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일진일퇴 01
“최고의 피칭이었어!”
“7회부터 의식하고 있었는데 정말 그걸 해낼 줄은 몰랐다.”
“킴, 초능력자 아니야? 데뷔 2년 차에 노히트 게임이라니, 믿기지가 않는군.”
김민은 동료들의 축하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노히트 게임. 내가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든 것이라고 생각해.”
“킴, 겸손할 필요 없어. 오늘 주인공은 너야.”
록튼의 말에 김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겸손이 아니야. 오늘 난 13개의 시프트를 걸었는데 이 중 단 하나도 어긋난 플레이가 없었어.”
오늘 실책을 범한 칼튼은 속으로 뜨끔했다.
그러나 김민은 칼튼의 실책도 그의 탓이 아니라고 말했다.
“불규칙 바운드가 나왔을 때도 우리 팀은 침착하게 대처했어.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말이지.”
블렛소 코치는 김민의 말을 듣고 속으로 감탄했다.
‘킴은 재능과 비례하는 뛰어난 인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선수와 함께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영광이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창단 후 첫 노히트 게임.
이반 감독이 직접 김민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축하하네. 킴, 자네의 오늘 피칭은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역사에 기록될 걸세.”
김민이 고개를 숙이며 축하를 받았다.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노히트 게임과 와일드카드 2위 등극.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분위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반면 노히트 게임의 피해자가 된 시애틀 매리너스는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무도 안타를 때려내지 못했어.”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된 걸까? 지난 시즌은 116승이나 했잖아.”
“오늘 패배로 와일드카드 3위. 플레이오프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군.”
기적과도 같은 연승이 벌어지지 않는 한 시애틀은 가을 야구에 나갈 수 없었다.
“다음 시즌을 대비해야 하는 것일까?”
마이크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듯 말했을 때였다.
브렛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어! 23게임이나 남아 있다고!”
시애틀 매리너스가 현재 소화한 게임은 139게임.
그의 말대로 시애틀에게는 아직 23게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치로는 고개를 내저었다.
‘23게임 중 1위 오클랜드와 경기가 5경기나 된다. 서부지구 최강을 상대로 우리가 몇 게임이나 잡아낼 수 있을까? 3승 2패만 한다고 해도 대성공일 것이다.’
3승 2패, 승률 6할.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시애틀에게 필요한 것은 그 이상의 성적이었다.
같은 날 저녁.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김민의 대활약을 다룬 기사가 실렸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연승에 관한 기사가 함께 실렸다.
- 오클랜드 8연승으로 리그 2위 애너하임을 6게임 차로 따돌리다.
김민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2002년 오클랜드는 시즌 내내 강한 팀이 아니었다.
그들은 시즌 중반까지도 2위 애너하임에 크게 뒤진 3위에 머물고 있었다.
사람들은 빌리 빈의 머니볼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 머니볼은 결국 한계가 있는 이론이다.
- 강한 것은 빅마켓과 부유한 구단주가 있는 팀.
- 승리는 곧 투자에 비례한다.
- 돈을 쓰지 않고 이긴다는 건 자본주의에 위배되는 일이다.
그러나 오클랜드는 8월 13일 역전승을 시작으로 9월 4일 캔자스시티전까지 단 한 경기에도 패하지 않고 20연승의 신화를 이룩한다.
이 기록은 2017년 클리블랜드가 21연승의 신기록을 쓸 때까지 아메리칸 리그 기록으로 남았다.
하지만 김민의 등장으로 역사가 바뀌고 말았다.
시애틀은 과거와 달리 초반부터 부진에 빠졌고, 오클랜드는 위기 없이 서부지구 선두를 질주했다.
빌리 빈과 그의 머니볼은 20연승 없이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야.”
“이변이 없는 한 오클랜드가 지구 우승, 2위는 애너하임이겠지. 3위 시애틀은 오늘 탬파에게 패하면서 사실상 디비전 시리즈와 멀어졌어.”
“동부지구는 어때?”
“이쪽도 비슷해. 양키스가 이변이 없는 한 1위, 그리고 2위 탬파베이야.”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3위 보스턴 레드삭스는 90승 이상의 페이스였지만 탬파베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스턴 팬들은 탬파베이의 질주가 믿어지지 않았다.
“탬파베이가 우리 위에 있다니, 믿기지 않아.”
“탬파는 순위만 높은 게 아니야. 무려 96승 페이스라고. 누군가 녀석들에게 마법을 건 것이 아닌가 싶어.”
탬파베이가 지금의 승률을 유지할 경우 팀 창단 최초로 90승을 돌파하게 되었다.
