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11화 (111/296)

111화 4월의 MVP 02

시애틀 매리너스가 116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공수의 조화가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2 시즌 시애틀 매리너스는 2001시즌과 달리 공수에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공격이 잘 풀리는 날은 수비가 말썽이었고, 투수가 호투하는 날은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팬들은 이 모든 것이 폴만 감독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 말했지만, 시즌 116승을 달성한 감독이 무능할 리는 없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시애틀 매리너스의 부진을 보고 승자의 저주라고 말하곤 했다.

“시애틀은 지난해 너무 달린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겁니다. 116승, 위대한 기록 중 하나죠. 월드시리즈 우승보다 더 힘든 기록일 겁니다. 그러나 위대한 기록은 대가를 치루기 마련입니다. 시애틀이 겪고 있는 후유증은 월드시리즈 이상일 겁니다.”

물론 다르게 해석하는 전문가도 존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천 안타를 친 박스는 시애틀의 부진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 시애틀의 116승이 몬스터 시즌이라고 생각합니다. 몬스터 시즌을 기록한 타자나 투수가 다음 시즌 평균으로 돌아가는 것을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전 시애틀이 그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부진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시애틀 프런트도 어느 정도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시애틀의 성적은 예상보다 훨씬 심한 것이었다.

“오늘 패하면 스윕이야.”

“탬파베이에게 스윕을 당한다면 지구 2위도 위험해집니다.”

“지구 2위가 뭔가? 3위도 위험해.”

선수들 못지않게 프런트와 코칭 스탭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스윕을 끊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오늘 탬파베이의 선발 투수는 김민이었다.

김민은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킴 말이군. 지난 시즌보다 더 잘 던지던데…….”

“그래도 공략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닙니다.”

“어떻게 공략하면 좋을까?”

“패스트볼 위주로 공략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타자에게도 하나쯤은 던진다는 그 공말인가?”

“그렇습니다.”

보스턴이 그랬듯 시애틀도 김민의 패스트볼을 노렸다.

하지만 김민의 패스트볼은 그렇게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1회 말.

이치로가 특유의 준비 동작과 함께 타석에 들어섰다.

시애틀 팬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뉴욕 팬들이 데릭 지터에게 거는 기대 못지않았다.

“안타!”

“부탁한다! 이치로!”

“너밖에 없다!”

이치로는 경기 전 95마일(153km) 이상 빠른 공만 30개 이상 배팅하며 타이밍을 가다듬었다.

‘초구다. 초구를 놓치면 첫 타석은 가망이 없다.’

그는 배트를 바짝 세웠다.

슉!

김민의 초구.

역시 빠른 공이었다.

‘94마일(151km) 정도인가? 이 정도 구속이라면 가능하다.’

이치로의 배트가 바깥쪽 코너를 노리는 패스트볼을 튕겨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빠르게 그라운드를 굴렀다.

‘문제는 없다. 완벽하게 맞았어.’

이치로의 발이라면 충분히 세이프가 될 수 있는 코스.

하지만 유격수 브라이튼의 수비 위치는 평소와 달랐다.

그는 2루와 3루 사이가 아닌 마운드 쪽으로 내려와 있었다.

“브라이튼, 타구를 중간에서 잡아 1루에 송구!”

이치로는 전력으로 뛰었지만, 발로 공을 이길 수는 없었다.

“아웃!”

1루심의 아웃 판정과 함께 해설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이튼! 마치 공이 이곳으로 올 줄 알았다는 듯한 수비입니다. 탬파베이 시프트가 이치로마저 막아 냈습니다.”

유격수가 마운드 쪽으로 움직이는 수비 시프트.

이것은 김민과 록튼이 지난 밤 머리를 맞대고 짜낸 것이었다.

‘성공이야.’

록튼이 마스크를 벗곤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이튼! 나이스 플레이!”

브라이튼은 오른손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미소를 지었다.

“록튼, 언제든 맡겨 달라고.”

그는 부진한 유칼리스를 대신해 주전 자리를 꿰찬 상태였다.

코스타 타격 코치는 브라이튼의 가세로 팀 타격이 더욱 좋아졌다고 말했다.

“수비에서는 아직 유칼리스가 나을 거야. 하지만 타격은 모든 면에서 브라이튼이 유칼리스를 압도하고 있지. 유칼리스는 배터 박스에서 브라이튼의 상대가 되지 못해.”

현재 오직 레이먼드 수비 코치만이 유칼리스의 선발 출장을 지지하고 있었다.

“보기 좋게 당했군.”

이치로는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면서 김민의 바깥쪽 패스트볼이 함정임을 깨달았다.

‘킴은 내가 배트를 낼 줄 알고 그곳으로 패스트볼을 던진 거야.’

그는 바깥쪽 코너로 공이 올 경우, 2, 3루 사이를 노리고 땅볼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브라이튼이 펼친 시프트는 바로 이것을 노린 것이었다.

지난밤.

김민은 록튼에게 이치로의 내야 안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치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120% 활용하는 타자지.”

“장점이라면 배트 컨트롤을 말하는 건가?”

