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2002 시즌 02
1회 말.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공격.
선두 타자로 나선 것은 칼튼이었다.
“칼튼, 이번 시즌도 잘 부탁해.”
“홈런은 바라지 않으니까. 출루만 잘해 달라고.”
탬파베이 팬들은 3시즌 연속 1번 타자로 개막전에 나서는 칼튼에게 우호적이었다.
중계진은 칼튼이 타격 준비를 하는 사이 탬파베이 타선을 빠르게 설명했다.
“탬파베이 타순은 지난 시즌과 바뀐 것이 많습니다. 우선 4번 타자였던 그렉스가 5번으로 자리를 옮겼고, 새로운 4번 타자 아울이 들어왔습니다.”
“아울은 홈런을 많이 치는 장타자는 아니지만, 2루타가 상당히 많은 타자입니다. 외야가 넓은 트로피카나 필드라면 아울의 이런 성향이 잘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탬파베이 타순은 클린업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테이블 세터 쪽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카를로스의 빈자리는 케니히가 채웠습니다. 케니히는 도루가 많은 선수는 아니지만 출루율이 상당히 좋습니다.”
2010년대와 다르게 2000년대 초반은 도루의 가치가 제법 높았다.
30도루 이상을 할 수 있는 타자는 FA 시장에서 고평가를 받곤 했다.
김민은 탬파베이 같은 스몰마켓 팀에 도루 능력을 갖춘 FA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같은 금액이라고 하면 도루 능력보다는 선구안이 나은 타자가 더 효율이 좋아.’
그는 2할 후반 출루율에 20도루를 할 수 있는 타자보다 3할 중반의 도루 능력 없는 타자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하위 타선은 신인들을 대거 기용한 것이 눈에 띕니다.”
“지난 시즌 백업이었던 브라이튼과 이번 시즌 루키인 듀란트가 선발로 출장했습니다. 지난 1회, 킴이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바람에 두 사람의 수비 능력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캐스터와 해설자가 말을 주고받는 사이 칼튼이 헛스윙과 함께 물러났다.
“말씀드린 순간 칼튼이 크게 헛칩니다!”
“이건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군요. 큰 걸 노린 것 같습니다.”
이반 감독은 칼튼의 큰 스윙에 이마를 찌푸렸다.
“저 친구 왜 저러는 거야?”
코스타 타격 코치가 모자를 고쳐 쓰며 대답했다.
“팬들의 환호에 흥분한 것 같습니다.”
“루키도 아니고, 경험 많은 베테랑이 만원 관중에 흥분하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이반 감독이 혀를 찬 순간, 디트로이트의 폴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갈리날리가 이번 시즌을 일을 낼 모양이군.”
“풀타임으로 3시즌입니다. 터질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디트로이트의 선발 갈리날리는 지난 시즌 8승을 달성한 영건이었다.
그는 이번 시즌 디트로이트의 3선발을 맡고 있었다.
이반 감독은 갈리날리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갈리날리는 그렇게 대단한 투수가 아니란 말이야. 잘 보고 대처하면 충분히 때려낼 수 있다고.”
그는 갈리날리를 터커와 비슷한 수준의 투수로 평가했다.
코스타 타격 코치가 타석에 들어선 케니히를 보며 말했다.
“케니히는 다를 겁니다.”
2번 타자 케니히, 그는 칼튼과 확실히 달랐다.
“케니히, 카운트를 3-2까지 몰고 갑니다.”
“떨어지는 커브를 잘 참았군요. 인내심이 돋보이는 타자입니다.”
이반 감독과 코칭 스탭은 케니히의 끈질긴 승부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생각보다 좋군.”
“케니히는 인내심이 강한 선수입니다.”
“시즌 내내 저런 모습이라면 좋을 것 같군.”
딱!
케니히는 파울을 하나 더 때리면서 승부를 7구까지 몰고 갔다.
중계진은 타자와 투수의 끈질긴 승부에 목소리를 높였다.
“케니히! 끈질기게 물고 늘어집니다.”
“하지만 갈리날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스트라이크존에 계속 공을 넣으면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갈리날리는 호흡을 조절한 뒤 7구를 던졌다.
슉!
바깥쪽 코너에 들어온 빠른 공.
타격 기술이 뛰어나지 않은 케니히로서는 버거운 공이었다.
