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06화 (106/296)

106화 위기에서 빛나는 별 02

경기 시작 4시간 전.

김민은 트로피나카 필드 복도에서 부르스와 마주했다.

“킴, 소문을 들었어.”

부르스는 지난 오클랜드전 때 김민의 조언을 거절한 적이 있었다.

김민이 걸음을 멈췄다.

“어떤 소문?”

“오늘 등판을 자청했다고 하더군.”

오늘 패할 경우 탬파베이는 5연패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원래 등판 예정이었잖아.”

“킴, 상대는 페드로야.”

“알아. 지난 시즌 내가 2번이나 이긴 투수지.”

“지난 시즌 네가 2번 이긴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이번 시즌 페드로는 다르다고, 완전체가 되어 돌아왔단 말이야.”

김민은 페드로가 이번 시즌 얼마나 빼어난 성적을 거두게 될지 잘 알고 있었다.

‘2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에 20승, 사이영상을 타도 이상하지 않을 성적. 마이너리거인 나에게는 꿈과 같은 존재였지.’

부르스를 향해 말했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내가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메이저리그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킴, 자만하면 언젠가는 나무에서 떨어지게 될 거야. 오늘 경기는 쉬는 것이 좋아.”

김민은 부르스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아직 페드로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부르스의 눈에 김민은 패기 넘치는 신인 투수로 보일 뿐이었다.

김민이 부르스를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부르스, 에이스는 피하지 않아.”

부르스는 김민의 한마디에 멈칫했다.

“에이스…….”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다.

부르스는 오클랜드전을 앞두고 김민과 같은 선택을 한 바 있었다.

‘굽히지 않는다. 에이스들의 숙명이란 말인가?’

그가 고개를 돌린 순간 김민이 클럽 하우스 안으로 사라졌다.

“킴에게 괜한 소리를 했군. 나조차 지키지 못한 것인데.”

부르스는 자신의 말을 후회하며 클럽 하우스로 향했다.

* * *

팡! 팡!

불펜을 울리는 소리는 분명 좋았다.

하지만 록튼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나이스 볼!”

나이스 볼이라는 한마디에도 암울함이 깔려 있었다.

김민은 불펜 투구를 멈추고 록튼에게 말했다.

“록튼,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록튼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걱정해서 달라질 게 없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잖아.”

팀이 4연패를 하는 동안 록튼은 3번 마스크를 썼다. 그는 팀의 연패에 자신의 플레이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주전 자리를 손에 넣었다고 방심하고 만 거야.’

시즌 초반 좋았던 타격감도 연패를 거치면서 많이 떨어져 있었다.

“록튼, 연패는 네 탓이 아니야.”

“팀이 연패에 빠졌어. 주전 포수의 책임이 없을 수가 없지. 티노가 보면 한마디 할 거야.”

김민은 록튼이 연패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전 포수가 이렇게 흔들려서야. 록튼도 아직 멀었군.’

그가 목소리를 살짝 높이며 말했다.

“지난 시즌처럼 플레이하자.”

“지난 시즌?”

“포지션이나 팀 내 입지 따위는 상관하지 말고, 경기에 집중하자는 말이야.”

김민은 말을 마친 뒤 다시 연습 투구에 들어갔다.

팡! 팡!

‘팀의 분위기가 너무 다운되어 있어.’

젊은 팀은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었다.

탬파베이는 리그에서 가장 젊은 팀이었다. 그들은 마치 10연패쯤 한 팀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오늘 경기, 반드시 잡아야 해.’

* * *

시구가 진행되는 동안 친분이 있는 기자들이 말을 주고받았다.

“탬파, 오늘 지면 5연패지?”

“5연패에서 끝나지 않을걸?”

“킴이 꺾이면 끝이지. 난 10연패 이상도 가능하다고 생각해.”

연패가 두 자릿수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의견도 나왔다.

“그래도 그렇게 길어지진 않지 않을 거야. 이번 시즌 탬파 타선은 지난 시즌보다 나아졌으니까.”

“하지만 다음 상대가 토론토야. 토론토는 이번 시즌 벼르고 있다고.”

