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인터 리그 03
페코의 말 때문이었을까?
다니엘은 안쪽 배터 박스에 바짝 붙은 채 타격에 임했다.
‘안쪽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자칫 잘못하면 사구(몸에 맞는 공)가 나올 테니까.’
메이저리그 투수 중 몇몇은 다니엘처럼 배터 박스에 바짝 붙는 경우, 물러나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위협구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민은 위협구가 필요 없을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타자가 몸에 맞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게 안쪽 공을 컨트롤할 수 있었다.
‘부상이나 사구가 두렵지 않은 모양이군.’
김민은 그립을 고쳐 잡곤 빠르게 팔을 휘둘렀다.
슉!
빠른 공이 홈플레이트 안쪽을 향해 날아갔다.
파앙!
포수 미트에 들어온 공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스트라이크!”
다니엘은 안쪽을 파고 든 공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존을 제대로 파고들었어. 안쪽 제구도 완벽하다는 뜻인가?’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3마일(150km).
말린스의 데니스 감독은 김민의 완벽한 제구에 감탄사를 터트렸다.
“허! 이것 참! 제대로 들어갔군.”
“소문대로 제구가 좋은 친구입니다.”
“보스턴이 왜 고전했는지 알겠어. 저 친구의 제구는 진짜야.”
다니엘은 두 번째 공에 크게 헛스윙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김민이 던진 두 번째 공은 원바운드로 떨어지는 커브.
커브는 그가 좀처럼 던지지 않는 브레이킹볼이었다.
다니엘은 김민의 커브에 크게 헛스윙한 뒤 미간을 좁혔다.
‘커브의 낙차가 상당하잖아. 우리 팀의 폴 이상의 커브야.’
그는 이런 정도의 커브라면 주무기로 사용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커브가 주무기가 아니면 대체 뭐가 주무기인 거야?’
다니엘의 표정은 공이 들어올 때마다 어두워졌다.
“다니엘, 카운트 0-2 코너에 몰렸습니다.”
“다니엘이 바깥쪽 패스트볼을 노리고 배터 박스를 이동했지만, 킴이 그것을 간파한 모양새입니다.”
김민은 배터 박스를 이용한 전술을 이미 여러 번 경험한 바 있었다.
‘배터 박스에 바짝 붙어서 안쪽 공을 배제한다. 보스턴이 썼던 전략보다 한수 아래야.’
그는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바로 승부에 들어갔다.
‘이것으로 끝이다.’
슉!
바깥쪽 패스트볼.
이 공은 다니엘이 바라던 바로 그 공이었다.
‘브레이킹볼이 아니야! 기회가 왔어!’
그러나 그는 그토록 바라던 공이 왔음에도 그것을 외야로 밀어내지 못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강한 헛스윙.
다니엘은 헛스윙한 이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대체 뭘 던진 거야?’
그가 본 것은 무서운 속도로 떠오르는 패스트볼이었다.
‘믿기지 않아. 탬파베이에 이런 공을 던지는 투수가 있었다니…….’
중계진은 다니엘의 삼진에 목소리를 높였다.
“킴! 세 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마이애미 관중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군요!”
“이번에도 삼구삼진입니다. 플로리다 말린스 타자들. 아직 킴의 패스트볼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페코는 믿었던 다니엘마저 삼진으로 돌아서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페코마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다니엘이 페코에게 말했다.
“페코.”
페코가 미간을 좁혔다.
“다니엘, 사과 인사는 받지 않겠어.”
다니엘이 고개를 흔들었다.
“사과 인사가 아니야. 페코, 녀석은 절대 도망치지 않을 거야.”
페코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녀석이 도망치지 않는다고?”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녀석의 패스트볼은 내가 본 패스트볼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었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패스트볼이라고? 과대평가가 심하군. 혹시 그 세 사람이 다 내가 모르는 사람 아니야?”
“아니, 첫 번째 투수는 랜디야.”
페코가 다니엘의 말에 동의했다.
