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27화 (127/296)

127화 캔자스의 빅3 04

홀먼 단장은 트레이드 합의 직후 빈스 구단주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트레이드라고?”

빈스는 한 명을 받고 세 명을 보냈다는 말에 잠시 미간을 좁혔지만, 그들을 보냄으로써 팀 연봉을 120만 달러(15억 원)가량 아낄 수 있다는 말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훌륭한 트레이드군. 킴도 동의한 건가?”

“물론입니다.”

“홀먼, 이번 시즌은 일 처리가 아주 훌륭하군.”

빈스 구단주는 지금 성적을 유지하면서 팀 연봉을 줄일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을 덧붙였다.

홀먼 단장은 빈스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노리고 있었다.

‘이대로 플레이오프까지 나간다면 2년 뒤 돌아오는 중계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을 거야.’

TV 중계권은 메이저리그 구단에게 입장권 이상으로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그럼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홀먼은 빈스 구단주의 동의를 얻은 뒤 정식 문서에 서명했다.

그가 빈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루카스 역시 구단주와 통화했다.

캔자스시티 구단주는 총연봉이 120만 달러 늘었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졌지만, 다음 시즌 FA를 잡지 않아도 될 만큼 선수를 보강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스, 자네 뜻대로 하게.”

“예,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홀먼 단장은 루카스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저 친구도 나 못지않게 힘든 모양이군.’

인색한 구단주 밑에서 단장을 지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쪽도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그럼 서명하시지요.”

루카스가 문서에 서명한 순간 9회 초 탬파베이의 공격이 끝났다.

그가 펜을 놓자 홀먼 단장이 말했다.

“이제 마지막 공격만이 남았군요.”

스코어 4-1 탬파베이의 리드.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9회 말 공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루카스는 홀먼에게 경기를 끝까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9회 말.

선두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 순간, 김민이 아이싱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됐어?”

클락이 고개를 돌려 물음에 답했다.

“로버트가 초구를 던질 차례야.”

김민은 오늘 7이닝을 던진 뒤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다.

그가 전광판을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4-1이라면 볼튼이 실점한 건가?”

“8회 2아웃을 잡아놓고 주자 1, 3루 상황에서 하이드에게 적시타를 맞았어.”

“흠, 그 말은 윌리엄은 잘 넘어간 모양이군.”

“윌리엄은 유격수 직선타였어. 천만다행이지. 그게 빠졌다면 킴의 승리가 날아갔을걸?”

김민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하지만 빠지지 않았잖아. 야구에 만약은 없다고.”

클락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렇긴 하지.”

파앙!

미트에 들어온 공이 묵직한 소리를 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로버트는 강속구를 앞세워 3번 타자 홀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제 둘 남았군.”

김민이 신중한 태도로 말했다.

“다음 타자를 조심해야 해.”

4번 타자 포드는 오늘 경기 내내 김민에게 눌려 있었기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무안타로 경기를 끝낼 수는 없어.’

그는 미간을 좁히며 배트를 들었다.

김민은 그 모습을 보곤 말끝을 흐렸다.

“한가운데만 아니면 좋겠는데…….”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외야로 뻗어나갔다.

‘한가운데가 아니었는데도 장타로군.’

타구는 머레이의 키를 넘어 펜스까지 굴러갔다.

“포드, 오늘 경기 첫 안타를 2루타로 장식합니다!”

클락은 포드의 2루타를 보곤 혀를 찼다.

“낙하지점을 착각하다니, 머레이답지 않은 플레이야. 저건 물러나서 원 바운드로 처리했어야 했다고.”

김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타구 속도가 너무 빨라서 불가능했을 거야.”

그는 홈런을 맞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사 이후 2루타입니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위 타순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합니다만, 말씀대로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캔자스시티 역전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로버트는 모자를 벗은 뒤 땀을 닦았다.

‘힘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모양이군.’

그는 구위로 포드의 파워를 누르려 했으나 펜스까지 굴러가는 2루타를 맞고 말았다.

‘딱 여기까지다. 이 이상은 안 돼.’

로버트는 그립을 고쳐 잡은 뒤 강하게 공을 뿌렸다.

파앙!

“스트라이크!”

