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24화 (124/296)

124화 캔자스의 빅3 01

“거절이란 말씀이십니까?”

“우린 이 트레이드에서 얻을 이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빌리 빈은 홀먼 단장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홀먼이 충분히 좋아할 만한 미끼였는데…… 중간에 누가 끼어든 건가?’

취약한 좌익수 포지션을 보강과 짠돌이 구단주 빈스가 좋아할 만한 유망주 패키지.

하지만 홀먼은 그가 제시한 미끼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빌리 빈이 유창한 목소리로 말했다.

“홀먼, 더 나은 조건을 원하시는 겁니까?”

“우린 조건을 변경하기보다는 지금 이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단호한 거절.

상대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빌리 빈으로서도 방법이 없었다.

“그대로 가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홀먼 단장은 몇 마디 인사말을 덧붙인 뒤 전화를 끊었다.

딸깍.

빌리 빈은 다 잡았던 물고기를 놓친 느낌이었다.

“탬파베이가 성적이 조금 오르더니, 트레이드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군.”

그는 올스타 브레이크가 시작되기 전에 대형 트레이드를 끝낼 생각이었다.

‘이렇게 되면 삼각 트레이드에 낄 다른 팀을 찾는 수밖에.’

빌리 빈은 아직 캔자스시티 좌익수 포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 * *

캔자스시티 원정.

탬파베이 선발 로테이션은 설리반-김민-렉터로 이어졌다.

선발 로테이션만 보면 탬파베이의 우세가 확실했다.

“이번 시즌 탬파베이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지난주 내내 동부지구 2위를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캔자스시티에게 탬파베이는 버거운 상대입니다. 하지만 경기는 항상 상대적인 것, 캔자스시티가 열세를 극복하고 위닝시리즈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차전 선발로 나선 설리반은 1회부터 선취점을 끌려가며 어려운 피칭을 했다.

반면 캔자스시티 영건 파를로는 삼진 2개를 뽑아내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캔자스시티가 탬파베이를 압도합니다.”

“파를로의 커터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탬파베이 자칫 잘못하면 시리즈 첫 경기를 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캔자스시티는 파를로의 호투를 앞세워 5회까지 4-1로 앞서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6회 초 케니히와 안데르센의 백투백 홈런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리드를 날리고 말았다.

“탬파베이, 무서운 집중력입니다. 단숨에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라모스 감독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3점 리드를 날렸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캔자스시티는 불펜이 약한 것이 문제입니다.”

탬파베이 공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7회와 8회 잇달아 점수를 뽑아내며 캔자스시티를 침몰시켰다.

결국, 1차전에 승리한 것은 탬파베이였다.

승리 투수는 7이닝 4실점으로 버틴 설리반.

경기 MVP는 4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을 때려낸 안데르센이었다.

“설리반, 시즌 7승에 성공합니다.”

“탬파베이의 이번 시즌 상승세는 설리반과 같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 덕분입니다.”

“내일 경기 탬파베이 선발은 킴, 캔자스시티 선발은 다리우스입니다.”

김민은 캔자스시티와 경기를 치른 뒤, 아까운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캔자스시티는 잠재력이 풍부한 팀이다. 특히 외야 세 선수는 빅3라 불릴만한 능력을 지녔어.’

캔자스시티에게 아쉬운 것은 그들을 이끌어 줄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었다.

‘캔자스시티에 베테랑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십중팔구 돈을 쓰기 싫어하는 구단주 때문이겠지.’

캔자스시티 구단주는 탬파베이 구단주 빈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부였다.

그러나 그는 빈스와 같은 취급을 받을 정도로 짠 구단주였다.

김민은 캔자스시티의 외야 빅3가 3년 안에 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빌리 빈이 노릴 만한 인재들이야.’

빌리 빈은 그들 모두를 데려가지 못했지만, 그들이 포함된 트레이드에 모두 관여했다.

김민은 빌리 빈이 손을 쓰기 전에 적어도 한 명은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캔자스시티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빌리 빈에게 빼앗기는 것보다는 우리 쪽이 먼저 데려오는 것이 나아.’

같은 시각.

홀먼 단장은 캔자스시티 로얄스 단장 루카스를 만나고 있었다.

“좋은 경기였습니다.”

승리한 홀먼의 표정은 밝았다.

반면 패한 루카스는 멕시코 고추를 먹은 표정이었다.

“우리 불펜이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잡았을 경기입니다.”

홀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캔자스시티는 불펜과 내야가 조금만 정비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루카스는 홀먼 단장이 빌리 빈이 제시한 삼각 트레이드를 깨뜨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홀먼은 올스타 브레이크 전에 우리 팀을 만나기 때문에 트레이드를 거절한 건가?’

