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23화 (123/296)

123화 마운드의 현자 05

“시몬스가 또 당했군.”

“이번에는 패스트볼 구속을 조절해서 잡아냈습니다.”

잘만 감독이 반헬 투수 코치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저 친구 별명이 마운드의 현자라고 하더군.”

반헬 코치는 김민의 별명을 알고 있었다.

“공에 메시지를 담는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방금 공. 어떤 메시지를 담았을까?”

“글쎄요. 굳이 예상해 본다면 ‘내 빠른 공을 잊지 말라’는 것일까요?”

“빠른 공을 잊지 말라. 무슨 격언 같군.”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5번 타자 행크가 타석에 들어섰다.

행크는 초구부터 스플리터를 노리고 들어갔다.

‘이번 이닝, 킴이 가장 많이 던진 공은 스플리터다.’

배트를 세운 순간 김민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휙!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커브.

행크는 미간을 좁혔다.

‘스플리터가 아니군.’

김민은 스플리터와 패스트볼 조합으로 3, 4번을 잡아낸 뒤 5번 타자 행크 앞에서 볼 배합에 변화를 주었다.

‘그냥 보낼 수는 없지.’

툭!

배트 끝에 맞은 타구가 1루 라인을 벗어났다.

“행크, 느린 커브를 공략했지만 파울 라인을 벗어납니다.”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을 때, 이런 커브가 들어오면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캐스터가 물었다.

“캐리, 어떻게 난감하죠?”

“일단 구속 차이가 커서 타이밍이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궤적의 차이입니다. 스플리터 같은 구종은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그 움직임이 크지 않습니다. 반면 저런 느린 커브는 이렇게 한참을 떨어지죠. 덕분에 타자는 커브의 움직임을 예상하기가 힘들어집니다.”

행크가 다음 타격을 준비하는 동안 캐스터가 이야기를 확장했다.

“캐리, 만약입니다만……. 느린 커브가 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타자가 타격에 임하면 어떻게 될까요?”

해설을 맡은 캐리가 재빨리 대답했다.

“타자가 느린 공이 올 것을 알고 있다면, 쉽게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메이저리그 타자 중 저 정도 스피드 커브를 칠 수 없는 타자는 없으니까요. 다만 느린 커브는 대부분 패스트볼 타이밍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좋은 타구가 나오기 힘들죠.”

행크는 다음 공으로 바깥쪽 패스트볼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느린 공 다음에 들어오는 빠른 공만큼 위력적인 공은 없다. 실제로 시몬스도 그 공에 삼진을 당하지 않았던가? 이번 공은 패스트볼이다.’

그가 배트를 바짝 세우자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슉!

‘빨라!’

행크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나 공은 그의 배트 아랫부분에 가볍게 닿았을 뿐이었다.

탁!

‘큭, 스플리터였어.’

행크는 1루로 걸음을 내디뎠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이 크게 튀어 오릅니다!”

“이 공은 1루수가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1루수 아울은 공을 잡은 뒤, 1루 베이스로 뛰어가는 김민에게 토스했다.

“킴! 부탁해!”

“맡겨 줘.”

김민은 달라오는 타자와 충돌을 피하면서 재빨리 1루 베이스를 터치했다.

“킴! 직접 1루 베이스를 밟아 타자를 잡아냅니다!”

“수비도 깔끔하군요. 킴, 정말 좋은 투수입니다.”

잘만 감독은 모자를 벗어 그것을 부채처럼 흔들었다.

“우리 클린업이 이렇게 쉽게 막힐 줄이야.”

그는 김민을 공략하는 것이 양키스를 무너뜨리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했다.

“반헬, 다음 경기를 준비하지.”

“투수 교체입니까?”

“탐슨을 내보내도록 하지.”

4년 차 투수 탐슨은 팬들이 흔히 말하는 패전 전문 투수였다.

물론 메이저리그 현장에서는 패전 전문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추격조 또는 롱릴리프라는 말을 쓰곤 했다.

“수건을 던지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7회 초 3점 차이.

반헬 투수 코치는 아직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잘만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어쩌면 8회나 9회에 이변이 벌어질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것을 바라기에는 우리 불펜이 너무 지쳐 있어.”

그는 오늘 한 경기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반헬 투수 코치가 물었다.

“필승조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들도 사람일세. 쉬지 않고 매일 공을 던질 수는 없어.”

잘만 감독은 반헬 투수 코치 못지않게 투수들의 컨디션에 신경을 쓰는 감독이었다.

“그렇다면 추격조를 올리는 것도 방법입니다만…….”