바깥쪽에 꽂힌 패스트볼은 97마일(156km)까지 구속이 나왔다.

“로버트가 강속구로 타자를 꼼짝 못 하게 만듭니다.”

“좋은 공이군요. 코너는 아니지만, 바깥쪽에 정확히 제구되었습니다.”

5번 타자 닉은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볼을 2개 연속 골라내며 카운트를 2-1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마지막이 좋지 않았다.

탁!

배트 끝에 맞은 공이 유격수 방향으로 흘러갔다.

“공이 주자 앞으로 흐릅니다!”

“포드, 위치가 좋지 않습니다.”

유칼리스는 공을 잡자마자 2루 주자 포드를 확인했다.

‘아직 2루 베이스에 못 들어갔어.’

그는 빠르게 2루에 공을 던졌다.

팡!

브라이튼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간 순간 포드가 걸음을 멈췄다.

‘이런!’

“2루수 브라이튼이 공을 잡아 포드를 막아섭니다!”

“이건 명백한 주루 미스입니다!”

포드는 시간을 끌기 위해 다시 3루로 돌진했다.

‘시간을 끌어야 해.’

“공은 다시 유칼리스에게!”

포드가 2, 3루 사이에서 시간을 끄는 동안 타자 주자가 1루 베이스를 지나 2루로 돌진했다.

‘포드,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 줘.’

잘만하면 2아웃 2루의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유칼리스는 포드와 닉에게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타자 주자가 속도를 높이자 발을 더욱 빨리했다.

‘여기서 잡아야 해! 2루는 허락하지 않는다.’

유칼리스는 글러브로 포드를 터치한 뒤, 그대로 2루에 공을 토스했다.

브라이튼은 유칼리스의 토스를 받은 뒤 2루 베이스로 들어오는 타자의 발을 터치했다.

“타자 주자 2루에서 아웃됩니다!”

“이건 욕심이 과했습니다. 1루 베이스에서 멈췄어야 했습니다.”

이반 감독은 키스톤 콤비의 좋은 수비에 두 손을 들었다.

“나이스 플레이!”

캔자스시티의 9회 말 마지막 공격은 2루타가 나왔음에도 주루 플레이 미스로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최종 스코어 4-1로 경기가 끝납니다. 오늘 승리 투수는 킴민, 홀드는 볼튼, 세이브는 로버트입니다.”

“오늘 경기는 캔자스시티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일 것 같습니다.”

루카스 단장은 유칼리스가 마지막에 보여 준 수비로 위안을 삼았다.

‘저 정도 수비력이면 앞으로 우리 내야에 큰 도움이 될 테지.’

경기가 끝난 직후, 두 팀의 트레이드가 발표되었다.

탬파베이가 얻는 선수: 우익수 윌리엄.

캔자스시티가 얻는 선수: 유격수 유칼리스, 불펜 투수 몬도, 선발 유망주 안드레.

트레이드 당사자인 선수들에게는 발표 1분 전 트레이드 사실이 통보되었다.

발표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선수들은 충격을 받을 틈조차 없었다.

2루수 칼튼은 트레이드 내용을 알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유칼리스가 트레이드되다니…….”

유칼리스는 그와 함께 3년 동안 탬파베이 내야를 지켰다.

머레이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야. 프런트가 브라이튼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한 것 같아.”

유칼리스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칼튼, 그렇게 얼굴 찡그릴 필요 없어. 트리플A로 내려가는 것도 아니라고.”

그렉스도 유칼리스와 생각이 같았다.

“이번 트레이드를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유칼리스가 캔자스시티에 간다면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거야.”

몬도와 안드레도 마찬가지였다.

탬파베이에 남아 있는 것보다는 캔자스시티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떠나는 선수가 아니라 남아 있는 선수들이었다.

“윌리엄이 온다면 우익수 포지션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머레이의 물음에 그렉스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윌리엄에게 돌아가겠지. 우리 팀 외야에 그를 능가하는 선수는 없으니까.”

이번에는 칼튼이 그렉스에게 물었다.

“그렉스, 윌리엄이 우익수 자리를 차지한다면 홈스와 듀란트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두 사람 중 한 명은…….”

“둘 중 한 명은 트리플A로 내려가게 될 거야.”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속한 선수는 자유롭게 트리플A로 내리고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홈스와 듀란트, 두 사람 중 한 명을 방출할 수도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군요.”

