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19화 (119/296)

119화 마운드의 현자 01

5월이 지나면서 하위권과 상위권의 승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선두는 아직도 뉴욕 양키스였다.

그들은 지난해 월드시리즈 패배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듯 무섭게 치고 나갔다.

중부지구에서는 놀랍게도 미네소타 트윈스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었다.

“루키인 시몬스가 미네소타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중부지구는 미네소타의 독주가 예상됩니다. 강했던 기존 타선에 시몬스까지 더해지니, 막을 팀이 없습니다.”

미네소타의 괴물 신인 시몬스는 과거 김민과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서 격돌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경험 부족으로 김민에게 패한 바 있었다.

시몬스는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로 김민에게 복수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서부 지구는 어떤가요?”

“서부 지구는 지난 시즌 양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두 팀이 있었죠. 하지만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과 차이가 큽니다.”

시애틀과 오클랜드.

두 팀 모두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성적이 크게 하락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전 이 두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않을까 합니다.”

“시애틀이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보스턴을 누를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동부지구는 너무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맞습니다. 보스턴이 꼭 2위가 된다고 할 수 없는 곳이 동부지구죠.”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1위 뉴욕 양키스 40승 15패

2위 보스턴 레드삭스 35승 21패

3위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34승 21패

4위 토론토 블루제이스 28승 27패

5위 볼티모어 오리올스 19승 35패

선두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2위로 동부지구 2위 그룹인 탬파베이와 보스턴이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반면 2위 그룹 경쟁은 그 어떤 때보다 치열했다.

보스턴과 탬파베이의 승차는 겨우 0.5 게임에 불과했다.

두 팀은 맞대결도 3승 3패로 박빙이었다.

“토론토는 외로운 섬이군요.”

“2위 그룹과 차이가 심하고, 꼴찌 볼티모어와도 그렇죠.”

“이번 시즌 토론토는 4위가 유력합니다.”

꼴찌 볼티모어는 이번 시즌 100패 페이스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부진은 탬파베이의 상승세와 맞물려 지역 팬들에게 큰 비난을 받고 있었다.

“각 팀의 순위를 알아봤으니, 이제 다음 주 일정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진행자의 말에 패널들이 미소를 지었다.

“다음 주는 아주 흥미로운 매치업이 많습니다.”

“어떤 매치업이 있습니까?”

“우선 양키스와 미네소타가 뉴욕에서 맞붙습니다. 아직 때가 좀 이르긴 하지만 미리 보는 아메리칸 챔피언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 양키스의 목표는 월드시리즈였다. 그들에게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은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그다음은 탬파베이와 오클랜드의 대결입니다.”

“오클랜드와 탬파베이가 맞붙는군요.”

“두 팀은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탬파베이가 이기면 보스턴을 추격할 수 있고, 오클랜드가 이긴다면 시애틀과 승차를 벌릴 수가 있습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부진한 시애틀을 2위로 밀어내고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양키스와 미네소타, 탬파베이와 오클랜드, 두 시리즈는 전국 방송이 잡혀 있기도 합니다.”

메이저리그 경기 중 대다수는 지역 케이블 TV 또는 지역 방송사에 의해 중계되었다.

전국 방송으로 미국 전역에 중계되는 경기는 양키스나 다저스 같은 인기 팀이나 보스턴 대 양키스 같이 흥미로운 매치업에 한했다.

탬파베이와 오클랜드의 매치업이 전국에 중계된다는 것은 두 팀의 인지도가 그만큼 높이 올라왔다는 뜻이었다.

6월 3일.

트로피카나 필드.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1차전.

양 팀 선발은 각각 설리반과 클라이언이었다.

“설리반은 구속에 클라이언은 제구에 강점이 있는 투수입니다.”

“두 투수 모두 2년 차 영건입니다.”

5선발 대결이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수전보다는 난타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예상과 달리 점수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7회까지 스코어는 3-2 탬파베이의 리드.

“탬파베이가 미세한 차이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 팀의 불펜을 생각한다면 탬파베이 쪽으로 승기가 기우는 것이 사실입니다.”

“탬파베이가 오클랜드보다 불펜이 좋다. 이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볼튼과 로버트가 포함된 탬파베이 필승조는 리그 상위권에 속해 있습니다.”

