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46화 (146/296)

146화 시작과 끝 02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애너하임 에인절스를 누르고 아메리칸 리그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합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디비전 시리즈 진출은 창단 이후 처음입니다.”

빈스 구단주는 스카이 박스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박수를 쳤다.

“역시 킴이야. 최고의 선수지!”

이반 감독과 선수들은 마치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것처럼 그라운드로 나와 기쁨을 나누었다.

“우리가 이겼어!”

“이제 디비전 시리즈야!”

“가자고! 뉴욕으로!”

모두가 얼싸안은 순간 무릎을 굽힌 선수가 있었다.

“킴!”

뒤늦게 그를 발견한 록튼.

“괜찮아?”

김민이 미간을 좁히며 오른손을 들었다.

“삐끗한 것뿐이야.”

록튼은 급히 김민의 하의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부어오르기 시작한 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 상태로 공을 던진 거야?”

그는 급히 의료진을 불렀다.

“킴이 부상당했어!”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단숨에 가라앉았다.

* * *

에그몬트 케이 주립공원.

무너진 요새 한가운데 두 사람이 서 있었다.

“그거 알아? 우리 할아버지는 새우를 잡는 어부였어.”

“새우?”

“따뜻한 바다에서는 꽤 많이 잡히거든.”

짧은 티셔츠를 집고 있는 사람은 클락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서 있는 검은 머리카락의 청년은 바로 김민이었다.

두 사람이 에그몬트 케이 주립공원을 찾은 것은 메이저리그와 야구를 잠시나마 잊기 위해서였다.

“우리 아버지는 배 타는 것을 싫어했어. 아버지는 배를 타면 멀미가 난다고 했었지. 어부의 아들이 말이야.”

클락이 포대 위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도시로 갔어. 그리고 그곳에서 비료공장에 들어갔지. 대단한 일은 아니었어. 아버지가 했던 일은 농부들을 만나 회사의 신상품을 소개하는 일이었지.”

그는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김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난 아버지가 그토록 싫어했던 야구를 시작했어.”

“미국에 야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미국 사람이라고 다 야구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지금 젊은 세대를 보라고 야구를 보는 친구가 거의 없잖아. 아버지는 미식축구를 좋아했어. 운동에 소질이 있는 내가 그쪽으로 진출하길 바랐지. 하지만 난 야구가 좋았어. 아니, 정정할게. 솔직히 말해서 검은 친구들하고 몸으로 부딪치는 운동에 자신이 없었어.”

클락이 김민에게 가족 이야기를 길게 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는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를 잊고 싶었다.

아메리칸 리그 디비전 시리즈 3차전.

세인트 피터츠버그 시티 트로피카나 필드.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뉴욕에서 열린 1, 2차전을 내줘 시리즈 스코어 2-0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이었다.

이반 감독은 발목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에이스 킴을 대신해서 클락을 선발로 내보냈다.

“클락! 팀의 운명을 짊어지고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탬파베이는 오늘 반등하지 못하면 끝입니다.”

1회 초.

클락은 첫 타자 데릭 지터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3번 타자 제레미에게 펜스 직격 2루타를 맞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레미! 또 장타입니다! 이번 시리즈 5할의 타율입니다! 무시무시한 파괴력으로 탬파베이 마운드를 공략합니다.”

“느린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낮게 떨어지는 공을 잘 받아 쳤습니다. 양키스가 제레미를 영입하며 바란 모습이 바로 이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뉴욕 양키스를 찾아왔다는 제레미.

그는 오클랜드 시절보다 업그레이드된 화력으로 탬파베이 마운드를 폭격했다.

그러나 클락에게 치명타를 가한 것은 제레미가 아닌 4번 타자 오스번이었다.

오스번은 클락의 초구를 노려 그대로 좌측 펜스를 넘겨 버렸다.

“오스번의 홈런입니다! 클락! 고개를 숙입니다!”

“양키스가 다시 기선을 잡습니다!”

1회에만 2실점.

경기는 초반부터 양키스에게 기울고 말았다.

클락이 돌멩이를 들어 멀리 던졌다.

퐁!

푸른 바다는 그대로 돌멩이를 삼켜버렸다.

