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02화 (102/296)

102화 진화하는 괴물 01

오늘의 MVP 인터뷰가 끝난 뒤, 김민은 긴 통로를 거쳐 클럽 하우스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는 록튼이었다.

“여, 킴, 인터뷰는 잘했어?”

“나쁘지 않았어.”

6개월만의 승리 투수 인터뷰.

김민은 다소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다들 퇴근한 모양이군.”

“인터뷰가 길었잖아.”

“길었나?”

“길었어.”

김민이 록튼에게 물었다.

“록튼은 왜 퇴근하지 않고 기다린 거야?”

“킴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야.”

김민이 유니폼을 벗으며 말했다.

“뭔데?”

“에두아르도가 던진 마지막 커브. 숀 코치의 말로는 네가 사인을 낸 것이라면서?”

“사인은 숀 코치가 한 게 맞아. 난 건의를 했을 뿐이야.”

“그게 그거지. 한데 어떻게 안 거야? 던컨이 커브에 약하다는 사실.”

김민이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던컨이 커브에 약하다는 건 몰랐어. 단지 그 타이밍에 가운데로 커브를 던지면 좋을 것 같았어.”

“킴 항상 그러더라. 자세한 이유를 말해 주지 않아.”

록튼의 푸념에 김민이 고개를 돌렸다.

“굳이 이유를 말한다면…… 그 타이밍이라면 커브를 칠 수 없을 것 같았어.”

“흠, 타이밍이라. 던컨이 패스트볼을 노린다고 생각한 건가?”

김민이 대답했다.

“아이싱을 마무리하는 동안 내가 던컨이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거든.”

록튼이 미간을 좁혔다.

‘킴의 독심술은 상대 입장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건가?’

김민이 계속해서 말했다.

“흔들리는 노장 불펜 투수. 대기 타석에서 본 피칭은 도망가는 피칭. 내가 던컨이라면 공을 하나 지켜볼 거야.”

그의 추론에 록튼이 동의했다.

“투수가 흔들리고 있으니, 초구는 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맞는 말이야.”

“그리고 만에 하나 스트라이크가 들어온다고 해도 바깥쪽에 꽉 찬 패스트볼일 가능성이 커. 흔들리는 상황에서 안쪽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할 수 있는 투수는 많지 않거든.”

록튼은 김민에게 배우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한가운데 커브.”

“커브는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범타가 나올 가능성이 크잖아. 내가 던컨이라면 초구 스트라이크를 먹더라도 흘려보냈을 거야.”

“하지만 던컨은 쳤지.”

“그것까지는 나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어.”

김민이 에두아르도에게 커브를 요구한 것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함이었다.

그는 초구 스트라이크가 투수에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해피엔딩이잖아.”

“그래, 해피엔딩이었지.”

두 사람은 어깨를 마주하고 클럽 하우스를 떠났다.

* * *

개막전에서 승리한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그들의 기세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투수진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2차전도 11-4 대승.

초반이지만 순위표 상단에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이름을 올렸다.

탬파베이 팬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순위표를 확인했다.

반면 동부지구 다른 팀 팬들은 평소와 다른 순위표에 얼굴을 찌푸렸다.

“탬파베이가 동부지구 선두로 나섰잖아. 이게 무슨 일이람.”

“아직 2게임 했을 뿐이야. 조금 있으면 뒤로 밀려날 거라고.”

“맞아. 템파베이는 대진 운이 좋았을 뿐이야. 디트로이트라니, 우리가 상대했다면 스윕이었어.”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3차전에서 디트로이트에 패하면서 이는 현실이 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볼티모어와 시리즈 첫 경기를 따내면서 3승 1패로 양키스와 함께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탬파베이가 양키스와 함께 동부지구 공동 선두라고?”

“지난 시즌 3위가 우연이 아니었던 건가?”

“야구에 우연이 어디 있어. 이번 시즌 탬파베이는 강하다고.”

“아직 4경기밖에 하지 않았다고, 조금 더 지켜보고 결론을 내려도 늦지 않아.”

“맞아,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탬파베이는 대진운이 좋아. 디트로이트 다음에 볼티모어라니, 이렇게 좋은 대진이 또 어디 있겠어?”

탬파베이와 볼티모어의 시리즈 두 번째 경기.

이날 탬파베이의 선발은 설리반이었다.

김민이 설리반의 등을 두드려 주며 말했다.

“설리반, 긴장할 필요 없어.”