김민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이치로의 장점은 좌타자란 것과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 이 두 가지 장점이 시너지를 일으켜서 지금의 이치로를 만들어 냈어.”

“음? 그게 어떻게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거야?”

김민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좌타자는 1루 베이스까지 가는 거리가 우타자보다 짧아. 우타자가 접전을 벌이는 타구라면 좌타자는 세이프란 말이지. 게다가 이치로의 빠른 발은 이 거리를 더욱 좁혀주지. 이 두 가지 무기를 가지고 2, 3루 쪽으로 공을 굴린다면…….”

록튼이 김민의 말을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클리어가 넉넉히 아웃될 타구를 이치로는 내야 안타로 만들어 버린다. 이 말인가?”

클리어는 보스턴의 테이블 세터였다.

김민이 타격 분석표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시애틀과 싸움은 이치로를 막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

탬파베이는 시애틀을 상대로 2승을 거두었지만, 이치로를 완벽히 봉쇄하진 못했다.

이치로는 2경기에서 7타수 3안타 타율 0.428을 기록했다.

록튼이 혀를 차며 그 말을 받았다.

“이치로를 봉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면, 내가 그 고생을 하지 않았을 거야.”

이치로는 지난 2경기에서 2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록튼을 괴롭힌 바 있었다.

여러 가지 수비 방안을 제시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김민이 노트에 동그라미를 그린 것은 그때였다.

그는 유격수에 동그라미를 그린 뒤, 마운드 쪽으로 화살표를 그었다.

“마운드 쪽으로 유격수를 이동시키는 게 좋겠어.”

“왜 3루수가 아니고? 유격수?”

“3루수 안데르센은 수비가 약하잖아. 갑작스러운 수비 위치 변화와 빠른 땅볼 타구가 실책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

록튼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하지만 이 수비 시프트는 2루 베이스 쪽이 완전히 빈다고.”

“그쪽으로 공이 가는 일이 없도록 할 거야.”

록튼이 물었다.

“킴, 그게 가능하겠어?”

“아마도.”

김민은 리스크가 없이 이치로를 막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치로가 내야 안타를 노린다면 이 시프트에 걸려들게 될 테지.’

다음 날.

김민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졌다.

이치로는 내야 안타를 노렸고, 그가 펼친 그물에 완벽히 걸려들었다.

폴만 감독은 이치로의 타격 스타일이 상대에게 간파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치로가 분석되었군.”

수석 코치도 그것을 인정했다.

“탬파베이 전럭분석팀이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2, 3루 방향의 내야 안타가 봉쇄된 이치로.

폴만 감독은 타율이 적어도 3푼 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최고의 창이란 말이 무색해지겠군.”

“마이크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치로까지 막힌다면 어려운 경기가 될 겁니다.”

2번 타자 마이크.

그는 지난 시즌 이치로와 함께 시애틀 클린업에 무수한 타점 기회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마이크의 득점 생산성은 지난 시즌의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민은 그 이유를 안쪽 공에서 찾았다.

‘마이크의 안쪽 포지션 타율은 지난 시즌보다 2푼이 더 떨어졌어. 이는 배트 스피드가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기 때문이야.’

어째서 마이크의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는지는 김민도 알 수 없었다.

오프 시즌 동안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감춰 두었던 부상이 수면 위로 부상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마이크는 안쪽이라는 약점을 가진 채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2번 타자 마이크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김민은 초구부터 안쪽을 공략했다.

슉!

“스윙 스트라이크!”

마이크는 김민의 초구를 노렸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제길…… 오늘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해설자는 마이크가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며 어깨가 열리는 시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김민 역시 그의 어깨가 빨리 열렸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깨가 일찍 열린다는 것은 패스트볼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느려진 배트 스피드에 압박감까지 마이크에게는 악조건뿐이군. 여기서 커브를 던지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할 거야.’

슉!

예상대로 그의 커브는 마이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커브라고?’

마이크는 김민의 커브를 커트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탁!

배트에 빗맞은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큰 바운드를 일으켰다.

“2루수 칼튼이 달려와 공을 처리합니다!”

‘이렇게 아웃될 수 없어.’

마이크는 슬라이딩까지 하며 의지를 보였으나 넉넉하게 아웃이 되고 말았다.

“킴, 시작이 좋습니다. 공 3개로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경기와 달리 삼진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투구 스타일을 바꿨기 때문일까요?”

김민의 원래 투구 패턴은 삼진보다는 효율이 맞춰져 있었다.

보스턴전과 그 이후 토론토전에서 삼진이 많이 나온 것은 배트에 공을 맞추는 것보다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3번 타자 덴 타석에 들어섭니다.”

“덴이 4번 타자 브렛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해설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덴이 타격을 했다.

딱!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머리 위로 날아갔다.

“큽니다!”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김민과 수비수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덴의 타구가 펜스를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잡혔어.’

‘소리는 컸지만, 이건 넘어갈 수 없는 공이야.’

위치를 이동한 머레이가 글러브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공이 그의 글러브에 들어왔다.

팡!

“아! 덴의 타구가 끝까지 뻗지 못하고 머레이에게 잡힙니다.”

