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38화 (138/296)

138화 와일드카드 경쟁 04

2회 초.

탬파베이의 공격.

가르시아는 첫 타자를 잘 잡아냈지만, 두 번째 타자에게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맞았다.

“가르시아가 또 주자를 내보냅니다.”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일까요? 가르시아, 상당히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치로는 오늘 경기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김민에 대한 공략이 아니라 가르시아의 멘탈 케어라고 생각했다.

‘포인트가 어긋났어. 우리 팀의 약점은 공격력이 아니라 투수력이야.’

팡!

미트에 들어간 공이 좋은 소리를 냈지만,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록튼 초구를 잘 골라냈습니다.”

록튼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내는 사나이였다.

양키스 전력분석팀 호이스트는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 한 팀의 기둥이 되는 슈퍼스타는 아니다. 하지만 상위권 팀의 좋은 조각이 될 수 있다.

포수에 많은 비용을 쓸 수 없다면 록튼은 훌륭한 해답이었다.

탁!

배트 끝에 걸린 공이 큰 바운드를 일으켰다.

“3루수 전진합니다!”

록튼은 1루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달렸지만, 간발의 차이로 아웃되고 말았다.

“록튼 1루에서 아웃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 1루 주자가 2루에 들어갑니다.”

진루타.

이것은 대표적인 팀플레이 중 하나였다.

이반 감독은 록튼이 1루까지 전력 질주한 것에 박수를 쳤다.

“나이스 플레이!”

그는 이번 시즌 들어 팀플레이와 기본기 그리고 시프트를 강조하고 있었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이반 감독이 감독으로서 한층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성장하는 것은 선수만이 아니다. 우리의 코칭 스탭도 팀과 함께 성장한다.’

선수들의 기량에 큰 차이가 있듯 코칭 스탭의 능력에도 차이가 있었다.

바이슨 코치는 자신들의 능력이 2년 전까지는 리그 하위권을 맴돌았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리그 상위권은 아니라도 리그 중위권 정도는 될 것이다.’

숀 배터리 코치가 바이슨 수석 코치에게 말했다.

“록튼은 언제나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보여 줍니다. 저런 선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숀 배터리 코치의 말을 받았다.

“우리 팀 포수들은 전반적으로 기본기가 좋아. 다 자네가 힘을 써 준 덕분이야.”

“아닙니다. 선수들이 노력한 결과죠.”

록튼과 스미스.

두 포수는 뛰어난 공격력은 지니지 못했지만, 포수가 갖춰야 할 조건들을 대부분 충족시키고 있었다.

이반 감독은 두 사람이 있기 때문에 포수 쪽은 더 보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팀에 부족한 것이 있다면 킴의 뒤를 받쳐 줄 또 한 명의 에이스와 확실한 4번 타자다.’

윌리엄과 아울.

두 사람은 좋은 타자였다.

특히 윌리엄은 올스타에 선발될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다.

그럼에도 이반 감독은 4번 타자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40홈런 아니 그 이상을 쳐줄 수 있는 타자가 클린업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반 감독의 목마름은 쉬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4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은 대부분 거액의 FA계약을 체결했거나 앞두고 있었다.

전형적인 스몰마켓인 탬파베이로서는 그런 대형 계약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브라이튼! 좋은 타구를 날렸지만 2루수의 수비에 막힙니다.”

브라이튼은 크게 한숨을 내쉬곤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휴…… 안 되는 날이군.”

그의 아웃으로 가르시아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르시아, 나이스 피칭.”

“잘했어!”

가르시아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포락 투수 코치가 다가갔다.

“제구력이 좋지 않아. 어제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렇군.”

포락 투수 코치는 담담하게 말한 뒤 그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시애틀 투수 코치 포락.

그는 뛰어난 기술을 지니고 있는 코치 중 한 명이었지만, 선수의 멘탈을 다독이는 부분이 유독 약했다.

지난해까지는 그 부족한 부분을 수석 코치 슈나이켈이 메웠다.

