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피칭 스쿨 01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우승으로 끝난 2002 시즌.
메이저리그 팀들은 우승 퍼레이드가 끝나기도 전에 2003 시즌을 시작했다.
스포츠 토크쇼에서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움직임을 집중 조명했다.
“가장 먼저 FA계약을 체결한 팀은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입니다.”
“그렉스의 50만 달러 계약 말씀이시죠?”
“정말 파격적인 계약 아닙니까?”
“전 일종의 보상 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년 동안 그렉스는 준먹튀급 계약이었죠.”
“그렉스가 1년 염가 계약으로 균형을 맞췄다. 이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물론 아무나 이렇게 해 주진 않죠. 그렉스가 마음을 넓게 쓴 것은 맞습니다.”
그렉스 이야기 다음으로 언급된 것은 우승에 실패한 뉴욕 양키스였다.
“양키스는 지난 시즌 제레미를 영입하고도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아마 양키스는 로저와 무시나를 잇는 3선발을 원할 겁니다.”
“빅3로 월드시리즈에 다시 도전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제 예상은 그렇습니다.”
이번 시즌 뉴욕 양키스의 타선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양키스 단장 케먼스는 타선을 보강하기보다는 투수 쪽에 집중하고 있었다.
“양키스 입장에서는 로저의 은퇴, 그 이후도 생각해야 할 겁니다.”
“지금 시장에 풀린 투수라면 좌완 에이스인 라몬스가 있습니다.”
라몬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에이스로 지난 시즌 14승 6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승수는 적었지만 뛰고 있는 팀이 샌디에이고라는 것을 고려하면 뉴욕 양키스에서는 18승 이상을 기록할 수 있었다.
“라몬스라면 몸값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연간 1,500만 달러(186억 원)는 줘야겠죠.”
“계약 기간도 5년 이상은 해 줘야 할 겁니다.”
2002년 기준 1,500만 달러는 슈퍼스타만이 받을 수 있는 계약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또한 라몬스 영입전에 뛰어들 기세입니다.”
“보스턴이 뛰어든다면 몸값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겠군요.”
“연간 1,700만 달러(210억 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700만 달러라면 저는 포기하겠습니다.”
“톰은 그렇겠죠. 하지만 양키스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2003 시즌을 앞두고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LA 다저스, 시카고 컵스 등 빅 마켓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기보다 기존 선수들의 재계약에 힘을 쓰고 있었다.
뉴욕의 어느 카페.
스포츠 기자들이 모여 오프 시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탬파베이 말이야. 클락과 계약이 쉽지 않은 모양이야.”
“나도 들었어. 지난 시즌 성적을 생각하면 50만 달러 인상은 말도 안 되거든.”
클락은 탬파베이 구단에 500만 달러(62억 원)의 연봉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단은 350만 달러(43억 원) 이상을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었다.
“연봉조정신청까지 갈 기세인가?”
“아마도.”
“이건 클락이 이길 거야.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거둔 투수를 350만 달러에 쓰는 건 말이 안돼지.”
“나도 같은 생각이야. 이건 클락이 이겨.”
탬파베이 구단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선수는 클락만이 아니었다.
FA를 앞두고 있는 머레이와 케니히도 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로버트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번 시즌이 FA계약 종료지?”
“로버트라면 탬파베이에서 잡겠지.”
탬파베이의 마무리 투수 로버트는 첫 번째 FA계약을 끝내고 두 번째 FA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이론상은 그렇지만 홀먼이 로버트를 잡을 수 있을까?”
“로버트를 원하는 팀은 그렇게 많지 않아.”
로버트는 준수한 클로저였으나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빅 마켓에서는 로버트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클로저가 아닌 셋업이라면 빅 마켓에도 관심을 보였을 텐데 말이야.”
“로버트는 셋업으로 쓰기에는 지나치지.”
“하긴…….”
김민 역시 로버트가 탬파베이에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데르센은 몰라도 로버트라면 탬파베이에 남을 테지.’
그는 2003 시즌 계획에 로버트를 클로저로 생각하고 있었다.
11월 7일.
김민의 예상과 달리 로버트가 내셔널리그로 떠난다는 기사가 일제히 인터넷에 개재되었다.
“킴! 소식 들었어? 로버트가 팀을 옮긴다고 해!”
김민에게 목소리를 높인 선수는 클락이었다.
