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피칭 스쿨 03
12월 윈터미팅이 끝나자마자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연봉 협상에 속도를 냈다.
“클락과 렉터 그리고 윌리엄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군.”
“예상보다 마찰이 적은데?”
기자들은 탬파베이가 예전과 달리 합당한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며칠 뒤 김민과 탬파베이의 5년 연장 계약이 발표되었다.
“세상에…… 킴이 저런 계약을 할 줄이야.”
“탬파베이가 다른 선수들에게 돈을 푼 게 이것 때문이었나.”
기자들은 탬파베이가 김민을 비교적 싼 값에 잡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게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킴이 서비스 타임을 1년 줄이는 대신 연봉을 상당히 깎았군. 급전이 필요했던 모양이야.”
“난 다르게 생각해. 킴은 이미 여러 스폰서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킴이 페이컷(연봉 삭감)을 한 이유는 탬파베이와 함께 월드시리즈에 나가기 위해서일 거야.”
12월 18일.
탬파베이의 나아진 태도에도 불구하고 안데르센이 팀을 떠났다.
그의 행선지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계약 조건은 5년 5천만 달러(620억 원)로 연간 1천만 달러(124억 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었다.
“5천만 달러라니, 애틀랜타가 너무 쓴 것 아니야?”
“그러게 저 금액이라면 탬파베이가 잡지 않은 게 당연해.”
탬파베이는 안데르센을 놓친 대신 저렴한 FA 선수들을 여럿 영입했다.
“탬파베이는 로또가 터지길 바라는 모양이군.”
“저 중 한 명만 터져도 본전은 뽑겠지. 하지만 한 명도 터지지 않는다면…….”
“500만 달러(62억 원)를 허공에 날린 게 되겠지.”
12월 28일.
김민은 서티 캠프를 종료하고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었다.
“킴, 킴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건가?”
록튼의 물음에 김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흠, 올해는 아예 가지 않는 건가?”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록튼은 가족과 짧은 휴가를 보낸 뒤 1월 15일쯤 돌아올 예정이었다.
“Happy New Year!”
“Happy New Year!”
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각자 다른 자동차를 타고 캠프를 떠났다.
김민은 아직 운전면허가 없었기 때문에 카일의 차를 얻어 탔다.
“킴, 이번 캠프 어땠습니까?”
“10점 만점에 6점 정도인가? 아니, 5점이야.”
그가 5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준 것은 캠프 구성이 너무 투수에 치우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일이 핸들을 돌리며 말했다.
“너무 박한데요?”
“기술적인 부분은 괜찮았지만, 라이브 배팅을 할 수 있는 타자가 록튼밖에 없어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지 못했어.”
“그 부분은 저도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타자들도 데려오도록 하죠.”
카일이 큰 도로로 나가며 김민에게 물었다.
“킴, 캠프에서 가장 좋아진 투수는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김민은 망설이지 않고 에릭을 가장 나아진 투수로 꼽았다.
에릭은 9월 확장 로스터 때 메이저리그를 처음 밟은 투수로, 지난해까지는 트리플A와 40인 로스터를 오가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잘하면 이번 시즌도 25인 로스터에 들 수 있을지도 몰라.”
“그 정도면 곤란하죠. 캠프에서 가장 성과를 많이 낸 투수인데요.”
“에릭은 캠프에 참여한 선수 중 기량이 가장 떨어지는 투수였어. 다른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대성공이야.”
김민은 그가 에두아르도의 뒤를 맡아 주면 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일은 그 이상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볼튼이 클로저로 자리를 옮긴다면 에릭이 셋업을 맡아줄 수 있을 겁니다.”
“셋업까지?”
“킴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릭은 공이 빠르지 않지만 좋은 제구를 지녔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좋아요.”
카일이 오른손으로 가리킨 곳은 바로 머리였다.
“카일, 한 손으로 운전하면 위험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카일은 세 명의 트레이너 중 가장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김민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킴, 두 번째로 성과를 낸 투수는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카일은 1번부터 8번까지 다할 참인가?”