“음, 랜디의 패스트볼은 알고도 칠 수 없으니까. 두 번째는?”
“마스터.”
“매덕스의 투심 패스트볼을 말하는 건가?”
“맞아.”
“그렇다면…… 저 녀석의 패스트볼이 그 두 사람과 동급이란 말인가?”
다니엘이 글러브를 챙기며 말했다.
“페코, 직접 경험해 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거야.”
그는 단 한 타석만으로도 김민의 클래스를 느낄 수 있었다.
‘킴은 그냥 뛰어난 루키가 아니야. 부상만 없다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될 거야.’
다니엘은 김민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슈퍼스타 그 이상이라고 보았다.
2회 초.
탬파베이 선두 타자는 4번 타자 아울이었다.
‘100마일에 육박하는 빠른 공. 전성기 로켓맨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인가?’
그는 젊은 시절 로캣맨과 대결한 적이 없었다.
다만 선배 선수들을 통해 그의 스터프와 퍼포먼스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빠른 공, 그리고 더 빠른 공이었던가?’
배트를 세우자 초구가 날아왔다.
슈우우욱!
한가운데 빠른 공.
이 공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타자는 없었다.
‘한가운데! 놓치지 않는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백네트를 강타했다.
퍼억!
“파울!”
아울은 공을 때린 뒤, 손목에서 전해져 오는 통증에 미간을 좁혔다.
‘뭐야. 이건 마치…… 돌덩어리를 때린 느낌이야.’
고개를 돌리자 전광판의 구속이 눈에 들어왔다.
“100마일?”
전광판에는 100마일(161km)이라는 구속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블루! 이번 경기 처음으로 100마일을 넘겼습니다!”
“블루도 킴 못지않게 컨디션이 좋은 것 같습니다. 100마일, 정말 대단합니다.”
중계진은 물론 관중들까지 블루의 100마일에 흥분했다.
“블루! 다시 한번 보여 줘!”
“메이저리그 최고는 너다!”
“진짜 100마일이 나왔어!”
아울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후흡.”
‘긴장하지 말자. 98마일(158km) 이상 공을 처음 접하는 것도 아니잖아. 아무리 빨라도 사람이 칠 수 없는 공을 던지진 않아.’
배트를 세우자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하나 그리고 둘인가?’
타이밍은 이미 패스트볼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은 초구와 정반대의 공이었다.
‘커브?’
위에서 떨어지는 공이 긴 호를 그렸다.
‘틀렸어.’
아울이 체념한 순간 배트가 크게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이반 감독은 아울의 헛스윙에 미간을 좁혔다.
“아울이 칠 수 없다면…… 다른 타자도 칠 수 없을 것 같군.”
그는 아울이라면 어떻게든 블루를 공략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블루의 공이 너무 좋습니다.”
코스타 타격 코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울이 허공을 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블루는 탬파베이가 자랑하는 4번 타자 아울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주먹을 쥐었다.
“좋았어!”
그의 포효에 관중들이 열광했다.
“K! K! K!”
외야에는 벌써 3개째 대형 플랜카드가 걸렸다.
“블루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다음 타자는 5번 그렉스입니다.”
“노장인 그렉스로서는 블루의 빠른 공이 부담스러울 겁니다.”
그렉스는 배터 박스에 들어선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배트 스피드가 줄어든 노장에게 100마일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은 마구와 같았다.
‘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인가?’
그의 느려진 배트 스피드로는 공을 보고 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렉스가 패스트볼을 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이 투수의 손끝을 떠나기 전 배트를 내는 것이었다.
‘타이밍을 읽고 그 타이밍에 맞춰 배트를 낸다.’
그는 이를 위해서 대기 타석에서 입으로 타이밍을 잡았다.
‘하나 하고 둘. 공은 둘에 바로 들어온다.’
배트를 세우자 공이 날아왔다.
슉!
블루의 초구는 이번에도 빨랐다.
‘둘!’
그렉스는 마음속으로 둘을 외치면서 배트를 돌렸다.