탁!
빗맞은 공이 2루수 정면으로 흘렀다.
“몬데!”
“맡겨 달라고!”
타이거즈 2루수 몬데가 빠르게 공을 잡아 그대로 1루에 뿌렸다.
“몬데 좋은 수비입니다!”
“스타트와 캐치 그리고 스로잉까지 완벽했습니다. 수비에서는 흠을 잡을 곳이 없는 선수가 바로 몬데입니다.”
케니히는 비록 2루 땅볼로 아웃되었지만, 끝까지 전력으로 질주하는 투지를 보여 주었다.
이반 감독은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케니히,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친구군.”
그는 전부터 탬파베이에 케니히 같은 파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런트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일을 한 모양입니다.”
코스타 타격 코치도 케니히의 파이팅이 마음에 들었다.
케니히 다음으로 타석에 들어선 것은 탬파베이의 얼굴마담 안데르센이었다.
“다음 타자는 3번 타자 안데르센입니다.”
“안데르센은 탬파베이에서 벌써 6시즌입니다.”
“그 말은 다음 시즌 FA란 뜻이죠?”
“그렇습니다. 시즌 중 연장 계약이 없다면, FA로 선수로 풀린다고 봐야 할 겁니다.”
FA 직전 시즌은 선수의 몸값을 결정하는 바로 미터.
이번 시즌은 안데르센에게 그 어느 시즌보다 중요한 시즌이었다.
‘3할 30홈런 100타점은 못하더라도. 2할 후반, 20홈런, 80타점은 꼭 기록하겠어.’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난겨울 개인 트레이너까지 고용해 맹훈련을 진행했다.
코스타 타격 코치가 그를 바라보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안데르센, 부담을 버려. 욕심을 가지면 절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다음 순간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딱!
가볍게 2루수 키를 넘은 공이 중견수 앞에 떨어졌다.
“안데르센!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뽑아냅니다.”
“배팅 타이밍과 포인트가 아주 좋았습니다.”
타격 코치의 걱정은 기우였다.
‘제대로 공을 밀었군.’
이반 감독도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나이스 배팅! 아주 좋았어.”
탬파베이의 다음 타자는 새로 영입한 4번 타자 아울이었다.
팬들의 시선이 새로운 4번 타자에게 쏠렸다.
“아울, 잘할 수 있을까?”
“글쎄, 홈런을 그렇게 많이 치는 타자는 아니라서…….”
“한 시즌 정도는 지켜봐야겠지. 캔자스시티에서도 고정으로 클린업을 치던 게 아니었어.”
반신반의.
아울은 배트를 오른손으로 쓰다듬곤 배터 박스에 섰다.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건 이제 사양하겠어.’
트레이드를 통해 캔자스시티에서 탬파베이로 팀을 옮긴 아울.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한 차례 트레이드를 경험한 바 있었다.
아울의 이번 시즌 목표는 탬파베이 선발 로스터에 자리를 잡는 것이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아울은 꽉 찬 초구를 그대로 흘려보냈다.
“아울, 바깥쪽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습니다.”
“이번 공은 제구가 아주 좋았습니다.”
갈리날리는 3번 타자 안데르센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더그아웃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민에게 록튼이 물었다.
“킴, 저 친구 어때?”
“음…… 뭐랄까? 리듬 자체는 나쁘지 않아.”
“그 말은 나쁜 게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김민이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공을 놓는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아서 말이야. 조금 전 공은 좋았지만, 릴리스 포인트가 나쁠 때는 이상한 곳에 공이 들어간다고.”
공을 놓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말은 제구가 들쑥날쑥하다는 말과 같았다.
김민은 갈리날리가 더 높은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릴리스 포인트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슉!
두 번째 공이 한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왔다.
‘하이 패스트볼? 아니야. 이건 단순한 실투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면 칠 수 없어.’
아울은 두 손에 힘을 빼고 공을 좌중간으로 밀었다.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좌익수 방향으로 날아갔다.
“아울! 쳤습니다!”
타구의 높이나 비거리는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방향이 아주 좋았다.
중견수와 좌익수 어느 쪽도 이 타구를 처리할 수가 없었다.
“공이 펜스까지 굴러갑니다! 그 사이 주자가 3루를 지납니다!”