하지만 슈나이켈이 뉴욕 메츠로 떠나면서 부족한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

시애틀 팬들은 포락의 부족한 부분을 폴만 감독이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시즌 폴만 감독은 움직임이 굼떴다.

가르시아가 글러브를 벗은 채 미간을 좁혔다.

‘포락 코치는 킴을 상대로 마운드에 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어.’

그는 3만이 넘는 홈 관중의 응원을 받고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고독했다.

‘여기서 더 실점하면 안 돼.’

김민을 이기기 위해서는 완벽한 피칭이 필요했다.

2회 말.

시애틀의 선두 타자는 4번 타자 브렛이었다.

그는 배터 박스에 들어선 다음 발로 땅을 다졌다.

‘앞선 타자의 초구를 노려라. 하지만 선두 타자로 나서는 경우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군.’

브렛은 이치로만큼은 아니었지만,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느낌을 받았다.

‘할 수 없지. 하던 대로 하는 수밖에.’

그는 바깥쪽 패스트볼을 노리고 배트를 세웠다.

‘바깥쪽으로 하나 와라.’

슉!

빠른 공이 바깥쪽으로 날아왔다.

‘정말로 왔잖아.’

깜짝 놀라며 배트를 움직인 순간 공의 궤적이 변했다.

‘큭, 스플리터!’

브렛의 머릿속에 그러면 그렇지라는 생각이 흘러갔다.

탁!

배트 아랫부분에 맞은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튀어 올랐다.

“투수가 공을 잡아 1루에 송구합니다.”

투수 앞 땅볼.

메이저리그에서 흔하디흔하게 나오는 장면이었다.

“타자! 1루에서 아웃!”

“브렛, 자기 스윙을 가져갔지만 히팅 포인트가 맞지 않았군요.”

4번 타자 브렛의 무기력한 모습에 시애틀 팬들이 크게 실망했다.

“한 방이 필요할 때에 4번 타자가 투수 앞 땅볼이라니…….”

“브렛은 지난 시즌에 비해 텐션이 너무 떨어져 있어.”

“어디 부상이라도 있는 것 아니야?”

“그랬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브렛을 뺄 수가 없어.”

브렛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내내 혀를 찼다.

‘킴의 초구를 공략하라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5번 타자 마르틴도 브렛처럼 초구를 공략했다. 그는 페이튼의 공략법에 따라 김민이 브렛에게 던졌던 스플리터를 노렸다.

그러나 김민이 던진 초구는 커터였다.

탁!

배트 헤드에 맞은 공이 1루수에게 굴러갔다.

“느린 타구! 아울, 공을 잡아 가볍게 타자 주자를 터치합니다.”

내야 땅볼 2개.

페이튼의 전략은 아무 결과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론은 역시 이론일 뿐인가?”

이치로가 미간을 좁힌 순간 날카로운 타격음이 들려왔다.

‘드디어 나온 건가?’

6번 타자 클락슨이 떨어진 스플리터를 그대로 당겨 빠른 타구를 만들어냈다.

“잘 맞은 타구! 하지만 유격수 브라이튼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갑니다.”

유격수 라인드라이브(직선타).

시애틀 팬들은 안타까움에 탄성을 터트렸지만, 김민과 록튼 배터리는 생각이 달랐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섰다.

“킴, 시애틀 타자들이 우리가 원하는 코스에 제대로 타구를 뿌려 주고 있어.”

“흠, 시애틀이 시프트에 이렇게 쉽게 걸리는 팀이었던가?’

“글쎄, 다들 조급한 것 같기도 하고…… 1이닝 더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찰칵.

폴만 감독이 누른 것은 스톱 워치였다.

“9개.”

그는 짧게 말한 뒤 미간을 좁혔다.

‘1이닝에 9개가 아니야. 1회와 2회를 합한 투구수가 9개야. 초구 공략 작전은 완전히 실패다. 킴은 갇힌 이론으로 상대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니야.’

작전을 제안한 페이튼은 입술색이 변할 정도로 조조해하고 있었다.

“왜지? 왜 맞지 않는 거야?”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이번 타구는 내야를 뚫고 안타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3회 초.

