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01화 (101/296)

101화 2002 시즌 03

“스윙 스트라이크!”

5번 타자 페트릭도 초구부터 배트가 헛나왔다.

‘빠, 빨라.’

전광판에 기록된 구속은 94마일(151km)이었지만 페트릭에게는 98마일(158km)처럼 느껴졌다.

‘94마일밖에 되지 않는 공이 왜 이렇게 빠른 걸까?’

그의 물음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김민의 두 번째 공은 커브였다.

휙!

높은 공에서 떨어지는 커브에 페트릭은 속수무책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중심이 완전히 무너진 헛스윙.

오늘의 하이라이트에 나올만한 장면이었다.

주심의 콜에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페트릭, 연속 헛스윙입니다!”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페트릭은 아마 패스트볼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반 감독도 페트릭이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커브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군.”

바이슨 수석 코치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말했다.

“선발 투수의 패스트볼이 너무 좋으면, 타석에 선 타자는 그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페트릭이 그랬다.

그는 김민의 패스트볼을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하다가 커브에 크게 헛스윙을 하고 만 것이었다.

“오늘은 커터의 비중이 낮군.”

“스플리터도 적게 던지고 있습니다. 사실 패스트볼이 좋다면, 그걸 많이 던지는 게 가장 좋습니다.”

패스트볼은 커터나 스플리터에 비해 손목과 팔꿈치 그리고 어깨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었다.

패스트볼만으로 타자를 잡을 수 있다면 다른 구종은 던지지 않는 것이 좋았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룩킹 삼진.

김민의 승부구는 안쪽을 깊게 찌르는 패스트볼이었다.

페트릭은 이 공에 엉덩이를 뒤로 뺐지만, 공은 그대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 버렸다.

“미친 공을 던지는군.”

페트릭은 짧은 한마디를 남기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킴, 다섯 타자 연속 삼진입니다!”

“허허, 이러다가 오늘 연속 타자 삼진 기록을 세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메이저리그 연속 타자 삼진 기록은 톰 시버가 가지고 있는 10연속 삼진이었다.

김민이 이 기록과 타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 다섯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워야 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의 피칭 스타일이 완전히 변했다고 생각했다.

‘지난 시즌 킴은 삼진보다는 효율을 높이는 투구를 선호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완전히 달라졌어. 패스트볼을 믿고 타자를 잡으러 들어가고 있다.’

그의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김민은 여전히 효율적인 투구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한데 패스트볼의 구위가 극단적으로 올라감으로써 생각과 달리 맞춰 잡는 피칭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있도록 배팅볼에 가까운 패스트볼을 던질 수도 없었다.

‘피칭 스타일에 변화를 줄 때가 된 건가?’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생각한 순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킴! 연속 삼진기록을 어디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 두 타자만 잡아내면 지난 시즌 기록과 타이기록입니다.”

그러나 김민의 연속 삼진기록은 5에서 끝나고 말았다.

딱!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통과해 외야로 빠져나갔다.

“클레이가 킴의 삼진 행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잘 노렸군요. 좋은 배트 컨트롤입니다.”

김민은 안타를 맞은 뒤 모자를 고쳐 썼다.

‘상대가 잘 대처해서 나온 안타는 어쩔 수 없지. 다음 타자에게 집중하자.’

애초에 그는 연속 타자 삼진기록 같은 것을 의식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다음 타자는 7번 타자 파킨스입니다.”

파킨스는 스위치히터로 김민이 우완이라는 점을 고려해 좌타석에 들어섰다.

‘패스트볼보다는 떨어지는 스플리터나 휘어 들어오는 커터를 노리는 게 나을 거야.’

그는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주목했다.

그러나 김민의 초구는 안쪽을 깊이 찌르는 패스트볼이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파킨스는 미간을 좁혔다.

‘안쪽으로 깊이 찔렀다 이거지?’

그는 배터 박스 뒤쪽으로 물러나 안쪽 공에 대비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김민은 지난 시즌 이미 배터 박스를 이용한 전술을 파훼한 바 있었다.

‘안쪽을 노리는 것처럼 위장해서 바깥쪽 공을 유도할 생각이군.’

그는 그립을 고쳐 쥐곤 안쪽을 향해 다시 한번 패스트볼을 던졌다.

