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위기에서 빛나는 별 04
“보스턴 레드삭스 모처럼 잡은 기회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건 보스턴에게 큰 타격이 될 겁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스턴이 좋은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페드로가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라운드로 향하는 노라가 남긴 한마디.
반헬 투수 코치는 마른침을 삼켰다.
‘팽팽한 경기에서 나온 벤치의 실책. 분명 좋은 흐름은 아니다. 설마 페드로가 여기서 무너지는 것은 아니겠지?’
6회 말.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첫 타자 록튼이 볼넷으로 1루에 나갔다.
“페드로가 볼넷이라니, 그것도 포수에게 말이야.”
“보스턴의 지난 공격 실패가 페드로의 멘탈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군.”
기자들은 페드로도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외계인도 지구에 오래 있으면 우리와 같아지는 거라고.”
“그래도 아직 점수를 내준 것은 아니야. 조금 더 지켜보자고.”
“여기서 점수를 주면 오늘 경기는 그대로 끝나고 말 거야.”
무사 1루.
페드로는 로진백을 만지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현재 투구수가 64개, 이번 회를 10개 안에서 막아 낸다고 해도 74개, 앞으로 3이닝이 한계인가?’
위기를 겪지 않고 무난하게 던진다고 해도 9회, 지금처럼 주자를 내보내며 수비가 길어진다면 8회, 실점이라도 하게 된다면 7회가 끝이었다.
‘불리한 상황이란 말인가? 쳇, 신경이 쓰이는군.’
페드로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6회 초 보스턴의 공격 실패가 아니라 탬파베이 선발 김민의 투구수였다.
김민의 투구수는 6회를 끝낸 현재 55개에 불과했다.
이변이 없는 한 그는 자신의 손으로 오늘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맞대결에서 또 한 번 패배를 당할 수는 없어.’
페드로는 다소 허들을 높여 잡았다.
“1번 타자 칼튼, 타석에 들어섭니다.”
“칼튼은 지난 타석의 삼진을 어떻게든 만회하고자 할 겁니다.”
칼튼은 가능한 배트를 짧게 잡은 뒤, 체인지업을 노렸다.
‘페드로의 써클 체인지업…… 반대쪽으로 변하는 투심이라고 생각하면 공략하기 쉬울 거야.’
슉!
초구가 빠르게 날아왔다.
‘패스트볼?’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96마일 패스트볼(154km)에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여기서 배트를 냈다가는 주자까지 죽이고 말 거야.’
칼튼은 배트를 멈추곤 공을 흘려보냈다.
파앙!
“스트라이크!”
페드로의 패스트볼은 높은 코스를 그대로 공략했다.
“페드로, 패스트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습니다.”
“칼튼, 속수무책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빼앗기는군요. 페드로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내주면 그다음은 아주 어려워집니다.”
페드로의 경우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을 때 피안타율이 0.129까지 떨어졌다.
반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했을 경우 0.213으로 2할대까지 피안타율이 올라갔다.
기자들은 페드로의 초구를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
“볼끝이 아직도 살아 있어.”
“칼튼이 공략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공이야.”
“잠깐 흔들렸지만, 다시 우리가 알고 있는 페드로로 돌아왔어.”
누군가 전광판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일찍 퇴근하긴 힘들 것 같군.”
투수전의 경우 일반적인 경기보다 경기 진행이 빨랐다.
한마디로 투수전은 평범한 경기보다 일찍 끝났다.
그럼에도 한숨을 내쉰 기자는 오늘 경기가 평균 이상으로 길어질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누군가 그의 말을 받았다.
“연장전인가?”
0의 행진의 결과가 연장전이라면 나름대로 좋은 기삿거리가 될 수 있었다.
“팬들은 좋아할 거야.”
“그렇겠지. 킴과 페드로의 연장전 승부, 이기는 쪽이 내일 ESPN 메인을 장식하겠군.”
점수를 내지 못해 연장전으로 돌입한다면 유리한 쪽은 김민이었다.
“보스턴 입장에서는 9회 안에 점수를 뽑는 게 좋겠군.”