“그들은 내일 경기에 올리도록 하지.”

잘만 감독은 과부하가 걸린 필승조에 이틀간 휴식을 줄 작정이었다.

“이틀이나 휴식을 주는 겁니까?”

“반헬, 다음 시리즈를 우선하는 게 좋아.”

미네소타의 다음 상대는 같은 지구 팀인 클리블랜드였다.

잘만 감독은 탬파베이에게 위닝시리즈를 내주더라도 클리블랜드만큼은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탐슨을 마운드에 올리겠습니다.”

7회와 8회.

탐슨은 예상 이상의 호투를 보여 주었다.

패전 투수의 역투.

그러나 그 역투는 2이닝이 한계였다.

9회 초.

탬파베이 타선이 폭발했다.

“머레이가 2타점 2루타를 기록합니다!”

“이제 탐슨의 구위로 탬파베이 타선을 누르는 것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탐슨은 크게 흔들렸지만, 잘만 감독은 그가 아웃 카운트 3개를 모두 잡아낼 때까지 투수를 교체하지 않았다.

“탬파베이 9회에만 4점을 뽑아 7-0으로 앞서 나갑니다.”

이반 감독은 팀이 대량득점에 성공하자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블렛소, 몬도를 올리도록 하지.”

“킴이 받아들일까요?”

“투구수가 많아. 킴도 받아들일 거야.”

8회 말까지 김민의 투구수는 93개.

‘무리한다면 9회를 던질 수도 있었지만, 킴은 그런 투수가 아니다.’

잠시 뒤, 블렛소 투수 코치가 김민에게 투수 교체를 알렸다.

김민은 이반 감독의 예상대로 순순히 투수 교체를 받아들였다.

“오늘은 어려운 경기였습니다.”

8이닝 무실점 8K 3피안타.

블렛소 투수 코치는 고개를 갸웃했다.

‘완벽한 성적을 내놓고, 무엇이 어려운 경기였단 말인가?’

김민은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라운드를 주시하며 말했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 같습니다.”

“킴, 혹시 체력에 부담을 느끼는 건가?”

시즌은 중반을 지나고 있었다.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낀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김민이 블렛소 투수 코치에게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타자들이 언제 제 공을 펜스 너머로 날려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싸우는 것입니다.”

블렛소 코치가 가볍게 놀란 얼굴로 물었다.

“킴도 그런 부담을 가지고 있는 건가?”

“저도 투수입니다. 그런 부담이 없다면 말이 안 되죠.”

김민은 대답한 뒤, 아이싱을 위해 라커룸으로 향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부담이라. 맞는 말이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한 투수는 그 부담을 계속 짊어질 수밖에 없다.’

9회 말.

탬파베이 마운드에 선 투수는 몬도였다.

그는 배터 박스에 서 있는 타자를 보고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선두 타자가 시몬스라니, 좋지 않아.”

시몬스는 오늘 제대로 된 안타를 하나도 뽑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그의 배트는 그 어느 때보다 굶주려 있었다.

슉!

바깥쪽으로 빠른 공이 날아갔다.

따악!

시몬스는 바깥쪽 패스트볼을 그대로 당겨 펜스를 넘겨 버렸다.

“시몬스! 0의 행진을 깨는 홈런입니다!”

“9회 말까지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보답이군요. 하지만 폭발이 너무 늦었습니다.”

미네소타 타선은 몬도를 두들겨 3점을 뽑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없었다.

탬파베이 7:3 미네소타

최종 결과는 탬파베이의 7-3 승리.

“수고했어.”

“다들 좋았어.”

“내일도 이기자고.”

탬파베이 선수단의 분위기는 좋았다.

9회 말 등판해 3점 실점한 몬도만 빼고.

“킴!”

김민이 라커룸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클락이 다가왔다.

“클락?”

클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운영, 정말 대단했어. 스플리터가 그렇게 빠지는데도 정말 잘 버티더군.”

김민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스플리터가 빠지다니?”

“6회부터 스플리터가 몇 개 떨어지지 않았잖아. 시몬스 타석에서도 그랬고.”

김민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건 떨어지지 않은 게 아니야. 처음부터 스플리터가 아닌 패스트볼을 던진 거라고.”

클락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스플리터가 아니라 패스트볼이었다고?”

“느리지만 패스트볼은 패스트볼이었어.”

“홈런을 맞으면 어쩌려고 그런 걸 던진 거야?”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김민이 미네소타 타자들에게 던진 느린 패스트볼은 88마일(142km) 전후를 기록했다.

