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피칭 스쿨 02
볼 배합 트레이닝은 2인 1조로 진행되었다.
한 명이 투수, 한 명이 타자가 되어 1이닝씩 승부를 펼쳤다.
김민은 록튼과 함께 이 트레이닝 게임의 예를 보여 주었다.
“투수 쪽이 카드에 던질 구종과 코스를 적으면, 타자 쪽은 자신이 치고자 하는 코스를 적는 거야.”
김민은 말을 마친 뒤 자신의 카드를 뒤집었고, 록튼 역시 카드를 뒤집었다.
“내 카드는 바깥쪽 패스트볼, 록튼의 카드는 바깥쪽. 이건 록튼의 승리군.”
설리반이 손을 들며 말했다.
“투수는 구종과 코스를 다 적고, 타자는 코스만 적는다면 투수에게 불리한 승부 아니야?”
“설리반의 말대로야. 이 승부는 투수에게 불리하지. 하지만 투수가 타자와 대등한 조건을 내걸면 트레이닝이 되지 않아. 게다가 이 트레이닝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고.”
그는 설리반의 물음에 답한 뒤 설명을 덧붙였다.
“투수 쪽과 타자 쪽은 승부가 끝난 뒤, 자신이 적은 내용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야 해. 물론 그냥 막연히 그쪽으로 올 것 같았다고 말을 해도 안 될 것은 없어. 하지만 이렇게 하면 트레이닝이 제대로 되지 않겠지. 이 게임의 요지는 볼 배합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야.”
김민이 만든 트레이닝의 목적은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록튼이 끼면 한 명이 남는데?”
클락의 물음에 김민이 대답했다.
“난 트레이너들과 회의를 할 거야.”
“뭐야? 킴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
“나 대신 록튼이 참가하게 될 거야. 록튼은 지난 시즌 내내 나하고 이 게임을 해봐서 방법을 잘 알고 있어.”
록튼이 카드를 들며 말했다.
“자자, 시작하자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내게 묻고. 아, 우선 팀을 나눠야겠지. 8명이니까. 4팀으로 나누면 될 거야.”
김민은 록튼이 볼 배합 게임을 진행하는 것을 확인하곤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는 3명의 트레이너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회의를 시작할까요?”
김민이 자리에 앉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트레이너들이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 여러분을 단순한 트레이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겨울을 함께할 인스트럭터 또는 구단 코칭 스탭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레이너들은 김민의 발음이 또렷하고 사용하는 단어가 일반 선수들과 다른 점에 놀랐다.
‘20대 초반 동양선수가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는 건가?’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말할 수는 없을 텐데.’
‘킴의 약력에 표시된 학력은 고교 졸업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그의 언어 구사능력은 고교 출신 선수라고 생각할 수 없어.’
김민이 트레이너들을 향해 물었다.
“여러분은 오늘 처음으로 선수들을 지도했습니다. 각자 느낀 점을 이야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장 먼저 발언한 것은 일본 출신 토모 트레이너였다.
토모는 사회인 야구 선수 출신으로 브레이킹볼 트레이닝 파트를 맡고 있었다.
“다들 메이저리그 선수답게 좋은 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선수는 메이저리그 레벨이 아닌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우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토모의 말을 받았다.
“그 점은 저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캠프 초반에 체력 훈련을 강조했습니다. 선수들의 몸 상태는 차차 나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오른쪽에 앉아 있는 트레이너에게 고개를 돌렸다.
검은 얼굴에 흰 수염을 기른 코치는 대학야구팀 코치 올라디였다.
“올라디, 올라디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전체적으로 좋습니다. 하지만 기본기가 떨어지는 선수들이 좀 있더군요. 기본기 위주로 캠프를 세팅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올라디는 대학 코칭 스탭답게 기본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에 직행한 선수의 경우 올라디의 말처럼 기본기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캠프를 기본기 위주로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부족한 기본기는 올라디가 1:1로 채워주길 바랍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카일에게 고개를 돌렸다.
카일은 세 명의 트레이너 중 가장 젊은 사내였다.