“젠장! 아직도 화가 나네! 거기서 그걸 쳐 내다니!”

김민이 푸른 하늘로 시선으로 돌리며 말했다.

“클락, 디비전 시리즈를 잊기 위해서 여길 찾아온 것 아니야?”

“그렇긴 한데…… 잊히지가 않아.”

시리즈 스코어 3-0 뉴욕 양키스의 승리.

2002 시즌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첫 디비전 시리즈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양키스 녀석들은 지금 오클랜드와 붙고 있겠지?”

김민이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며 대답했다.

“아직 시작 안 했어.”

“그런가?”

“저녁 경기잖아.”

김민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자고, 야간 항해는 위험해.”

두 사람은 가이드 없이 에그몬트 케이 주립공원을 찾아온 상황이었다.

“어차피 탬파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해.”

에그몬트 케이 주립 공원은 탬파베이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이었다.

이곳에는 남북전쟁 시절부터 사용했던 요새 흔적과 2005년까지 등불을 밝혔던 등대가 남아 있었다.

“그래도 늦지 않게 가는 게 좋겠어.”

“킴은 내 조타 실력을 믿지 못하는 건가?”

“클락은 어부가 아니라 야구선수잖아.”

클락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겐 할아버지의 피가 흐른다고.”

어부였던 클락의 할아버지는 3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클락이 몰고 온 배는 그의 할아버지가 남겨 준 유산 중 하나였다.

“클락, 10월은 쉬고 11월부터 훈련이야.”

클락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하지.”

김민은 클락의 뒤를 따르면서 생각했다.

‘탬파베이의 디비전 시리즈 진출. 이것으로 내가 알고 있던 메이저리그의 역사가 바뀌었다.’

지금부터 일어날 일들은 그가 알고 있는 역사와 다를 가능성이 컸다.

* * *

뉴욕 양키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두 팀은 시리즈 스코어 2-2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양키! 고! 양키! 고!”

“가자! 오클랜드!”

양키 팬들의 외침과 오클랜드 팬들의 외침에 그라운드에서 뒤엉켰다.

“양키스 현재 2-1로 리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클랜드의 동점 주자가 현재 2루에 나가 있습니다.”

“오클랜드로서는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만 합니다!”

오클랜드의 4번 키드가 강하게 배트를 돌렸다.

딱!

잘 맞은 타구.

양키스 우익수 에드가 공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잠시 뒤 에드가 그라운드에 쓰러지면서 공을 잡아냈다.

“에드의 믿기지 않는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양키스가 다시 한번 위기를 넘깁니다!”

“에드가 양키스를 구했군요. 이건 정말 훌륭한 수입니다.”

5차전을 승리한 양키스는 시리즈 스코어 3-2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또 양키인가?”

“아메리칸 리그에는 변화가 필요해.”

김민과 클락 그리고 록튼이 TV 앞에서 미간을 좁혔다.

“킴, 소식 들었어?”

“어떤 소식?”

“스미스가 결혼한다더라.”

“뭐?”

김민이 눈을 크게 뜬 순간 록튼이 어깨를 으쓱했다.

“킴은 몰랐던 거야?”

“처음 듣는 소식이야.”

“병원에 있어서 못 들은 건가?”

“예전에 헤어졌던 여자 친구와 지난해부터 다시 사귀게 되었나 봐.”

김민은 스미스가 실연으로 힘들어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때를 생각하면 잘된 일이네.”

“클락, 우리가 가서 축하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게.”

클락이 맥주병을 들며 말했다.

“여기서 칙칙한 양키 경기를 보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낫겠어.”

김민이 클락에게 고개를 돌렸다.

“괜찮겠어? 스미스 고향은 뉴욕이라고.”

“뭐?”

클락이 얼굴을 찡그리며 소파에 몸을 묻었다.

“이번 시즌은 양키 녀석들을 피할 수는 없는 모양이군.”

“잘 됐잖아. 월드시리즈 관전이라도 하자고.”

“쳇, 그 녀석들이 우승하는 걸 그냥 두고 봐야 하다니.”

