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97화 (97/296)

97화 2002 시즌 프리뷰 01

2001년 아메리칸 리그 정상에 오른 팀은 악의 제국 양키스였다.

그러나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두고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 이끄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패배한 악의 제국.

사람들은 양키스의 시대가 끝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악의 제국은 악의 제국이었다.

양키스는 지난 시즌 오클랜드의 간판스타였던 제레미를 1억1900만 달러(1,475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영입했다.

2000년 아메리칸 리그 MVP에 올랐던 제레미는 지난 시즌도 괴물 같은 활약을 보여 주었다.

제레미의 합류는 양키스를 메이저리그 최강팀으로 만들었다.

“MVP급 선수에게는 그 실력에 어울리는 매머드급 계약이 필요합니다.”

양키스 구단주의 한마디는 악의 제국이 부활했음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너무하는군. 월드시리즈 진출 팀에 MVP급 타자가 더해졌어.”

“시애틀과 이치로의 임팩트 때문에 가려져서 그렇지 제레미는 지난 시즌도 대단했단 말이지.”

“제레미 같은 타자가 양키스 타선에 가세하다니, 이걸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군.”

“호랑이가 날개를 달았다고 하는 거야.”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제레미의 합류에 직격탄을 맞은 동부지구 네 팀 중 한 팀이었다.

“조금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더니, 양키스에 제레미인가?”

“양키스는 돈으로 우승 반지를 사려는 모양입니다.”

“7년 1억1900만 달러라니, 악의 제국다운 발상이야.”

제레미가 양키스와 맺은 7년 계약은 탬파베이 최고 연봉 선수인 그렉스의 14년 치 연봉보다도 많았다.

홀먼은 문득 김민이 지금의 상승세를 FA계약 때까지 유지하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했다.

‘아마 킴도 제레미 못지않은 금액을 받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탬파베이는 김민을 놔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재정으로는 양키스 같은 매머드급 계약이 불가능했다.

“보스턴은 어떻게 됐지?”

“보스턴도 나름 타선을 보강했습니다. 지난 시즌 타율 0.287에 16홈런, 75타점을 기록한 톰을 영입했고, 베테랑 유격수 케즈도 데려왔습니다.”

“빠져나간 선수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좋을 겁니다. 오히려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던 로라와 페드로가 돌아옵니다.”

홀먼 단장은 미간을 좁혔다.

“이쪽도 만만치 않군.”

“양키스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팀이니까요.”

“토론토는?”

“그나마 낫습니다. 큰 보강 없이 유망주들을 콜업해 FA로 빠져나간 자원을 대체하려는 것 같습니다.”

“우리와 같은 형편이군.”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해 볼 만한 팀은 이번 시즌도 토론토와 볼티모어 정도였다.

‘킴의 도움으로 제법 보강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양키스는 물론이고 보스턴에게도 격차가 느껴지는군.’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양키스와 보스턴 그리고 시애틀과 오클랜드가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 자리를 놓고 다툴 것이라 예상했다.

“악의 제국 양키스는 영원한 우승 후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뒤를 잇는 것은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최다승 팀인 시애틀입니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냈으나 팀을 재정비해 다시 한번 월드시리즈에 도전하고자 했다.

“시애틀은 116승을 기록했던 지난 시즌 전력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도 시애틀을 2위로 보고 있습니다. 플레이오프가 아닌 정규시즌 승리로 우승팀이 정해진다면 시애틀에 배팅했을 겁니다.”

양키스와 시애틀 다음으로 주목을 받은 팀은 보스턴이었다.

“보스턴은 지난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를 겁니다. 노라와 페드로가 돌아오고 슈퍼 루키 헨드릭스가 트리플A에서 대기 중입니다.”

“보스턴은 적어도 90승 이상을 기록할 겁니다. 하지만 같은 지구에 양키스가 있어 지구 우승은 불가능할 겁니다.”

보스턴은 와일드 카드로 플레이오프에 나갈 것으로 예상되었다.

보스턴 다음으로 주목을 받은 팀은 지난 시즌 100승을 넘긴 오클랜드였다.

오클랜드는 팀의 주포 제레미가 양키스로 이적했지만, 빌리 빈과 영건 3인방이 건재했다.