설리반은 김민의 격려에 어깨를 으쓱했다.

“킴이 그렇게 말해도 긴장이 풀리지가 않아. 긴장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야.”

김민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긴 그렇긴 해. 그럼 긴장을 풀어 주는 대신 팁을 좀 알려 줄게.”

“팁?”

“선발이 아니라 불펜으로 등판한다고 생각해.”

지난 시즌 설리반은 선발보다 불펜으로 뛴 경기가 훨씬 많았다.

“익숙한 쪽으로 생각하라는 건가?”

김민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익숙한 쪽보다는…… 불펜에서 던지다가 선발로 나설 경우 자기도 모르게 힘을 아끼게 되거든.”

설리반은 지난 시즌 그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체력 안배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군.”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와 달라. 다음 이닝보다는 눈앞에 있는 타자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타자와 승부에 집중하고, 경기 운영은 그다음이란 말이지?”

“그렇지.”

설리반은 선발 경험이 없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 전 경기를 선발 투수로 출전했다.

하지만 김민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가 다르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던지던 것처럼 던지면 타자들을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메이저리그는 만만한 곳이 아니야. 이곳에 올라온 뒤 나도 투구 스타일을 바꿀 수밖에 없었어.’

마이너리그에서 김민은 마치 마술사처럼 타자들을 농락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달랐다. 그는 필사적으로 타자들을 이길 방법을 연구해야 했다.

김민이 메이저리그에서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은 올스타 브레이크 무렵이었다.

“그리고 록튼의 볼 배합을 믿으라고.”

설리반이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물었다.

“그래도 위험할 때는 킴이 직접 사인을 내주는 거지?”

“설리반…….”

김민은 설리반의 말에 말끝을 흐렸다.

록튼이 투수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설리반은 김민의 진지한 표정에 애써 미소를 지었다.

“킴, 농담이야. 하지만 반쯤은 진담이라고 생각해 줘. 투수조 선수들은 킴이 개막전에서 에두아르도에게 낸 사인을 다 알고 있거든.”

탬파베이 영건들에게 김민은 든든한 배경이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그들이 위기에 빠지면 에두아르도에게 그랬듯 김민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까지 생겨났다.

“오케이. 그렇게 할게.”

김민의 대답을 들은 설리반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마음에 놓이는군.”

그가 한마디를 더하려는 순간 블렛소 투수 코치가 뒤쪽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설리반, 워밍업은 언제 할 건가? 오늘은 네가 선발이라고!”

설리반이 손을 들며 대답했다.

“지금 합니다!”

김민은 달려가는 설리반을 보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두아르도 일이 그렇게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 하지만 피할 수 있는 일은 아니군.”

영건들의 믿음은 김민에게 분명 부담이었다.

그러나 김민은 그 믿음을 배신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메이저리그에 막 올라온 선수들은 어린아이나 마찬가지. 그들에게는 기댈 기둥이 필요해.’

그는 자신이 그 기둥이 될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 * *

“스트라이크!”

주심의 목소리와 함께 타자가 미간을 좁혔다.

“이게 왜 스트라이크입니까?”

“존에 들어왔어.”

주심과 언쟁을 벌이고 있는 타자는 볼티모어의 신인 클레모어였다.

“클레모어, 그러다가 퇴장당할 텐데.”

록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퇴장 판정이 나왔다.

“클레모어 퇴장입니다!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하면서 욕설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경기가 볼티모어에 좋지 않은 쪽으로 흐릅니다.”

볼티모어 토미 감독은 흥분한 신인 선수를 보곤 혀를 찼다.

“저 친구, 여기를 링으로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주의시키겠습니다.”

“4번 타자가 저러면 곤란해.”

“제가 잘 알아듣게 말하겠습니다.”

타격 코치는 퇴장당한 클레모어를 데리고 클럽 하우스로 사라졌다.

토미 감독이 껌을 씹으면서 미간을 좁혔다.

“신인 투수에게 쩔쩔 매는 타선이라니.”

탬파베이 3:1 볼티모어

볼티모어 타선은 설리반을 상대로 답답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앙리! 헛스윙 삼진입니다!”

“설리반, 패스트볼이 좋습니다. 오늘 97마일(156km)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설리반은 2회 헌터에게 2루타를 맞고 실점했지만, 이후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설리반, 4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합니다.”

4회가 끝난 직후, 김민이 블렛소 투수 코치를 찾아갔다.