“카일,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전 여러 선수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단점 대신 장점을 보는 방식은 메이저리그 코칭 스탭 특유의 그것이었다.
“설리반은 패스트볼이 좋았고, 에드워드는 커브가 괜찮았습니다.”
“다른 것은 없습니까?”
“오늘은 2명의 선수밖에 보지 못해서 더 말씀드릴 것이 없군요.”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참고해서 트레이닝 스케줄을 조정하겠습니다. 올라디.”
올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시죠.”
“제가 없을 때는 올라디가 중심을 잡아주세요. 트레이닝 시작과 마무리를 직접 해 주셔도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김민은 올라디에게는 기본기와 중심을 카일에게는 기술적인 부분을 토모에게는 브레이킹볼과 체력 훈련을 맡겼다.
그는 30분가량 회의를 진행한 뒤에 혼자 그라운드로 나왔다.
탁.
라이트에 불이 들어오자 그라운드가 환하게 밝아졌다.
“조금 늦었지만, 시작해 볼까?”
그는 선수들이 볼 배합 트레이닝을 하는 사이 개인 훈련에 들어갔다.
* * *
11월 15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02 시즌 사이영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내셔널 리그 수상자는 랜디 존슨이었다.
그의 성적은 다음과 같았다.
25승 5패 평균자책점 2.32 삼진 334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은 물론 25승과 300탈삼진 그리고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만장일치 사이영상 수상.
압도적인 성적 앞에 팀 동료 커트 실링이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그는 2002 시즌 23승 7패에 평균자책점 3.23, 316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20승과 300탈삼진을 기록하고도 사이영상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팀 동료 랜디 존슨이 믿기지 않는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아메리칸 리그도 사이영상은 만장일치 수상이었다.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는 김민.
시즌이 끝났을 때 모든 매체는 김민이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김민은 다음 성적으로 만장일치 사이영상을 완성했다.
26승 4패 평균자책점 1.33, 삼진 181개.
삼진 부분에서 약점을 보였지만,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시대보정을 거칠 경우 역대 1위에 해당했다.
사이영상 투표 2위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2점대 초반 평균자책점과 20승으로 분전했지만, 26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김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번 시즌은 킴의 한해였어.”
“저 정도 성적이면 리그 MVP에도 도전할 만하군.”
“아메리칸 리그 MVP는 제레미와 킴의 2파전이야.”
“2파전이라니, 키드는 어떻고?”
키드는 오클랜드의 4번 타자로 이번 시즌 서부지구 우승에 기여한 공이 컸다.
그러나 기자들은 키드의 활약이 미네소타의 중심 타자 시몬스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오클랜드가 대단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키드는 시몬스부터 넘고 와야 해.”
“내 생각도 그래, 이번 시즌 키드는 제레미에 미치지 못한다고. 킴과 상대하는 건 솔직히 말해 불가능하지.”
기자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신인왕이 발표되었다.
내셔널 리그는 뛰어난 기량을 보여 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포터가 받았다.
“내셔널 리그는 포터군. 아메리칸 리그는 시몬스 아닐까?”
“아닐까가 아니라 시몬스가 아니면 받을 사람이 없어.”
“브라이튼은 어때? 유격수로 뛰면서 타율 0.301에 팀을 디비전 시리즈로 이끌었어.”
“음, 브라이튼도 나쁘지 않긴 한데…….”
탬파베이 선수로는 올스타에 뽑혔던 브라이튼이 신인왕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투표 공개 결과 3위로 신인왕 수상에 실패하고 말았다.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 타이틀은 시몬스입니다!”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시몬스군.”
“시몬스가 받지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야.”
“탬파베이는 2년 연속 신인왕 배출에 실패했군.”
“그래도 유력한 후보를 2년 연속 냈어. 이건 팀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야.”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 타이틀은 예상대로 미네소타의 주포 시몬스에게 돌아갔다.
남은 것은 이제 양대 리그 MVP.
“내셔널 리그 MVP부터 발표하겠습니다.”
내셔널 리그 MVP 후보로는 사이영상을 수상한 랜디 존슨과 배리 본즈 그리고 프린스였다.