“그건 탬파베이도 마찬가지야. 9회 안에 점수를 뽑을 수 있다면, 오늘 경기에 이길 수 있다고.”
기자들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칼튼이 번트를 시도했다.
툭!
배트 끝에 닿은 공이 3루 쪽으로 흘렀다.
“넬슨!”
“맡겨 줘!”
보스턴은 1회 번트 안타를 허용한 뒤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
덕분에 넬슨은 좋은 위치에서 번트 타구를 잡을 수 있었다.
‘2루에 던져 선행 주자를 잡을까?’
그가 2루를 보려는 순간 그렉텐이 목소리를 높였다.
“1루!”
넬슨은 포수의 콜에 따라 1루에 강하게 송구했다.
파앙!
마치 투수가 공을 던진 것처럼 강한 소리가 났다.
결과는 당연히 아웃.
“칼튼, 1루에서 아웃 됩니다.”
“하지만 1루 주자 록튼을 2루에 보내는 데 성공했군요. 이건 벤치에서 사인이 나왔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1점 승부.
희생번트 사인이 나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희생번트는 이반 감독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강공으로 포문을 열고자 했다.
“칼튼이 자신감을 잃었군.”
코스타 타격 코치가 칼튼을 변호하듯 말했다.
“칼튼은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그런가?”
“지금 칼튼의 배트 컨트롤로는 땅볼을 만들 뿐입니다. 보스턴의 내야 수비력을 감안한다면 땅볼은 더블 플레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최악을 면하기 위한 플레이.
이것은 보스턴이 6회 초 보여 준 히트앤드런과 반대 개념의 작전이었다.
“탬파베이! 1사 주자 2루입니다. 이제 안타 하나면 선취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선취점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대로 결승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2번 타자 케니히의 어깨는 무거웠다.
‘칼튼의 희생번트라. 내가 치지 못하면 안데르센은 더 어려워질 테지.’
타격 재능을 놓고 보면 안데르센이 케니히보다 위였다.
하지만 케니히가 안타를 치지 못할 경우 안데르센은 2아웃 상황에서 페드로를 상대해야 했다.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케니히가 해결하는 것이 옳았다.
‘어떻게든 친다.’
케니히는 페드로의 패스트볼에 주목했다.
‘오늘 페드로의 구속은 95마일(153km)에서 97마일(156km). 무브먼트는 여전히 심하고. 하지만 바깥쪽으로 밀어친다면 1, 2루 사이를 뺄 가능성이 없지 않아.’
슉!
빠른 공이 바깥쪽으로 날아왔다.
‘초구는 패스트볼이군.’
그는 가볍게 공을 밀고자 했다.
한데 공이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듯 흘러나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케니히가 패스트볼이라고 생각했던 공은 바로 슬라이더였다.
“페드로,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았습니다.”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볼 배합을 가져가는 것 같습니다.”
경기 중 볼 배합을 바꾸는 것은 김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케니히는 페드로의 새로운 볼 배합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체인지업과 패스트볼만으로도 힘든데 슬라이더라고?’
이반 감독을 비롯한 탬파베이 코칭 스탭도 입이 바짝 말랐다.
“페드로가 아직 힘을 아끼고 있었군.”
“무서운 슬라이더입니다. 컷 패스트볼과 비슷한 속도로 들어왔습니다.”
“어쩌면 커터를 던진 것일지도 모르지.”
페드로는 슬라이더 이후 체인지업을 던져 케니히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케니히, 투 스트라이크에 몰렸습니다.”
“탬파베이가 좋은 기회를 이렇게 날리는 것일까요?”
탁!
배트에 빗맞은 공이 백네트 뒤에 꽂혔다.
“파울!”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7마일(156km).
페드로의 최고 구속은 아직 1회와 같았다.
스미스가 구속을 확인하곤 김민에게 물었다.
“케니히가 칠 수 있을까?”
“아니.”
김민의 대답에는 감정이 전혀 실려 있지 않았다.
“케니히가 칠 수 없다면…….”
“아직 페드로는 무너지지 않아.”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케니히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페드로! 오늘 경기 13번째 삼진을 잡습니다.”
