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25화 (125/296)

125화 캔자스의 빅3 02

삼구삼진.

하이드의 출루를 바라던 캔자스시티 팬들은 탄성을 터트렸다.

“아아! 하이드가 삼진이라니, 믿을 수가 없군.”

“그러게 말이야. 하이드는 첫 타석만큼은 삼진을 당하지 않는 타자인데.”

하이드는 자신이 왜 삼진을 당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패스트볼의 무브먼트가 예상보다 컸어.’

그는 김민을 한 번 노려보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킴,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에 웃는 것은 바로 나 하이드다.’

록튼은 물러나는 하이드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히팅 포인트가 어긋난 바람에 삼진이 되었지만, 배트를 내는 타이밍만큼은 완벽했어. 캔자스 빅3 중 최강, 과장된 소문은 아니야.’

다음 타자는 또 한 명의 천재 타자 윌리엄이었다.

윌리엄은 김민이 탬파베이에 필요하다고 지목한 외야수였다.

“윌리엄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번 시즌 윌리엄은 0.289의 타율에 14홈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윌리엄의 타율과 홈런은 템파베이 4번 타자 아울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2번 자리에서 4번의 화력을 뿜어내는 타자 그가 바로 윌리엄이었다.

“저 친구, 차라리 3번을 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반 감독의 물음에 바이슨 수석 코치가 대답했다.

“제가 알기로는 저 친구 이상하게 클린업에 들어가기만 하면 죽을 쑨다고 합니다.”

“클린업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건가? 하지만 테이블 세터도 만만한 자리가 아니잖아?”

“어쩌면 앞에 주자가 있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홈런은 많지만 타점이 얼마 되지 않거든요.”

이반 감독이 고개를 갸웃했다.

“주자가 있는 것을 싫어하는 타자도 있나?”

“세상에는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이 존재합니다. 윌리엄의 성향도 그런 것 아닐까요?”

“주자가 있을 때 약해지는 타자라. 믿기지 않는군.”

윌리엄은 타석에 들어선 뒤 록튼에게 말을 걸었다. 두 사람은 마이너리그 시절 잠깐이지만, 같은 팀에서 뛴 적이 있었다.

“킴이라고 했던가? 초구부터 무섭게 던지는군. 나한테는 살살해 줬으면 좋겠어.”

록튼이 미트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킴은 살살 던질 때 더 무서운 투수야.”

윌리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믿기지 않지? 하지만 정말로 그래.”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록튼과 김민이 사인 교환을 끝냈다.

윌리엄이 고개를 마운드로 돌리자 김민이 바로 투구에 들어갔다.

슉!

초구는 빠른 공이었다.

‘패스트볼인가? 아니야. 이건 패스트볼이 아닌 다른 공이야.’

윌리엄의 동체시력은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그는 패스트볼과 스플리터의 미묘한 구속 차이를 캐치해낼 수 있었다.

‘스플리터 아니면 커터다.’

선택을 마쳐야 하는 시간은 0.1초 내외.

스플리터와 커터를 두고 멈칫한 순간 공이 미트에 들어갔다.

팡!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초구는 볼입니다.”

“윌리엄이 초구를 잘 참아냈군요. 킴은 카운트 하나를 손해 봤습니다.”

순간의 망설임이 카운트 하나를 윌리엄에게 가져다주었다.

김민은 윌리엄이 멈칫하며 배트를 내지 않자 미간을 좁혔다.

‘흠, 그 짧은 순간 동안 스플리터를 읽었단 말인가?’

그는 윌리엄이 스플리터를 읽었다면 앞서 하이드에게 던진 하이 패스트볼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윌리엄은 조금 전 본 공과 이번 공의 구속 차이가 컸기 때문에 골라낼 수 있었던 거야.’

하이드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던 하이 패스트볼의 구속은 95마일(153km).

윌리엄에게 던진 스플리터의 구속은 87마일(140km)이었다.

뛰어난 감각을 지닌 타자라면 두 공의 구속 차이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같은 속도의 패스트볼을 던지면 어떻게 될까?’

슈퍼 루키 시몬스는 같은 속도의 패스트볼에 헛스윙을 한 바 있었다.

“킴,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슉!