토론토는 뉴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가 부상하면서 탬파베이를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자, 경기에 집중하자고. 킴이 와인드업에 들어갔어.”

김민과 상대하는 보스턴의 1번 타자는 노라였다.

노라는 지난 시즌 절반을 부상으로 날렸지만, 이번 시즌은 초반부터 불을 뿜고 있었다.

‘킴, 지난 시즌처럼은 안 될 거야.’

슉!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또 이 공인가?’

바깥쪽 빠른 공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김민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였다.

탁!

배트에 스친 공이 백네트 뒤로 흘렀다.

“파울!”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5마일(153km).

노라는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초반부터 전력투구인가? 하긴 팀이 연패에 빠졌으니, 그럴 수밖에.’

공이 정확히 맞지 않고 스쳐 지나간 것은 김민 특유의 떠오르는 움직임 때문이었다.

노라는 첫 공이 파울이 되었지만 여유가 있었다.

‘이 정도면 칠 수 있어.’

스프링 캠프를 치르는 동안 보스턴 타자들은 최신형 피칭 머신으로 떠오르는 공과 비슷한 무브먼트를 만들어 그것을 공략하는 연습을 진행했다.

이는 김민만을 노린 것이 아니었다.

이번 훈련은 그들의 숙적 양키스의 슈퍼 에이스 로저 클레멘스를 저격하는 훈련이기도 했다.

‘두 번째 공은 어디냐?’

김민이 선택한 두 번째 공은 안쪽이었다.

‘로케이션 승부?’

바깥쪽 다음에 안쪽.

이론적으로는 올바른 선택이었다.

슉!

‘깊어. 이건 볼이야.’

노라는 배트를 멈췄다.

파앙!

미트에 들어온 공이 좋은 소리를 냈다.

“스트라이크!”

노라는 주심의 판정에 고개를 돌렸다.

“깊었습니다.”

“깊지 않았어. 홈플레이트를 걸치면서 들어왔다고.”

“그럴 리가요?”

노라가 고개를 갸웃하자 주심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의심이 간다면 경기가 끝난 뒤 녹화 영상을 확인하라고.”

주심이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분명 존에 들어온 것이었다.

노라는 배트를 고쳐 잡으면서 미간을 좁혔다.

‘바깥쪽에 들어온 초구 때문에 내 선구안이 흔들린 건가?’

김민이 바깥쪽에 2, 3개 공을 던진 뒤 안쪽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다면 그랬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김민은 바깥쪽에 딱 하나만을 던졌을 뿐이었다.

‘단 하나의 공으로 선구안이 흔들렸단 말인가? 이거 또 말리는 게 아닌지 걱정되는군.’

노라는 배트를 세운 뒤 두 손에 힘을 주었다.

‘킴, 세 번째 공은 뭐냐?’

가장 유력한 공은 브레이킹볼이었다.

그러나 김민이 던진 공은 이번에도 빨랐다.

‘패스트볼?’

노라는 라이징 패스트볼이라고 판단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탁!

배트 헤드에 맞은 공이 크게 튀어 올랐다.

‘라이징 패스트볼이 아니라 커터였어.’

노라는 혀를 찼지만, 공은 이미 배트에 맞고 난 다음이었다.

“유격수 브라이튼이 전진해서 공을 잡아냅니다!”

“좋은 수비 위치입니다.”

오늘 브라이튼은 부진한 유칼리스 대신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팀의 부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나 같은 선수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는 공을 잡은 뒤 1루에 빠르게 송구했다.

“브라이튼 그대로 1루에 송구! 아웃! 아웃입니다!”

“킴이 깔끔하게 첫 타자를 잡아내는군요.”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페드로는 관중들의 함성만으로도 타격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노라가 아웃된 모양이군.”

불펜 포수 토마스가 공을 받으며 말했다.

“킴이잖아. 노라가 아웃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지.”

“그래, 오늘 상대는 킴이지.”

페드로는 오늘 경기를 며칠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킴, 용케 도망치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군.’

그는 김민의 도전을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용기 있는 선택이 항상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지.’

페드로는 오늘 경기 승리를 양보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는 지난 시즌 김민에게 당한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하고자 했다.