슉!

파킨스는 배터 박스 뒤쪽으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김민이 안쪽으로 패스트볼을 던지자 크게 놀랐다.

‘또 안쪽이라고?’

급히 배트를 냈지만, 손잡이에 맞은 공이 뒤쪽으로 흘렀다.

탁!

“파울!”

카운트는 순식간에 0-2까지 나빠졌다.

“투 스트라이크 노 볼입니다. 파킨스 완전히 코너에 몰렸습니다.”

“카운트 0-2, 킴에게는 선택지가 많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커브나 슬라이더를 던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파킨스의 생각도 밥과 같았다.

‘여기서 커브나 슬라이더가 날아오면 삼진당하기 딱 좋겠군.’

그는 정상적인 위치로 복귀한 뒤 배트를 짧게 잡았다.

패스트볼보다는 변화가 심한 브레이킹볼에 대처하겠다는 움직임이었다.

김민은 노련한 투수답게 파킨스의 의도를 단번에 간파했다.

‘내가 승부구로 커브나 슬라이더를 선택할 것이라 예상한 모양이군. 그렇다면 이쪽이 좋겠어.’

그는 그립을 고쳐 잡고는 빠르게 공을 뿌렸다.

슉!

빠른 공이 타자 눈높이로 날아왔다.

‘하이 패스트볼?’

파킨스는 배트를 멈췄다.

‘속아서는 안 돼! 이건 볼이야.’

파앙!

미트에 들어온 공은 파킨스의 예상보다 훨씬 스트라이크존에 가까웠다.

다음 순간 주심이 거친 제스처와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오늘 경기 6번째 삼진.

관중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또 삼진이야!”

“킴이 다시 한번 K를 잡았어!”

중계진 역시 목소리가 커졌다.

“킴! 스플리터로 파킨스를 돌려세웁니다!”

“이번 스플리터는 파킨스가 꼼짝도 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공이었습니다. 킴, 오늘 환상적인 피칭을 보여 주는군요.”

파킨스는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대신 록튼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말 스플리터였나?”

록튼이 공을 홈플레이트에 던지며 대답했다.

“패스트볼에 가까운 스플리터였어.”

파킨스는 록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패스트볼에 가까운 스플리터. 방금 공에 딱 맞는 표현이군.’

그는 메이저리그에 또 한 명의 괴물이 등장했다고 생각했다.

3회 초.

김민의 삼진 행진이 멈췄다.

“킴, 파울 플라이로 아노를 잡아냅니다.”

첫 타자인 아노는 포수 파울 플라이.

두 번재 타자인 에스페란차는 2루수 땅볼.

마지막 타자 파커는 중견수 플라이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과거 김민의 투구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완전히 달랐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3회 초 수비가 끝난 뒤 김민을 불렀다.

“킴, 조금 전 피칭은 너무 위험했어.”

김민도 자신이 위험한 선을 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투구수를 아끼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타자가 노리고 있는 코스에 패스트볼을 넣는 건 모험에 가까운 일이야.”

김민은 범타를 만들어 내기 위해 타자가 노리는 코스에 정확히 패스트볼을 찔러 넣었다.

물론 근거가 없는 투구는 아니었다.

타이거즈의 하위 타선은 메이저리그에서 유명한 물타선이었다.

김민은 정면으로 승부한다고 해도 구위로 누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에스페란차까지는 그렇다고 해도 파커를 상대로는 정말 위험했어.”

파커의 타구는 중견수 머레이가 뒤쪽으로 이동해 잡아냈다.

비거리는 대략 115m.

“트로피카나 필드를 믿고 던진 공입니다.”

“넓은 외야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면 곤란해.”

“주의하겠습니다.”

1, 2회 늘어났던 삼진은 3회 투구 패턴을 바꾸면서 줄어들었다.

타이거즈 코칭 스탭은 삼진이 줄어든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킴의 투구수가 3회 이후 급격히 줄었습니다.”

“몇 개인가?”

“5회까지 47개에 불과합니다.”

폴 감독이 신음을 내뱉듯 말했다.

“완봉 페이스군.”

김민은 그렉 매덕스가 그랬던 것처럼 타자를 맞춰 잡으면서 투구수를 줄이고 있었다.