“메이저리그는 비즈니스야. 두 사람이 우익수 포지션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면 트레이드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거야.”

그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렉스의 말대로입니다. 두 사람에게 돌아간 기회가 적다고 할 수는 없었죠.”

“맞아. 트레이드가 일어나기 전에 자리를 잡았어야 했어.”

캔자스시티 우익수 윌리엄은 자신이 트레이드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제가 트레이드되었다고요? 어디로 말입니까?”

“탬파베이일세.”

탬파베이는 방금 그들과 경기를 치른 팀이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위쪽에서 결정한 일이야.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우리도 당황하고 있네.”

코칭 스텝은 자신들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고 말했지만, 감독과 수석 코치는 어제저녁 트레이드 논의를 루카스로부터 들은 상황이었다.

“미안하게 되었네.”

타격 코치의 말에 윌리엄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비즈니스인걸요. 코치가 제게 미안해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이드가 뒤늦게 트레이드 소식을 듣곤 윌리엄의 어깨를 두드렸다.

“윌리엄, 좋게 생각하라고. 탬파베이는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팀이니까.”

“그렇게 생각해야지. 하지만 하이드와 다른 팀에서 뛰게 될 줄은 몰랐어.”

포드가 뒤늦게 소식을 듣고 클럽하우스로 윌리엄을 찾아왔다.

“윌리엄, 이제 적이라고?”

윌리엄이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살짝 들며 말했다.

“아직은 아니야.”

포드는 하이드와 타격 코치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곤 목소리를 낮췄다.

“하지만 아쉽군.”

“당연히 아쉬워야지. 올스타급 우익수가 떠나는데 말이야.”

“아니, 이왕 떠날 거면 빅마켓으로 갔으면 좋았잖아. 탬파베이는 우리보다도 마켓이 작다고.”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마켓만 놓고 보면 최악은 아니었다.

하지만 홈구장이 탬파가 아닌 세인트 피터즈버그에 위치하고 있어 웬만한 스몰마켓보다 더 좋지 않았다.

윌리엄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건 그렇지. 탬파베이는 뭘 하기 힘든 곳이야.”

“그나마 다행인 건 앞으로 킴을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겠군.”

윌리엄은 포드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포드, 킴을 타석에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다행이 아니라 불행이야.”

“윌리엄, 킴을 공략할 방법을 생각해 낸 건가?”

“이제 막 경기가 끝났어. 공략법을 생각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고.”

“그런데 어째서?”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와 승부를 겨루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일이잖아.”

하이드는 윌리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무대가 아니다.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으로 승부를 겨루는 곳, 그곳이 바로 메이저리그다.’

그는 매 경기가 최고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이드, 포드, 그리고 셈슨. 다음에는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만나도록 하죠.”

캔자스시티와 탬파베이는 후반기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맞붙을 예정이었다.

“좋아. 그때 보자고.”

윌리엄은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탬파베이 버스로 향했다.

* * *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은 탬파베이와 캔자스시티의 트레이드 소식을 듣곤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거 홀먼에게 당할 줄은 몰랐어.”

그는 지금까지 홀먼을 자신의 상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는 그의 방심을 완벽하게 꿰뚫는 것이었다.

‘홀먼이 날 이용해 트레이드를 성공시킬 줄이야. 겉모습과 꽤 다른 사람이었군.’

빌리 빈은 탬파베이가 앞으로 더욱 무섭게 변할 것이라 생각했다.

‘윌리엄은 탬파베이의 부족한 공격력을 메워줄 적임자야. 3번을 치던 안데르센이 5번으로 가고 그렉스와 머레이가 하위 타선을 형성한다면 탬파베이는 그 어떤 팀도 무시할 수 없는 타선이 되고 만다.’

그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탬파베이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프런트는 동부지구 2위를 달리고 있는 탬파베이가 윌리엄을 영입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우릴 완전히 3위로 밀어낼 작정이군.”

“이 딜은 캔자스시티가 손해라고! 루카스가 또 당한 거야!”

그들은 이 정도 패키지로 윌리엄을 데려올 수 있었다면 자신들이 먼저 트레이드를 시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발 유망주 안드레만 빼면 나머지 자원들은 어느 팀에나 있는 자원이야.”