“탬파베이가 마법에 걸렸다면 그 범인은 킴이겠지. 그 친구 오늘 22승을 달성했다고.”
“사이영상은 이미 예약이군.”
사람들은 이제 사이영상을 넘어 MVP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리그에서 투수 MVP가 나온 게 언제더라?”
“꽤 오래되었을걸? 외계인이라 불린 페드로나 부활한 로켓도 따지 못했으니까.”
“흐흠, 그걸 킴이 도전한다는 말이지?”
메이저리그 기자들은 김민이 남은 세 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해 25승을 기록한다면 아메리칸 리그 MVP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25승에 1점대 평균자책점. 난 이번 시즌 MVP는 킴이라고 생각해.”
“그건 25승을 해냈을 때 이야기지. 23승쯤에서 멈추면 애매해질 거야.”
“난 23승이면 사이영상, 24승이면 MVP 확률 반반, 25승이면 MVP 확률이 70% 이상이라고 생각해.”
“특별한 생각은 아니잖아. 다들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어.”
메이저리그 팬들은 시즌 종료를 앞두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번 시즌은 정말 이변이 많았어.”
“맞아. 지난 시즌 116승의 시애틀이 그렇게 추락할 줄 누가 알았어.”
“사실 추락은 아니야. 이번 시즌 90승은 거둘 테니까.”
시애틀의 추락은 기대가 너무 컸기에 나온 현상이었다.
“타자 쪽은 제레미, 투수는 킴인가?”
“제레미가 50홈런을 때릴 수 있다면 킴의 MVP도 위험할 거야.”
“난 킴이 25승 이상을 거둔다면 제레미가 50홈런을 날려도 안 된다고 생각해.”
2000년대는 메이저리그 100년 역사상 20승 달성이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이 시기 30경기 이상 등판한 선발 투수의 20승 성공률은 4.12%밖에 되지 않았다.
100명의 수준급 선발 투수 중 단 4명만이 20승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21승 이상으로 가면 그 가능성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김민이 25승을 달성한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게 만드는 정도였다.
9월 11일.
탬파베이는 시즌 85승을 돌파했다.
창단 후 최다승인 것은 물론 남은 16경기에서 반만 승리해도 93승을 거둘 수 있었다.
와일드카드 순위는 1위 애너하임과 1게임 차 2위.
탬파베이 팬들은 곳곳에서 파티를 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레이스! 고고!”
“양키고 보스턴이고 다 비켜!”
“우리 탬파가 제일이지!”
“킴과 탬파는 무적이다!”
이틀 뒤, 김민은 토론토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 시즌 23승을 수확했다.
“믿기지 않아!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서 23승이야.”
“킴이야말로 페드로의 진정한 라이벌이지.”
“과연 라이벌일까? 난 킴이 페드로를 넘어섰다고 생각해.”
“이번 시즌 임팩트는 페드로의 1999시즌 이상이야. 솔직히 말해서 이 시대에서 가장 뛰어난 시즌 중 하나가 아닐까?”
인터넷에서는 페드로와 김민, 두 사람을 주제로 끊임없이 토론이 벌어졌다.
김민은 이제 메이저리그의 아이콘 중 한 명이었다.
“킴, 오늘 시즌 24승에 도전합니다.”
“상대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입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은 초반부터 강하게 나왔다.
그들은 삼진을 당하더라도 큰 스윙으로 김민을 압박해 왔다.
딱!
큰 타구가 그대로 우익수 폴대를 넘어갔다.
“파울!”
“화이트삭스 타자들이 단단히 각오를 한 것 같군요.”
김민은 1회 초를 잘 넘겼으나 2회 말 2루타 두 개를 맞고 먼저 실점했다.
“킴! 연속 2루타를 허용합니다.”
“낯선 상대이기 때문일까요? 킴답지 않은 피칭입니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김민 공략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킴은 큰 스윙에 약해!”
“정확히 말하면 장타를 노리는 스윙에 약점을 보이는 것 같군.”
“장타가 많이 나올수록 킴의 강점은 사라지지.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머리를 잘 썼어.”
내야 시프트를 무력화시키는 장타.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단타가 아닌 홈런과 2루타로 승부를 걸어왔다.
“안타? 그건 계집애들이나 노리는 것이지.”
“지난 시즌은 메이저리그의 수치야. 안타왕 따위가 MVP를 수상하다니, MVP는 무조건 홈런왕이지.”
하지만 그냥 당하고 있을 김민이 아니었다.