설리반이 7이닝 2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갈 때 만해도 탬파베이의 승리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8회 말 볼튼이 키드에게 2점 홈런을 맞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볼튼, 이번 시즌 두 번째 블론입니다. 홈팬들의 탄성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탬파베이로서는 다잡은 고기를 놓쳤습니다. 사실 이런 경기는 지면 안 되는 경기죠.”

오클랜드는 역전에 성공하자마자 필승조를 투입했다.

탬파베이는 9회 말 1사 1, 2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안데르센이 병살타를 치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중요한 1차전을 오클랜드가 가져갑니다.”

“오클랜드로서는 위닝 시리즈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6월 4일.

중계진은 경기 시작 전부터 달아올랐다.

“오늘 경기는 이번 시리즈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선발 매치업은 무려 마린과 킴입니다!”

“킴과 마린, 두 투수는 지난 시즌 사이영상을 두고 다퉜습니다.”

사이영상 후보들의 대결.

그러나 마린은 자신과 김민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했다.

“내가 킴과 사이영상을 다퉜다고? 바보 같은 소리, 내 상대는 로켓이었어.”

그의 말대로 2001 시즌 사이영상은 그와 로저 클레멘스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김민도 분명 사이영상 후보에 올라 있었다.

사이영상을 두고 두 사람이 경쟁했다고 해도 거짓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김민이었다.

김민은 현재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 후보 1순위였다.

8승 2패/평균자책점 1.44/88K/77이닝

다승은 2위 평균자책점은 1위, 삼진은 4위를 마크하고 있었다.

반면 마린은 지난 시즌보다 소폭 성적이 하락해 다음과 같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7승 3패/평균자책점 3.09/76K/79이닝

그는 이닝을 제외한 모든 지표에서 김민에 미치지 못했다.

“두 에이스의 대결에서 웃는 것은 누가 될까요?”

“이번 시즌 성적은 킴이 조금 더 낫습니다. 하지만 팀의 전력을 보면 오클랜드의 우세를 점칠 수밖에 없습니다.”

“팀 자원까지 생각한다면 마린에게 무게 추가 기운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볼 수 있겠죠.”

도박사들이 예측한 이날 경기 승률은 다음과 같았다.

탬파베이 48:52 오클랜드

미세한 오클랜드의 우위.

담당 PD는 박빙의 승률이 시청률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 생각했다.

“마린과 킴, 하지만 오늘 경기의 진정한 승리자는 우리라고.”

“스미스, 오늘 경기가 투수전으로 흐른다면 된다면 광고가 많이 나가지 못할 겁니다.”

두 투수가 9회까지 던진다면 방송사는 투수 교체 중 내보내는 광고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시청률이 오르는데 중간 광고 몇 개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문제는 시청률이야.”

“그, 그런 겁니까?”

“그래 그런 거야. 페드로와 대결했을 때처럼 10이닝 무실점 경기가 나왔으면 좋겠군.”

그는 오늘 경기가 어제 1차전보다 2배 이상 시청률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플레이볼!”

주심의 경기 시작 선언과 함께 김민이 투구에 들어갔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3마일(150km).

렉터는 김민의 초구를 본 뒤 부르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도박사들은 틀렸어. 오늘 승률은 48 vs 52 정도가 아니야.”

“그 이상 차이가 난다는 말인가?”

렉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오늘 경기는 킴의 압승이라고.”

“무슨 근거로?”

“오늘 킴의 컨디션은 100%야.”

그는 투수의 초구를 보면 그날의 컨디션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1회 초.

김민은 렉터의 예상과 달리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사 1, 3루의 위기에 몰렸다.

“오클랜드, 킴을 상대로 연속 안타를 뽑아냅니다. 어제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갑니다.”

“오클랜드 타자들이 킴의 패스트볼을 정확하게 공략하고 있습니다. 이건 배터리의 대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민은 오클랜드 타자들이 자신의 두 가지 패스트볼 중 제구력에 초점을 맞춘 빠른 공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클랜드가 그동안 날 많이 관찰한 모양이군.’

오클랜드는 유명한 스몰마켓이었지만, 전력분석팀에 사용하는 돈은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에 그들은 메이저리그 상위권에 속하는 전력분석팀을 보유하고 있었다.