두 번째 공은 스플리터와 같은 구속의 패스트볼이었다.

윌리엄은 바로 반응했다.

‘스플리터다.’

배트가 움직인 순간 록튼은 눈을 크게 떴다.

‘위험해!’

배트는 가장 좋은 타이밍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히팅 포인트가 정확하다면, 타구가 펜스를 넘어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배트는 공과 만나지 못한 채 허공을 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윌리엄은 두 번째 공에 헛스윙한 뒤 미간을 좁혔다.

‘떨어지지 않았어. 투수가 같은 코스에 연속으로 던질 때는 그만큼 자신 있는 공이란 뜻이다. 그런데 킴의 스플리터는 실투에 가까운 공이었다. 설마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건가?’

그도 시몬스와 같은 코스를 밟고 있었다.

김민이 던진 공은 패스트볼이 아닌 스플리터, 떨어지지 않고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것은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

김민은 윌리엄이 좋은 선수지만, 초능력에 가까운 감각을 지닌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잡지에 실렸던 기사는 거짓말이었군.’

그가 즐겨 보는 스포츠 잡지 중 하나가 윌리엄에 대한 기사를 다룬 적이 있었다.

- 캔자스시티의 우익수 윌리엄은 날아오는 공의 회전을 보고 구종을 구별할 수 있다.

윌리엄이 정말로 회전수를 보고 구종을 구별할 수 있다면, 패스트볼에 헛스윙이 나와서는 안 되었다.

“카운트 1-1입니다. 윌리엄 초구를 골라낸 뒤 두 번째 공을 노렸지만, 크게 헛스윙하고 말았습니다.”

“윌리엄에게는 이번 공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 공을 고르거나 쳐 낼 수 있다면 킴의 1회 말은 힘들어질 겁니다.”

김민은 윌리엄을 상대로 세 번째 공을 선택했다.

‘진부한 것 같지만, 이것만큼 잘 통하는 게 없지.’

손을 뻗자 공이 미트를 향해 돌진했다.

안쪽으로 로케이션 된 빠른 공.

윌리엄은 김민이 던진 공에 감각을 집중했다.

‘안쪽 빠른 공. 하지만 패스트볼은 아니야.’

커터 아니면 스플리터.

김민은 두 번이나 연속으로 스플리터를 던진 적이 있었다.

‘세 번째인가? 킴은 고집이 강한 투수군.’

윌리엄은 몸을 살짝 낮추면서 어퍼 스윙으로 스플리터를 걷어내려 했다.

그러나 공은 떨어지는 대신 앞으로 뻗으면서 배트를 피해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연속 헛스윙.

캔자스시티 팬들은 하이드와 윌리엄이 잇달아 헛스윙을 하자 고개를 갸웃했다.

“두 사람이 왜 저러는 걸까?”

“그러게 말이야. 이번 공은 겨우 88마일(142km)이었다고.”

“뭔가 타이밍이 맞지 않는 느낌이야.”

윌리엄은 두 번의 헛스윙을 한 뒤, 김민이 던진 공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래, 그거였어.’

그는 배트를 바닥에 세우곤 장갑을 고쳐 꼈다.

‘킴, 무서운 투수다. 패스트볼과 스플리터의 구속을 같게 만들어서 타자를 속이다니.’

패스트볼과 스플리터의 구속이 같을 경우 타자에게는 같은 타이밍으로 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궤적의 차이가 클 경우 그와 같은 이점은 이점이 되지 못하고, 함정 카드가 되어 돌아왔다.

‘스플리터와 패스트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뜻이다. 마운드의 현자라고 하더니, 정말로 공에 메시지를 담고 있었어.’

윌리엄은 배터 박스에 들어선 뒤 몸을 살짝 숙였다.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배트로 해 주지.’

이윽고 김민의 4번째 공이 날아왔다.

슈우우욱!

높은 코스에서 떨어지는 커브.

‘여기서 커브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공이었다.

조금 전까지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은 느린 패스트볼과 스플리터였다.

‘완전히 허를 찌르는군.’

윌리엄은 순간 밸런스가 깨지고 말았다.

‘크윽!’

예상하지 못한 공에 밸런스가 깨진 순간, 그가 무릎을 굽히면서 공을 커트해냈다.