“들었어. 하지만 아직 오피셜은 아니잖아.”
그는 루머는 루머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기사가 나온다면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김민은 속으로 혀를 찼다.
“루머일까?”
“오피셜이 나온다면 그때 걱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킴, 로버트에게 전화를 거는 게 어떨까? 같은 금액이라면 팀에 남아 달라고 말이야.”
김민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같은 금액이면 팀에 남을 거야. 로버트가 떠난다면 금액 차이가 크다는 말이 되겠지.’
그는 말을 마치곤 미간을 좁혔다.
‘빈스…… 나와 약속을 하고도 돈을 쓰지 않는 건가?’
김민과 빈스는 5년 연장 계약에 합의했으나 아직 계약서를 쓰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군. 빈스는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는 최대한 돈을 아낄 생각이야.’
그는 빈스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빈스는 그렇다 치고, 어느 구단이 로버트를 움직인 걸까?’
이틀 뒤.
로버트의 계약이 공식 발표되었다.
“로버트와 계약한 팀은 뉴욕 메츠야.”
“흠, 메츠도 빅 마켓이지.”
뉴욕 메츠가 로버트에게 제시한 금액은 3년 2,100만 달러(260억 원)였다.
“구단에서 저 정도도 제시하지 않은 건가?”
김민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메츠와 계약을 보면, 홀먼이 3년 1,500만 달러(186억 원) 정도 제시했겠지.”
“3년 1,500만 달러면, 너무 짜군. 이대로 가면 안데르센도 떠나겠는걸?”
“맞아. 안데르센도 못 잡는다고 봐야겠지.”
안데르센은 들쑥날쑥한 수비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탬파베이의 3루를 지켜준 선수였다.
‘안데르센의 빈자리는 스나이더가 메울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로버트의 빈자리는 꽤 아프군. 볼튼이 로버트를 대신해 클로저를 맡을 수 있을까?’
스나이더는 김민과 마이너리그에서 같이 뛴 적이 있는 선수였다.
그는 빛나는 재능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성실함과 꾸준함이란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클락, 로버트 계약은 그만 생각하고, 훈련을 시작하자고.”
설리반의 말에 클락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래야지.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이니까.”
11월.
김민은 트로피카나 필드가 아닌 서티 시티에 탬파베이 투수들을 위한 작은 캠프를 열었다.
서티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았다.
클락, 부르스, 설리반, 볼튼, 에드워드, 에릭, 카이번.
김민을 포함해 총 8명.
디비전 시리즈 로스터에 등록된 12명의 투수 중 단 4명만이 빠졌을 뿐이었다.
탬파베이 투수들이 전부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캠프였다.
“워밍업부터 하지.”
김민의 지시에 선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원! 투! 원! 투!”
스트레칭과 짧은 러닝이 이어졌다.
캠프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기자들은 캠프 규모에 상당히 놀랐다.
“투수는 8명인데 스텝이 그 2배군. 캠프 규모가 제법 커.”
“스텝 숫자를 보면 구단에서 지원하는 건가?”
“그게 사실이라면 선수 노조와 마찰을 빚을지도 몰라. 비시즌에는 자율 훈련만 허용되거든.”
“내가 듣기로는 자비로 하는 훈련이라고 했어.”
“흠, 최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자비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가?”
키가 작은 기자가 카메라를 꺼내며 말했다.
“소문에 따르면 디비전 시리즈 진출 보너스를 다 이 캠프에 쏟아부었다고 하더라고.”
“시리즈 보너스? 아깝지도 않은 건가?”
“다음 시즌 더 좋은 성적으로 몸값을 올리겠다는 계산이겠지. 킴과 록튼은 다음 시즌이 끝나면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게 된다고.”
“그러고 보니 클락과 부르스의 FA의 계약도 얼마 남지 않았지?”
탬파베이 선수들의 연봉 상승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탬파베이 주전 포수인 록튼은 8명의 투수를 돕기 위해 캠프에 참여했다.
“스미스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 것을…….”
그의 백업 포수인 스미스는 결혼식 이후 신혼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서티 캠프에 합류할 수 없었다.
대신 2명의 불펜 포수와 3명의 전문 인력이 투수들을 돕고 있었다.
김민은 캠프에 모인 선수들에게 체력 훈련을 강조했다.
