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10화 (110/296)

110화 4월의 MVP 01

“아메리칸 리그 이주의 선수는 바로 킴입니다!”

“킴이라면 받을만 하죠.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상대로 10이닝 완봉승을 따냈으니까요.”

“밥은 어떻게 보십니까?”

세 명의 메이저리그 패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밥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 주 3개의 홈런을 쳐낸 제레미도 대단하지만, 10이닝 완봉승과 7이닝 1실점으로 17이닝 1실점을 기록한 킴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은 얼굴의 페티가 밥의 의견에 힘을 더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킴의 이번 주 퍼포먼스는 외계인 이상이었습니다.”

탬파베이는 김민의 대활약에 힘입어 보스턴 시리즈를 2승 1패 위닝 시리즈로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4월 22일 현재.

탬파베이는 1게임 차이로 2위 보스턴을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이번 주 킴과 탬파베이가 상대하게 되는 팀은 시애틀 매리너스입니다.”

“지난 시즌 아메리칸 리그 최다승 기록을 세운 팀이죠. 하지만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보다 못합니다.”

“그래도 탬파베이보다는 훨씬 강력합니다. 킴이 시애틀을 상대로 멋진 피칭을 보여 준다면 이달의 선수 수상이 유력합니다.”

“1점대 평균 자책점에 월간 5승이라면 충분하겠죠.”

김민은 10이닝 완봉승 이후 지명도가 한층 올라갔다.

탬파베이 팬들은 그가 탬파베이 선수 최초로 아메리칸 리그 월간 MVP에 뽑히길 기대하고 있었다.

* * *

4월 25일.

탬파베이는 시애틀 원정 시리즈에 들어갔다.

이번 시즌 탬파베이와 시애틀은 처음 맞붙는 것이었다.

“시애틀은 앞서 말한 것처럼 하락세에 있다. 하지만 방심은 곤란하다. 그들은 뛰어난 테이블 세터와 강력한 중심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방망이는 지난 시즌과 같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투수진 정도인데…….”

코칭 스탭은 시애틀의 지난 시즌 전략과 이번 시즌 플레이를 비교 분석하며 꼼꼼하게 공략 방법을 설명했다.

꼼꼼한 브리핑 덕분이었을까?

탬파베이는 1차전을 짜릿한 1점 차 승리로 장식했다.

스코어는 다음과 같았다.

탬파베이 5:4 시애틀

이날 승리 투수가 된 것은 설리반이었다.

그는 7이닝 동안 4실점으로 버텼고, 불펜진이 나머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

“설리반도 이제 3승이군.”

“지난 시즌 승수를 단 1달 만에 따라잡았어.”

“킴은 어떻고?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면 한 달에 5승이라고.”

4월 한 달 동안 5승, 이를 단순 계산하면 시즌 30승 페이스가 나왔다.

김민이 손을 내저으며 라커룸을 닫았다.

“스미스, 아직 이긴 게 아니잖아. 우리나라 속담에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말이 있어.”

“그게 뭔데?”

“복권은 당첨 뒤에 기뻐하라는 말이야.”

스미스는 록튼의 백업 포수로 선발과 교체를 합해 9경기 41이닝을 출장하고 있었다.

그에 대한 코칭 스탭의 평가는 ‘무난하다.’였다.

“그래도 킴이라면 이길 거야.”

스미스는 김민을 그 어떤 투수보다 높게 보고 있었다.

볼튼이 살짝 말머리를 바꿨다.

“내일은 부르스가 선발이지?”

“그래.”

부르스는 시즌을 4선발로 시작했지만, 부진이 거듭되면서 설리반에게 4선발 자리를 내주고 5선발로 밀려난 상태였다.

그는 블렛소 투수 코치와 복도에서 마주했다.

“부르스, 내일 경기는 정말 중요해.”

부르스의 표정은 비장했다.

“알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내일 경기에서 부진하면 홀먼이 자네를 그냥 두지 않을 거야.”

부르스는 현재 탬파베이 선발 투수 중 가장 나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홀먼 단장은 그를 불펜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다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겠습니다.”

“부르스…… 그렇게까지…….”

“5경기 연속 등판을 망치고 선발 로테이션에 남는다면 다른 투수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겁니다.”

부르스는 한때 탬파베이의 1선발이자 에에스를 맡았던 선수였다.

그는 과거의 이름값으로 선발 로테이션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다.

