파엘을 보유하고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들은 양키스의 라몬스 영입에 대항하기 위해 내셔널 리그 최고의 테이블 세터인 코버를 영입했다.

“코버의 빠른 발은 아메리칸 리그 팀들의 내야를 뒤흔들 것입니다. 우린 그가 월드시리즈로 레드삭스를 인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7년 1억 1천만 달러(1,364억 원).

연평균 1,570만 달러(194억 원)의 계약은 테이블 세터의 계약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보스턴은 코버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주전 2루수이자 2번 타자였던 클리어를 다저스로 트레이드했다.

트레이드 조건은 유망주 3명에 직시 전력감인 불펜 투수 한 명.

이것만 보아도 보스턴 레드삭스가 코버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기자들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움직임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들이 양키스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보스턴은 이번 시즌도 탬파베이와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이게 될 것 같군.”

“그래도 탬파베이는 넘을 수 있지 않을까? 킴이 지난 시즌처럼 믿기지 않는 활약을 펼친다는 보장도 없으니 말이야.”

“하긴 킴도 이제 분석당할 때가 됐지. 게다가 코버의 가세는 확실한 플러스야.”

E스포츠에서 발표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기대 승수는 약 96승이었다.

탬파베이의 기대 승수가 94승이니, E스포츠의 예상대로라면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를 넘어 2위가 가능했다.

“하지만 시즌이 오프 시즌 예상대로 시즌이 흘러가는 건 아니지.”

“맞아. 부진과 부상이란 변수가 있으니까.”

“그래도 동부지구 우승은 양키스겠지.”

“그건 상수인가?”

동부지구 최강 뉴욕 양키스.

그들은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앞두고 내셔널 리그 팀에 무릎을 꿇었다.

악의 제국 양키스의 몰락.

그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양키스는 지난 시즌보다 더 과감한 투자를 펼쳤다.

그들이 영입한 선수는 내셔널 리그 최고 좌완 투수 중 한 명인 라몬스.

그의 가세로 양키스는 선발 빅3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양키는 105승도 가능해.”

“하지만 불펜이 조금 약한단 말이지.”

“선발이 길게 던지면 불펜이 약해도 티가 나지 않아. 게다가 양키 불펜은 리베라가 지키고 있어. 대체 어디가 약하다는 거야!”

양키스의 E스포츠 기대 승수는 103승.

무난히 동부지구와 아메리칸 리그를 석권할 수 있는 승수였다.

“양키스, 레드삭스, 데블 레이스. 다들 강팀이군.”

“하지만 남은 동부지구의 두 팀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이번 시즌도 예상이 밝지 못했다.

특히 토론토는 지난 시즌 부진했던 에이스 카펜터를 세인트 루이스로 보내면서 리빌딩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시즌 토론토는 볼티모어 아래에 위치할 수도 있겠어.”

“설마, 그래도 토론토는 토론토라고.”

“맞아. 토론토에는 할러데이가 있다고.”

E스포츠는 토론토의 2003 시즌을 이렇게 평가했다.

- 에이스 할러데이와 주포 소리아가 팀의 추락을 막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은 바랄 수가 없다. 기대 승수는 79승.

승보다 패가 많은 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2003년 시즌은 그리 밝지 못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최악이었다.

그들의 2003 시즌 기대 승수는 62승으로 그 어느 때보다 우울했다.

“기대 승수가 62승이면 이번 시즌도 100패라는 거네.”

“전체적인 전력이 조금 상승했지만, 동부지구가 워낙 전쟁터잖아. 토론토 같은 팀도 5할이 안 되는데 볼티모어가 어쩌겠어.”

“볼티모어로서는 방법이 없군.”

볼티모어 팬들은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를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양키스, 레드삭스와 한 지구에 있는 건 이제 지쳤어. 지구를 옮겨야 해!”

“팀과 팀을 맞바꾸면 안 되는 거야? 우리가 내셔널 리그로 가고 내셔널 리그 한 팀이 아메리칸 리그로 오는 거야.”

그러나 그들의 바람은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사무국은 아메리칸 리그의 문제가 치열한 동부지구가 아닌, 4팀으로 운영되는 서부지구에 있다고 보았다.

그들은 서부지구 팀을 5개 팀으로 늘려 15:15 균형을 맞출 생각이었다.