“1, 2회는 무력시위였고, 3회부터는 평소의 투구로 되돌아간 모양이군.”

“그렇다고 하기에는 패스트볼 구속이 여전합니다.”

김민의 패스트볼은 94마일(151km)과 95마일(153km)을 오가고 있었다.

타이거즈 타자들은 이 패스트볼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6회 초.

하얀 공이 그대로 우측 펜스를 넘어갔다.

“킴, 5회 드디어 첫 실점을 기록합니다.”

“던컨이 디트로이트 원정 팬들에게 멋진 타구를 선사하는군요. 하지만 타이거즈, 갈 길이 멉니다.”

탬파베이 5:1 디트로이트

김민이 던컨을 상대로 과감한 승부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5점의 리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아, 제대로 넘어갔군. 던컨을 상대로 맞춰 잡는 건 무리였어.’

그는 던컨과 같은 타자들에게는 아직 힘으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5번 타자 페트릭,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납니다.”

타이거즈는 던컨의 홈런으로 1점을 따라갔지만, 그뿐이었다.

김민의 호투는 7회와 8회에도 이어졌다.

“킴, 8회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오늘 경기 10번째 삼진이군요.”

“기록팀의 연락입니다. 킴의 두 자릿수 삼진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인가요?”

“그렇습니다.”

“킴에게는 정말 완벽한 개막전이군요.”

10K.

누군가에는 매 경기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김민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처음으로 기록한 10K라고 방송하자 트로피카나 필드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김민의 기록을 축하했다.

“나이스 피칭!”

“멋진 투구였어!”

“킴! 난 널 보러 온 거야!”

김민은 팬들의 박수에 모자를 벗어 답례했다.

설리반은 그 모습을 보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정말 멋진 순간이야.”

그는 언젠가 자신도 저렇게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날이 오면 나도 모자를 벗어 흔들어 주겠어.’

김민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동료와 코칭 스탭이 축하 인사를 전했다.

“킴, 수고했어.”

“좋은 투구였어.”

“10K, 아무나 할 수 없는 기록이지. 축하하네.”

“킴, 오늘 저녁 크게 쏴야 하는 것 아니야?”

김민이 웃으며 동료의 말을 받았다.

“모두에게 쏘는 건 좀 그렇고, 공을 받아 준 록튼이라면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지.”

그는 모두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라커룸으로 향했다.

잠시 뒤, 블렛소 투수 코치가 김민을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킴, 9회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을 생각인가? 투구수는 여유가 있던데…….”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상보다 빠른 공을 던졌습니다. 오늘은 80개에서 투구수를 조절한 뒤 경과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투수 코치보다 더 섬세하게 투구수와 컨디션을 관리하고 있었다.

“흠, 지난해보다 빨라진 구속이 관절과 근육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일 리가 없는 건 아니군.”

블렛소 투수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곤 김민에게 아이싱을 권했다.

“킴,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지.”

“말씀하십시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빨라진 건가?”

“구속 말입니까?”

“제구를 유지하면서 구속을 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

김민이 유니폼을 벗으면서 대답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고?”

“지난해 훈련 매뉴얼을 그대로 가져갔을 뿐입니다.”

김민은 지난겨울 뛰고, 뛰고 또 뛰었을 뿐이었다.

“흠, 혹시 몸이 성장한 건 아닐까?”

키나 손발이 늘어났다면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민의 성장판은 이미 닫힌 뒤였다.

트레이너가 얼음 통을 놓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킴, 지난해 했던 훈련을 그대로 한 것 맞아?”

“그대로 했다니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지난 시즌보다 하체가 굵어졌어.”

트레이너는 몸을 다루는 사람이었기에 김민의 변화를 빠르게 캐치했다.

“하체가 굵어졌다고?”

“정확히 말하면 이 지점이야.”

트레이너가 가리킨 것은 허벅지였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구속이 올라간 것은 하체가 강해졌기 때문인 것 같군. 이건 좋은 변화야.”

그는 잠시나마 김민이 스테로이드 같은 것에 손을 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하지만 김민의 상체는 지난해와 같았다.

이는 김민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지 않았다는 좋은 증거였다.

9회 초.

김민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에두아르도였다.