“보스턴의 2번 타자는 클리어입니다.”

“클리어, 좋은 타자죠.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매년 성장하는 타자라고 할까요?”

클리어는 배트를 쓰다듬은 뒤 호흡을 조절했다.

“후우…….”

그는 앞서 노라가 아웃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배트를 바짝 잡았다.

‘노라가 3구만에 잡혔어. 녀석의 떠오르는 공은 이번 시즌도 위력적인 모양이군.’

한 호흡이 지난 뒤, 김민의 초구가 날아왔다.

슉!

‘초구는 여전히 빠른 공이군.’

느낌상 95마일(153km)은 넘지 않을 것 같았다.

‘93마일(150km) 정도인가?’

클리어의 배트 스피드라면 충분히 쳐 낼 수 있는 공이었다.

하지만 그의 배트는 93마일 패스트볼에 타이밍이 늦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보스턴 감독 호이스가 미간을 좁혔다.

“또 시작이군. 저렇게 늦게 배트를 내서 어떻게 패스트볼을 친단 말인가?”

타격 코치는 클리어의 배트가 늦게 나온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클리어는 킴의 패스트볼이 라이징 패스트볼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배트를 낸 게 아닌가 싶군.’

신중한 클리어다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투수의 공을 보고 배트를 낸다는 것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타이밍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신중하지만 좋다고 할 수만은 없는 판단이야. 킴은 구속이 느린 투수가 아니니까.’

“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습니다.”

“트로피카나 필드의 에이스는 아직 굳건합니다. 그가 아니면 누가 팀의 연패를 끊을 수 있겠습니까?”

블렛소 투수 코치는 초조한 표정으로 김민의 투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패스트볼 비중이 평소보다 높아. 킴, 보스턴 같은 팀을 힘으로 누르려 하면 언젠가는 쓰러지고 말아. 완급 조절을 해야 한다고.’

김민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두 번째 공으로 안쪽을 공략했다.

구종은 이번에도 패스트볼이었다.

슉!

클리어는 안쪽을 파고드는 공에 배트를 멈췄다.

‘너무 깊어.’

노라와 같은 판단.

그러나 주심의 판정은 이번에도 스트라이크였다.

“스트라이크!”

클리어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정말 들어온 겁니까?”

그는 진심으로 놀라 물었다.

주심은 연속해서 두 타자가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에 의문을 표시하자 이마를 찌푸렸다.

“들어왔어.”

더그아웃에서 그 장면을 본 노라가 아문 수석 코치에게 다가갔다.

“아문, 전력분석팀에게 확인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보스턴 전력분석팀은 트로피카나 필드의 외야와 내야를 모두 커버하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여부를 말인가?”

“그렇습니다.”

아문 수석 코치는 라커룸으로 자리를 옮겨 전화를 들었다.

“전력분석팀입니다.”

“아문일세.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전화했네.”

“어떤 겁니까?”

“방금 공 말이야. 스트라이크가 맞나?”

“외야 쪽과 상의해서 결과를 전달하겠습니다.”

아문 수석 코치는 전력분석팀이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미간을 좁혔다.

‘내야 쪽에서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인데. 왜 외야에 의견을 묻는단 말인가?’

잠시 뒤, 전력분석팀이 결과를 알렸다.

“스트라이크가 맞다고 합니다.”

“그런가? 한데 왜 상의가 필요했지?”

“포수 뒤쪽에서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었습니다.”

포수 뒤쪽은 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자리 중 하나였다.

한데 그 자리에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었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백네트 뒤에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니?”

그가 질문을 던진 순간 클리어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클리어! 파울 팁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킴이 오늘 경기 첫 번째 삼진을 신고하는군요.”

전력분석팀의 대답이 이어졌다.

“안쪽으로 깊이 들어온 공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 전 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외야 팀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안쪽 홈플레이트를 살짝 걸친 스트라이크였다고 합니다.”

외야 팀은 전광판 근처에서 필드 글레스(쌍안경)로 경기를 분석하고 있었다.

수석 코치는 그의 대답에 마른 침을 삼켰다.