김민이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아직 양키스의 우승이 정해진 건 아니야. 양키스는 지난 시즌도 우승에 실패했어.”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번 시즌 양키는 너무 강해.”

클락은 제레미가 가세한 양키스는 날개를 단 호랑이와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 양키스는 비정상적으로 강해.’

김민이 록튼에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되는 것 아니야?”

“내가 그럴 줄 알고 초대장을 받아 놨지.”

클락이 말했다.

“그럼 갈 수밖에 없겠군.”

일주일 뒤, 세 사람은 양키 스타디움 내야석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자이언츠와 양키스라.”

“클래식 시리즈 중 하나지.”

“난 자이언츠가 이겼으면 좋겠어.”

TV 카메라가 경기 시작 전 김민 일행을 비추자 해설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메리칸 리그 최고 투수가 월드시리즈 관전을 위해 뉴욕에 왔습니다!”

“킴이 애너하임을 상대로 보여 주었던 10이닝 역투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서 있는 선수는 무시나입니다!”

월드시리즈 1차전은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고! 양키! 고!”

“월드시리즈는 양키스다!”

양키 팬들은 지난해 못 이룬 우승을 이번에야말로 이루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무시나는 1회 초를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막아 냈다.

“역시 무시나군.”

“대단한 피칭이야.”

“하지만 아직 본즈가 나오지 않았잖아.”

뉴욕 양키스의 상대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샌프란시스코의 슈퍼스타 배리 본즈는 오늘도 4번 타석에 위치하고 있었다.

“본즈가 아무리 강해도 혼자 힘으로 양키스를 넘는 건 무리야.”

김민이 그라운드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자이언츠에는 본즈만 있는 게 아니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와일드카드로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 합류.

정규 시즌 자신들보다 좋은 성적을 냈던 팀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김민은 그 과정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을 알고 있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1선발 레이지와 2선발 모로우가 믿기지 않는 피칭을 보여 주었지. 그리고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불펜이 애너하임의 오스카처럼 버텨줬어.”

클락은 그래도 양키스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자이언츠 자체는 나쁘지 않은 팀이야. 하지만 양키스는 절대적이라고. 선발, 타선, 불펜, 어느 쪽에도 약점이 없어.”

양키스는 1회 말 선취점을 뽑으면서 자신들이 전력이 자이언츠에 앞서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제레미를 보라고 괴물처럼 강해.”

김민은 샌프란시스코에 존재하는 또 한 명의 괴물을 주목했다.

‘내가 알고 있는 본즈는 월드시리즈에서 믿기지 않는 성적을 거두었어.’

그는 배리 본즈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다.

2회 초.

본즈가 선두 타자로 나왔다.

“본즈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번 시즌 무시나와 본즈의 대결은 처음입니다.”

무시나는 양키스 에이스답게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홈런왕 본즈라고? 어설픈 내셔널리그 투수들만 상대해 얻은 성적이야.’

슉!

패스트볼이 바깥쪽 코너를 공략했다.

‘바깥쪽인가?’

본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경쾌한 타격음.

김민은 그 타격음만으로도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넘어갔어!”

본즈의 타구는 예상대로 외야 관중석 상단에 꽂혔다.

록튼이 유령을 본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믿기지 않는 타격이군.”

클락도 자신의 두 눈으로 본 사실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저 공을 저렇게 쉽게 넘기다니, 믿기지 않아.”

홈런을 맞은 무시나도 두 사람과 같은 생각이었다.

‘믿을 수 없는 괴력이군. 역시 본즈의 힘은…….’

그는 약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약물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금기사항이었다.

‘쳇, 아무리 약물을 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강할 줄이야.’

무시나는 본즈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2회 초 수비를 마쳤다.

본즈의 홈런 이후 경기는 소강상태에 빠졌다.

5회까지 스코어 1-1.

양키스 팬들은 숨을 죽이고 경기를 관전했다.

“설마 지는 건 아니지?”

“홈에서 패한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야.”

7회 말 데릭 지터의 결승타가 터지면서 양키스 팬들의 우려가 씻은 듯 날아가 버렸다.

“양키스! 3-1로 앞서 나갑니다.”

“지터가 결정적인 한 방을 선사하는군요.”