“투수는 여러 포지션 중 가장 체력이 중요한 포지션이야. 힘이 부족하면 아무리 좋은 공을 가지고 있어도 길게 던질 수 없다고.”
그는 동료들과 함께 지겨울 정도로 러닝을 반복했다.
클락의 경우 캠프 시작 후 1주일 만에 3kg 정도 몸무게가 빠지고 말았다.
“훈련이 너무 타이트한 거 아니야?”
김민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 몸에 부담이 없는 훈련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클락이 혼자 몸을 풀고 있는 부르스를 주시하며 말했다.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부르스만큼은 캠프에 참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김민이 클락에게 물병을 건네며 말했다.
“다음 시즌 FA잖아. 부르스도 생각이 많겠지.”
부르스는 어깨 부상 이후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를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던지고 있었다.
부르스는 생각했다.
‘5선발이라도 좋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살아남겠어.’
그에게 서티 캠프 참여를 제안한 선수는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렉터였다.
렉터는 가족과 함께하는 휴가 때문에 캠프에 참여할 수 없었지만, 부르스에게 이렇게 말하며 캠프 참여를 추천했다.
“킴은 내가 알고 있는 투수 중 가장 뛰어난 기술을 지닌 선수야. 그에게 단 하나라도 배울 수 있다면 이번 겨울이 의미 없진 않을 거야.”
부르스는 가족 여행까지 포기하며 서티 캠프에 참가했다.
그는 김민과 함께하며 그의 성실함에 다시 한번 놀랐다.
‘킴, 2년 연속 최고의 투수 반열에 올랐지만, 오만함은 찾아볼 수가 없어.’
김민은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일어나 선수들을 깨웠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훈련을 준비했다.
김민의 부지런함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었다.
“내일부터는 기술 훈련에 들어갈 겁니다. 저 외에 세 분의 트레이너가 여러분과 함께할 겁니다.”
김민이 고용한 트레이너 중에는 전직 메이저리그 투수와 마이너리그 출신 투수 코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훈련에 돈을 아끼지 않는 선수였다.
“기술 훈련이라. 어떤 훈련이 될까?”
“새로운 구종 습득이 아닐까?”
“새로운 구종, 나쁘지 않은데.”
캠프에 참여한 투수들은 기술 훈련에 긍정적이었다.
다음 날.
오전 체력 훈련 이후, 기술 훈련이 시작되었다.
김민은 세 명의 트레이너들을 소개하곤 이들과 함께 집중 지도에 들어갔다.
그와 함께 기술 훈련에 들어간 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함께 훈련했던 볼튼이었다.
“볼튼, 이번 시즌 정말 잘 해 줬어.”
“모두 킴 덕분이지. 킴이 없었다면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수도 없었을 거야.”
“하지만 모든 게 다 좋았던 건 아니야.”
김민의 한마디에 록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알고 있어.”
그는 어느 정도 매를 맞을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 볼튼의 패스트볼 구위는 나쁘지 않았어.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스플리터도 좋았지. 하지만 슬라이더가 썩 좋지 않았어.”
슬라이더가 좋지 않았다는 것은 볼튼도 인정했다.
“스플리터에 집중하다 보니, 슬라이더를 던질 때 이질감을 느꼈어. 슬라이더 제구가 좋지 않았던 건 아마 그 때문일 거야.”
“내가 보기에 슬라이더보다는 다른 구종을 던지는 게 좋을 것 같아.”
볼튼이 고개를 갸웃했다.
“커브 말이야? 하지만 난 커브를 잘 던지지 못해. 마이너리그에서도 많이 던지지 않았다고.”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볼튼의 커브는 그렇게 좋지 못하지.”
“커브가 아니라면 어떤 구종을 던지란 말이야.”
“투심 패스트볼.”
볼튼이 멈칫했다.
“투심이라고?”
“던질 수 있잖아.”
“던질 수는 있지만…… 97마일(156km) 포심 패스트볼이 있는데 굳이 투심을…….”
김민이 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으면서 말했다.
“슬라이더보다는 나을 거야. 그리고 나도 이번 겨울 투심을 완성하려고 해.”
그가 지난 시즌까지 던졌던 구종들은 모두 선수 시절 사용했던 구종들이었다.
그러나 투심 패스트볼만은 달랐다.
김민이 투심 패스트볼을 익히게 된 것은 투수 코치가 된 이후의 일이었다.