“이 페이스면 20K 경기를 노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민은 자신이 페드로라면 20K를 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점수에 여유가 있는 경기면 모를까? 이런 경기에서 삼진을 노리다가는 의외로 큰 걸 허용할 수 있다고.’
페드로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삼진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으로 타자를 잡을 수 있는 피칭을 하고 있었다.
‘이제 하나 남은 건가?’
두 타자를 잡는 데 사용한 공은 5개.
3개 안쪽으로 안데르센을 잡아낸다면 예상보다 2개 정도 투구수를 아낄 수 있었다.
‘삼진보다 플라이가 더 좋지.’
페드로는 하이 패스트볼로 초구를 선택했다.
성급한 안데르센이 투구수를 줄여 주길 바란 것이다.
하지만 안드르센은 의외로 그 공을 골라내면서 버텼다.
“카운트 2-1입니다. 안데르센,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페드로에게는 좋지 않은 볼 카운트가 되었군요.”
안데르센이 평소와 달리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번 기회를 날리면 언제 다시 득점 찬스가 올지 모른다고.’
그는 이번 찬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탁!
배트 끝에 맞은 공이 3루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파울!”
페드로는 공을 넘겨받은 뒤 투구수를 체크했다.
‘이걸로 한 타자에게 4개인가?’
다음 공으로 안데르센을 잡는다고 해도 예상한 10개를 모두 사용하게 되는 것이었다.
‘안데르센 정도의 타자에게 5개라니, 수지가 맞지 않아.’
그가 안데르센을 노려본 순간 포수가 견제 사인을 냈다.
2루에 있던 주자 록튼이 리드를 키운 것이었다.
‘견제?’
페드로는 기계적으로 2루에 공을 던졌다.
그러나 그가 던진 공은 오른쪽으로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페드로가 던진 공이 외야로 빠져나갑니다.”
“록튼, 그 사이 3루에 들어갑니다. 페드로의 송구 실책으로 기록되는군요.”
페드로는 송구 실책을 저지른 이후, 오른손을 들었다.
내야수들에게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사과였다.
“여기서 점수가 나올까요?”
바이슨 수석 코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점수가 나와야지. 주자가 3루에 있지 않은가?”
모두가 점수를 바라고 있는 순간 안데르센의 배트가 헛돌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탬파베이의 6회 말 공격은 주자를 3루까지 보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안데르센!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페드로가 위기를 탈출했군요. 보스턴으로서는 큰 위기를 넘겼습니다.”
김민은 예상대로라고 생각했다.
‘페드로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페드로를 상대로 선취점을 뽑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는 페드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구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7회 초.
김민은 페드로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무기를 선보였다.
“킴!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보스턴의 첫 타자는 수위 타자 경쟁을 펼치고 있는 노라였다.
하지만 오늘 노라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노라, 무슨 공에 당한 거야?”
노라가 배트를 꽂아 넣으며 대답했다.
“스플리터.”
“뭐?”
“그냥 스플리터가 아니야. 평소보다 빠르고 낮았어.”
평소보다 더 낮고 빠르다.
노라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2번 타자 클리어도 스플리터에 속수무책이었다.
라이징 패스트볼 다음에 들어온 스플리터는 고속 포크볼과 같은 느낌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김민의 삼진 퍼레이드에 관중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K! K! K!”
중계진도 목소리 톤을 높였다.
“킴! 오늘 경기 11번째 삼진입니다!”
“2개만 더 잡으면 자신의 한 경기 탈삼진 신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그러나 김민의 삼진 퍼레이드는 쉬워 보이지 않았다.
보스턴의 7회 초 마지막 타자는 라파엘이었다.
딱!
강한 타구가 그대로 3루 베이스 옆에 떨어졌다.
“파울!”
김민은 라파엘이 라이징 패스트볼을 받아친 것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회전수가 떨어진 건가?’
현재 투구수는 73개.
구속이 1, 2마일 줄어도 이상하지 않는 투구수였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할만해.’