그는 넘쳐나는 외야 자원으로 올스타 브레이크 전에 투수를 구하고자 했다.

“홀먼, 지난 딜은 아쉬웠습니다.”

홀먼 단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빌리가 제시한 그 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홀먼 단장은 빌리 빈이 캔자스시티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 몰랐다.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은 빌리 빈이 꽤 거물급 선수를 그들에게 제시했다는 것뿐이었다.

홀먼 단장이 말했다.

“우린 빌리가 좋지 않은 거래를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좋지 않은 딜이라면…….”

“빌리에게 가장 큰 이득이 돌아가는 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빌리 빈은 스카우트와 트레이드의 귀재로 이름이 높았다.

루카스 단장은 생각했다.

‘홀먼이 빌리 빈을 질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빌리 빈이 제시한 딜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홀먼 단장은 단호했다.

“빌리와 거래하는 것은 악마와 거래하는 것과 같습니다. 전 앞으로 절대 그와 거래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루카스, 그와 거래하는 것보다 우리와 직접 거래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겁니다.”

홀먼 단장의 말에 루카스가 가볍게 기침했다.

“흠흠…… 홀먼, 탬파베이가 우리와 거래할 생각이 있는 겁니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트레이드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탬파베이의 약점은 장타력을 갖춘 타자였다.

반면 캔자스시티는 내야 수비수와 불펜 투수가 부족했다.

“유칼리스라면 좋은 트레이드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카드를 내민 것은 홀먼 단장이었다.

22시간 전.

플로리다주 탬파 시티.

고도 8km.

미시건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열띤 회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다들 우리가 캔자스시티에게 내밀 수 있는 카드를 말해 보게.”

홀먼 단장의 말에 운영팀장 코너가 손을 들었다.

“지난 트레이드 때 오클랜드가 원했던 선수인 설리반이 있습니다.”

설리반은 시즌 6승을 거두고 있는 선발 자원으로 어느 팀에서나 탐낼 만한 5선발이었다.

“설리반이 캔자스시티에 간다면 적어도 3선발은 해 줄 수 있겠지. 하지만 그가 떠나면 우리도 선발 로스터에 구멍이 나고 말아.”

“안드레로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안드레는 설리반에게 슈퍼 유망주라는 칭호를 넘겨받은 선수였다.

그는 이번 시즌 불펜에서 볼튼의 뒤를 받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안드레로 괜찮을까?”

“설리반도 지난 시즌까지는 미완의 대기였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어떤 선수를 데려올지 몰라도 설리반은 그 가치가 높은 선수입니다.”

홀먼 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블렛소 투수 코치의 말을 받았다.

“설리반의 가치가 높다는 것은 알고 있네. 평범한 선수와 그를 바꾸는 일은 없을 걸세.”

다음으로 손을 든 사람은 스카우트 팀장 그레이였다.

“전 설리반보다는 안드레를 카드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안드레로 좋은 딜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홀먼 단장이 고개를 갸웃했을 때, 김민이 손을 들었다. 그는 지난 오프 시즌부터 프런트 회의에 참석하곤 했다.

“투수보다는 내야수를 제시하는 게 더 나을 겁니다.”

“내야수?”

“유칼리스라면 캔자스시티 구미에 당기는 미끼일 겁니다.”

유칼리스는 지난 시즌까지 주전 유격수를 맡았던 선수였다.

이번 시즌은 브라이튼에게 밀려 2루와 유격수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이반 감독이 두 손을 뒤집으며 반대를 표했다.

“브라이튼이 잘해 주고 있지만, 언제 부진에 빠질지 모릅니다. 그리고 주전급 백업은 팀 운영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전 유칼리스를 트레이드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그는 유칼리스를 제2의 주전으로 두는 것을 선호했다.

“지금 당장 유칼리스를 트레이드하겠다는 말이 아니야. 일단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지원을 알아두겠다는 것이지.”

홀먼 단장은 모두의 의견을 들은 뒤 탬파베이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머릿속으로 정리해 보았다.

‘내야에서는 유칼리스, 외야에서는 홈스와 듀란트, 투수 쪽에서는 설리반과 안드레, 몬도 정도군.’

그는 루카스가 상대라면 이 정도 자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빌리도 아니고, 루카스라면 충분히 딜을 성공시킬 수 있어.’

22시간 후.

캔자스시티 홈구장 스카이 박스.

“유칼리스라면 지난 시즌 주전 유격수 아니었습니까?”

