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17화 (117/296)

117화 인터 리그 05

김민은 삼진을 잡은 다음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 그걸 치지 않다니, 하나 더 지켜보려고 했던 건가?”

그는 아직 자신이 연속 삼진 신기록을 세웠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다.

반면 중계석의 중계진은 떠들썩했다.

“킴! 9연속 타자 삼진입니다! 인터 리그에서 대단한 기록이 나왔습니다.”

“아메리칸 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기록입니다. 9타자 연속 삼진. 킴이 믿기지 않는 일을 해냈습니다.”

록튼은 공을 미트에서 빼낸 뒤 소중하게 보관했다.

‘9연속 타자 삼진을 잡은 공이야. 절대 다른 공과 섞여서는 안 돼.’

메이저리그 사무국 쪽에서도 사람이 움직였다.

그는 록튼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마자 공에 표식을 남겼다.

“이것으로 공인을 받은 기록구가 되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록튼은 고개를 끄덕인 뒤 공을 건네기 위해 김민을 불렀다.

“킴!”

그러나 김민에게는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팀 동료들이 요란한 함성과 함께 김민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우! 축하해!”

“아메리칸 리그 신기록이야! 우리 구단 최초라고!”

클락이 김민을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킴, 정말 제대로 먹여 주는군!”

렉터도 두 손의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었다.

“말린스 녀석들 얼굴을 보라고! 킴, 내가 본 최고의 피칭이었어!”

탬파베이 동료들은 기록을 세운 상대가 플로리다 마린스였기에 더욱 기뻐했다.

반면 플로리다 마린스 더그아웃은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았다.

“결국 이렇게 기록을 내주고 말았군.”

“쿤이 삼진을 당했을 때, 어느 정도 이런 상황을 예상했습니다.”

데니스 감독이 후드 타격 코치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아직 백기를 들어 올리기는 이릅니다. 9연속 삼진은 대단한 기록이지만, 승패와 깊이 관계되는 기록은 아닙니다. 3이닝 동안 점수를 뽑지 못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음 이닝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장인 듀크도 후드 타격 코치의 말에 동의했다.

“후드 코치의 말에 동의합니다. 아직 경기는 초반입니다. 연속 삼진 기록을 내줬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아웃 카운트 9개가 지나간 것뿐입니다. 오늘 경기는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분위기는 다운되어 있었지만, 승기가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전광판의 스코어는 0-0 동점이었다.

4회 초.

3회 말 마지막 타자로 나와 삼진을 당한 블루는 4회 자신이 당한 삼진을 탬파베이 타자들에게 그대로 갚아주었다.

“블루! 탬파베이 1, 2번을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다섯 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이쪽도 대단하군요. 11명의 타자를 상대로 9개의 삼진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계속될 것 같았던 블루의 삼진 행진은 안데르센의 중견수 플라이로 끝나고 말았다.

“안데르센이 공을 멀리 보내면서 블루의 삼진 퍼레이드를 끝냅니다.”

블루의 삼진 퍼레이드는 끝이 났지만, 탬파베이 더그아웃은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아직 단 한 명의 주자도 1루 베이스에 내보내지 못했다.

“블루, 4회를 무실점으로 막아 내고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안타나 볼넷이 이렇게 힘든 것일까요?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12명의 타자가 단 한 번도 1루를 밟지 못합니다.”

이반 감독은 조금 더 냉정하게 경기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킴의 삼진기록으로 분위기는 달아올랐지만 실제로 점수가 난 것은 아니야. 여기서 에러라도 하나 나온다면 분위기는 급격히 말린스에게 넘어갈 거야.’

그는 고개를 코스타 타격 코치에게 돌렸다.

“코스타, 방법을 찾았나?”

코스타 타격 코치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자신 있게 스윙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반 감독은 의외로 코스타 타격 코치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타자들에게 전하게.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까. 자신 있게 스윙하라고.”

“알겠습니다.”

코스타 타격 코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감독의 지시사항을 타자들에게 전달했다.

4회 말.

김민이 마운드로 향하자 프로 플레이 스타디움이 술렁거렸다.

“드디어 시작되는군.”

“여기서 삼진을 당하면 메이저리그 타이기록이지?”

“듀크, 절대 삼진을 당하면 안 돼.”

아메리칸 신기록을 넘어 메이저리그 타이기록.

김민은 마운드로 향하기 전 록튼에게 이렇게 말했다.

