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와일드카드 경쟁 03
“이번 시즌 킴은 지난 시즌보다 더욱 강해졌습니다. 구속도 2마일(3.2km) 이상 증가했고, 제구도 또한 더욱 정확해졌습니다.”
경기 전 브리핑.
시애틀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공략 설명은 없고, 킴에 대한 칭찬뿐이군. 저 친구 월급 탬파베이가 주는 것 아니야?”
4번 타자 브렛의 빈정거림에 좌익수 마크가 동의했다.
“킴이 잘 던지는 건 메이저리그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어떻게 하면 저 녀석의 공을 펜스 밖으로 넘겨 버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야.”
전력분석팀장 페이튼이 화면을 바꾸며 말했다.
“지난 양키스전에서 킴이 보여 준 데이터입니다. 투구 밸런스, 패스트볼의 회전, 심지어 커브의 회전수까지 증가했습니다. 양키스 타선은 킴의 위력적인 피칭에 이번 시즌 최소 투구수 완봉승라는 기록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브렛이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페이튼, 킴의 회전수는 어떻게 안 겁니까? 눈으로 보이지도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의 질문에는 페이튼에 대한 반감이 다분히 깔려 있었다.
‘월급 도둑을 잡아 주지.’
페이튼은 4번 타자의 힐문에 침착하게 대처했다.
“공에 대한 회전수 측정은 레이디온사(미국 방산기업)에 의뢰한 것입니다.”
“레이디온사가 그런 것도 해 주는 겁니까?”
“레이디온사의 소형 레이더 기술은 여러 스포츠 분석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초고속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브렛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 그 레이디온사의 분석으로 킴을 쓰러뜨릴 방법을 찾을 수 있겠군요.”
뻔히 보이는 시비였지만 페이튼의 목소리에는 변화가 없었다.
투수 코치는 그가 투수를 했으면 잘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레이디온사에서 우리에게 준 자료는 공의 회전수에 관한 것뿐입니다. 킴을 공략할 방법은 다른 부분에서 접근하고자 합니다.”
“다른 부분에서 접근한다면, 방법이 있긴 있는 겁니까?”
페이튼이 브렛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시애틀 선수들은 페이튼의 한마디에 눈빛이 달라졌다.
“킴을 공략할 방법이 있는 건가?”
“그런 방법이 있다면 왜 진즉 알려 주지 않은 거야.”
“전력분석팀이 밥값을 할 때도 있군.”
뒤쪽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이치로도 고개를 들어 페이튼을 주목했다.
‘킴을 공략할 방법을 찾았다고? 배터 박스 내에서 이리저리 위치를 변경하는 게 아니면 좋겠군.’
그는 보스턴의 지난 시즌 패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페이튼이 화면을 다시 한번 바꾸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자료는 킴의 구종별 피안타율과 카운트별 피안타율을 종합한 것입니다.”
이치로는 자료를 보자마자 깨닫는 것이 있었다.
‘킴이 던지는 구종 중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이 가장 높다. 페이튼은 패스트볼을 노리라는 말을 하려는 모양이군. 하지만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공략법이라고 말하기에는 뭣하군.’
그러나 페이튼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치로의 예상과 조금 달랐다.
“이 자료에서 우린 하나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킴의 초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구 공략.
이치로는 자신의 예상과 어긋나긴 했지만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괜한 기대를 했군, 이건 전혀 새로운 게 아니야.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기본적으로 초구를 공략했을 때 타율이 가장 높다. 이 말을 투수 쪽으로 바꾸면 초구를 공략당했을 때 피안타율이 높다는 말이 된다. 킴의 초구 피안타율이 높은 것은 특별한 자료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다. 이것을 근거로 초구를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하다니, 한심하군.’
시애틀 타자 중 이치로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그는 바로 지명타자 마르틴이었다.
“페이튼, 메이저리그의 모든 투수는 초구 피안타율이 다른 공보다 높습니다. 이건 참고가 되지 않는 자료입니다.”