‘실력이 안 된다면 물러나는 게 옳아.’

부르스가 등을 돌리며 말했다.

“블렛소, 내일도 제가 직접 사인을 내겠습니다. 볼튼에게 전해 주십시오.”

블렛소 투수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받았다.

“알겠네. 자네의 의견을 전하지.”

부르스는 자신의 힘으로 위기를 탈출하고자 했다.

* * *

4월 26일.

탬파베이와 시애틀의 시즌 두 번째 경기.

시애틀의 선발은 가르시아였다.

“이번 시즌 부진한 두 투수가 만났습니다.”

“가르시아는 지난 시즌 사이영상 후보까지 오른 투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시작은 좋지 않습니다. 현재 2승에 평균자책점 4.78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부르스는 어떤가요?”

“부르스는 더욱 좋지 않습니다. 시즌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3패 6.2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1회 초.

먼저 마운드에 오른 것은 가르시아였다.

딱!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공이 1, 2루 사이를 꿰뚫었다.

“2번 타자 케니히가 1사 후 안타를 만들어 냅니다.”

“가르시아, 조심해야 합니다. 탬파베이 중심타선은 지난 시즌과 다릅니다.”

지난 시즌 너무 많은 공을 던진 것 때문일까?

가르시아의 구위는 지난 시즌보다 크게 떨어져 있었다.

김민은 그가 안데르센은 몰라도 아울은 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르스에게 선취점은 큰 힘이 될 거야.’

그의 예상대로였다.

가르시아는 안데르센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아울에게 펜스 직격 2루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탬파베이 오늘도 앞서 나갑니다.”

시애틀의 폴만 감독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2아웃을 잡아 놓고 적시타를 맞았군.”

그는 지난 시즌 아메리칸 리그 최다승이란 대업을 이루었으나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함으로써 ‘정규 시즌용’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가르시아, 그렉스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칩니다.”

가르시아의 시작이 삐걱이라면 부르스의 시작은 와장창이었다.

그는 이치로에게 3루타를 내준 뒤, 연속 3안타를 맞으면서 아웃 카운트 없이 2점을 내주고 말았다.

이반 감독은 무너지고 있는 부르스를 보곤 블렛소 투수 코치에게 고개를 돌렸다.

“불펜을 가동하게.”

“벌써 가동하는 겁니까?”

“아웃 카운트 없이 2실점이야. 이 이상 무너지는 건 부르스 본인에게도 좋지 않아.”

록튼과 수비수들은 극단적인 시프트를 펼치며 어떻게든 시애틀 타선을 막아 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펜스 상단을 맞고 나오는 공을 머레이가 캐치합니다.”

“부르스 다시 한 점을 더 내주는군요. 아웃 카운트 하나 잡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일까요?”

부르스는 3점을 내준 뒤 간신히 아웃 카운트를 잡았지만, 다시 주자를 내보내며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하나 더 맞으면 강판이야.”

에두아르도는 같은 베테랑으로서 부르스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직 물러날 나이는 아닌데…….’

딱!

날카로운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총알처럼 날아갔다.

“브라이튼! 멋진 수비입니다!”

“저 타구를 더블 플레이로 연결하다니, 제가 마크라면 허탈할 겁니다.”

부르스는 브라이튼의 호수비 덕분에 실점을 3점에서 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코칭 스탭의 평가는 최악이었다.

“벼랑 끝에 섰군.”

“다음 이닝도 걱정입니다.”

2회 초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 렉터가 불펜을 찾아왔다.

“렉터? 무슨 일이야?”

불펜 코치의 물음에 렉터가 대답했다.

“킴을 찾아왔습니다.”

김민은 더그아웃이 아닌 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찾아왔다는 렉턴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렉터가 왜 날 찾아온 걸까?’

렉터는 몸을 풀고 있는 투수들을 돌아 김민에게 다가왔다.

“킴,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무슨 일이지?”

“부르스에 관한 것이야.”

김민은 렉터가 부르스와 단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렉터가 친구를 돕기 위해 나섰군.’

김민이 두 손을 들며 말했다.

“부르스에게 조언하는 것이라면 난 두 손을 들었어. 보스턴전 때도 부르스는 내 말을 듣지 않았지. 지금 말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거야. 차라리 블렛소에게 가는 게 낫지 않겠어?”

렉터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건 킴이 직접 말했기 때문이야.”

“내가 직접 말했기 때문이라고?”