“록튼, 기록 말이야. 기회가 된다면 세워야겠지?”

록튼이 장비를 착용하며 대답했다.

“세울 수 있다면 세우는 게 좋지 않겠어? 명예의 전당에 남는 기록이라고.”

김민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 때나 오는 기회가 아니지.”

그는 1이닝 정도는 삼진 위주로 볼 배합을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팡! 팡!

단순한 연습 투구인데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타석에 선 듀크의 압박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내가 삼진을 당하면 메이저리그 타이기록, 나 다음인 레나도가 심진을 당하면 메이저리그 연속 타자 삼진 신기록이다.’

그는 삼진 기록의 피해자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김민의 삼진 기록이 언급될 때마다 그가 삼진을 당하는 영상이 TV 화면에 비춰질 것이다.

‘그건 절대 사양이야.’

듀크가 배트를 세우자 김민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온다.’

그는 공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슉!

빠른 공이었다.

‘바깥쪽 빠른 공? 1회와 같은 패턴인가? 하지만…… 이건 좀 달라.’

듀크는 위화감을 느끼곤 나가려던 배트를 멈췄다.

파앙!

김민이 던진 공은 패스트볼이 아니라 코너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였다.

“킴, 초구가 볼이 되었습니다.”

“이건 듀크가 잘 골랐군요.”

김민은 듀크가 배트를 멈춘 것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저건 공의 코스와 궤적을 보고 멈춘 거야. 삼진을 의식해서 내 폼이 달라진 건가?’

그는 하나 더 공을 던져 보기로 했다.

슉!

두 번째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안쪽 패스트볼이었다.

듀크는 이 공을 제대로 당겨쳤다.

딱!

“강합니다!”

유격수 브라이튼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공은 그대로 내야를 빠져나갔다.

플로리다 마린스의 오늘 경기 첫 안타이자 김민의 삼진 기록을 깨는 안타였다.

“듀크! 킴을 상대로 첫 안타를 뽑아냅니다!”

“안쪽 꽉 찬 공을 제대로 당겼습니다. 3할 타자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듀크는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마치 홈런을 친 것처럼 좋아했다.

플로리다 말린스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나이스 배팅! 듀크!”

“듀크! 사랑한다!”

안타가 하나 나왔을 뿐인데 그라운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김민은 염려하던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안타를 맞은 뒤 바로 록튼을 불렀다.

“킴?”

김민이 글러브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록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을 뿐이라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말이야.”

김민이 시선을 홈플레이트로 돌리며 말했다.

“조금 전 안타는 듀크가 아닌 우리 두 사람이 만든 안타야.”

“볼 배합 말이야?”

“볼 배합만이 아니야. 이번 타구 브라이튼이 왜 다이빙을 시도했다고 생각해?”

록튼은 김민의 물음에 깨닫는 것이 있었다.

“시프트가 제대로…….”

“그래 시프트 사인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 그것만이 아니야. 삼진이 계속되면서 수비수들의 몸이 굳고 말았어. 9타자…… 아니, 경기가 시작된 이후 야수들이 잡아낸 카운트가 없어. 이게 그들의 몸을 굳게 만든 거야.”

오늘 탬파베이 수비진은 평소보다 수비력이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 리그 룰 때문에 홈스가 빠지고 그렉스가 우익수로 들어갔다.

그렉스의 우익수 기용은 다소 모험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지금까지는 우익수 방향으로 가는 타구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시프트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겠어.”

“나도 삼진 기록 같은 건 의식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록튼은 고개를 끄덕이곤 홈플레이트로 돌아왔다.

이반 감독은 김민이 록튼을 마운드로 불러 한 타이밍을 끊은 것을 보곤 턱을 쓰다듬었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친구야.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포수를 마운드로 불렀어.”

“킴의 투구를 보고 있으면 40세가 넘은 베테랑이 연상됩니다.”

파앙!

미트에 들어온 공이 좋은 소리를 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레나도를 상대로한 초구는 하이 패스트볼.

김민은 안타를 맞았음에도 위축되지 않고 과감하게 공을 던졌다.

딱!

2구를 받아친 공이 유격수 브라이튼의 정면으로 향했다.

“브라이튼, 공을 칼튼에게 토스합니다.”

2루수 칼튼은 브라이튼에게 공을 받은 다음 베이스를 밟고 뛰어올랐다.

“칼튼! 환상적인 송구로 타자 주자를 잡아냅니다! 플로리다 말린스, 천금 같은 기회를 더블 플레이로 날려 버립니다.”