김민은 시프트를 이용한 맞춰 잡기를 중단하고 유인구 승부에 들어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체인지 오브 페이스.
로케이션 그리고 코너웍.
세 가지 무기를 앞세운 김민에게 화이트삭스 타자들은 무력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연속삼진.
김민은 연속삼진으로 자신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3회와 4회 그리고 5회.
그는 마치 랜디 존슨이나 페드로 마르티네스처럼 삼진을 잡아냈다.
“킴! 오늘 경기 11번째 삼진입니다.”
“킴이 화이트삭스 타자들의 큰 스윙을 저격하는군요. 배트를 짧게 잡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삼진을 내주게 될 겁니다.”
김민이 마운드에서 시카고 타선을 봉쇄하는 사이 탬파베이 타선이 역전에 성공했다.
“탬파베이! 6회 초에 5점을 뽑아내며 스코어를 5-1로 벌립니다.”
“아울과 윌리엄의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입니다.”
아울은 4타수 3안타, 윌리엄은 2점 홈런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8회가 끝났을 때 스코어는 8-1까지 벌어져 있었다.
“킴, 오늘 삼진 13개를 잡고 마운드를 내려옵니다.”
“8이닝 1실점 13K, 오늘도 킴은 킴이었습니다. 누가 그와 비교될 수 있을까요?”
9회 말.
에두아르도가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김민의 24승이 확정되었다.
“킴! 24승입니다! 믿어지십니까? 아메리칸 리그 최약체였던 탬파베이가 24승의 에이스를 탄생시켰습니다.”
“킴의 투구를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김민의 다음 등판 경기에 주목했다.
“다음 경기는 어디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야.”
“디트로이트면 낙승이군.”
“킴이 25승을 찍고, MVP를 타는 모양새군.”
하지만 김민의 시선은 MVP에 있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직후, 그는 아메리칸 리그 순위표를 보곤 미간을 좁혔다.
“아직도 와일드카드 2위야.”
탬파베이 레이스는 9월 무서운 질주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1위 애너하임과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는 애너하임이 9월 15경기에서 11승 4패의 괴력을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9월 승률이 무려 0.733, 1위인 오클랜드 이상이야.”
김민은 이대로 나가면 95승을 거두고도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너하임을 잡아야 해.”
그러나 탬파베이와 애너하임의 맞대결은 남아 있지 않았다.
탬파베이가 애너하임을 앞서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보다 많이 이기는 것밖에는 없었다.
9월 23일.
애너하임이 2연패를 하는 사이 탬파베이가 그들을 따라잡았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볼티모어를 잡고 애너하임과 타이를 이룹니다.”
탬파베이 팬들은 디비전 시리즈에 나가게 되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탬파베이가 패하고 애너하임이 이기면서 다시 승차가 벌어졌다.
“이번 시즌 하반기 가장 핫한 레이스는 탬파베이와 애너하임의 대결입니다!”
“일진일퇴. 어느 쪽이 앞서 나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터와 포사다가 TV를 보며 두 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핫한데?”
“정말 핫하지. 네가 여자가 아닌 야구를 보게 만들었으니까.”
“난 시즌 중에는 여자를 많이 만나지 않는다고.”
“그럴까?”
“그렇다고.”
제레미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무슨 주제야? 여자?”
포사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와일드카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제레미는 TV로 시선을 돌렸다.
TV에 나오고 있는 팀은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와 애너하임 에인절스였다.
“내기를 해 보는 게 어떨까?”
제레미의 제안에 포사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기?”
“어느 쪽이 디비전 시리즈에 나올지 말이야.”
지터가 테이블 위에 동전을 빙그르르 돌리며 말했다.
“난 애너하임.”
“이유는?”
“탬파베이가 올라오는 것보다 나으니까.”
지터는 플레이오프 경험이 풍부한 선수였다. 그는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뛰어난 선발 투수라고 생각했다.
‘디비전 시리즈, 아니 플레이오프 전체를 볼 때, 뛰어난 에이스를 가진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은 차이가 크다. 우리 상대로는 킴의 탬파베이보다 뚜렷한 에이스가 없는 애너하임이 낫다.’
제레미가 포사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쪽은?”
“난 탬파베이에 걸어야 하는 건가?”
“두 사람 모두 애너하임에 걸어도 상관없어. 내가 탬파베이에 걸면 되니까.”
포사다가 음료수를 따르며 말했다.
“좋아. 나도 애너하임.”
“데릭과 같은 이유인가?”
“아니, 난 진심으로 애너하임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해.”