“타이거즈, 중계 플레이가 더딥니다!”
펜스에서 홈까지 송구가 가능한 외야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드물었다.
타이거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타이거즈의 세 외야수 중 펜스에서 송구가 가능한 것은 우익수 클레이 뿐이었다.
공을 잡은 것은 중건수 파커.
파커는 중계 플레이를 통해 공을 홈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1루 주자 여유 있게 홈에 들어옵니다.”
“홈팀 탬파베이가 먼저 점수를 뽑는군요. 스코어 1-0입니다.”
아울의 적시 2루타.
트로피카나 필드를 가득 채운 팬들이 일제히 오른손을 들었다.
“아울! 아울!”
아울은 팬들의 환호에 두 손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TV 앞에선 타이거즈 팬들은 그의 세레머니에 혀를 찼다.
“홈런을 친 것도 아닌데 세레머니까지 하는군.”
“그러게 말이야.”
반면 이반 감독은 그의 활약에 크게 박수를 쳤다.
“좋아, 아주 좋아. 바로 그런 플레이를 원했어.”
홈런은 아니지만 아울의 2루타는 탬파베이 코칭 스탭을 크게 만족시켰다.
김민은 2루타를 친 아울보다 2루타를 맞은 갈리날리 쪽에 시선을 두었다.
“흐흠, 2아웃 이후에 연속 안타로 실점. 포수가 한 번 올라가 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한 번 리듬을 끊어 줘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지.”
그러나 타이거즈의 포수 아노는 마운드에 올라가는 대신 빠르게 사인을 냈다.
“좋지 않은 리듬을 끊지 않고 그대로 가는군.”
“그라운드의 분위기 때문에 포수의 시야가 좁아진 것 같아.”
두 사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렉스의 안타가 나왔다.
“좋아! 나이스 배팅!”
2루에 있던 아울은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왔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2사 후에 2점을 뽑아냅니다.”
“그렉스, 노장은 살아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 줍니다.”
록튼은 그렉스의 활약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영감님이 첫 경기부터 타점을 추가하는군.”
“당연한 결과야. 그렉스도 지난겨울 상당한 노력을 했으니까.”
그렉스는 지난겨울 젊은 선수인 록튼 못지않은 훈련량을 소화해냈다.
‘타격폼을 짧게 바꾸길 잘했어.’
스테로이드를 끊은 뒤 파워와 배트 스피드가 급격히 감소했다.
타격폼을 바꾸지 않고 큰 스윙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삼진 머신이 될 뿐이었다.
그래서 지난겨울 그렉스는 타격폼 교체를 결정했다.
코스타 타격 코치는 그렉스의 타격폼 변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장타는 줄어들어도 타율은 지킬 수 있을 것 같군.”
디트로이트의 포수 아노는 2점을 내주고서야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는 흔들리고 있는 젊은 투수를 다독이고는 홈플레이트로 돌아왔다.
아노의 다독임 덕분이었을까?
갈리날리는 다음 타자 머레이를 3루 땅볼로 잡아내곤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자, 이제 우리 차례야.”
김민이 록튼과 함께 마운드로 향했다.
2회 초.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공격은 4, 5, 6번으로 이어지는 호타순이었다.
“킴이 1회 세 타자 연속 삼진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까요?”
“글쎄요. 타이거즈의 4번 타자 던컨이 워낙 뛰어난 타자라…….”
해설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민이 바깥쪽 코너에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94마일(151km).
던컨은 무릎 쪽에서 살짝 떠오른 공에 미간을 좁혔다.
‘킴의 패스트볼은 높은 코스가 아닌 낮은 코스에서도 공이 떠오르는 건가?’
그는 김민의 패스트볼 무브먼트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록튼이 미트에서 공을 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공도 아주 좋았어. 오늘 킴의 컨디션은 최고야.’
그는 오늘 일을 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김민은 공을 받은 뒤, 바로 2구를 던지지 않고 로진백을 만졌다.
이것은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바로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군. 킴은 안타를 맞거나 카운트가 몰렸을 때만 로진백을 만진단 말이지.”
“블렛소, 너무 걱정하지 말게. 그냥 손가락에 이물감이 느껴졌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겨우 공을 하나 던졌을 뿐입니다.”
김민이 로진백을 만진 것은 이물감을 느껴서가 아니었다.