“부르스는 자존심이 대단히 강한 투수 중 한 명이야. 2년 차인 킴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거야.”

김민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렉터,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이야?”

“내게 조언을 해 줘. 그럼 내가 부르스에게 그것을 그대로 말하겠어.”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그래.”

김민이 짧게 물었다.

“그래서 내가 얻는 이득이 뭐지?”

그는 이 물음에 렉터가 멈칫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렉터는 바로 대답을 내놓았다.

“가을 야구.”

“가을 야구라고?”

“킴, 네가 야망이 큰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어. 20승, 2점대 평균자책점…… 이런 개인 기록만 원하는 게 아니잖아. 리그 챔피언십, 더 나아가 월드시리즈 반지를 원하고 있는 것 아니야? 그렇다면 부르스의 부활이 반드시 필요할 거야.”

김민은 렉터가 의외로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부르스가 부활해서 자리를 잡게 되면 분명 가을 야구에 도움이 될 테지. 그건 그렇고…… 렉터, 날 멀리서 관찰하고 있었던 건가? 제대로 보았군.’

그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좋아. 부르스의 부활이 내 야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겠어.”

렉터의 얼굴이 밟아졌다.

“킴…….”

김민이 손을 들며 말했다.

“하지만 부르스가 부활할지 어떨지는 나도 장담할 수가 없어.”

“100%는 원하지 않아. 그런 게 있다고 믿지도 않으니까.”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알려 주지. 부르스가 부진한 이유를.”

그는 잠시 말을 쉬었다가 다시 이었다.

“부르스는 과거의 자신과 싸우고 있어. 그러나 그는 절대 과거의 자신을 이길 수 없어. 그래서 부진한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과거의 자신이라니?”

김민이 말했다.

“부상을 당한 뒤 부르스는 구속이 2마일(3km) 정도 떨어졌어.”

“그건 부르스 본인도 알고 있어.”

“아니, 부르스는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부인하고 있는 거야.”

“…….”

김민이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잠깐 내 이야기를 해 볼까?”

“킴의 이야기?”

“지난 시즌 초반과 지금의 나, 딱 2마일(3km) 구속이 올랐을 뿐이야. 한데 피칭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지.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렉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2마일 변화는 투구 스타일을 바꿔야 할 만큼 큰 변화다. 그러니, 부르스도 투구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빙고.”

“하지만 어떻게 바꾼단 말이야?”

“수비를 믿고 동료들에게 힘을 빌려야 해.”

“맞춰 잡으라는 말인가?”

김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것만이 아니야. 우선 볼 배합부터 록튼에게 맡겨야 해.”

“킴, 부르스는 5시즌 연속 자신이 직접 볼 배합을 했다고.”

김민이 말을 받았다.

“그래서 더욱 록튼에게 맡길 필요가 있어.”

“뭐라고?”

“지금 부르스의 볼 배합을 보라고, 구위로 타자를 이길 수 있었던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어. 이래서는 시프트도 무용지물이야. 부르스는 부상으로 달라진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록튼에게 볼 배합을 맡겨야 해.”

부르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하면 부활할 수 있는 건가?”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할 거야.”

렉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 내가 부르스를 설득해 보겠어.”

돌아가려는 그를 김민이 불렀다.

“렉터.”

“킴?”

“한 가지가 더 있어.”

“한 가지?”

“투심을 많이 쓰라고 해. 록튼에게는 내가 이미 말을 해 두긴 했지만…….”

김민은 포심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내리누르기보다는 투심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렉터는 김민의 세심한 조언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킴, 고마워.”

김민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가을 야구에 가야지.”

“물론이지.”

2회 말.

부르스는 렉터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그는 진심 어린 벗의 충고를 흘려들을 만큼 엇나간 인간이 아니었다.

“알겠어. 투수의 공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포수의 말을 들으라는 말이지?”

“그래, 좋지 않을 때는 그게 제일이야.”

렉터는 나름 이유를 덧붙여서 부르스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부르스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 록튼은 불러 볼 배합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부르스, 그게 정말이야?”

“공이 좋지 않을 때는 포수를 믿고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렉터가 그랬어.”

록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오늘 경기는 내게 맡겨 줘.”

잠시 뒤, 시애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딱!

배트 중앙에 맞은 공이 그라운드를 빠르게 굴렀다.

“세일의 빠른 타구! 하지만 안데르센이 이미 3루 베이스에 다가와 있습니다.”