“시애틀의 1회 말 공격! 허무할 정도로 빨리 끝나고 마는군요. 헨리가 휴식 시간도 갖지 못한 채 마운드에 복귀합니다.”

김민이 1회를 마치는 데 사용한 공의 수는 4개에 불과했다.

브렛은 김민의 호투에 어금니를 꽉 물었다.

‘킴, 잘난 척하는 건 지금뿐이다!’

2회 말.

브렛은 시애틀의 첫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기합이 들어가 있었다.

‘끝내버리겠다!’

배트가 공을 부술 기세로 나아갔다.

하지만 공은 기세로 치는 것이 아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힘이 잔뜩 들어간 브렛은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브렛, 크게 헛스윙합니다!”

“홈팬들이 아니라면 한바탕 크게 웃었을 순간이군요. 브렛, 어깨에 힘을 빼야 합니다.”

시애틀 홈팬들은 브렛의 헛스윙에 미간을 좁혔다.

“좀 제대로 하라고.”

“오늘 패하면 스윕이야!”

“브렛, 너마저 그러면 누굴 믿어야 하는 거야?”

브렛이 얼굴을 찡그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나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이렇게 있는 힘을 다하는 거라고!’

김민은 시애틀 타자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다들 연패란 멍에 때문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타자를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인지 오브 페이스였다.

그는 브렛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두 번째 헛스윙을 끌어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연속 헛스윙.

그것을 본 이치로가 혀를 찼다.

‘킴이 브렛을 완전히 가지고 노는군.’

지난 시즌 브렛은 시애틀을 대표하는 강타자였다.

하지만 지금 브렛은 김민의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는 손오공에 불과했다.

탁!

“브렛, 세 번째 공을 파울로 만들어 냅니다.”

“일단 삼진은 면했습니다. 하지만 공을 따라가는 스윙으로는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좋은 타격을 묘사하는 말 중 받쳐놓고 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원하는 구종을 기다렸다가 칠 때, 나오는 말로 좋은 선구안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타격이었다.

브렛의 오늘 타격은 이와 정반대였다.

그는 김민이 던지는 모든 공을 따라다니면서 어떻게든 배트에 맞추려 하고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결국 스플리터에 삼진.

브렛은 4번 타자로서 체면을 완전히 구기고 말았다.

“지난 시즌 40홈런을 친 4번 타자가 허무하게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킴의 스플리터가 정말 멋지게 들어왔습니다. 구속도 환상적입니다. 90마일(145km)까지 찍혔습니다.”

김민은 브렛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모자를 고쳐 썼다.

‘시애틀 같은 강팀이 이렇게 무너질 수도 있는 건가?’

그는 나머지 두 타자도 범타로 처리하곤 이닝을 마쳤다.

“킴, 2이닝을 깔끔하게 막아 냅니다.”

“전 투구수 14개가 아주 인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민이 완벽히 시애틀 타선을 막는 사이 탬파베이 타선이 힘을 냈다.

3회 초 1점, 4회 초 2점.

탬파베이 공격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3-0으로 벌어져 있었다.

“탬파베이가 오늘도 리드를 잡습니다.”

“3점의 리드,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킴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벼워 보이지 않습니다.”

중계진의 말대로 투수가 김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3점은 작은 점수가 아니었다.

시애틀 코칭 스탭은 경기 초반부터 고민에 빠졌다.

“패스트볼을 노리는 전략이 간파당한 것 같군.”

“초구 패스트볼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폴만 감독의 물음에 타격 코치가 대답했다.

“지금 와서 전략을 수정할 수도 없습니다. 일단 선수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말.

폴만 감독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공략할 방법이 있었다면 보스턴이 10이닝 완봉승을 당하진 않았겠지.’

4회 말.

이치로가 첫 타자로 나왔지만 우익수 플라이에 그치고 말았다.

그는 홈스에게 잡힌 공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역시 당겨서 좋은 타구를 만드는 것은 무리인가?’

평범한 투수라면 모를까?

완벽한 제구력을 자랑하는 김민을 상대로 당겨서 장타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치로가 땅볼 안타가 아닌 장타를 노리게 된 것은 김민이 고안한 시프트 때문이었다.

‘시프트로 내야 안타를 막고 구위로 장타를 누른다. 이것을 깨기 위해서는 타구를 2루 베이스 쪽으로 보내거나 구위를 깰 수 있는 배트 스피드가 필요해.’

그는 아직 김민과의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이스 피칭!”

“고마워, 록튼.”

김민은 이치로의 조금 전 타구를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치로가 그물에 제대로 걸렸어. 시프트를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평소의 스윙과 거리가 멀어질 거야.’

이치로는 자신의 스윙을 지키기 위해 매일 같은 행동과 식단을 반복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시프트를 의식한 뒤로 그의 스윙은 평소 그것보다 커지고 말았다.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하는 타자가 그 밸런스를 잃어버렸어. 좋은 타구가 나온다면 그게 바로 이상한 일이야.’

폴만 감독은 이치로가 두 번이나 막히는 것을 보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치로까지 막히면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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