클락이 2루에서 두 손을 번쩍 든 지터를 보며 혀를 찼다.

“보라고. 어차피 이기는 건 양키스야.”

김민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본즈에게는 아직 한 타석이 더 남아 있어.”

“본즈가 아무리 뛰어나도 무리야. 그는 오늘 이미 홈런을 쳤다고.”

홈런은 하루에 하나만 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배리 본즈가 8회 초 그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 주었다.

“본즈! 투런 홈런입니다!”

“이것으로 동점이군요.”

배리 본즈는 월드시리즈 1차전 멀티 홈런을 기록하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치열한 경기군.”

“거기서 홈런이 나올 줄은 몰랐어.”

록튼은 배리 본즈의 타격에 감탄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칠 수 있을까?”

“저 근육을 보라고, 저렇게 근육을 키우면 저렇게 칠 수 있을 거야.”

“흠, 나는 아무리 바벨을 들어도 안 되던데…….”

김민이 말했다.

“본즈와 정면 대결하는 건 바보짓이야.”

클락이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킴은 그 바보짓을 성공적으로 해냈잖아.”

김민이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건 올스타전이었으니까.”

그는 월드시리즈라면 본즈를 거르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본즈가 정상적인 타자라면 나도 어떻게든 승부했을 거야. 하지만 본즈는 정상적인 타자가 아니야. 그를 거르는 건 절대 승부를 피하는 게 아니야.’

약물이 만들어 낸 야구의 신.

그게 바로 배리 본즈였다.

9회 초.

양키스 토린 감독은 리베라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3-3 동점. 클로저를 투입할 시점인가?’

그가 리베라 투입을 결정한 그 순간 자이언츠가 일격을 날렸다.

“큰 타구입니다!”

6번 타자 로마우어 그가 이번 시즌 가장 짜릿한 홈런을 날렸다.

툭.

관중석을 강타한 공이 다시 외야로 돌아왔다.

“로마우어! 역전 홈런입니다!”

“자이언츠, 홈런 3방으로 양키스를 침몰시키는군요. 이제 스코어는 4-3입니다.”

토린 감독은 자신의 판단이 한발 늦었다고 후회했다.

‘너무 신중했어. 자이언츠의 기세를 꺾기 위해서는 리베라의 빠른 투입이 필요했는데 말이야.’

양키스에게 이제 남은 공격은 딱 2번.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토린 감독은 남은 2번의 공격에 승부수를 걸었다.

그러나 자이언츠 불펜진은 2번의 공격에서 단 한 명의 주자도 허용하지 않았다.

“자이언츠가 양키스에게 짜릿한 1점 차 역전승을 거둡니다!”

“배리 본즈가 오늘 야구의 신이 어떤 존재인지 우리에게 확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김민은 오늘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한 명의 슈퍼스타가 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도 배리 본즈처럼 할 수 있을까?’

그는 주먹을 꾹 쥐었다.

‘할 수 있고 없고가 아니라 반드시 해내야 해.’

김민은 디비전 시리즈에서 머무는 것은 이번 시즌만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시즌은 반드시 이 자리에 선다.’

* * *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가 열린 곳은 뉴욕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02 시즌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4-2로 꺾고, 왕좌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자이언츠가 우승할 줄이야.”

“양키스의 천하도 이제 끝이군.”

“배리 본즈가 인간이 아니었어.”

양키스의 토린 감독은 3차전까지 배리 본즈와 정면 승부를 고집했다.

그 결과 양키스 투수진은 배리 본즈에게 홈런 4개를 비롯해 8타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양키스는 뒤늦게 4차전부터 배리 본즈를 걸렀지만, 승기가 넘어간 다음이었다.

4차전과 5차전에 승리한 양키스는 6차전에서 배수진을 쳤지만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을 자이언츠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난 이번 월드시리즈가 좋았다고 생각해.”

“어떤 면에서?”

김민의 물음에 록튼이 대답했다.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었으니까.”

- 우승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김민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투자하지 않는 우승 또한 없어. 빈스의 태도에 따라서 다음 시즌이 달라질 거야.’

그는 본격적인 오프 시즌이 시작하기 전 빈스를 만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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