“트로피카나 필드까지 가려면 꽤 시간이 걸립니다. 그동안 캠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김민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두 번째 성과를 낸 투수는 설리반, 설리반은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체적으로 좋아졌어. 올라디 코치가 1:1로 맡아 준 덕분이야.”
“볼튼은 어떻죠?”
그는 마무리를 맡아야 할 볼튼에게는 물음표를 붙였다.
“투심 패스트볼을 익히긴 했지만, 그렇게 멋지게 떨어지진 않아.”
토모 코치는 볼튼의 투심 패스트볼에 10점 만점에 4점을 주었다.
참고로 그는 김민의 투심 패스트볼에는 5점을 주었다.
“토모 코치가 그에게 준 4점은 실전에서 쓰기 힘들다는 뜻이야.”
“알고 있습니다.”
김민은 볼튼이 스프링 캠프에서 투심 패스트볼을 더욱 갈고 닦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클락도 괜찮았어.”
클락은 이번 캠프에서 토모 코치와 함께 스플리터를 연마했다.
그는 대략 3주 정도 스플리터를 연마했는데 마지막 주간에 토모 코치로부터 6점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6점은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클락은 레귤러니까요. 다음 시즌도 2, 3선발을 두고 렉터와 경쟁을 펼칠 겁니다.”
“렉터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는 완성형 투수입니다. 고칠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김민이 말했다.
“서티 캠프는 꼭 고쳐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참가하는 캠프가 아니야.”
“그건 그렇죠.”
김민은 20대 초반이었지만, 말투나 목소리는 카일 이상이었다.
“참, 부르스는 어땠었지?”
“올라디 코치가 꽤 신경을 썼죠. 나쁜 버릇이 많다고 말하면서…….”
김민의 머릿속에 부르스는 희미했다.
캠프에 참여했지만, 부르스는 항상 김민과 먼 곳에 있었다.
“2주 차부터는 올라디가 아닌 카일이 담당하지 않았어?”
그는 부르스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제가 담당하긴 했죠. 하지만 올라디 코치가 지적한 부분을 봐 준 정도입니다. 사실 그는 베테랑이잖아요. 우리 같은 사람이 지적한다고 해서 쉽게 변하지 않아요.”
김민이 슬쩍 물었다.
“그래서 나쁜 부분은 고쳐진 건가?”
“어느 정도는 고쳤습니다. 하지만 다 고치진 못했어요.”
“부르스가 25인 로스터에 들 수 있을까?”
카일이 악셀을 밟으며 대답했다.
“그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선발 로테이션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음 시즌 부르스는 에드워드, 카이번 그리고 마이너리그 유망주들과 함께 5선발 경쟁을 펼쳐야 했다.
“부르스가 부활해 줬으면 좋겠는데…….”
“부르스보다는 설리반에게 기대를 거는 게 어떻습니까?”
“전체적으로 좋아지긴 했지만 렉터나 클락을 넘는 건 힘들어 보이던데?”
“아뇨. 전 두 사람보다 설리반이 더 나은 피칭을 보여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일은 설리반이 다음 시즌 15승에 성공할 것이라 말했다.
“킴이 25승 설리반이 15승, 두 사람이 합해서 40승이면 무난히 양키스를 넘을 겁니다.”
“양키스를 넘는 건 렉터와 클락이 10승 이상을 해 준다는 전제가 붙어야 해.”
김민은 양키스를 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양키스 말이야. 라몬스를 영입한 건가?”
“영입에 근접했다고 들었습니다.”
양키스가 라몬스를 영입할 경우, 양키스는 로저 클레멘스, 무시나, 라몬스로 이어지는 빅3를 완성할 수 있었다.
“한 명도 쉽지 않은데 세 명이라니, 양키스를 넘는 건 정말 힘들어 보이는군.”
그는 어쩌면 양키스가 시즌 105승을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양키스가 105승을 넘는다면 이번 시즌도 와일드카드를 노려야 하는 건가?”