“탬파베이의 시프트가 또다시 상대 팀의 안타를 빼앗아내는군요.”

록튼이 시프트를 철저하게 이용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부르스는 좋은 타구를 내주었지만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시애틀 주자를 2루까지 보냈지만, 끝내 득점에 실패합니다.”

3회에도 4회에도 시애틀은 주자를 내보냈지만,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그사이 탬파베이가 3-2로 추격해 왔다.

“오늘 경기 뜨겁습니다!”

“어제 경기 못지않군요. 탬파베이와 시애틀, 막상막하입니다.”

시애틀 팬들은 탬파베이가 자신들과 같은 수준이라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막상막하? 탬파베이 따위에 휘둘리지 말라고!”

“우리 목표는 양키스와 보스턴이야! 어서 따돌려 버리라고!”

그러나 시애틀 선수들의 플레이는 팬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힘들었다.

부르스는 5회 1점을 더 내줬지만, 강판되지 않고 6이닝을 버텼다.

“부르스, 1회 크게 흔들렸지만 6이닝 4실점으로 오늘 투구를 마무리합니다.”

“2회부터 볼 배합을 바꾼 것이 주요했습니다.”

시애틀 팬들은 꾸역꾸역이라고 그의 투구를 흠잡았지만, 6이닝 4실점이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부르스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렉터가 달려가 주먹을 내밀었다.

“나이스 피칭.”

“조언 고마워.”

렉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르스, 이번 시즌은 반드시 가을에 야구하자.”

“가을 야구?”

부르스에게 가을 야구는 생소한 단어였다.

그러나 그는 친구의 장단에 말을 맞췄다.

“그래, 가을에 쉬는 건 이제 그만두도록 하지.”

7회 초.

그렉스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면서 탬파베이가 동점에 성공했다.

“이제 스코어는 4-4 동점입니다!”

“가르시아를 너무 길게 끌고 간 게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에이스의 자존심을 배려한 것일까?

시애틀은 흔들리는 가르시아를 끝까지 내리지 않았다.

그 결과 경기는 되돌릴 수 없는 곳까지 흘러가고 말았다.

탬파베이 6:4 시애틀

7회 초에만 4점을 뽑은 탬파베이는 시애틀을 2점 차로 앞서 나갔다.

“탬파베이 필승조를 투입합니다.”

7회 말 안드레, 8회 말 볼튼, 9회 말 로버트.

탬파베이는 세 명의 불펜 투수를 모두 가동해 경기를 끝내버렸다.

“헛스윙 삼진입니다! 탬파베이! 시애틀을 누르고 3연승을 이어갑니다!”

“치열했던 경기가 이렇게 끝이 나는군요. 시애틀로서는 에이스 가르시아의 부진이 크게 아쉬울 것 같습니다.”

최종 스코어 6-4 탬파베이 승리.

시애틀은 2연패, 탬파베이는 3연승이었다.

“시애틀 매리너스, 이제 스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최다승 타이 116승에 빛나는 시애틀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시애틀 팬들은 모든 것이 폴만 감독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폴만 감독이 문제야.”

“맞아, 오늘도 투수 교체가 틀렸다고, 가르시아를 일찍 내렸다면 이렇게 경기가 허무하게 끝나지 않았을 거야.”

“대타 타이밍은 어떻고? 8회에 봤어? 볼튼을 상대로 패스트볼에 약한 하우저를 내더라고.”

그러나 감독 한 명의 잘못으로 116승 팀이 이렇게까지 미끄러지지는 않았다.

팀의 주장이자 4번 타자인 브렛이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을 모았다.

“오늘 우린 정신 나간 경기를 했다! 흔들리고 있는 노장 투수를 공략하지 못한 채 질질 끌려갔고, 결국 승리를 헌납하고 말았다. 이런 플레이는 더 이상 이어져선 안 된다. 내일 지면 4연패, 지구 3위로 추락하게 된다. 116승 팀의 몰락이란 타이틀이 보고 싶지 않다면 내일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주장의 말에 고참 선수들이 힘을 보탰다.

“탬파베이에게 스윕이라니 있을 수 없지!”

“맞아, 탬파베이 정도는 그라운드에서 KO시켜 버리자고.”

잇단 고참들의 외침에 선수단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치로는 통역의 말을 전해 듣곤 속으로 생각했다.

‘킴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 중 한 명이다. 기합이나 기분만으로 넘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그는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는 김민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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