시애틀 선발 투수 가르시아가 다시 주자를 내보냈다.

이번에는 2사 2루.

“4번 타자 아울이 펜스 직격 2루타를 터트렸습니다.”

“다음 타자는 그렉스와 안데르센입니다. 가르시아 조심해야 합니다.”

가르시아는 그렉스와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그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말았다.

이전 타석에서 맞은 적시타가 그를 머뭇거리게 만든 것이다.

2사 1, 2루.

김민은 리듬을 한 번쯤 끊어 줄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투수의 제구가 흔들릴 때는 포수나 코칭 스탭이 그것을 잡아 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애틀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1실점밖에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딱!

날카로운 타구가 2루 베이스 옆을 빠져나갔다.

“안데르센 적시타를 터트립니다!”

스코어 2-0, 탬파베이 리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포수가 타임을 걸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늦었어.”

“늦었어.”

록튼과 김민이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었다.

먼저 미소를 지은 것은 록튼이었다.

“한 타이밍이 빨랐어야지?”

“맞아.”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한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타임을 부른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폴만 감독은 움직이지 않는군. 지난 시즌에는 기민하게 움직이던 감독이었는데…… 이유가 뭔지 모르겠군.’

그는 시애틀의 경기력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로 폴만 감독의 소극성을 지적했다.

폴만 감독에게도 할 말은 있었다. 그는 마냥 경기를 방치한 것이 아니었다. 타임을 부르지 않은 것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힘든 상황일수록 에이스를 믿어야 한다.’

그는 에이스를 믿고 승부를 맡긴 것이었다.

물론 결과는 좋지 못했다.

시애틀은 추가점을 내줬고, 가르시아는 더욱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딱!

높이 떠오른 타구가 외야로 날아갔다.

“큽니다! 하지만 타구는 펜스를 넘지 못합니다.”

“이미 중견수가 자리를 잡았군요.”

중견수 플라이 아웃.

시애틀과 가르시아는 다시 한번 대량 실점의 위기를 넘겼다.

3회 말.

시애틀 타석은 7, 8, 9번으로 이어졌다.

7번과 8번 타자가 무기력하게 아웃 카운트를 내줬다.

이치로는 이 타순으로는 결과를 내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시 타석에 들어서는 것은 4회 말인가? 후…… 또 선두 타자이군.’

그가 배트를 내려놓은 순간이었다.

탁.

빗맞은 타구가 2루수 칼튼에게 흘러갔다.

“평범한 땅볼입니다. 아! 칼튼! 역동작에 걸렸습니다.”

칼튼은 자신이 예측한 것과 반대 방향으로 바운드가 되자 크게 당황했다.

‘여기서 타구를 놓치면 곤란해.’

2사였지만 주자가 나가는 순간 시애틀 타순은 이치로까지 돌았다.

칼튼은 어떻게든 여기서 세이브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놓칠 것 같으냐!’

팍!

그는 공을 잡지 못했으나 몸으로 공의 진로를 막을 수 있었다.

“칼튼의 몸에 맞은 공이 떨어집니다!”

“칼튼, 좋은 수비입니다!”

지금부터는 수비수와 타자의 순발력 싸움이었다.

칼튼은 재빨리 공을 들었다. 그리곤 1루에 빠르게 뿌렸다.

‘이 타이밍이라면 아웃이다!’

슉!

하지만 1루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아! 칼튼의 송구가 빠집니다! 주자 2루로 향합니다!”

성급한 플레이로 인한 실책.

상황은 순식간에 2사 2루로 바뀌었다.

“시애틀 매리너스! 칼튼의 실책으로 따라갈 찬스를 잡습니다.”

“공을 막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송구가 너무 성급했군요. 킴, 오늘 경기 처음으로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보내고 맙니다.”

이치로는 내려놨던 배트를 다시 들었다.

‘기회가 왔다.’

김민은 2루 주자를 보곤 모자를 벗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실책이 나왔군.’

3루수 안데르센이라면 모를까?

2루수 칼튼의 실책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할 수 없지.’