그는 이번 시즌도 투수조 최고참으로 불펜을 이끌고 있었다.

“와, 또 에두아르도야?”

“은퇴는 안 하는 건가?”

“은퇴하기에는 이르지. 아직 30대 중반이라고.”

팬들이 한담을 나누는 사이, 공이 1, 2루 사이를 갈랐다.

“안타! 안타입니다!”

“파커가 반격의 물꼬를 트는군요.”

에두아르도는 미간을 좁혔다.

‘제대로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받아치는군.’

메이저리그는 노장 투수에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따악!

다시 한번 안타가 나오면서 무사 1, 3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7점 차의 리드. 하지만 쉽게 생각해서는 안 돼.’

이반 감독이 블렛소 투수 코치에게 고개를 돌렸다.

“불펜을 가동하게.”

“에두아르도르 끝내는 것 아니었습니까?”

“만일에 대비해야지. 킴이 만들어 놓은 개막전 케이크를 엎어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연속 안타에 탬파베이 불펜이 바빠졌다.

“볼튼, 안드레 준비해.”

“알겠습니다.”

두 젊은 투수가 몸을 푸는 사이 에두아르도가 첫 번째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주자, 홈으로 들어옵니다!”

“중견수 플라이로 타자를 잡았기 때문에 손해만은 아닙니다.”

점수를 내준 직후 블렛소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향했다.

“편하게 던져. 아웃 카운트 하나에 1점씩 줘도 여유 있게 이길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에두아르도는 블렛소의 방문 이후 안정을 찾은 듯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그다음 타자에게 안타 그리고 그다음 타자 코트니에게 좌익수 뒤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타이거즈! 2점을 더 따라갑니다. 이제 스코어는 8-3입니다.”

“에두아르도, 마지막 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군요.”

코트니 다음 타자는 오늘 김민에게 홈런을 뽑아낸 4번 타자 던컨이었다.

김민은 아이싱을 마치자마자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숀!”

숀은 탬파베이 배터리 코치였다.

“킴? 무슨 일인가?”

“록튼에게 한마디만 전해 주십시오.”

“록튼에게?”

“초구는 무조건 한가운데 커브라고 말입니다.”

숀은 이유를 묻지 않고 록튼을 불러 그 말을 전했다.

“킴이 그렇게 말했단 말입니까?”

“분명 그렇게 말했네.”

“알겠습니다.”

록튼은 홈플레이트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초구는 무조건 한가운데 커브라고, 이건 상대가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다는 뜻인가? 그게 아니면 에두아르도의 패스트볼이 나쁘다는 뜻인가?’

그는 자리에 앉은 뒤 바로 초구 사인을 냈다.

에두아르도는 그 사인에 미간을 좁혔다.

‘벤치에서 록튼을 부른 것은 이 사인 때문이었나? 하지만 한가운데에 커브라니, 자칫 잘못하면 홈런을 맞게 될 거야.’

그는 3점을 내주었지만, 아직 홈런은 허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에두아르도는 한숨을 내쉰 뒤 커브 그립을 잡았다.

록튼 스스로 낸 사이라면 모를까?

벤치에서 낸 사인은 투수가 바꿀 수 없었다.

‘홈런을 맞는다고 해도 내 탓이 아니야.’

슉!

커브가 그의 손을 떠났다.

높은 코스에서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커브.

던컨은 이 공을 보곤 멈칫했다.

‘이것 참……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이군.’

사실 그는 초구를 그냥 지켜볼 예정이었다.

그 이유는 에두아르도가 3타자 연속 초구를 볼로 던졌기 때문이었다.

‘치지 말까?’

그러나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공이었다.

‘이걸 거르면 다음에는 좋은 공이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

던컨의 배트가 공을 향해 움직였다.

딱!

배트에 닿은 공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중견수 머레이가 뒤로 달려갑니다!”

“던컨! 개막전에서 2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걸까요?”

다음 순간 머레이가 워닝 트랙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이는 타구가 펜스를 넘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던컨은 그 모습을 보고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큭, 역시 타이밍이 맞지 않았어.’

그는 느릿한 커브를 그냥 흘려보내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파앙!

머레이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온 순간 김민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았어!”

숀 배터리 코치는 좋아하는 김민을 보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운영의 마술사는 아직 죽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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