* * *

2월.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가 개막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에 캠프를 열었다.

“이번 시즌의 타이틀은 복수다.”

이반 감독이 그답지 않게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지난 시즌 우리는 양키스에게 처참하게 무너졌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느꼈던 고통, 그때의 굴욕을 양키스에게 갚아 줘야 한다.”

그는 목표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높여 잡았다.

“디비전 시리즈 진출이나 동부지구 우승에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번 시즌 목표는 양키스를 누르고 월드시리즈에 나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이 되는 것이다.”

2년 전이라면 꿈같은 소리라고 비웃었겠지만, 아무도 비웃는 이가 없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한 강팀 중 하나였다.

“기량이 떨어졌거나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가차 없이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이반 감독은 유례가 없이 타이트한 스프링 캠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탬파베이 선수들은 감독의 말에 겁을 먹긴커녕 다가올 시즌을 기대하고 있었다.

“2003 시즌인가?”

“이번 시즌은 바로 나의 시즌이라고.”

자신의 시즌이라 목소리를 높인 선수는 지난해 구단 신인상을 수상한 브라이튼이었다.

브라이튼은 큰 야망을 가진 선수로 지난겨울 트로피카나 캠프에 참여하는 대신 에이전트가 주선한 특별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의 에이전트는 슈퍼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론도였다.

에이전트가 에이전트인 만큼, 탬파베이 구단 측은 브라이튼이 FA가 될 경우 팀에 남지 않을 가능성이 99%라고 보았다.

“바이슨, 시작하지.”

이반 감독의 한마디에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었다.

3일 뒤.

캠프 첫 탈락자가 나왔다.

탈락 인원은 7명으로 평년보다 많았다.

“이반 감독이 강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어.”

“이번 시즌은 일을 내겠다는 거겠지.”

“하지만 양키스와 레드삭스를 뚫어낼 수 있을까?”

스텝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선수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가자! 레이스!”

탬파베이 선수들은 연습경기를 마치 실전처럼 치르고 있었다.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는 물론 사인 관리도 철저하게 이뤄졌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그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야 팀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

코스타 타격 코치가 그의 말에 동의했다.

“지금처럼 기세가 높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B팀 감독과 수석 코치로 이반 감독의 A팀에 맞서고 있었다.

딱!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공이 중견수 머리 위로 넘어갔다.

“더블!”

주심의 사인과 함께 2루에 들어간 선수는 윌리엄이었다.

“윌리엄의 페이스가 좋군.”

“지난 시즌 올스타였으니까요. 솔직히 전 윌리엄을 4번에 놓고 싶습니다.”

“윌리엄을 4번에?”

“이번 시즌은 윌리엄이 아울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릴 겁니다.”

코스타 타격 코치는 윌리엄의 잠재력이 아울을 능가한다고 생각했다.

‘윌리엄의 눈은 탬파베이 타자 중 으뜸이야. 그 눈을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한다면 윌리엄을 막을 수 있는 투수는 거의 없어.’

이날 연습 경기는 B팀이 4-3으로 승리했다.

“치열한 경기였어.”

“1점 차였으니까.”

바이슨 수석 코치는 선수들이 샤워를 마친 직후 캠프 탈락자를 발표했다.

“다음 다섯 명이 캠프를 떠난다!”

선수들은 바이슨 수석 코치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또 탈락자가 나오는 건가?”

“오늘 경기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이 대상일 거야.”

“무시무시하군. 서바이벌 캠프 같아.”

“원래 스프링 캠프는 서바이벌 캠프야.”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스프링 캠프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타이트했다.

3일 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첫 시범 경기에 나섰다.

선발 투수는 탬파베이가 자랑하는 에이스 김민.

“1선발을 시범 경기에 내보낸다고?”

“보통은 조금 더 쉬게 하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김민의 시범 경기 첫 등판은 그가 원한 것이었다.

방송사들은 김민의 시범 경기 등판 소식에 급히 편성을 바꾸어 탬파베이와 미네소타의 시범 경기를 중계했다.

“긴 겨울을 지나 메이저리그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늘 중계해드릴 경기는 미네소타와 탬파베이의 시범 경기 개막전입니다.”

미네소타는 트리플A 출신 마빈이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마빈과 킴, 선발 투수의 무게 차이는 압도적이군요.”

“아무래도 킴에게 무게가 실리겠죠?”