카일이 고속도로로 차를 몰며 말했다.
“양키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양키에 약점이 있었나?”
“불펜 보강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쪽은 유망주로…….”
카일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선발 준비를 하고 있는 유망주로 불펜을 돌린다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불펜은 전문 투수로 구성되어야 제 몫을 할 수 있습니다.”
불펜의 전문화.
이것은 김민도 동의하는 바였다.
“그래도 리베라가 있잖아.”
“리베라까지 가는 허리가 가늘다는 게 문제죠. 이번 시즌 양키는 100승을 못할 겁니다.”
김민은 그래도 양키스는 양키스라고 생각했다.
“지터와 포사다 그리고 제레미가 버티는 타선은 메이저리그 최강이야. 게다가 빅3의 선발, 이번 시즌 양키스는 100승이 문제가 아니야.”
“그럼 98승으로 하죠.”
“98승이면 동부지구 우승이군.”
카일이 핸들을 탁 치며 말했다.
“탬파베이가 100승으로 양키스를 누르는 겁니다.”
시즌 100승.
지난 시즌보다 딱 5승을 더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민은 그 5승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로버트와 안데르센의 빈자리를 메우는 게 우선이야.’
카일과 김민은 다음 시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세인트 피터츠버그에 도착했다.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카일은 이대로 공항까지 가는 건가?”
“그렇죠.”
김민이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가는 길은 편해야지. 이걸로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하라고.”
카일은 김민의 봉투를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공항으로 향했다.
* * *
트로피카나 필드는 겨울이 없는 구장이었다.
김민은 그곳에서 불펜 포수 라몬과 함께 겨울 훈련에 돌입했다.
“라몬, 괜찮겠어?”
“부수입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지.”
“연초부터 불러내서 미안해.”
“오프 시즌 동안 경비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나아.”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포수의 대우는 일반 스텝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다.
그래서 몇몇 불펜 포수들은 오프 시즌 동안 다른 일을 찾아 수입을 늘리곤 했다.
“라몬, 앞으로 보름 동안은 새로운 구질을 연마하려고 해.”
라몬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킴에게 새로운 구질은 불필요한 것 같은데?”
“지금 던지는 것만 잘 던져도 괜찮지만…… 욕심이라는 게 있으니까.”
라몬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일단 몸부터 풀지.”
김민과 라몬은 20분가량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몸을 풀었다.
그리곤 잠시 뒤 연습 투구에 들어갔다.
팡! 팡!
미트에 꽂힌 공이 좋은 소리를 냈다.
“어떻게 몸을 만들었기에 한겨울에도 볼 끝이 살아 있는 거야?”
“12월 내내 서티 시티에서 훈련했거든.”
“12월 훈련하고 1월에 또 훈련하는 건가?”
“야구는 생활이니까.”
라몬이 미트에서 공을 빼며 말했다.
“그런 훈련이 있으면 다음에는 나도 데려가 달라고.”
그는 부수입에 민감한 가장이었다.
“첫 번째 훈련할 구종은 투심 패스트볼이야.”
라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투심이라. 오케이.”
김민은 투심 그립을 잡고 강하게 던졌다.
팡!
미트에 들어간 공이 옅은 소리를 냈다.
“나쁘지 않은데? 12월 내내 연습한 건가?”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나 더 던져 보라고.”
김민은 계속해서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팡! 팡!
라몬은 공이 좋을 때는 목소리를 높였고, 좋지 않을 때는 고개를 흔들었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아.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통할지는 미지수야. 새로운 구종은 투심 패스트볼이 다인가?”
김민이 그립을 고쳐 잡으면서 말했다.
“하나 더 있어.”
“그래?”
“지금 보여 줄게.”
“오케이.”
김민은 심호흡을 하곤 새로운 구종을 라몬에게 선보였다.
휙!
라몬은 김민의 새로운 구종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뭐야!’
그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공을 향해 미트를 내밀었다.
‘놓치겠어.’
마지막 순간 그는 손목을 움직여 간신히 공을 받아냈다.