그러나 공은 그의 배트를 지나쳐 포수 미트에 꽂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예측 타법으로 블루의 패스트볼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헛스윙이었다.
“블루! 97마일(156km) 패스트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습니다.”
“이번 공은 구속을 조금 낮췄군요. 그렉스의 느린 배트 스피드를 의식한 것 같습니다.”
그렉스는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을 보곤 속으로 혀를 찼다.
‘노인네를 상대로는 전력투구가 필요 없다는 거군.’
그는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오프 시즌 훈련량으로도 나이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야.’
김민은 더그아웃이 아닌 불펜에서 가볍게 몸을 풀며 다음 이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킴, 2회부터 이렇게 몸을 풀어도 괜찮겠어?”
불펜 포수 라몬의 물음에 김민이 답했다.
“경기 전에 비가 와서 기온이 낮아. 몸을 덥혀두지 않으면 제구가 엇나가고 말 거야.”
그는 차가운 날일수록 체온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볼티모어 전에서 무너진 것은 그라운드 컨디션도 있지만, 체온 관리에 실패한 내 탓도 있다.’
라몬이 미트에 공을 빼며 말했다.
“이런…… 그렉스도 당한 모양이군.”
“블루는 영감님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젊어.”
김민은 탬파베이가 쉽게 점수를 뽑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승부가 나는 것은 아마 5회 이후이겠지.’
경기는 그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블루! 삼진 2개를 뽑으며 무실점으로 2회 초를 마무리합니다.”
“양 팀 에이스가 등장한 만큼, 오늘 경기는 투수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탬파베이는 AK. 블루를 상대로 출루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2회 말.
홈팀 플로리다 말린스의 첫 타자는 4번 타자 페코였다.
“페코! 파이팅!”
“부탁한다! 페코!”
“멋진 홈런 보여 줘!”
홈팬들은 4번 타자의 등장에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페코의 귀에는 그 응원이 들리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다니엘의 말과 김민의 도발이 뒤섞여 있었다.
‘최고의 패스트볼이라고? 그런 걸 녀석이 가지고 있을 리가 없잖아. 녀석은 그저 제구가 뛰어난 비겁자라고. 아니야. 녀석이 1회 보여 준 퍼포먼스는 비겁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뛰어났어.’
그는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한 채 배트를 들었다.
김민은 평소와 달리 몇 번씩 사인을 고쳐가며 사인을 교환했다.
페코는 그 모습을 보고 김민이 유인구를 던질 것이라 확신했다.
‘정면 승부를 권하는 포수의 말을 거절하고 있어. 녀석의 초구는 분명 빠지는 공이야. 역시 녀석은 비겁자였어!’
그는 배트를 조금 느슨하게 잡았다.
‘어차피 볼이라면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지.’
다음 순간 초구가 날아왔다.
슉!
바깥쪽 빠른 공이었다.
페코는 패스트볼을 보고도 배트를 움직이지 않았다.
‘패스트볼이라고 해서 속으면 안 돼. 어차피 스트라이크존에서 하나 정도 빠지는 공이다.’
그러나 김민이 던진 패스트볼은 코너를 정확히 공략했다.
파앙!
“스트라이크!”
주심의 목소리에 페코가 눈을 깜빡였다.
‘스트라이크라고? 유인구가 아니라?’
그가 주심에게 고개를 돌리자 주심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확실히 들어왔어.”
페코는 말없이 시선을 김민에게 향했다.
“저 녀석…….”
김민은 그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걸려들었군.’
그는 페코가 다혈질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페코, 날 상대로 심리전을 건 게 실수야.’
김민의 옅은 미소는 페코를 더욱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비웃고 있잖아! 녀석이 날 속였어!’
김민은 페코의 사나운 눈빛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음 공은 이게 좋겠어.’
그는 그립을 고쳐 잡은 뒤, 두 번째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갔다.
슈욱!
손끝을 떠난 공이 바깥쪽을 향했다.