페이튼은 물러서지 않았다.
“모든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초구 피안타율이 높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킴의 자료에는 한 가지 특성이 더 있습니다.”
“다른 투수들과 다른 무엇이 있단 말씀입니까?”
페이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는 짧게 대답한 뒤 화면을 살짝 바꾸었다.
“다음은 킴과 메이저리그 평균을 비교한 값입니다. 이것을 보시면 한 번에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치로는 페이튼이 제시한 자료에 가볍게 탄성을 터트렸다.
“이거였나!”
페이튼이 말을 이었다.
“킴의 2구 피안타율은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0.128이 낮습니다. 초구 피안타율이 0.099가 낮은 것에 비하면 0.29가 더 차이가 납니다. 3구는 어떨까요? 3구는 더 차이가 큽니다. 한마디로 말해 킴의 공은 오래 보면 볼수록 공략이 더욱 힘들어집니다.”
그는 뉴욕 양키스가 최소 투구수 완봉패를 당했지만, 올바른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양키스의 전력분석팀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들은 악의 제국을 만든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전력분석팀입니다. 전 그들이 우리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킴의 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초구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분석 내용을 살핀 브렛이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
이번에는 힐문이 아닌 진지한 질문이었다.
“저 표를 보면 6구 이후는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피안타율이 높은데 저걸 어떻게 보면 되는 겁니까?”
페이튼이 대답했다.
“6구 이후 피안타율이 높은 것은 킴의 성격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성격이라면…….”
“킴은 한 타자에게 많은 투구수를 가져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합니다. 8구, 9구, 이렇게 가느니 차라리 안타를 맞겠다고 생각하고 가운데로 공을 던지는 것입니다.”
“그 말은 오래 버티면 안타를 만들 확률이 크다는 뜻이군.”
“자료만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킴을 상대로 6구 이상 버틴 타자는 많지 않습니다.”
잠시 뒤, 이치로가 통역을 통해 자신의 질문을 페이튼에게 전달했다.
그의 질문은 초구를 노린다면 어떤 공이 좋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페이튼은 이 질문에 대해서도 이치로의 예상과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킴의 초구 중 가장 많은 공은 패스트볼입니다. 하지만 전 패스트볼을 노리기보다는 앞선 타자에게 던졌던 초구를 노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브렛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전 타자에게 던졌던 공을 노린다면 녀석의 노림수에 다시 한번 말려드는 꼴이 아닙니까?”
페이튼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킴은 매 이닝 볼 배합을 바꾸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타자마다 볼 배합을 다르게 가져가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한 이닝 안에서는 비슷한 패턴으로 공을 던진다는 뜻입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김민은 매우 기계적인 피칭을 했다.
이치로는 뭔가 빠진 것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페이튼의 주장에는 힘이 있다. 하지만 완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킴이 과연 그의 말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선수일까?’
페이튼과 선수들의 대화는 조금 더 이어졌다. 그리고 잠시 뒤, 폴만 감독이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는 일단 페이튼의 주장대로 가 보도록 하지. 1점 낼 것을 2점 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일이 아닌가?”
그는 오늘이 이번 시즌의 분수령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패한다면 내일 이긴다고 해도 와일드카드 2위를 지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2위는 절대 디비전 시리즈에 나갈 수 없다. 반드시 이겨서 애너하임과 격차를 좁혀야 한다.’
2002년대 초반.
디비전 시리즈에 나가는 것은 와일드카드 1위 단 한 팀이었다.
* * *
“시애틀의 선발 투수는 가르시아입니다.”
“가르시아는 시애틀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 중 한 장입니다. 폴만 감독, 가르시아를 하루 더 쉬게 하고 등판시켰습니다. 이는 오늘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번 시즌 가르시아는 다소 처지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13승 9패 평균자책점 4.21
중위권 팀의 1선발이라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디비전 시리즈를 노리고 있는 강팀의 에이스였다.