좌완 투수가 아닌 우완 투수가 이 정도 구속을 기록했다면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클락이 김민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킴이 공으로 타자들과 대화한다더니, 정말이었군.”

김민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타자와 대화라니, 너무 거창해. 난 스플리터를 예상한 타자들에게 스플리터가 아닌 공을 던졌을 뿐이야.”

말은 간단했지만, 느린 패스트볼은 투수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우연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곤 김민이 교체 전 말했던 두려움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오늘 킴이 말했던 두려움은 느린 패스트볼을 던질 때 느꼈던 것이었군.’

88마일(142km) 패스트볼.

타자가 스플리터가 아닌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면, 바로 장타(2루타 이상)와 연결되는 공이었다.

김민은 6회 이후 장타를 마음속에 품고 공을 던진 것이었다.

‘담력이 대단하다고 해야겠지.’

그는 김민을 알면 알수록 더 높은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 *

6월 28일.

메이저리그는 올스타전 투표가 한창이었다.

“올해도 우리 팀은 별로군.”

실망이 담긴 메시지의 주인공은 록튼이었다. 그가 들고 있는 신문에는 각 포지션의 올스타 득표율이 기록되어 있었다.

김민이 그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아울 정도는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나갈 수는 있어도 투표에는 이름이 없어.”

신문에는 포지션별로 3위까지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탬파베이에는 김민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루는 워낙 치열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중견수 머레이라면 3위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게 스몰마켓의 서러움이지.”

팬 투표에서 스몰마켓이 빅마켓을 이기기 위해서는 월등한 성적이나 인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킴도 1위를 해야지 3위가 뭐야?”

김민은 사이영상 예상에서는 1위를 질주하고 있었지만, 올스타 예상 투표에서는 3위에 그치고 있었다.

“어차피 투수는 팬들이 뽑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걱정해.”

2002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선발의 경우 투수는 각 팀의 감독에게 선발 권한이 있었다.

“내 말은 인기 차이가 너무 난다는 뜻이야.”

록튼은 성적에 따른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인기란 성적과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었다.

“올스타보다는 다음 경기를 대비하는 것이 더 나을 거야.”

록튼이 두둑한 자료집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미 보고 있다고.”

“로얄스인가?”

“맞아.”

캔자스시티 로얄스.

그들은 1980년대 양키스와 라이벌을 이룰 정도로 강한 팀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시작된 긴축 덕분에 5할 승률을 쉽게 넘지 못하는 약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도 지난 시즌까지는 탬파베이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외야 3인방이 여전하군.”

“하이드, 포드, 윌리엄스. 세 명 모두 빠르고 수비 범위가 넓어.”

김민은 캔자스시티 로얄스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알고 있었다.

‘빌리 빈의 상술에 넘어가서 외야 3인방을 모두 날리고 말지. 아마 이게 100패의 시작이었을 거야.’

1시간 뒤.

김민은 운영팀장 코너와 마주 앉아 있었다.

“킴, 내게 할 말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흠, 킴이 찾아왔다면 쉬운 이야기는 아닐 것 같군.”

그는 블라인드를 쳐서 밖에 있는 직원들이 사무실 안을 볼 수 없도록 했다.

“자, 무슨 내용인가? 어디 한번 말해 보게.”

“트레이드에 관한 것입니다.”

“음? 트레이드라고?”

올스타 브레이크가 다가오면 각 팀 프런트는 팀의 방향을 다시 한번 정하게 된다.

상위권을 달리는 팀들은 플레이오프, 더 나아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전력 보강에 힘을 쓰게 되고, 중위권 팀들은 이대로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릴 것인지 아니면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힘을 아낄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하위권 팀들 역시 이 시기가 되면 바빠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로 활용해 상위권이나 중위권 팀들을 상대로 이득을 보려 했다.

“자네는 우리가 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코너의 물음에 김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트레이드 계획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트레이드를 한다면 캔자스시티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캔자스시티?”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캔자스시티 구단주는 이름난 거부이지만, 씀씀이가 작다고 알고 있습니다.”

“씀씀이가 작은 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탬파베이 구단주 빈스는 메이저리그에 이름난 구두쇠였다.

“같은 구두쇠라고 해도 그쪽이 한 수 위일 겁니다.”

“흠, 그 정도까지야.”

코너는 김민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만에 하나 트레이드를 하게 되면 자네의 의견을 참고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띠리리릭!

코너는 김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코너입니다.”

“나야.”

코너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홀먼 단장이었다.

“홀먼, 무슨 일이십니까?”

“삼각 트레이드 요청이 들어왔어.”