탁!

“파울!”

김민은 윌리엄의 타격 기술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빅3군. 아울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기술을 지녔어.’

그는 윌리엄이 탬파베이에 온다면 안데르센을 밀어내고 3번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카운트는 아직도 1-2입니다.”

“커브를 커트해서 삼진을 면했지만, 아직 상황은 킴에게 유리합니다.”

윌리엄은 생각했다.

‘삼진을 잡기 위해서는 타자의 타이밍 또는 히팅 포인트를 빼앗아야 한다. 내가 킴이라면 어떻게 할까?’

그는 자신이 김민이라면 타이밍을 빼앗는 공을 던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4번째 커브는 그러기 위한 포석이겠지.’

윌리엄은 다섯 번째 공으로 가장 빠른 포심 패스트볼이 날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승부구는 하이드를 쓰러뜨렸던 그 공이다.’

배트를 세우자 다섯 번째 공이 날아왔다.

슉!

예상한 그대로였다.

김민이 던진 공은 커브와 차원이 다른 빠른 공이었다.

‘하이 패스트볼!’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윌리엄은 하이 패스트볼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 바로 배트를 휘둘렀다.

파앙!

미트에 들어온 공이 격한 울림으로 이번 승부의 결과를 말해 주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구종과 코스를 예상하고도 윌리엄은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그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히팅 포인트가 완전히 맞지 않았다. 패스트볼이 그렇게 떠오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 김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 바로 그거야. 킴은 히팅 포인트와 타이밍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모두를 바꿔 버린 거야. 젠장! 이러니 칠 수가 없지.’

윌리엄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하이드가 손을 내밀었다.

“어땠어?”

툭!

윌리엄은 하이드의 손을 치곤 어깨를 으쓱했다.

“놀랍더군.”

“그렇지?”

“상대해 보니 알겠어. 에이로드와 라파엘이 왜 삼진으로 물러났는지.”

홀먼 단장이 루카스 단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두 선수는 킴에게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루카스 단장은 팀이 자랑하는 두 선수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직 첫 타석일 뿐입니다.”

“그렇겠죠. 다음 타석을 더 보고 싶군요.”

홀먼 단장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김민은 3번 타자 홀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우고는 첫 번째 이닝을 마쳤다.

“킴! 세 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시작이 있을까요?”

“캔자스시티 타자들이 킴의 패스트볼과 스플리터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킴, 이번 1회 완급 조절로 완벽하게 타자들을 막아 냅니다.”

중계진은 김민의 투구를 찬양했지만, 김민은 1회가 아주 좋았던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 타자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바람에 예상보다 투구수가 많았어. 게다가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지 않아 야수들이 몸을 풀지 못했어. 이건 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그는 투수와 야수가 같은 리듬을 타고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투수 혼자 잘해서는 이길 수 없는 스포츠.

김민은 그것이 야구라고 생각했다.

2회 초.

탬파베이 4번 타자 아울이 큼지막한 타구를 때려냈다.

“타구가 우익수와 중견수 사이로 날아갑니다! 2루타가 될 것 같습니다!”

“하이드가 빠르게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하이드는 100m를 뛰는 스프린터처럼 빠르게 내달렸다.

‘잡을 수 있어. 아니, 잡아야 해!’

첫 타자에게 2루타를 맞게 되면 선취점을 탬파베이에 내줄 가능성이 컸다.

“하이드가 공을 추격합니다!”

“대단한 스피드입니다. 떨어지는 공을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하이드는 선취점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타구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타이밍이야.’

그는 마지막 순간 몸을 날리면서 글러브를 뻗었다.

툭!

글러브에 공이 들어온 순간 하이드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았어!’

“하이드! 공을 잡아냅니다!”

“믿기지 않는 수비군요. 외야수가 마치 유격수처럼 몸을 날렸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에서 반드시 다뤄야할 장면입니다!”

4번 타자 아울은 1루 베이스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저걸 잡는단 말이지?’

캔자스 빅3는 단순히 타격만 강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수비는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에서 탐낼 만큼 빼어난 것이었다.

“빅3가 수비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는군요.”

“저 수비는 정말 탐나는군.”