“당연합니다. 킴은 지난 시즌 사이영상과 리그 MVP를 휩쓸었습니다. 그와 대적할 수 있는 투수는 양키스의 로저 클레멘스나 레드삭스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밖에 없습니다.”

오클랜드의 에이스 지뉴는 TV로 해설자의 말을 듣곤 미간을 좁혔다.

“아메리칸 리그에는 로켓맨이나 외계인만 있는 게 아니야.”

그는 크게 떨어지는 커브 덕분에 후크 선장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었다.

“지뉴, 뭘 보고 있는 거야?”

“시범 경기.”

“우리 팀 경기?”

“아니.”

지뉴의 뒤에 서 있는 선수는 오클랜드의 슈퍼스타 마린이었다.

“그럼 어디야?”

“탬파베이.”

“킴의 선발 경기인가?”

마린이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런데 킴은 왜 첫날부터 나온 걸까?”

“글쎄, 야구가 너무 하고 싶은 것 아니야?”

두 사람은 라이벌의 투구에 집중했다.

1회 초.

김민은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그답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킴이 볼넷이라.”

“난 킴의 볼넷을 본 적이 없어.”

“흠, 몸이 다 만들어진 것 같지 않은데 왜 첫 경기부터 나온 걸까?”

2번 타자 콜론은 트리플A에서 3할을 친 유망주였다.

김민은 콜론을 상대로 95마일(153km) 패스트볼을 선보였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콜론은 떠오르는 패스트볼에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메이저리그 에이스인가? 마이너 리그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공이야.’

지뉴는 김민의 95마일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구속을 보면 몸은 다 만들어졌어.”

“흠, 그렇다면 영점을 잡기 위해 나왔단 말인가?”

김민은 3번 타자 도안을 다시 볼넷으로 내보냈다.

“뭔가 제구가 안 되는 모양인데?”

마린의 물음에 지뉴가 TV로 시선을 집중했다.

“마린, 킴 말이야. 싱커를 던졌었던가?”

“싱커?”

“그래.”

“킴은 싱커를 던지지 않아.”

지뉴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 볼넷은 싱커 때문이군.”

“싱커 때문이라고?”

“오른손 타자 안쪽에서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고 있어. 저게 뭐라고 생각해?”

“싱커인가?”

두 사람은 김민이 새로운 구종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마운드에 올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 체인지업.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 싱커까지.”

“괴물 같은 녀석이야.”

“하지만 싱커는 녀석에게 독이 될 수도 있어.”

마린은 싱커가 팔을 갉아 먹는 구종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이 왜 싱커를 던지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싱커를 주구종으로 삼는다면 오래가지 못할 거야.”

두 사람은 김민이 싱커를 연습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싱커라고 생각한 구종은 바로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딱!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옆을 뚫고 외야로 빠져나갔다.

“미네소타의 적시타입니다!”

“킴이 첫 경기, 첫 이닝부터 실점하는군요.”

지뉴와 마린은 김민의 실점에도 웃을 수가 없었다.

“실점에도 표정에 변화가 없어.”

“어차피 신구종을 시험하기 위해서 오른 마운드니까. 실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거야.”

마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민이 더블 플레이로 이닝을 끝냈다.

“안쪽 공, 또 떨어졌어.”

“봤어.”

마린이 리모컨을 빼앗아 TV를 껐다.

“녀석의 선전포고는 그만 보도록 하자고.”

지뉴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질투하는 건가?”

“이건 질투가 아니라 투쟁심이라고 하는 거야.”

마린의 이번 시즌 목표는 김민에게 아메리칸 리그 최고 투수라는 타이틀을 빼앗아 오는 것이었다.

‘킴, 완벽한 투수가 되는 길은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무기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다. 넌 길을 잘못 들었어.’

그는 글러브를 들고 그라운드로 향했다.

* * *

김민은 시범 경기 4경기에 등판해 12이닝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무난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평범하군.”

“3점대 평균자책점이 평범하다니, 기준이 너무 높은 것 아니야?”

“킴이잖아. 킴에게 3점대는 평범, 그 이하지.”

기자들이 스케줄을 확인하며 말했다.

“이번 시즌 탬파베이 개막전은 트로피카나 필드네.”

“선발은 보나마나 킴이겠지.”