김민은 더블 플레이를 잡아낸 뒤 손가락 두 개를 들어 키스톤 콤비(2루수와 유격수)에게 감사를 표했다.

“나이스 플레이!”

더블 플레이가 나오자 탬파베이 더그아웃도 살아났다.

“좋았어. 이제 아웃 카운트 하나 남았어.”

김민은 3번 타자 다니엘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곤 4회 말 수비를 마쳤다.

“킴, 듀크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흔들림 없이 4회 말을 마무리합니다.”

“이번 4회에는 삼진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도 같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페이스라면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은 힘들 것 같군요.”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김민.

그는 삼진이라는 기록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록은 노력에 대한 결과일 뿐, 그것을 목표로 하면 플레이가 흔들리고 말아.’

5회 초.

블루가 다시 한번 화려한 퍼포먼스를 뽐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4, 5번 타자가 나란히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블루의 삼진수는 무려 11개입니다. 외야 펜스를 K가 그려진 판넬이 가득 채웠습니다.”

코스타 타격 코치는 삼진을 당하더라도 배트를 짧게 잡지 말라고 말했다.

“어설픈 땅볼을 치는 것보다 삼진이 낫다. 화끈하게 휘두르고 와.”

그의 말이 통했을까?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높이 떠올랐다.

“큽니다! 어디까지 가는 걸까요?”

비거리만 보면 펜스를 넘어가는 것은 확실했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타구! 아! 아쉽습니다. 폴대를 벗어나는군요.”

말린스 팬들은 예상하지 못한 큰 타구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 넘어갈 뻔했어.”

“블루의 힘이 떨어진 건가? 어째서 저렇게 큰 타구가 나왔지?”

그러나 블루는 대형 타구에도 흔들리지 않고 머레이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블루, 5회 초도 실점 없이 마무리합니다.”

“하나 머레이의 타구는 위험했습니다. 탬파베이가 조금씩 타이밍을 잡아가는 느낌입니다.”

김민은 탬파베이 벤치의 대처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패스트볼을 노리고 강하게 스윙. 처음에는 타이밍이 맞지 않겠지만, 이닝이 지날수록 그 차이가 줄어들 거야.’

어떤 공이든 많이 보면 익숙해졌다. 그리고 타자들에게 익숙해진 공은 공략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익숙해지는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인가?’

김민의 시선은 플로리다 말린스 더그아웃을 향했다.

‘급한 것은 블루보다 이쪽이군.’

그는 불펜 문을 열고 마운드로 향했다.

5회 말.

첫 타자는 4번 타자 페코였다.

페코는 김민의 삼진 퍼레이드를 본 뒤, 그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었다.

‘녀석을 랜디, 그 이상의 투수라고 생각해야 한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경기 전에 김민을 향해 선전포고하던 모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후…….”

길게 숨을 내쉰 순간, 공이 날아왔다.

슉!

바깥쪽 빠른 공.

페코는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냈다.

탁!

배트 끝에 맞은 공이 그대로 3루 더그아웃에 떨어졌다.

“파울!”

김민은 페코의 배트 스피드가 괜찮다고 평가했다.

‘타이밍이 좋아. 카운트를 잡으려고 들어갔다면 맞았을 거야.’

그가 초구로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존에서 반개쯤 빠지는 볼이었다.

안타가 아니라 파울이 나온 것은 그 덕분이었다.

페코는 배트를 한 번 휘두르고 나자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렸다.

‘같은 공이 다시 한번 온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쳐 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공이 오지 않겠지?’

다시 배트를 세우자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또 바깥쪽!’

그는 두 손에 힘을 주면서 팔을 길게 폈다.

페코는 팔이 길었기 때문에 팔을 최대로 펼 경우 스트라이크존에서 하나 정도 빠지는 공도 충분히 공략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김민이 던진 공은 페코의 배트에 맞는 대신 포수의 미트에 들어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패스트볼이 아니었어.’

김민이 던진 두 번째 공은 커터였다.

“킴, 페코를 상대로 여유 있게 카운트를 가져갑니다.”

“제가 킴이라면 바로 다음 공에 승부를 걸 겁니다.”

“구종은 패스트볼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페코는 느린 커브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안쪽 패스트볼 아니면, 스트라이크존을 노리는 커브일 거야.’

자세를 잡은 뒤 배트를 세우자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온다!’

세 번째 공은 안쪽이었다.