이반 감독은 외야 수비만큼은 캔자스시티가 최고라고 평가했다.

캔자스시티 선발 투수 다리우스는 야수들의 도움으로 실점 없이 2회 초를 마무리했다.

2회 말.

캔자스시티의 공격.

선두 타자는 4번 타자 포드였다.

“포드는 4번을 치는 외야수죠.”

루카스 단장은 포드라면 능히 김민의 공을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파워는 세 선수 중 으뜸이죠?”

“그렇습니다. 이번 시즌 벌써 17홈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40홈런은 무리더라도 30홈런은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선수죠.”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은 제레미가 빠진 구멍을 메우기 위해 포드의 장타력을 노리고 있었다.

포드가 배트를 세우자 김민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약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포드는 최고 수준의 파워를 지닌 타자다.’

그의 손끝을 떠난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슉!

포드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높이 떠올랐다.

“멀리 가는 타구! 그러나 3루 폴대(홈런과 파울을 구분하는 막대)를 휘어져 나갑니다.”

파울이 되긴 했지만 처음으로 위협적인 타구가 등장했다.

“킴의 공을 읽었군.”

“예, 스플리터가 들어온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포드는 공을 너무 강하게 감았다고 생각했다.

‘이름난 투수라서 공이 무거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벼웠어.’

그는 타이밍과 코스를 알면 안타를 못 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이드와 윌리엄을 삼진으로 잡았다고 방심한 순간 넌 내게 잡힌다.’

포드는 하이드와 윌리엄으로부터 김민이 던진 여러 구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는 상대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 쉽게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배터 박스로 돌아와 배트를 세우자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슉!

안쪽 빠른 공.

‘스플리터? 아니다. 이건 패스트볼이다.’

포드는 김민이 자신을 속이기 위해 느린 패스트볼을 던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공은 그대로 떨어졌다.

탁!

배트에 맞고 크게 튄 공이 3루 라인을 벗어났다.

“파울!”

윌리엄은 타구를 보곤 미간을 좁혔다.

“포드는 패스트볼을 예상했고, 킴은 스플리터를 던졌군.”

“이번에는 운이 좋았어.”

“1승 1패. 다음 공은 어떻게 될까?”

“나라면 네게 던졌던 커브를 던질 거야. 포드는 힘에서 우리를 앞서지만 타격 기술은 그렇지 못하거든.”

말이 씨가 된 것일까?

포드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커브에 크게 헛스윙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하이드가 미간을 좁혔다.

“좋지 않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군.”

“포드가 우리의 타격 기술까지 갖췄다면 배리 본즈 못지않았을 거야.”

하이드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 녀석의 파워는 약물에서 나온 거야.”

그는 스테로이드를 증오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킴! 4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킴은 전에도 이런 좋은 출발을 보여 준 적이 있었죠.”

“아마 말린스와의 경기였을 겁니다. 당시 킴은 9연속 타자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중계진은 김민이 그날의 기록을 다시 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 닐이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흥이 깨지고 말았다.

“킴, 우익수 플라이로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습니다. 이것으로 연속 타자 삼진 기록은 끝이 났습니다.”

“닐에게 던진 공은 92마일(148km) 패스트볼이었습니다. 왜 저런 무미건조한 공을 던졌을까요?”

캔자스시티 코칭 스텝은 김민이 패스트볼 구속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을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킴의 완급 조절이 대단하군. 패스트볼만으로도 타자를 잡아낼 수 있겠어.”

“전력분석팀의 자료에 따르면 패스트볼의 궤적이 서로 달라 커터나 스플리터를 던진 것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감독과 타격 코치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6번 타자 카터가 유격수 땅볼로 아웃되고 말았다.

“킴,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2회를 마칩니다.”

홀먼 단장은 루카스 단장을 보며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창보다는 방패군요.”

뛰어난 투수를 보유한 팀이 결국 이긴다는 말이었다.

루카스 단장은 두 번째 타석부터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을 받았다.

3회, 양 팀은 안타 없이 삼자범퇴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진 4회 초, 탬파베이가 케니히의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두 번째 타석에서 달라지는 것은 우리 팀도 마찬가지입니다.”

홀먼 단장은 말을 마친 뒤 칵테일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 어느 때보다 술맛이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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