“블렛소, 불펜을 가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고개를 갸웃했다.

“벌써? 설리반은 잘 던지고 있지 않은가?”

“공에 힘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겨우 4회가 지났을 뿐이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힘이 떨어졌다는 말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투구수 41개, 4회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7마일까지 나왔어. 킴, 이번 조언은 근거가 없지 않은가?”

“근거가 없지 않습니다.”

“그럼 말해 보게.”

“설리반의 패스트볼 최저 구속이 낮아졌습니다.”

김민은 설리반의 최고 구속만이 아니라 최저구속까지 체크하고 있었다.

블렛소 코치는 김민의 한마디에 멈칫했다.

“최저 구속이라고?”

그는 지금까지 투수들의 최고 구속에는 신경을 썼지만, 최저 구속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김민은 달랐다. 그는 선발 투수의 최저 구속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최고 구속은 투수가 있는 힘을 다해 던질 경우 나오는 것입니다. 반면 최저 구속은 힘을 빼고, 평균에 가까운 힘으로 던질 때 기록됩니다. 최저 구속이 떨어졌다는 말은 기본 적인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설리반의 지금 투구가 뒤를 보지 않는 투구란 말이군.’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이반 감독에게 불펜 가동을 건의했다.

이반 감독은 당연히 그 이유를 물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이 말한 것을 그대로 전하면서 설리반이 5회 강판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위험한가?”

“설리반은 베테랑이 아니라 가능성이 풍부한 루키입니다. 코칭 스탭이 그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누가 그를 보호해 줄 수 있겠습니까?”

이반 감독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알겠네. 그렇게 하게.”

5회 말.

설리반은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다음 타자에게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았다.

김민은 그것을 보고 낮게 중얼거렸다.

“힘이 떨어진 패스트볼은 클린업에게 통하지 않아.”

설리반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음 타자부터 하위 타순이라는 것이었다.

스미스가 김민의 혼잣말을 듣곤 고개를 돌렸다.

“킴, 안타 하나로 거기까지 알 수 있는 건가?”

“안타 하나가 아니야. 이번 공은 설리반이 마음먹고 던진 승부구라고. 한데 구속이 94마일(151km)밖에 나오지 않았어.”

김민에게 94마일은 나쁜 구속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공을 던진 투수가 설리반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설리반은 지난 시즌 불펜에서 98마일(158km)까지 기록한 강속구 투수였다.

선발로 등판할 경우 97마일 정도에서 최고 구속이 형성되었다.

한마디로 5회 말 설리반의 최고 구속은 좋을 때보다 3마일 정도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킴이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야?”

“내가?”

“설리반이 그러던데. 위기 순간에 킴이 자신이 도울 것이라고 말이야.”

김민은 이미 설리반을 돕고 있었다.

앞서 블렛소 투수 코치를 움직여 불펜을 가동시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볼 배합을 바꿔 주는 게 어때?”

김민이 손으로 턱을 받치면서 말했다.

“에두아르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탁!

배트 끝에 맞은 공이 1루로 향했다.

“타자 주자 1루에서 아웃됩니다!”

“하지만 그사이 1루 주자가 2루에 들어갔군요.”

1사 2루.

주자가 2루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살짝 바뀌었다.

“흠, 좋지 않은데.”

지금까지는 록튼이 사인을 먼저 냈지만, 주자가 2루에 들어가면서 설리반이 먼저 사인을 내게 되었다.

‘설리반은 혼자 볼 배합을 하는 능력이 좋지 않아.’

딱!

날카로운 타구가 3루 파울 라인을 벗어났다.

“볼 배합이 읽혔어.”

김민의 말에 스미스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킴, 시작도 하기 전에 읽히는 게 어디 있어. 설리반의 사인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볼 배합을 읽는 건 일기 예보를 하는 것과 같아. 전 타석과 그 전 타석 그리고 앞 타자를 보고 분석하는 거라고.”

스미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킴이 말한 볼 배합은 모두 록튼이 한 것이잖아.”

김민이 스미스에게 되물었다.

“설리반이 록튼과 반대되는 볼 배합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그의 물음에 스미스가 멈칫했다.

“그, 그 말은…….”

“설리반은 직접 사인을 내고 있는 게 아니야. 그는 조금 전 록튼이 냈던 사인을 반복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김민은 설리반을 돕는다면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숀.”

그의 부름에 숀 코치가 고개를 돌렸다.

“또 무슨 부탁이 있나?”