‘커브는 아니고 로케이션 승부군.’

김민은 앞선 4회 말 안쪽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가다가 안타를 맞은 바 있었다.

페코는 듀크의 안타를 상기하며 배트를 냈다.

‘킴! 삼진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한번 크게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주심의 격렬한 제스처를 취하자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킴! 페코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오늘의 10번째 삼진을 기록합니다.”

“안쪽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가 아주 좋았습니다. 페코는 스플리터를 생각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데니스 감독은 페코의 삼구삼진을 보곤 이마를 찌푸렸다.

“볼 배합이 변했군.”

김민은 5회가 시작되자마자 패스트볼과 커브 위주의 볼 배합을 커터와 스플리터 위주의 볼 배합으로 바꾸었다.

“타자들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구종이 많다는 것은 이럴 때 큰 힘이 되지. 저 친구, 당분간은 공략하기 힘들겠어.”

페코는 크게 헛스윙한 뒤 배트로 바닥을 두드렸다.

“빌어먹을…… 거기서 스플리터가 올 줄은 몰랐어.”

듀크는 삼진을 당한 페코를 보면서 주먹을 꾹 쥐었다.

‘킴, 너의 한계는 대체 어디인 거냐?’

그는 김민에게 안타를 하나 뽑았지만, 그를 쓰러뜨리는 것이 멀게만 느껴졌다.

“3루수 안데르센이 공을 잡아 1루에 송구합니다!”

“킴, 탈리슨을 잡아내는데 투구수를 2개밖에 소모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길어질 경우 블루보다 킴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은 5번과 6번 타자를 각각 2루수 땅볼과 3루 땅볼로 잡아내고는 이닝을 마쳤다.

“나이스 피칭.”

김민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다시 불펜으로 향했다.

‘해가 진 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7회 이후를 조심해야 해.’

6회.

김민과 블루는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삼자범퇴로 막아 냈다.

“두 투수의 투수전이 불꽃을 튀깁니다. 블루는 6이닝 13K, 킴은 6이닝 11K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잘하면 두 투수가 합쳐 30K를 기록할 수도 있겠군요.”

말린스의 바나 투수 코치는 6회가 끝난 뒤 데니스 감독에게 불펜 가동을 건의했다.

데니스 감독은 바나 코치의 건의에 고개를 갸웃했다.

“투구수가 70개에 불과할 텐데?”

“투구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6회부터 패스트볼 구속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데니스 감독은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선발 투수의 구속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구속이 떨어진 선발 투수가 상대 타자에게 안타를 맞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전 그것을 막는 것이 코칭 스탭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설득이 통했다.

데니스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불펜 가동을 지시했다.

7회 초.

탬파베이 타순은 1, 2, 3번으로 이어지는 호타순이었다.

“이번 회에 점수를 뽑아야 한다.”

코스타 타격 코치의 말에 타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블루를 상대로 선취점을 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7마일(156km.).

블루의 강속구는 여전했다.

“1번 타자 칼튼 다시 한번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블루, 오늘 경기 14번째 삼진이군요.”

블루는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소매로 땀을 닦았다.

‘공을 던진 다음 느낌이 좋지 않아. 기온이 떨어졌기 때문인가?’

그는 로진백을 만지면서 기분을 전환하고자 했다.

‘괜찮을 거야. 8회까지만 던지면 드러먼드도 있으니까.’

드러먼드는 플로리다 말린스의 클로저로 이번 시즌 12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었다.

슉!

초구가 낮게 떨어지면서 바깥쪽을 향했다.

블루는 코스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괜찮은 공이야.’

그러나 배트가 공을 쳐 내는 순간 그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따악!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블루가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위험해!’

고개를 돌리자 하얀 공이 멀리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설마 중견수 쪽으로 가는 건가?’

프로 플레이 스타디움은 센터의 깊이가 130m가 넘었다.

덕분에 웬만한 타구는 센터를 넘길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케니히가 때린 공은 그 마의 구간을 지나쳤다.

툭…….

관중석에 떨어진 공이 가볍게 튕기며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홈런! 홈런입니다! 케니히! 선제 솔로 홈런입니다!”

“비거리가 450피트(137m)에 육박하는 초대형 홈런이군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대형 홈런.

케니히는 두 손을 불끈 쥐며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좋았어!”

김민이 다이아몬드를 돌고 있는 케니히를 보며 말했다.

“떨어지는 물이 결국 바위를 뚫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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