김민은 모자를 든 채 칼튼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칼튼! 불규칙 바운드야. 어쩔 수 없었다고, 다음 타자를 잡고 이닝을 끝내자.”

그는 이치로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치로는 영어에 익숙하지 못했지만, 다음 타자를 잡겠다는 말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킴! 날 잡겠다고?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겠지. 하지만 쉽지 않을 거야.’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은 상황이 달랐다.

주자의 유무, 볼 배합 그리고 페이튼의 전략까지 이치로는 모든 면에서 첫 타석보다 두 번째 타석이 낫다고 생각했다.

‘주자가 2루에 있으니 마음대로 시프트를 쓸 수도 없을 거야.’

주자의 존재를 무시하고 시프트를 쓴다면 돌아오는 것은 무상도루뿐이었다.

탬파베이 수비진은 시프트를 쓰지 않고 정석대로 움직였다.

이치로는 그 모습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그는 추가점을 위한 모든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판단했다.

남은 것은 이제 그가 안타를 만들어 내는 것뿐이었다.

“후흡…….”

숨을 들이마신 순간 김민의 초구가 날아왔다.

슉!

안쪽 빠른 공.

바깥쪽 스플리터를 예상한 이치로는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코스가 완전히 반대.’

그러나 그는 배트를 멈추지 않았다.

‘조금 더 속도를 높인다.’

공을 밀기보다는 당겨서 1, 2루 사이를 뚫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공은 그의 생각보다 더 빨리 홈플레이트를 통과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6마일(154km).

오늘 경기 최고 구속이었다.

“킴! 패스트볼로 이치로의 배트를 무력화시킵니다!”

“멋진 공이 들어왔습니다!”

이치로는 전광판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상황이 달라진 것은 나만이 아니었어.’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가 나간 순간 김민은 기어를 바꿔 넣었다.

‘이치로, 더 이상 안타는 없다.’

그는 두 번째 공도 빠르게 던졌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백네트에 꽂혔다.

“파울!”

이번 공은 95마일(153km) 하이 패스트볼.

“이치로의 배트가 구속에 밀렸습니다.”

“킴, 이치로를 힘으로 제압하려 합니다.”

이치로는 지난 시즌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타자를 압도하는 빠른 공. 그 다음은 커브였던가?’

빠른 공을 예상하고 있는 순간 느린 커브가 날아온다면 아무리 이치로라고 해도 좋은 타격을 할 수 없었다.

‘커브를 변수에 넣어야 하나? 하지만 커브까지 생각하면 녀석의 하이 패스트볼을 때려낼 수 없다.’

김민의 하이 패스트볼은 단순히 빠른 것만이 아니었다.

위로 떠오르는 무브먼트는 스윙 자체를 바꿔야만 할 정도로 까다로운 무기였다.

이치로는 커브란 변수를 제외하기로 했다.

‘삼진을 당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킴,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주자를 두고 와인드업.

이것은 타자 주자를 반드시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블렛소 코치와 이반 감독은 김민의 자신감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2사에 투 스트라이크다! 주자는 무조건 뛰게 되어 있어!’

‘여기서 볼이라도 된다면…….’

김민이 던진 공이 볼이 되고 주자가 3루에 들어간다면 상황은 2사 3루로 바뀌었다.

하지만 김민은 볼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치로는 이걸 그냥 거를 수 없을 거야.’

슉!

좌타자 안쪽으로 들어가는 빠른 공.

이치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공이 존을 통과하면 그대로 삼진이다.’

볼이라면 커트.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공이라면 당겨서 1, 2루 사이를 뚫는 안타.

하지만 이치로는 둘 중 어느 것도 해내지 못했다.

탁!

손잡이 부분에 맞은 공이 홈플레이트 위쪽에 떠올랐다.

“록튼이 미트를 앞으로 내밀어 공을 잡아냅니다!”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

이치로는 두 눈을 감았다.

‘마지막 순간 안쪽으로 휘었다.’

김민이 이치로를 잡아낸 공은 92마일(148km) 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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