코너는 홀먼 단장의 말에 멈칫했다.

‘킴이 날 찾아온 것은 이것 때문이었나?’

그는 김민이 홀먼과 사전에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이야기도 오간 적이 없었다.

“어떤 내용입니까?”

“오클랜드에서 좌익수 테일러를 내어주겠다고 하더군.”

“테일러라면 대가가 상당할 텐데요?”

“설리반을 달라고 하더군.”

주전 좌익수와 5선발의 트레이드.

두 사람 모두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뤄지지 못할 트레이드는 아니었다.

다만 설리반은 2년 차였고, 테일러는 6년 차에 접어든 선수였다.

“1대 1로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테일러는 이제 곧 FA입니다.”

“그래서 캔자스시티가 끼어들었더군.”

“캔자스시티가 말입니까?”

코너의 물음에 홀먼 단장이 대답했다.

“오클랜드가 그쪽에 누군가를 주고 좌익수 포드를 데려올 예정인 것 같아.”

“그건 삼각 트레이드가 아니지 않습니까?”

“오클랜드에서 캔자스시티로 가는 선수가 거물인 모양이야. 캔자스시티에서 우리에게 유망주 패키지가 오게 되어 있더군.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팀원들과 회의를 한 다음 말씀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좋아, 그렇게 하게.”

홀먼이 말한 트레이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캔자스시티가 얻는 것: 오클랜드의 거물.

오클랜드가 얻는 것: 좌익수 포드, 5선발 설리반.

탬파베이가 얻는 것: 좌익수 테일러, 캔자스시티 유망주.

코너는 홀먼의 이야기를 듣고는 킴에게 그대로 그것을 전달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민은 더 들어 볼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해서는 안 되는 트레이드입니다.”

“어떤 면에서?”

“테일러는 다음 시즌 팀을 떠나게 될 겁니다. 그럼 딱 1년을 쓰게 되는 것이죠. 어떤 유망주가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설리반과는 같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 팀은 케니히라는 준수한 좌익수가 있습니다.”

“테일러는 우익수로도 뛸 수 있어.”

“우익수로 뛴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을 쓰기 위해서 설리반을 트레이드하는 것은 아닙니다.”

코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는 팀원과 회의를 생각한 채 홀먼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

그 순간 김민이 말했다.

“오클랜드를 배제하고 캔자스시티와 거래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흠, 캔자스시티와 거래한다면 어떤 선수를 노리는 것이 좋을까?”

“우익수 윌리엄입니다.”

탬파베이 외야에서 굳이 약점을 찾자면 우익수 포지션이었다.

주전 우익수 홈스는 타격이 부족했고, 우익수 유망주 듀란트는 키가 작아 펜스 플레이나 세로 수비에 약점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좋아. 자네 의견을 참고하지.”

코너는 홀먼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트레이드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테일러는 좋은 선수지만 설리반을 주면서까지 데려올 만한 선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캔자스시티의 유망주 패키지는 별로란 말인가?”

“캔자스시티는 우리 팀과 같은 처지입니다. 대단한 유망주가 있다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흐흠, 자네 생각이 그렇다면 알겠네.”

홀먼이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코너가 말했다.

“대신 캔자스시티와 1대1로 트레이드를 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캔자스시티와?”

“서로 부족한 포지션을 교환하는 겁니다.”

탬파베이에서 제시할 수 있는 트레이드 자원은 주전 유격수로 뛸 수 있는 유칼리스와 백업 포수 스미스, 그리고 외야 유망주 듀란트였다.

홀먼 단장은 코너 운영팀장의 건의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면 나쁜 트레이드가 아니겠지.”

그는 성급하게 트레이드를 추진할 생각이 없었다.

“다음 캔자스시티 원정 때 트레이드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홀먼 단장은 캔자스시티 원정에 동행한 뒤 트레이드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캔자스시티 원정,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나쁠 건 없지.”

“그럼 트레이드 자료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코너는 전화를 끊은 뒤 김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킴, 자네는 이 트레이드를 알고 있었나?”

김민이 오른손을 흔들며 말했다.

“전 미래를 예언하는 예언가가 아닙니다. 단장들 사이에 오가는 트레이드를 알 턱이 없죠.”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정확하군.”

“중부지구에서 트레이드가 일어난다면 캔자스시티가 아닐까 하고 예상했을 뿐입니다.”

김민의 대답을 들은 코너가 속으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킴은 야구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자 한다. 이런 선수가 어디에 또 있을까?’

그는 김민이 은퇴 뒤, 프런트나 감독으로 나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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