얼핏 보면 초구와 똑같은 공이었다.
‘바깥쪽 패스트볼? 공을 아예 부셔 주지!’
페코는 거칠게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나 이번 공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스플리터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페코는 크게 헛스윙한 뒤 목소리를 높였다.
“제길! 스플리터잖아!”
그는 심리전에서 김민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킴! 순식간에 페코를 상대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습니다.”
“운영의 마술사가 마이애미에서 화려한 공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말린스,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아차’하는 순간 이닝이 끝나 버릴 겁니다.”
페코는 자신이 코너에 몰렸음을 깨닫곤 배트를 짧게 잡았다.
‘홈런이 문제가 아니야. 이대로 가다가는 삼구삼진이야. 녀석에게 너무 많이 휘둘렸어.’
홈런 예고를 했던 패기는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페코는 삼구삼진만은 당할 수 없다는 듯 배트를 짧게 잡았다.
김민은 페코의 손 위치가 바뀐 것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모양이군. 하지만 페코, 너무 늦었어.’
그는 그립을 고쳐 잡곤 미트를 향해 강하게 공을 던졌다.
슉!
빠른 공이 높은 코스로 날아갔다.
‘하이 패스트볼?’
페코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배트를 움직였다.
‘잘만하면 내야를 뚫을 수도…….’
배트가 어깨까지 내려온 순간이었다.
공이 앞으로 길게 뻗으면서 그의 배트를 지나쳐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크게 헛스윙한 페코가 눈을 깜빡였다.
‘다니엘의 말대로야! 녀석의 패스트볼은 랜디와 동급이야.’
삼구삼진.
게다가 마지막 공은 패스트볼.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
그러나 페코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패배의 아픔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저 공을 칠 수 있지?’
페코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내내 ‘패스트볼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만을 생각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다니엘이 물었다.
“페코, 봤어?”
페코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봤어.”
“어때?”
“대단하더군. 공이 빛처럼 앞으로 뻗었어.”
다니엘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 말을 받았다.
“뻗었다고? 내가 본 것은 위로 떠오르는 공이었는데…….”
“그럴 리가? 확실히 뻗는 공이었어. 이렇게 말이지.”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자 뒤에 서 있던 주장 듀크가 끼어들었다.
“투수의 무브먼트는 항상 일정하지 않아. 아마 두 사람에게 던진 공이 각각 무브먼트가 달랐을 거야.”
페코가 듀크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킴의 패스트볼이 두 가지 무브먼트를 보인다는 말입니까?”
“그 이상일 수도 있어.”
“그 이상이라면…….”
“패스트볼 하나만으로도 벅찬 상대겠지.”
듀크는 이미 5회 강판이라는 목표를 지운 상태였다.
“자칫 잘못하면 완봉을 내줄지도 몰라.”
경기는 아직 2회 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듀크는 완봉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상황은 그만큼 좋지 않았다.
다니엘이 목소리를 높였다.
“듀크, 녀석도 사람입니다. 7회가 되면 힘이 떨어질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녀석의 무기는 패스트볼만이 아니야. 다니엘, 아까 커브 어땠지?”
다니엘이 미간을 좁혔다.
“솔직히 말해 폴의 그것보다 좋았습니다.”
“내 생각도 그래, 녀석은 거의 모든 구종을 A급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야.”
말린스 타자들은 듀크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런 투수가 메이저리그에 존재한단 말입니까?”
듀크가 시선을 그라운드로 돌리며 말했다.
“그런 투수가 바로 지금 우리 눈앞에 있어.”
다음 순간 김민이 5번 타자 숀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섯 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킴이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 주는군요. 블루의 100마일 이상의 퍼포먼스입니다!”
말린스 타자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얼마나 터무니없었던 것인지를 깨달았다.
“저런 투수를 5회 이전에 강판시킨다고?”
“빌어먹을 완봉이나 면하면 다행이군.”
김민은 6번 타자 탈리슨까지 삼진으로 잡아내며 여섯 타자 연속 삼진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