“탬파베이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탬파베이 1번 타자는 브라이튼.
그는 이번 시즌 루키로서 올스타에 뽑히는 등 대단한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다.
따악!
초구를 공략한 타구가 2루수 옆을 빠져나갔다.
“브라이튼! 초구를 노려 안타를 때려냅니다.”
폴만 감독은 브라이튼의 안타에 혀를 찼다.
‘허, 초구를 노리는 타격은 우리가 아니라 탬파베이가 먼저 시작하는군.’
가르시아는 2번 타자 케니히를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3번 타자 윌리엄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1, 2루의 위기에 몰렸다.
“탬파베이 1회 초,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타석에는 4번 타자 아울입니다.”
“여기서 장타가 나온다면 시리즈 전체의 향방이 크게 움직일 겁니다.”
가르시아는 아울을 상대로 어려운 투구를 이어갔다.
탁!
배트 끝에 맞은 공이 관중석에 떨어졌다.
“7구! 다시 한번 파울입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가르시아의 피칭을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큰 경기에 강하지 않다는 선입견 때문인가? 하루 더 쉬고 나왔음에도 좋아 보이지 않는군.”
지난 시즌 시애틀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승 타이기록을 작성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챔피언십 시리즈 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팬들은 폴만 감독과 가르시에게 그 책임을 돌렸다.
가르시아는 팀의 1선발이자 에이스로 플레이오프에 나섰지만, 3게임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5.58을 기록하며 기대 이하의 피칭을 보여 주고 말았다.
코스타 타격 코치가 바이슨 코치의 말을 받았다.
“프레셔에 약한 타입일지도 모릅니다.”
딱!
강한 타구가 1, 2루 사이를 뚫었다.
“안타! 아울의 안타입니다!”
2루 주자 브라이튼은 여유 있게 홈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잠시 뒤, 여유가 독이 되고 말았다.
“이치로가 홈에 송구합니다!”
“브라이튼! 짧은 타구에 어설픈 베이스 러닝은 위험합니다!”
브라이튼은 이치로의 레이저 송구를 보고 속도를 올렸다.
‘무슨 송구가 저렇게 빨라.’
그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해 보았지만, 결국 아웃되고 말았다.
“이치로의 보살이 나왔습니다.”
“레이저빔이 브라이튼을 저격했군요.”
브라이튼은 홈에서 아웃된 이후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
“돌머리 같은 녀석! 더 빨리 뛰었어야지!”
그는 2루 베이스를 떠날 때부터 전력으로 뛰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선취점을 뽑았을 테지.’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야구에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신이 아직 시애틀을 버리지 않은 모양이군요.”
바이슨 수석 코치의 말에 이반 감독이 눈살을 찌푸렸다.
“신이 아니야. 이번 플레이는 브라이튼이 루키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야.”
그는 브라이튼의 플레이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가르시아는 5번 타자 그렉스를 상대로 어려운 피칭을 이어갔다.
“가르시아 그렉스를 쉽게 돌려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슉!
그렉스가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었다.
“안타! 안타입니다!”
이번에는 이치로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세이프! 탬파베이가 선취점을 가져갑니다.”
시애틀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렉스의 적시타 이후 더는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가르시아, 1회 초 선취점을 내줬지만 후속 타자를 잡아내고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수비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경기 초반 대량 득점이 나왔을 겁니다.”
브렛은 기가 죽은 시애틀 선수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존슨이 죽은 것 같은 표정 짓지 마라! 페이튼의 브리핑을 생각해! 상대가 킴이라도 우린 충분히 공략할 수 있어!”
그의 한마디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페이튼의 브리핑이 있었지.”
시애틀 매리너스의 1번 타자는 지난 시즌 아메리칸 리그 MVP에 빛나는 이치로였다.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킴과 이치로는 인연이 많습니다.”