“킴이 시작과 동시에 뭔가 보여 주면 좋겠어.”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시즌 개막전은 전국 중계가 예정되어 있었다.

4월 1일.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 필드.

TV 아나운서가 카메라맨과 함께 트로피카나 필드 밖으로 나섰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아나운서가 가리킨 곳에는 길게 줄을 선 야구팬들이 서 있었다.

“지난밤부터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팬들입니다.”

인터넷과 전화 예매로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현장 티켓을 구하기 위해 밤샘을 마다하지 않았다.

“고고! 레이스!”

“데블 레이스! 데블 레이스!”

곳곳에서 레이스 팬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보이십니까? 이곳에서는 메이저리그 개막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TV 화면에 잡힌 레이스 팬 중 절반은 등 번호 30번이 박힌 저지를 입고 있었다.

“30번이 대부분이야. 킴의 인기가 대단하군.”

“그거 알아?”

“뭐?”

“킴은 다른 선수보다 유니폼 판매금을 더 받는다고 하더군.”

“5년 연장 계약에 옵션으로 들어가 있는 건가?”

“맞아.”

“하긴 그 정도 옵션이라도 있어야 납득이 가지. 킴의 계약은 너무 짜다고.”

기자들은 좋은 위치를 잡기 위해 발을 빨리했다.

메이저리그 개막전은 스포츠 기자들에게 최고의 기삿감이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클럽하우스.

이곳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은 25명의 선수가 서 있었다.

“이번 시즌 첫 경기다. 멋지게 이기도록 하자.”

짧게 연설한 선수는 바로 김민이었다.

김민은 메이저리그 3년 차지만, 클럽 하우스 리더로 우뚝 서 있었다.

“오케이.”

“멋지게 이기자.”

김민은 선수들과 주먹을 마주하곤 불펜으로 향했다.

“킴, 오늘 잘 부탁해.”

그에게 손을 흔드는 선수는 볼튼이었다.

“물론이지.”

김민은 불펜 포수 라몬과 함께 몸을 풀었다.

그 모습을 본 에두아르도가 물었다.

“록튼은 어디 갔어?”

“1시간 늦을 거라고 했어.”

“록튼이? 별일이군.”

“가족들을 개막전에 초대했다고 해.”

에두아르도가 가볍게 놀라며 말했다.

“아, 그렇군.”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개막전에 가족들을 초대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에두아르도는 어때?”

“나? 우리 가족은 항상 와 있지.”

팡! 팡!

미트에 들어간 공이 좋은 소리를 냈다.

“킴, 좋은데?”

“지난겨울 내내 이날을 기다렸으니까.”

라몬이 미트에서 공을 빼며 물었다.

“그런데 그거 쓸 거야?”

그가 묻는 것은 바로 이퓨즈였다.

“써야지.”

“킴은 망설이지 않는군.”

“쓰지 못하는 무기는 의미가 없어.”

김민은 그립을 고쳐 잡곤 이퓨즈를 던졌다.

휙!

높이 올라간 공이 그대로 포수 미트에 들어갔다.

팡!

라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스 볼!”

그는 김민의 이퓨즈가 충분히 실전에서 통한다고 생각했다.

‘난 투심 패스트볼보다는 이 이퓨즈가 더 무서운 무기가 될 것 같아.’

이퓨즈는 슬로우 커브와 달리 타이밍을 잡는 게 무척 어려웠다.

‘94마일(151km) 이상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는 선수라면 도저히 이 공에 타이밍을 맞출 수 없을 거야.’

그는 록튼을 대신해 트로피카나 필드 홈플레이트에서 김민의 공을 받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라몬은 곧 고개를 흔들었다.

‘후후후…… 무리야. 난 오래전에 선수를 폐업했으니까.’

그는 김민의 공을 받을 수 있는 록튼과 스미스가 한없이 부러웠다.

두 사람이 30분가량 몸을 풀었을 때였다.

불펜 안쪽 문이 열리면서 스텝이 목소리를 높였다.

“시간 됐습니다.”

김민이 모자를 고쳐 쓰면서 라몬에게 말했다.

“다녀올게.”

라몬이 마스크를 벗으며 그 말을 받았다.

“첫 경기니까 가볍게 완봉으로 가라고.”

김민이 그 말에 글러브를 들었다.

“오케이.”

그는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푸른빛이 도는 다이아몬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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