다음 공은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라파엘은 천부적인 재능과 약물이 합쳐져 탄생한 괴물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도 이번 공만큼은 공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떠오르는 공 다음에 크게 가라앉는 공인가? 저 녀석…… 어떻게 하면 이런 공을 던질 수 있는 거야?’
그는 김민도 자신처럼 약을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킴, 라파엘을 상대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았습니다.”
“여기서 커브를 하나 던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커브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지난 시즌 이치로가 이 공에 고전했죠.”
김민은 강적을 상대로 마지막 순간 커브를 던져 재미를 본 경우가 많았다.
라파엘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다음 공은 아마도 커브 아니면 체인지업이겠지.’
그의 선택은 단순히 과거에 그랬다는 경험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커브나 체인지업을 던지면 타자의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을 수 있었다.
이반 감독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듯 말했다.
“체인지 오브 페이스…….”
앞서 던진 공과 구속 차이가 큰 공을 던져 타자를 공략한다.
그도 김민이 커브를 던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커브라면 어떨까?”
블렛소 투수 코치가 대답했다.
“타자가 예측하지 못했다면 허를 제대로 찌를 겁니다.”
“반대라면?”
“킴이 당하겠죠.”
모두가 커브를 예상할 때, 김민은 커브가 아닌 빠른 공을 선택했다.
슉!
빠른 공이 라파엘의 눈높이로 날아왔다.
‘또 라이징이냐?’
라파엘은 혀를 찼다.
그는 같은 공에 두 번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한데 이번 공은 초구와 달리 배트에 닿지 않고 뒤로 흘러나갔다.
‘라이징이 아니야!’
라파엘이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김민이 승부구로 던진 공은 높은 코스에서 살짝 떨어지는 스플리터였다.
이번 7회, 김민의 승부구는 더욱 빨라진 스플리터였다.
“킴, 라파엘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7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군요. 12K 개인 타이기록입니다.”
보스턴 전력분석팀은 김민의 이번 공에 두 손을 들었다.
“89마일(143km) 스플리터라. 내가 라파엘이라도 방법이 없었을 거야.”
“경기 초반에 저걸 던졌다면 90마일(145km)까지 나왔을 겁니다.”
김민과 페드로 두 투수는 8회에도 호투를 이어갔다.
“두 투수 모두 실점 없이 8회를 마칩니다.”
“이제 남은 정규 이닝은 딱 한 이닝입니다. 마지막 이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먼저 마운드에 오른 것은 김민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84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8회 조금 투구수가 많았어. 하지만 9회를 끝내는 데는 문제가 없어.’
9회 초.
김민이 꺼낸 카드는 체인지업이었다.
“낮게 떨어지는 공에 코네프가 헛스윙으로 물러납니다.”
“14K, 킴! 자신의 삼진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웁니다!”
탬파베이 팬들은 김민이 삼진을 잡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열광했다.
“K! K! K!”
호이스 감독은 김민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볼 배합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킴은 모든 구종을 다 똑같이 제구하고 있어. 컴퓨터 게임에서 튀어나온 친구군.”
그의 한마디는 보스턴 타자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보스턴 타선은 9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를 뽑아냈을 뿐이었다.
“킴, 유격수 땅볼로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9이닝 2피안타 1사사구 14K 무실점.
김민의 오늘 피칭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 투수도 김민 못지않았다.
페드로 마르티네스.
그는 9회 말 외계인이 어떤 존재인가를 탬파베이 타자들에게 각인시켰다.
“마르티네스! 마지막 타자를 잡아내며 정규이닝 종료를 알립니다.”
9이닝 3피안타 1사사구 17K 무실점.
김민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페드로를 보며 말했다.
“야구가 딱 9이닝까지만 하는 경기라면, 아무도 저 친구를 이길 수 없을 거야.”
블렛소 투수 코치가 김민에게 다가와 물었다.
“김, 정말로 나갈 건가?”
“물론입니다.”
현재 투구수 94개.
김민은 팀의 연패를 끊기 위해 10회 초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올랐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그의 등번호 30번을 보며 중얼거렸다.
“위기에서 빛나는 별. 그래 그게 에이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