두 사람은 중요한 순간 맞대결을 펼치곤 했다.
김민은 공을 잡은 뒤 사인을 교환했다.
‘오늘만큼은 내가 이긴다.’
그는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이치로는 배트를 세우고 김민의 공을 기다렸다.
1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그에게 페이튼의 전략은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
‘페이튼의 전략은 앞 타자에게 던졌던 초구를 공략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게 앞 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도 발을 디딘 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느낌이었다.
‘162경기 중 한 경기일 뿐인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일까?’
미간을 좁힌 순간 공이 김민의 손끝을 떠났다.
‘온다!’
오늘의 첫 번째 공.
이치로는 배트를 움직였다.
‘바깥쪽 빠른 공이다.’
딱!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치로는 1루를 향해 뛰면서 생각했다.
‘좋은 느낌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군. 이번에는 틀렸어.’
평소라면 충분히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
하지만 탬파베이 시프트는 완벽하게 그의 타구를 막아 냈다.
“3루수 안데르센 공을 잡아 그대로 1루에 송구합니다. 이치로 3루 땅볼로 아웃되고 맙니다.”
“아까운 타구입니다. 시프트만 아니었다면 2, 3루 사이를 꿰뚫는 안타가 되었을 겁니다.”
2번 타자 마이크는 이치로의 아웃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킴이 던진 초구는 바깥쪽 빠른 공이었다. 아래로 내리찍은 배트에 빠른 타구가 나온 것으로 보아 스플리터는 아니다.’
그는 김민이 던진 구종을 패스트볼로 추측했다.
‘바깥쪽 패스트볼, 그걸 노리면 된다는 말.’
마이크가 타석에 들어서자 탬파베이 시프트가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탬파베이 시프트를 다시 한번 가동합니다.”
“이건 1, 2루 사이로 향하는 타구를 막겠다는 뜻이군요.”
마이크는 시프트를 써도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프트로 막을 수 있는 높이가 낮은 타구뿐이야. 내야수의 키를 넘기면 그만이라고.’
그는 장타를 노리고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와라!’
잠시 뒤, 김민의 초구가 날아왔다.
‘바깥쪽 빠른 공!’
페이튼이 설명한 대로였다.
‘코스와 구종을 알면 어떤 공이라도 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배트는 크게 헛돌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마이크는 자신의 헛스윙이 믿기지 않는 듯 눈을 깜빡였다.
‘구종과 코스를 알았는데 헛스윙이라고? 이럴 수가 있는 건가?’
록튼은 미트에서 공을 뺀 다음이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스 볼!”
이치로는 더그아웃에서 마이크의 헛스윙을 보곤 혀를 찼다.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히팅 포인트가 어긋났군.’
4번 타자 브렛은 마이크의 배트가 공을 맞히지 못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공…… 이치로에게 던졌던 초구와는 다르다.’
그는 김민의 패스트볼이 다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라이징 패스트볼.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마이크는 김민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빼앗긴 뒤 크게 휘청거렸다.
‘2구부터는 킴의 피안타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어떻게 하지?’
망설이는 순간 안쪽으로 스플리터가 들어왔다.
마이크는 이 공에 다시 한번 헛스윙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마이크 연속 헛스윙입니다.”
“마이크, 스윙할 때 머리가 너무 흔들립니다. 중심을 잡지 못하면 투수의 유인구에 배트가 따라 나올 뿐입니다.”
마이크의 히팅 포인트는 키가 고장 난 배처럼 표류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삼구삼진으로 물러섰다.
“킴이 오늘 경기 첫 삼진을 추가합니다.”
“킴, 오늘도 스타트가 좋습니다.”
김민은 3번 타자 덴마저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곤 1회를 마쳤다.
폴만 감독은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을 보곤 이마를 찌푸렸다.
“딱 5개를 던졌군.”
초구 공략.
그것은 투구수 절약이라는 반대급부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