“킴! 이게 뭐야!”
김민이 글러브를 내밀며 말을 받았다.
“이퓨즈(eephus).”
50마일(80km) 전후의 초슬로우볼.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구종을 이퓨즈라 불렀다.
“슬로우 커브도 아니고 이퓨즈라니…… 무슨 생각인 거야.”
“존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을 수 있을 것 같아.”
라몬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킴, 이 공을 던지면 타자들이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다면?”
“그래도 그럴 거야.”
“라몬은 그래서 쓰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인가?”
라몬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건 아닌데…… 뒷맛이 좋지 않은 구종이야.”
“뒷맛이 좋지 않다면 성공이군.”
“어째서?”
“이퓨즈는 단순히 카운트를 잡는 것 외에 심리적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효과가 있거든.”
라몬이 한숨을 내쉬었다.
“킴, 넌 정말 잔인한 투수야.”
“투수는 원래 타자에게 잔인해야 하는 법이야.”
그는 타자에게 인자한 투수는 홈런을 내주는 투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의 전쟁이다. 투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자를 이겨야 해.’
라몬이 김민에게 공을 건네며 말했다.
“그 이퓨즈 말이야. 혼자 배운 건가?”
“아니.”
김민이 공을 글러브에 넣으며 말했다.
“이번 캠프에 참여한 트레이너 중 한 명이 재미로 보여 준 걸 보고 혼자 연습한 거야.”
그에게 이퓨즈를 보여 준 코치는 토모 코치였다.
토모 코치는 일본에서는 이런 공도 던진다면서 그에게 이퓨즈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이퓨즈를 가장 먼저 사용한 리그는 일본이 아닌 메이저리그였다.
“다시 한번 던져 보라고.”
김민은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려는 듯 와일드하게 와인드업을 가져갔다.
그러나 그의 손에서 흘러나온 공은 50마일 이퓨즈였다.
라몬은 공이 날아오는 것을 보면서 혀를 찼다.
‘타석에서 이런 공을 보면 넋이 나가 버릴 거야.’
팡!
미트에 들어온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나이스 볼! 나쁘지 않아!”
라몬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트에서 공을 뺐다.
“킴, 하나 더 부탁해!”
김민은 이날부터 투심 패스트볼과 이퓨즈 연마에 전념했다.
2주 후.
트로피카나 필드.
미트에 들어온 공이 좋은 소리를 냈다.
팡!
“나이스 볼!”
라몬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미트에서 공을 뺐다.
“투심이 아주 좋아.”
그는 김민의 투심 패스트볼이 10점 만점에 7점은 된다고 생각했다.
‘회전수가 많은 투심이라 변화가 심해. 록튼이 이 공에 잘 적응할지 모르겠군.’
김민의 투심 패스트볼은 그것을 받는 포수가 걱정될 정도로 무브먼트가 심했다.
“다음은 이퓨즈로 가지.”
“오케이.”
휙!
허공을 가른 공이 큰 포물선을 그린 뒤 미트에 들어갔다.
팡!
라몬은 이번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스볼!”
그는 이퓨즈도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섰다고 생각했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이 60% 이상. 여기에 당한 타자들은 멘탈에 데미지를 입게 될 거야.’
바이슨 수석 코치는 김민의 새로운 구종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이퓨즈라. 실전에서도 저렇게 던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잘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가 염려하는 것은 이퓨즈가 가진 한 가지 특성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이퓨즈는 모든 구종 중 가장 구속이 느리다. 그 말은 즉,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바람이 없는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연마한 이퓨즈가 개방형 구장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그렇다고 해도, 킴의 시도는 나쁘지 않다.’
그는 이퓨즈를 트로피카나 필드에서만이라도 완벽하게 구사한다면 시즌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퓨즈의 또 다른 강점은 체력 소모가 적다는 것이다. 이퓨즈는 특이한 그립으로 밀어 던지는 너클볼보다도 체력 소모가 적다.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투구수를 절약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김민이 끝없이 성장하는 괴물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