“예, 안쪽으로 두 개 바깥쪽으로 하나입니다.”

숀 코치가 김민의 말을 들은 뒤 말했다.

“그거 볼 배합이지? 난 요즘 킴이 감독님보다 무섭다니까.”

“숀, 전 무서운 사람이 아닙니다.”

“아니야. 킴은 무서운 사람이야.”

숀 코치는 그라운드로 나가 타임을 걸고 록튼을 불렀다.

“킴의 전언이야. 안쪽으로 두 개, 바깥쪽으로 하나야.”

록튼이 되물었다.

“구종은 언급하지 않은 겁니까?”

“그 정도는 알아서 하라는 말이겠지.”

록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까지 킴에 의지한다면 너무하는 것이겠죠?”

숀 코치가 주변을 살짝 둘러보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킴이 구종을 정해 주지 않은 것은 아마 자네가 설리반의 공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일 거야.”

투수의 공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공을 직접 받는 포수였다.

그래서 몇몇 감독들은 포수를 불러 투수 교체시기를 체크하기도 했다.

“오늘 가장 좋았던 공을 승부구로 사용하란 말입니까?”

“아마도.”

숀은 짧게 말을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이반 감독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그에게 말을 걸었다.

“또 심부름인가?”

“팀이 이길 수 있다면 어떤 심부름이라도 해야겠죠.”

이반 감독은 김민이 숀에게 조언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운영의 마술사 힘을 빌릴 수 있다면 나쁠 게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숀이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사이 록튼이 마운드에 올랐다.

“안쪽으로 패스트볼 둘, 바깥쪽으로 하나야.”

설리반이 물었다.

“킴의 전언인가?”

“반쯤은.”

“반?”

“그래.”

록튼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홈플레이트로 돌아왔다.

설리반의 표정에 활기가 돌았다.

‘킴의 전언이면 믿을 수 있지.’

딱!

두 번째 공도 파울.

카운트는 이제 설리반에게 유리했다.

‘투 스트라이크를 잡았어. 다음 공은 바깥쪽으로 하나 빼는 거였나? 아니야. 록튼은 안쪽으로 둘, 바깥쪽으로 하나라고 했어.’

설리반은 미간을 좁혔다.

‘다시 한번 패스트볼이라고? 이번에는 맞게 될 가능성이 커.’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로 같은 코스에 같은 구종을 3개 연속 집어넣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킴은 안쪽에 공을 두 개나 넣으라는 것일까?’

설리반의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표는 록튼의 함성과 함께 사라졌다.

“설리반, 마지막! 공이야!”

그의 함성은 멈칫거리고 있는 설리반을 깨우기 위한 것이었다.

‘설리반, 오늘 네 패스트볼은 볼티모어 하위 타선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할 정도로 좋다고. 날 믿어.’

계속해서 3루 쪽 파울이 나오고 있는 것은 설리반의 공이 배트를 이기고 있다는 증거였다.

‘킴이 그렇게 지시했다면 믿을 수밖에.’

정신을 차린 설리반이 3구를 던졌다.

슉!

빠른 공이 포수 미트를 향해 날았다.

따악!

이전보다 훨씬 날카로운 타구가 3루 라인을 향해 날아갔다.

‘설마 안에 들어가는 건가?’

록튼이 벌떡 일어난 순간 공이 라인 밖으로 빠져나갔다.

“파울!”

3번 연속 파울.

타자가 혀를 찼다.

“쳇, 뜻대로 안 되는군. 이번 공은 정말 타이밍이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록튼도 정말 아슬아슬했다고 생각했다.

‘거의 다 따라왔어. 이제 안쪽은 더 이상 안 통해. 다음 사인은…… 바깥쪽! 킴은 이 상황을 예언하고 있었던 건가? 말도 안 돼.’

그는 자기도 모르게 더그아웃으로 고개를 돌렸다.

김민이 차분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었다.

‘킴, 넌 대체 어떤 사람인 거야?’

록튼은 고개를 돌린 뒤 침착하게 미트를 들었다.

다음 순간 오늘 경기 승부를 결정할 마지막 공이 들어왔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투 스트라이크에 몰린 타자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타자는 배트를 낼 수밖에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설리반은 삼진을 잡곤 하늘을 보며 포효했다.

“좋았어!”

김민은 설리반의 삼진을 보곤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에는 정말 아슬아슬했군.”

더그아웃에서 볼 배합을 짜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