‘공이 너무 잘 들어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좋은 제구.
낯선 느낌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제구가 좋아진 이유가 뭘까?’
김민이 생각에 잠기자 주심이 경고를 주었다.
“킴, 어서 공을 던지게.”
그는 주심의 경고에 고개를 끄덕이곤 공을 꽉 잡았다.
‘정신 차리자. 지금은 이유 따위를 생각할 때가 아니야.’
슉!
빠른 공이 안쪽 코스를 노렸다.
‘로케이션 승부냐?’
던컨은 빠르게 배트를 돌렸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1루 베이스를 스치고 지나갔다.
“파울!”
던컨이 배트를 두드리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완벽히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파울이라니, 뭐가 잘못된 거야?’
전광판으로 고개를 돌리니, 95마일(153km)이란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음, 잘 제구된 95마일이란 말이군. 그러면 그럴 수도 있겠어.’
던컨은 고개를 끄덕인 뒤 타석으로 돌아왔다.
김민은 95마일이란 구속을 확인한 뒤,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제구만 올라간 게 아니야. 구속도 지난 시즌보다 1마일 이상 더 나오고 있어. 스피드건 이상이 아니라면……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는 오른손 식지를 왼쪽 어깨에 가져갔다.
록튼은 김민의 사인을 받곤 눈을 크게 떴다.
‘킴, 그건 조금 무리 아니야?’
그는 다시 사인을 확인해 달라는 사인을 냈다.
그러나 김민의 사인은 바뀌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무리를 해 보려는 건가? 하지만 상대 타자는 던컨이라고.’
록튼은 미간을 좁혔지만, 이 이상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다.
‘킴을 믿을 수밖에.’
사인 교환이 끝나자 김민이 투구에 들어갔다.
슈우욱!
이번 공은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
던컨은 공을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하이 패스트볼이라고? 날 허수아비로 보는 건가?’
메이저리그 4번 타자를 상대로 3개 연속 패스트볼.
김민의 볼 배합은 던컨의 자존심에 흠집을 냈다.
‘메이저리그 4번은 그냥 차지한 게 아니야!’
그는 김민의 패스트볼을 당겨 담장을 넘길 생각이었다.
록튼은 던컨의 배트가 나오는 타이밍에 숨을 멈췄다.
‘좋은 타이밍이야.’
그는 이래서 3개 연속 패스트볼을 던지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던컨은 완벽히 타이밍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공이 변화를 일으켰다.
‘또 떠오르는 건가? 완벽한 타이밍이었는데…….’
틱!
배트에 스친 공이 그대로 포수 미트에 들어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파울 팁 삼진.
캐스터가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킴! 다시 한번 삼진입니다! 개막전에서 4연속 삼진! 대단합니다!”
해설을 맡은 밥은 4연속 삼진을 보고 흥분하기보다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 킴의 투구는 이상하군요. 지난 시즌 킴은 이렇게 많은 삼진을 잡는 투수가 아니었습니다.”
김민은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내긴 했지만, 삼진과 다승 두 분야에서 경쟁자들에게 크게 밀려 사이영상 수상에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그는 삼진 머신이 된 것처럼 잇달아 삼진을 잡아내고 있었다.
김민은 하이 패스트볼로 던컨을 잡은 뒤 크게 포효했다.
“좋았어!”
그답지 않은 파이팅.
블렛소 코치는 김민이 아닌 다른 투수가 마운드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언제나 침착하던 운영의 마술사가 아니야.’
클락은 김민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디의 말대로군.”
그의 말을 들은 설리반이 고개를 갸웃했다.
“프레디가 뭐라고 했는데?”
프레디는 지난겨울 탬파베이 투수들의 훈련을 도운 아마추어 전문가였다.
“킴의 하체가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어.”
“그게 뭐야?”
“하체가 강할수록 투수는 좋은 공을 뿌릴 수 있어.”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라고.”
“그렇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인지. 그런데 프레디가 사진 한 장을 내게 보여 주며 말하더군. 지난 시즌 킴은 이번 시즌 킴과 하체가 달랐다고 말이야.”
설리반이 멈칫했다.
“한 시즌만에 하체가 더 좋아진 건가?”
“맞아.”
클락은 김민의 공이 빨라진 이유가 더욱 강해진 하체에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