‘선수들을 가리키기 위해서는 내가 그 구종을 던질 줄 알아야 했어.’
그가 고개를 불펜 포수에게 돌렸다.
“지금부터 투구를 시작할 테니까. 공을 잡아 달라고.”
“오케이!”
포수가 자리를 잡자 김민이 볼튼에게 공을 넘겼다.
“하나 던져 봐.”
볼튼은 고개를 끄덕이곤 투심 그립을 잡았다.
‘투심 패스트볼이라니, 잘 될지 모르겠군.’
그는 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처럼 포수를 향해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슉!
빠르게 날아간 공이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졌다.
“이건 투심이 아니야.”
포수가 미트에서 공을 빼며 말했다.
김민은 그 말을 듣곤 고개를 흔들었다.
“투심 그립으로 던졌으니, 투심이 맞아.”
“이런 공이 계속 오는 건가?”
“첫날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조금 참아 달라고.”
불펜 포수가 미트를 두드리며 말했다.
“알겠어. 얼마든지 던지라고.”
김민은 특별한 지도 없이 볼튼에게 계속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게 했다.
팡! 팡!
볼튼은 20개가량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몇 개는 형편없이 떨어졌고, 몇 개는 밋밋한 슬로우볼이 되어 들어갔다.
그러나 그중 3개는 정확히 투심 패스트볼의 궤적을 그리면서 미트에 들어갔다.
김민은 그 3개의 투심 패스트볼에 주목했다.
‘역시 볼튼이야. 평소 던지지 않는 구종임에도 적응이 빨라.’
그는 20개 투구가 끝난 뒤 볼튼에게 다가가 몇 가지 사항을 지적했다.
“새로운 구종을 던진다는 것에 신경을 쓴 나머지 릴리스 포인트가 나빠졌어. 제구가 어긋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야.”
“그립 때문이 아니란 말이야?”
“당연하지.”
김민은 제구가 밸런스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좋은 밸런스를 가지고 있는 투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제구가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그렇지 못한 투수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공을 꽂을 수가 없다.’
짧은 지도가 끝난 뒤 볼튼이 다시 투구를 시작했다.
팡! 팡!
미트에 꽂힌 공이 조금 전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이스 피칭!”
불펜 포수도 볼튼의 제구가 나아졌다는 것을 인정했다.
김민은 칭찬 대신 한마디를 덧붙였다.
“볼튼, 발판의 위치도 신경을 써.”
“알겠어.”
김민이 지적할 때마다 볼튼의 투구가 조금씩 나아졌다.
볼튼은 공이 점점 가운데로 향하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킴이 날 신경 써주는 건 아마 로버트 때문일 거야.’
그는 자신이 로버트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이스 피칭!”
불펜 포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첫 기술 훈련은 2시간 정도 이어졌다.
“여기까지 하지.”
“다들 수고했어.”
훈련이 끝난 후 클락은 김민과 함께 샤워실에 들어갔다.
“킴은 훈련 안 해?”
김민이 비누를 잡으며 대답했다.
“하고 있어.”
“볼튼하고 둘이 내내 붙어 있던데?”
“그게 바로 내 훈련이야.”
클락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난 킴의 말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어.”
김민이 샤워 타월로 몸을 닦으며 말을 받았다.
“조금 전이 그렇단 말이지?”
“맞아.”
“아마 내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일 거야.”
클락이 미간을 좁혔다.
“킴이 자세하게 설명을 하면 내가 이해할 수 있다는 건가?”
“그래.”
솨아아아!
물줄기가 김민의 몸에서 땀과 비누 거품을 씻어 내렸다.
“그럼 자세하게 설명하라고.”
김민이 물줄기를 줄이며 말했다.
“내가 익히고자 하는 구종과 볼튼에게 가르쳐야 할 구종이 같았어. 그래서 훈련 내내 볼튼과 함께 있었던 거야.”
그 말을 들은 클락이 턱을 쓰다듬었다.
“가르치면서 배운단 말인가? 그게 가능해?”
“가능하게 해야지.”
김민은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물을 닦았다.
“저녁에는 볼 배합 트레이닝이야.”
“볼 배합 트레이닝?”
“기술 훈련의 일부분이야.”
김민은 탬파베이 투수들에게 공격적인 볼 배합을 가르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