“내셔널 리그 MVP는 배리 본즈입니다!”
배리 본즈는 월드시리즈 우승과 월드시리즈 MVP에 이어 시즌 MVP까지 수상하며 최고의 한해를 완성했다.
“내셔널 리그에서 본즈가 아니면 누가 타겠어.”
“본즈는 야구의 신이야.”
“본즈의 성적을 보면 인간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야.”
마지막은 아메리칸 리그 MVP였다.
“아메리칸 리그 MVP를 발표하겠습니다.”
유력한 후보는 뉴욕 양키스의 주포 제레미와 탬파베이의 반란을 이끈 김민.
“아메리칸 리그 MVP는 킴입니다!”
김민의 생애 첫 MVP 수상.
그는 이 소식을 그라운드에서 들었다.
“킴! 해냈어!”
김민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스탭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거야?”
“킴이 해냈다고!”
“사이영상 수상?”
“아니! 아메리칸 리그 MVP!”
김민은 리그 MVP를 수상했다는 소식에 잠시 멈칫했다.
‘내가 리그 MVP라고? 벌써 받아도 되는 건가?’
그는 리그 MVP를 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자들과 관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김민이 2002 시즌 보여 준 퍼포먼스는 1999년과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보여 준 그것과 견주거나 그 이상의 것이었다.
아메리칸 리그 MVP 수상 소식에 동료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킴! 축하해!”
“네가 해낼 줄 알았어!”
“이 시대 최고의 선수는 바로 킴이야!”
김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몰래카메라가 아니라면 오늘 저녁은 내가 사야 하는 거겠지?”
클락이 손가락을 세우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이날 저녁.
캠프에 참가한 모두는 서티 시티에서 가장 호화로운 저녁을 대접받았다.
물론 모든 비용은 김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었다.
* * *
“블렛소, 킴이 투수들을 가르치고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블렛소 투수 코치에게 말을 건 사람은 코스타 타격 코치였다.
두 사람은 카리브해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오프 시즌 동안 내가 해 줄 일을 대신해 주고 있으니 감사해야겠지.”
“그뿐인가?”
“그럼 더 무엇이 있겠나.”
코스타 타격 코치가 낚싯대를 드리우며 말했다.
“나라면 일자리를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들 거야.”
“킴을 질투라도 하라는 건가?”
“투수를 가르치는 건 자네의 몫 아닌가?”
“시즌 중에는 그렇지.”
“시즌 중이 아니라도 마찬가지 아니야?”
블렛소 투수 코치가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대답했다.
“어쩌면 킴이 나보다 더 나은 코치일 수도 있어. 그가 선수들을 가르치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나?”
“킴이 가르친 선수라고?”
“마이너리그에서 볼튼을 가르쳤다는 것 같더군.”
볼튼에 관한 내용은 코스타 타격 코치도 들은 적이 있었다.
“마이너리그에서 함께 훈련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그때 김민이 볼튼을 가르쳤다고 하더군. 킴이 손을 대기 전까지 볼튼은 단순히 공만 빠른 유망주였다고 들었어.”
볼튼은 김민이 완성한 첫 번째 투수였다.
그는 메이저리그 콜업 직후 김민을 티처라 부르며 따르기까지 했다.
“사이영상에 리그 MVP, 거기에 코치 역할까지 하는 건가? 믿기지 않는 선수군.”
“그런 선수가 우리 구단이 있으니, 축복이 아닌가?”
블렛소 코치는 김민에게 약간의 질투를 느꼈지만, 질투를 키우는 대신 파란 물속으로 던져 버렸다.
‘난 20대 선수를 질투할 만큼 속이 좁은 사내가 아니야.’
그는 40대 코치가 20대 선수를 질투하는 것은 아름답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 * *
김민은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내역을 보곤 눈을 의심했다.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는 건가?”
그의 계좌에 들어온 돈은 500만 달러(62억 원)가 넘었다.
김민은 재빨리 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엘.”
“킴, 무슨 일이시죠?”
엘린은 낮잠을 자던 중이었다.