“맞는 말이야. 우리 팀도 그 정도 패키지는 만들 수 있다고.”

레드삭스 단장 코네프가 팀장들을 다독이며 말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우린 우리 일에 집중하도록 하지. 톰,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에 트레이드가 가능한 구단을 다시 한번 추려보게.”

“알겠습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 * *

7월 12일.

올스타 브레이크와 함께 메이저리그 전반기가 끝났다.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성적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았다.

1위 뉴욕 양키스 64승 28패

2위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57승 35패

3위 보스턴 레드삭스 55승 38패

4위 토론토 블루제이스 42승 47패

5위 볼티모어 오리올스 27승 63패

2위 탬파베이와 3위 보스턴을 제외하면 순위가 이미 결정된 것처럼 보였다.

“동부지구는 2위가 누가 될지가 중요하겠어.”

“이번 시즌 동부지구는 치열하다고, 2위를 차지할 수 있으면 와일드카드를 따낼 수 있을 거야.”

와일드카드 순위에서 탬파베이는 1위 보스턴은 3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창단 최초로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하게 되었다.

“무엇이 탬파베이를 이렇게까지 강하게 만들었을까?”

“킴이 중심이 된 선발진의 힘이 커.”

탬파베이는 유망주 안드레를 트레이드시킬 정도로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탬파베이 투수들의 전반기 성적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았다.

김민 14승 3패/1.22/107K

렉터 9승 6패/4.50/76K

클락 9승 7패/4.11/69K

설리반 7승 5패/4.38/81K

부르스 5승 7패/4.79/43K

김민은 전반기에만 14승을 올려 20승까지 단 6승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번 시즌 사이영상은 이변이 없는 한 킴의 것이 되겠군.”

“아직 후반기가 시작되지 않았어. 전반기 성적이 후반기까지 이어지란 법은 없다고.”

김민은 이제 2년 차 투수였다.

후반기 체력부족으로 페이스가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김민 자신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러닝 거리를 줄이면 체력을 비축하고 있었다.

“렉터와 클락도 상당하군. 두 사람 모두 시즌 9승이야.”

“이대로 가면 둘 다 15승을 넘기겠군.”

“렉터는 전반기 운이 좋은 편이었어. 평균자책점을 생각한다면 15승은 무리일 거야.”

“그래도 후반기 6승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르는 일이지.”

렉터와 클락은 전반기 10승에 실패했지만, 지난해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클락은 지난 시즌보다 전반기에만 5승을 더 올렸다.

“설리반과 부르스는 준수하군.”

“사실 부르스는 기대 이하지. 그까지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면 1위 자리도 넘볼 수 있었을 거야.”

이반 감독은 부르스가 부진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가 있었기 때문에 윌리엄을 데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르스가 5선발 자리를 굳게 지켜줬기 때문에 우린 투수가 아닌 타자를 영입할 수 있었던 겁니다.”

2002 시즌 탬파베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팀으로 성장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성장의 그 결과는 올스타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탬파베이에서 올스타가 3명이나 나왔어.”

“킴은 무조건이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아울과 머레이인가?”

“틀렸어. 브라이튼과 윌리엄이라고.”

아울과 머레이는 좋은 선수였지만, 같은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이 너무 강력했다.

“브라이튼과 윌리엄인가? 하긴 두 선수 모두 전반기에 대단했지.”

윌리엄은 팀을 옮겨 올스타에 뽑혔고, 브라이튼은 루키로서 올스타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두 선수의 성적은 각각 다음과 같았다.

윌리엄 타율 0.299/11홈런/42타점/9도루

브라이튼 타율 0.301/5홈런/21타점/12도루

탬파베이로 이적한 윌리엄은 ‘클린업 징크스’를 깨고 3번 자리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이적 전보다 타점이 크게 늘어나 있었다.

“윌리엄, 브라이튼, 준비되었나?”

공항에서 두 사람을 맞이한 것은 올스타 선배인 김민이었다.

윌리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준비되었지.”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곤 앞장을 섰다.

“좋아, 그럼 밀워키로 출발한다.”

2002 시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밀워키 홈구장 밀러파크에서 열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