“킴이 당황하고 있군. 하긴 우리가 그 정도까지 알아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오클랜드 코칭 스탭은 자신이 있었다.

“킴이 사이영상을 바라보는 것도 오늘까지일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잊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김민은 처음부터 빠른 공 그리고 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었다.

“키드! 체인지업에 크게 헛스윙합니다!”

4번 타자 키드의 삼진 아웃.

오클랜드의 기세가 꺾이는 순간이었다.

“흐흠, 여기서 체인지업이라니…….”

“킴은 1회부터 투구 패턴이나 볼 배합을 바꾸는 투수가 아닙니다. 어쩌다가 다른 공이 하나 섞인 것일 겁니다.”

오클랜드 코칭 스탭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보고자 했다.

“자네 말대로 패턴이 바뀐 게 아닐 가능성이 커. 다음 타자를 지켜보도록 하세.”

그러나 김민은 파출리아 감독의 기대를 그대로 무너뜨려 버렸다.

“5번 타자 콜론의 타구가 내야에 높이 뜹니다!”

“이번 공은 커터였습니다. 연속 안타를 맞은 뒤로 패스트볼 비율을 줄였습니다.”

1루수 아울이 미트를 들자 하얀 공이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킴! 안타 2개를 맞았지만 실점 없이 1회를 마무리합니다.”

“운영의 마술사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습니다. 오클랜드 클린업을 상대로 킴이 마술과 같은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1회 초 위기를 넘긴 김민은 2회와 3회 그리고 4회, 매이닝 삼진을 잡아내며 오클랜드 타선을 압도했다.

“킴! 4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잡아냅니다.”

“1회 한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이번 시즌 최고의 투수답게 훌륭한 피칭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마린 역시 김민 못지않았다.

그도 4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버텼다.

그러나 5회, 두 투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1루수 실책이 나오면서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에 들어옵니다.”

잘 던지고 있던 마린을 무너뜨린 것은 1루수 키드의 실책이었다.

“이런 실책은 투수의 어깨를 무겁게 만듭니다. 키드,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격만이 아니라 수비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탬파베이 타선은 선취점을 뽑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 마린을 그대로 강판시켜버렸다.

“마린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4와 2/3이닝 4실점입니다.”

“좋았던 투구가 실책 하나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오클랜드로서는 아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린을 구원한 자일스가 록튼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마린의 실점은 5점으로 늘어났다.

“우리가 성급했던 모양이군.”

파출리아 감독은 1회 초와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트로피카나 필드의 킴은 그 어떤 투수보다 강한 것 같습니다.”

오클랜드 코칭 스탭은 백기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탬파베이 공격은 계속되었다.

딱!

날카로운 타구가 다시 한번 2, 3루 사이를 뚫어냈다.

“탬파베이! 5회 말 6점을 뽑으면서 빅 이닝을 만들어 냅니다.”

“파출리아 감독은 이런 시나리오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길었던 탬파베이의 공격은 칼튼이 2루 땅볼로 아웃되면서 끝이 났다.

하지만 그들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6점을 뽑아내며 오클랜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6회 초.

오클랜드 타자들은 수비전과 표정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떻게든 반격해야 해.”

“하지만 상대는 킴이야.”

“할 수 있을까?”

“지금 점수를 뽑지 못하면 그다음은 더욱 어렵다고!”

초조함이라는 그림자가 오클랜드 타자들의 머리 위에 머물기 시작했다.

평정심을 잃은 오클랜드 타자들은 김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김민은 그들의 성급한 스윙을 마음껏 이용했다.

‘점수가 벌어져서 마음이 급한 거야.’

그의 브레이킹볼에 오클랜드 타자들의 배트가 휘날렸다.

“킴, 또 삼진입니다! 오클랜드를 상대로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사이영상의 주인공은 나다. 킴이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6회와 7회 김민은 삼진을 대량으로 뽑아내며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8회 초.

김민이 첫 아웃 카운트를 잡자 이반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수고했네.”

투수 89개.

1회 위기가 아니었다면 이보다 10개 정도 투구수가 적었을 것이다.

김민은 완투나 완봉에 욕심을 내는 투수가 아니었다.