김민이 빠르게 말했다.
“계좌에 들어온 돈 말이야. 어떻게 된 거야? 우리 회사에 이렇게 많은 돈이 있었어?”
그의 물음에 엘린이 대답했다.
“하함, 그건 대부분 스폰서 옵션입니다.”
“스폰서 옵션이라고?”
“예, K 그룹 말고도 많은 회사와 스폰서 계약을 맺지 않습니까?”
“그 계약은 다 시즌이 끝난 다음에 맺은 계약 아닌가?”
김민은 시즌이 끝난 뒤 7개 회사와 직간접 마케팅에 관한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 맺었지만, 수상 발표는 계약을 맺은 다음이었잖아요. 그러니 그게 맞는 겁니다.”
“이렇게 많은 금액이 들어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놀라긴 이릅니다. 아직 더 들어갈 게 있습니다.”
김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남은 게 더 있어?”
“유니폼 판매금액이 어제 들어왔어요. 회계팀에서 정리가 끝나는 대로 들어갈 겁니다.”
“우리 회사에 회계팀까지 있는 건가?”
“마이크 혼자 하고 있지만, 곧 사람을 늘릴 겁니다. 그래서 팀이죠.”
엘린과 김민의 합작 회사 K 코퍼레이션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킴, 가끔은 회사 업무도 좀 신경을 써주세요.”
“그러고 싶지만, 이번 시즌은 아주 중요한 시즌이라서 말이야.”
김민은 K 코퍼레이션의 성장보다는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성장이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엘, 당분간은 자네가 열심히 해 줘.”
엘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일이 늘어난 만큼 잠을 잘 시간이 줄고 말았어.”
수익과 휴식은 비례하는 것이 아니었다.
* * *
팡!
미트에 꽂힌 공이 낮은 소리를 냈다.
“좋지 않은데?”
미트에서 공을 꺼내 주는 이는 바로 올라디 코치였다.
“생각보다 잘 안 들어가는군요.”
올라디 코치가 검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처음에는 다 그런 거야. 부담가지지 말고 던져.”
김민이 올라디 코치와 함께 연습하고 있는 공은 바로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4년 전에는 꽤 던졌는데 말이야. 내가 볼튼보다 못할 줄은 몰랐어.’
그는 저녁 회의가 끝난 다음 피칭 연습을 하곤 했다.
카일은 김민의 늦은 연습을 보곤 몸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김민은 이렇게 대답했다.
“메이저리그 경기는 야간에 열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밤에 제대로 된 공을 던지지 못한다면 그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아마추어와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야간 경기였다.
김민은 야간 경기에 적응하지 못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한 선수를 몇 명 본 적이 있었다.
‘낮과 밤의 차이.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최고의 무대에 설 수 없다.’
팡!
미트에 꽂힌 공이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이번 공은 괜찮은데?”
“괜찮은 정도로는 곤란합니다.”
김민이 공을 받으며 미간을 좁혔다.
‘실전에서 쓸 수 있을 만큼 연마해야 해.’
그는 그립을 고쳐 잡곤 다시 힘을 주었다.
파앙!
이번에는 조금 더 빠르게 공이 떨어졌다.
“나이스 볼!”
올라디 코치는 김민이 새로운 구종에 빠르게 적응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민은 새로운 구종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전에 던졌던 공을 다시 배우고 있는 것뿐이었다.
“올라디, 캠프에서 가장 기본기가 떨어지는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민의 물음에 올라디가 고개를 갸웃했다.
“기본기가 떨어지는 선수? 흠, 누가 있더라.”
다음 순간 나온 대답은 김민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맞아! 부르스야.”
“부르스라고요?”
부르스는 이번 캠프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나쁜 버릇이 많아. 예전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가장 고치기 힘든 선수가 되고 말았어.”
“고칠 수는 있는 겁니까?”
“본인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거야.”
김민이 올라디에게 공을 받으며 말했다.
“의지는 확실할 겁니다.”
그는 부르스가 이대로 무너질 투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양키스를 누르고 동부지구 우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르스의 부활이 반드시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