‘그 말은…… 킴이 완벽하게 패스트볼을 제구했다는 뜻이군.’

“알겠네.”

전화를 끊고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3번 타자 라파엘이 크게 헛스윙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라파엘! 중심이 무너질 정도로 큰 스윙입니다.”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김민이 라파엘에게 던진 초구는 느린 커브였다.

“라파엘은 초구 패스트볼을 노렸던 모양이군.”

노라가 다가와 수석 코치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꽉 찬 스트라이크.”

“꽉 찬 공이란 말입니까?”

수석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제구였다는군.”

김민은 괴물타자 라파엘을 앞에 두고도 거침이 없었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탁!

배트에 스친 공이 그대로 백네트 뒤로 흘렀다.

“파울!”

노라가 마치 깨달음을 얻은 듯 말했다.

“이건 라이징 패스트볼이야!”

아문 수석 코치가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무브먼트가 보였나?”

“아뇨. 라파엘의 타격 결과와 녀석의 투구폼을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투구폼을 보고 구종을 알 수 있다면 그것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었다.

“킴에게 좋지 않은 버릇이 생겼단 말인가?”

노라가 그라운드를 주시하며 말했다.

“떠오르는 공을 던질 때와 떠오르지 않는 공을 던질 때, 느낌이 다릅니다.”

아문 수석 코치가 그에게 바짝 다가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떠오르는 공은 조금 더 폼이 와일드합니다. 반면 떠오르지 않는 공은 절제되어 있다고 할까요? 공을 던진 다음 착지가 차분합니다.”

공을 던진 다음 구종을 알 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대단한 발견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 시점이 오른발의 착지 이후라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건 공이 미트에 들어오고 난 다음 알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

노라는 자신이 알아낸 것이 큰 무기가 아님을 깨달았다.

‘야구는 0.05초 차이로 안타와 아웃이 결정된다. 투수의 뒤쪽 발이 착지한 다음 구종을 알게 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킴은 그것을 알고 있기에 습관을 바꾸지 않은 건가?’

김민은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바로 승부에 들어갔다.

탁!

배트에 끝에 걸린 공이 그대로 1루 관중석에 떨어졌다.

“파울!”

아문 수석 코치가 김민의 투구 동작을 보며 말했다.

“자네 말대로라면 이번 공은 떠오르는 공이 아니군.”

“그렇습니다.”

노라는 이번 공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떠오르지 않았지만 라파엘은 안타를 만들어 내지 못했어. 타이밍이 맞지 않은 건가?’

라파엘은 파울을 친 뒤,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미간을 좁혔다.

‘껄끄러운 코스에 공이 들어왔어.’

김민이 던진 세 번째 공은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한 코스를 저격한 공이었다.

‘이번 공으로 삼진을 잡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는 오른손 식지를 어깨에 가져간 뒤 살짝 쓸어내렸다.

- 하이 패스트볼.

록튼은 미트를 내밀며 일어설 준비를 했다.

‘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타자들이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있어.’

슉!

네 번째 공이 높은 코스로 날아왔다.

라파엘은 하이 패스트볼을 피하지 않았다.

‘안쪽 낮은 코스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김민의 하이 패스트볼을 때려내지 못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노라는 김민의 착지 동작을 보곤 던지듯 말했다.

“라이징입니다.”

“동의하네.”

아문 수석 코치도 김민의 투구 동작을 통해 패스트볼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었다.

‘떠오르는 공을 던진 다음은 확실히 착지가 거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김민을 공략할 수가 없었다.

“96마일(154km)! 킴이 오늘 최고 구속을 기록합니다!”

“정말 화끈한 공이 들어왔습니다.”

김민은 라파엘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다음 록튼과 함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1회 피칭 어땠어?”

“아주 좋던데?”

“빠른 공 그리고 더 빠른 공이었는데. 그런 느낌은 안 들었던 건가?”

록튼은 김민의 물음에 멈칫했다.

“빠른 공 더 빠른 공이었다고? 내 느낌은 달랐어.”

“어떻게 달랐지?”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공과 타자를 끝내버리려는 공이었어.”

김민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록튼의 눈은 못 속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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