포사다는 플레이오프면 모를까 정규 시즌에서는 안정성이 뛰어난 애너하임이 탬파베이를 앞선다고 말했다.
“탬파베이는 킴이란 뛰어난 에이스가 있지만, 나머지 선발이 그에 미치지 못해. 최근 페이스는 타격이 폭발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거야.”
지터도 같은 생각이었다.
“반면 애너하임은 공수 균형이 잘 맞는 팀이지. 팀워크도 좋고, 무엇보다 시즌 내내 와일드카드 1위를 지켰다는 것이 중요해. 탬파베이는 시즌 초반 잠깐 1위를 한 뒤로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거든.”
제레미가 테이블 위에 100달러 지폐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난 탬파베이에 걸겠어.”
“제레미, 정말로 거는 거야?”
“우리에게 한턱 쏘려는 건가?”
포사다와 지터의 물음에 제레미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시즌 마지막 경기를 탬파베이는 무조건 이길 수 있기 때문에 돈을 건 거야.”
“그게 무슨…….”
“킴의 등판은 25일 날 끝나지. 하지만 팀이 원할 경우 3일 쉬고 29일 마지막 경기에 등판할 수 있어.”
포사다는 제레미의 설명을 듣곤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뭐야. 디비전 시리즈를 앞두고 그렇게 막 던져도 되는 거야?”
지터도 제레미의 의견에 부정적이었다.
“아무리 디비전 시리즈에 올라가고 싶어도 그렇지. 에이스를 그렇게까지 혹사시킨다면 디비전 시리즈에 올라가도 문제야.”
제레미는 포사다와 지터가 양키스에서 뛰었기 때문에 스몰 마켓의 서러움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양키스는 우승이 목표지만, 탬파베이는 달라. 그들은 디비전 시리즈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팀 역사를 다시 쓰게 되는 거야.”
그는 탬파베이가 김민에게 26승 기회를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9월 24일.
탬파베이는 3-4로 패하고 말았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위기입니다. 마지막 순간 애너하임과 승차가 2게임으로 벌어집니다.”
남은 경기는 다섯 게임.
승차는 2게임 차.
애너하임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김민은 그 모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승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9월 25일.
김민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킴, 어제의 패배를 설욕하고 25승을 올릴 수 있을 것인지 메이저리그 팬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늘 킴이 무너지면 탬파베이의 첫 번째 가을 야구도 끝나고 맙니다. 킴,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이 위기에 강한 진짜 에이스라고 생각했다.
‘킴이라면 이번 경기를 놓지 않아. 문제는 그 다음이야.’
탬파베이가 애너하임을 넘어서려면 전승을 거둔 다음 애너하임이 3승 2패 이하의 성적을 거두길 바라야 했다.
5전 전승.
기세가 좋을 때라면 모를까?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후반기에는 쉽지 않은 기록이었다.
“킴! 1회 초 투구에 들어갑니다!”
탬파베이에게 한 가지 유리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남은 다섯 경기가 전부 홈게임이라는 사실이었다.
파앙!
잘 제구된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갔다.
“나이스 볼!”
김민의 컨디션은 좋았다.
그는 5회까지 단 2개의 안타만을 맞으면 0점으로 틀어막았다.
“스코어 3-0, 탬파베이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탬파베이 팬들은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진행되고 있는 타이거즈와 경기보다 애너하임의 경기를 더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
“이겨 줘!”
애너하임의 상대는 와일드카드 탈락이 확정된 보스턴 레드삭스.
필사적인 팀과 그렇지 않은 팀.
경기 초반 절실함에서 앞선 애너하임이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나 보스턴 레드삭스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3회 대거 4점을 뽑으면서 스코어를 4-2로 역전시켰다.
“보스턴이 이기고 있어!”
“레드삭스! 제발 애너하임을 잡아 줘!”
8회가 끝났을 때 탬파베이 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는 이유는 김민이 시즌 25승을 달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승리.
탬파베이 팬들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보스턴이 애너하임을 잡았어!”
“이제 킴만 이기면 돼!”
9회 초.
김민은 세 타자를 삼자범퇴로 처리하곤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완성했다.
“킴의 승리로 탬파베이가 애너하임을 1경기 차이로 추격합니다.”
“킴의 얼굴에 미소가 보이지 않습니다. 시즌 25승을 거두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김민은 경기가 끝난 후, 승리 투수 인터뷰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25승과 디비전 시리즈를 선택하라고 하면 전 망설이지 않고 디비전 시리즈를 선택할 것입니다.”
팀의 승리와 가을 야구.
김민은 그것을 그 누구보다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