“이번 시즌도 52경기에 주전으로 나왔습니다.”

주전으로 나온 52경기 중 34경기는 2루수로 출전한 경기였다.

루카스가 낮은 신음을 냈다.

“으음, 유칼리스라면…….”

분명 팀에 필요한 조각이었다.

그러나 대가가 문제였다.

주전 유격수를 맡을 수 있는 선수라면 싱글A 유망주 몇 명으로는 딜이 안 되었다.

“탬파베이에서 원하는 것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홀먼 단장은 루카스의 말을 듣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킴이 말한 대로군. 캔자스시티는 투수를 원하는 듯 연기하고 있지만, 수비가 좋은 내야수에 목말라 있어.’

그는 딜을 창조해 내는 능력은 떨어졌지만, 주도권을 잡은 딜을 이끌어가는 능력은 부족하지 않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외야수입니다.”

루카스는 홀먼 단장의 한마디에 속으로 환호했다.

‘외야 유망주라면 우리 팀에 넘쳐나지.’

그는 더블A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유망주 두 명을 제시했다.

“몇 년 뒤면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홀먼 단장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우린 지금 당장 외야에서 뛸 수 있는 선수를 원합니다.”

그의 한마디에 루카스가 멈칫했다.

“당장 뛸 수 있는 선수라면…….”

홀먼 단장이 그의 말을 잘랐다.

“윌리엄이나 포드가 좋을 것 같습니다.”

중견수 하이드는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심장과 같은 선수였다.

홀먼 단장은 그 하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두 선수를 타겟으로 했다.

“그 두 선수는 팀의 확실한 주전입니다.”

“유칼리스도 선발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입니다.”

루카스는 유칼리스가 필요했지만 두 선수를 내주면서까지 딜을 진행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곤란하군요.”

홀먼 단장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후…….”

잠깐의 침묵.

루카스가 일어서려 하자 홀먼 단장이 두 번째 카드를 제시했다.

“몬도를 딜에 포함시키겠습니다.”

몬도는 이번 시즌 9홀드를 기록하고 있는 불펜 투수였다.

루카스는 불펜 투수가 포함되자 표정이 변했다.

‘유칼리스에 이어 투수까지 내어줄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몬도는 조금 약한데.’

그가 원하는 불펜 투수는 필승조를 맡아줄 수 있는 선수였다.

“몬도는 좋은 선수입니다만 저희가 원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몬도로 안 되겠습니까?”

루카스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홀먼은 처음부터 몬도와 유칼리스로 윌리엄이나 포드를 데려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불펜 투수 하나와 백업 내야수로 미래의 올스타를 물어 올 수는 없겠지.’

그는 잠시 고민에 빠진 단장을 연기했다.

3분 뒤.

홀먼 단장이 입을 열었다.

“몬도 대신 안드레가 어떻습니까?”

안드레는 몬도보다 한 클래스 위에 있는 선수였다.

볼튼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탬파베이의 이번 시즌 셋업은 안드레의 몫이었다.

“안드레를 유칼리스와 함께 묶는다는 말씀이십니까?”

“이것으로도 힘들다고 말씀하시면 이만 딜을 끝내도록 하죠.”

홀먼은 딜에 마침표를 찍고 상대의 반응을 기다렸다.

“내일 답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루카스는 그답지 않은 신중함을 발휘했다.

그러나 홀먼은 그가 미끼를 반쯤 물었다고 생각했다.

‘걸렸군.’

“그렇게 하십시오.”

루카스는 홀먼이 요구를 수락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이곳에서 다시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홀먼 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받았다.

“좋은 대답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는 속으로 이번 딜의 승리를 확신했다.

* * *

경기 시작 1시간 전.

홀먼 단장이 불펜으로 김민을 찾아왔다.

“킴.”

“무슨 일이십니까?”

김민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트레이드에 관한 일로 찾아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 경기 말일세. 캔자스시티의 외야 3인방을 확실히 이겨 주지 않겠나?”

김민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딜에 근접했군요?”

“자네가 오늘 경기에서 그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운다면 유리하게 딜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거야.”

김민이 글러브로 입을 가리며 물었다.

“하이드가 포함된 겁니까?”

“하이드는 빠졌네.”

“좋습니다. 윌리엄과 포드는 제가 어떻게든 막아 보죠.”

그는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외야 3인방 중 하이드가 가장 상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이드는 지터 못지않은 컨택 능력을 지니고 있어. 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홀먼 단장은 김민의 대답을 들은 뒤 마지막으로 물었다.