‘스코어 7-0, 내가 끝내기보다는 볼튼에게 설욕할 기회는 주는 게 낫겠지.’

그는 첫 타자를 잡아낸 뒤 마운드를 볼튼에게 맡겼다.

볼튼은 어제 경기에 홈런을 맞으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바 있었다.

“볼튼이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오릅니다.”

“오클랜드는 어제의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볼튼은 어제와 달랐다. 그는 강력한 패스트볼로 오클랜드 타선을 찍어 눌렀다.

1과 2/3이닝 3K 무실점.

볼튼은 9회 말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곤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탬파베이가 오클랜드를 7-0으로 누르면서 시리즈 균형을 맞춥니다.”

“오늘 경기 MVP는 킴이군요. 7과 1/3이닝 무실점 12K입니다.”

“마린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봐도 좋겠죠?”

“물론입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김민의 활약으로 1승 1패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이날 경기는 전국 방송 경기였기 때문에 취재진도 다른 때보다 많았다.

경기가 끝난 뒤, 탬파베이 선수들은 여러 기자로부터 인터뷰를 요청받았다.

2선발 렉터도 인터뷰를 요청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내일 경기 선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승리를 확신하십니까?”

렉터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우린 홈에서 쉽게 지는 팀이 아닙니다.”

“홈이기 때문에 이긴다. 그 말씀이시군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오클랜드에 경계하는 선수가 있다면 누구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위협적인 선수 말씀입니까?”

“예. 위협적인 선수도 괜찮습니다.”

렉터는 기자의 질문을 확인하곤 오른손 식지를 들었다.

“오클랜드에서 가장 위협적인 인물은 바로 빌리 빈입니다.”

“빌리 빈 단장은 선수가 아니지 않습니까?”

“오클랜드 선수들은 다 그가 만들어 낸 작품입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위협적인 선수들이 될 수 없었을 겁니다.”

기자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렉터, 그 선수 중 위협적인 선수는 없나요?”

“많죠. 마린, 지뉴, 버나드, 콜론 그리고 이번 시즌 키드가 그 목록에 합류했죠. 아참, 제레미가 빠진 건 우리에게 행운입니다.”

렉터의 옆에서는 클로저 로버트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로버트, 이번 시리즈에 등판하지 못했습니다.”

로버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두 번 모두 등판 기회가 있었는데 록튼이 모두 가져가 버리더군요.”

그는 탬파베이 투수 중 가장 많은 독서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덕분에 인터뷰 스킬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뛰어났다.

“오늘 승리한 킴 선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십니까?”

“이건 개인적인 질문이군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탬파베이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다 친분이 있습니다. 우리 팀은 캐미스트리가 아주 좋은 팀이죠.”

기자가 살짝 질문을 바꾸었다.

“킴 선수는 이제 2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불펜에서 보는 킴 선수는 어떤 모습인가요?”

로버트가 얼굴의 웃음을 지우며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킴은 마운드의 현자입니다. 전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런 선수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공 하나에 의미를 담아 던집니다. 공으로 타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타자들이 킴의 공을 공략하지 못하는 것은 그 메시지를 읽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기자가 기대한 대답은 ‘루키답지 않게 노련하다’, ‘때때로 신인답게 긴장하더라’ 같은 대답이었다.

‘마운드의 현자라. 특이한 대답이군.’

기자는 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로버트, 내일 경기 등판 가능할까요?”

“내일은 아마 등판하게 될 겁니다.”

“탬파베이가 승기를 잡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너무 오랫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거든요.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라도 내일은 마운드에 오를 겁니다.”

이날 인터뷰는 인터넷 뉴스 한쪽 구석에 실렸다.

평소라면 그냥 묻힐 그런 뉴스였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 기사에 언급된 한 명의 선수를 주목했다.

“킴이 공으로 타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는데?”

“흐흠, 동양에서 온 현자인가?”

“그는 마운드에서 야구가 아닌 다른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몰라.”

“난 마운드의 현자라는 칭호 자체가 마음에 들어.”

“사실 나도 그래. 킴은 티벳에서 수련했을지도 모른다고.”

운영의 마술사보다 마운드의 현자.

네티즌들은 김민을 새로운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2주 뒤, 방송에서 마운드의 현자라는 별명이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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