“윌리엄과 포드, 자네라면 어느 쪽인가?”

“윌리엄입니다.”

“우리 팀에는 장타력을 갖춘 포드가 더 낫지 않은가?”

“당장은 아마 그럴 겁니다. 하지만 윌리엄은 MVP급 잠재력을 갖춘 선수입니다.”

홀먼 단장은 김민의 한마디에 멈칫했다.

“MVP급 잠재력이라니, 세 선수 중 지금 윌리엄의 위치가 가장 낮지 않은가?”

김민은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홀먼, 현재와 미래가 같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미래? 그런가? 미래에는 윌리엄이 더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라. 이 말이군.”

홀먼은 김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김민의 대답에는 날카로운 분석이나 합리적인 이유가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먼 단장은 그의 말을 신뢰했다.

이는 김민이 수차례 올바른 답을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30분 뒤.

홀먼 단장은 루카스 단장과 함께 스카이 박스에 나란히 앉았다.

“오늘 선발은 킴이군요.”

“부러운 선수입니다. 우리 팀에도 킴과 같은 선수가 있다면 좋을 겁니다.”

“안드레라면 킴처럼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루카스 단장은 아직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오늘 경기가 끝난 뒤 답을 주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홀먼 단장은 루카스가 왜 답을 미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트레이드 목록에 넣어 둔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그 플레이를 바탕으로 몸값을 높이겠다는 속셈이겠지.’

1회 초.

탬파베이 공격.

선두 타자는 1번 타자 브라이튼이었다.

“오늘도 브라이튼이 선두 타자로 나왔습니다.”

“브라이튼은 선두 타자에 기용된 이후 타율 0.314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이반 감독이 그를 선두 타자에 기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브라이튼은 3루 쪽으로 강한 타구를 보냈지만 3루수 닐의 호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닐! 좋은 수비입니다!”

탬파베이 타자들은 오늘 운이 좋지 않은 듯 보였다.

2번 타자 케니히의 타구와 3번 안데르센의 타구도 잘 맞았지만 우익수와 유격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1회 초 공격을 득점 없이 끝냅니다.”

루카스 단장은 1회 초를 잘 막아 내자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시작이 나쁘지 않군요.”

“선발 투수의 공이 괜찮군요.”

홀먼 단장은 가벼운 칭찬으로 루카스의 말을 받았다.

잠시 뒤, 탬파베이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보였다.

“저 선수가 킴이군요.”

“우리 팀의 에이스입니다.”

김민은 마운드를 가볍게 두드린 뒤 연습 투구를 시작했다.

팡! 팡!

대기 타석에 선 하이드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의 투구를 지켜보았다.

‘저 친구가 리그 최고의 투수인가? 피지컬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데…….’

하이드는 아직까지 김민과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었다.

‘붙어보면 알겠지.’

김민의 연습 투구가 끝나자 1회 말 캔자스시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플레이!”

김민은 배터 박스에 선 하이드의 자세를 살폈다.

‘밸런스가 좋은 위치에 섰군. 자세만 봐도 알 수 있어. 하이드는 좋은 타자야.’

그는 사인을 주고받은 뒤 초구를 던졌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으로 향했다.

탁!

배트에 스친 공이 백네트 뒤로 흘렀다.

“파울!”

하이드는 노렸던 공을 놓치자 미간을 좁혔다.

‘공이 떠올랐어. 이것이 소문으로 듣던 라이징 패스트볼인가?’

전광판의 구속은 94마일(151km)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이드는 다시 배트를 세우고 김민의 패스트볼을 노렸다.

‘공이 떠오르기 전에 배트 스피드로 눌러주겠어.’

그러나 김민은 패스트볼을 연속으로 던지지 않았다.

탁!

배트 안쪽에 맞은 공이 다시 한번 뒤로 흘렀다.

‘이번에는 커터인가?’

김민은 하이드가 헛스윙 없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감탄했다.

‘다른 타자라면 헛스윙 한 번쯤은 나왔을 텐데…… 대단한 반응이야.’

그는 현재 기량으로는 하이드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하이드의 기량은 인정하지만, 1루를 허락할 수는 없다.’

김민은 굳은 얼굴로 승부구를 선택했다.

- 높은 코스의 빠른 공.

손끝을 떠난 공이 타자의 눈높이로 날아갔다.

슈욱!

하이드의 눈에 공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보였다.

‘하이 패스트볼이다! 칠 수 있어!’

그는 빠르게 스윙을 가져갔지만, 배트는 공을 스쳤을 뿐이었다.

배트에 스친 공이 그대로 미트에 빨려 들어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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