“영건 3인방이 함께 있는 동안 오클랜드는 언제든 지구 우승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빌리 빈이 GM이라는 것도 큰 강점이죠. 오클랜드는 시즌 아웃급 부상에 가장 빨리 대처할 수 있는 팀 중 하나입니다.”

“오클랜드 역시 같은 지구에 시애틀이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겠죠. 시애틀을 누를 수 있다면 월드시리즈에 도전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메이저리그 셀럽 중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를 챔피언 후보로 언급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스포츠 일러스트는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예상 성적을 동부지구 4위로 표기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시즌보다 한 계단 하락한 것이었다.

“아울과 케니히를 영입했는데 4위라고?”

“카를로스가 나갔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박한 평가 아니야?”

“우리 팀은 원래 평가가 박해.”

탬파베이 팬들은 언론사와 셀럽들의 평가에 불만을 가졌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김민이 등장하기 전까지 지구 꼴찌를 도맡았던 팀이었다.

* * *

2월 24일.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플로리다에서 스프링 캠프를 시작했다.

“이번 스프링 캠프는 더 없는 전쟁터가 될 것이다. 모두에게 행운이 따르길 빈다.”

바이슨 수석 코치의 한마디로 시작된 스프링 캠프.

김민은 캠프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스미스!”

“킴!”

스미스는 지난 시즌 더블A에서 보여 준 활약을 바탕으로 스프링 캠프 티켓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킴, 네 활약은 TV로 다 지켜봤다고.”

두 사람 사이에 볼튼이 끼어들었다.

볼튼은 9월 확장 로스터 전까지 스미스와 함께 했다.

“스미스, 어서 메이저리그로 올라와야지. 언제까지 마이너에 있을 거야.”

스미스가 오른손 식지를 들며 말했다.

“볼튼, 아직 25인 로스터가 결정된 게 아니야. 내가 남고 네가 다시 마이너로 갈 수도 있다고.”

그의 지적에 볼튼이 미소를 지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난 킴에게 비밀 병기를 전수받았거든.”

“뭐?”

“보면 알아.”

스미스는 볼튼이 김민에게 스플리터를 배운 뒤 한 단계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킴에게 배운 건가? 킴, 킴은 왜 자꾸 다른 선수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나눠주기만 하는 거야?”

김민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난 다 함께 강해지는 게 좋아.”

“이유가 뭐야?”

“나 혼자 힘으로 경기에 이길 수는 없으니까.”

그는 승리가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반 감독은 이번 시즌도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다들 활기가 넘치는군.”

“지난 시즌 성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이제 만년 꼴찌 팀이 아니었다.

외부 평가는 박했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팀으로 평가했다.

“블렛소, 선발 자원은 어떤가?”

“부르스가 돌아왔고, 설리반과 안드레도 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괜찮을 겁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지난 시즌 아메리칸 리그 6위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탬파베이 투수진이 지난 시즌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시즌은 투수진이 크게 일을 낼 겁니다.”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문제는 언제나 타선이었다.

“코스타, 아울은 어떤가?”

이반 감독이 아울에게 걸고 있는 기대는 대단했다.

‘티노를 주고 데려온 4번 타자야. 잘해 주지 않으면 곤란해.’

코스타 타격 코치가 살짝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기량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몸을 제대로 만들어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오프 시즌 동안 윈터 리그를 뛴 덕분에 체력적으로 부담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윈터 리그.

매년 11월이 되면, 날씨가 따뜻한 중남미의 도미니카, 멕시코,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에서 새로운 리그가 열린다.

몇몇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재활 또는 감각 유지를 위해 2-4만 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고 윈터 리그에 참여하곤 했다.

“윈터 리그에서 얼마나 열심히 뛰었기에…….”

“플레이오프에 챔피언시리즈까지 진출했던 모양입니다.”

“할 수 없지. 당분간은 휴식을 주도록 하게.”

이반 감독은 아울을 연습 경기 명단에서 제외했다.

연습 경기 1차전.

선발 투수로 나선 것은 마이너리그 출신 콜먼과 탐슨이었다.

“콜먼! 화이팅!”

“나이스 피칭 콜먼!”

콜먼은 두툼한 얼굴이 인상적인 투수였다.

팡!

“스트라이크!”

블렛소 투수 코치는 콜먼의 투구를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패스트볼은 확실히 좋군.”

김민 역시 콜먼의 패스트볼이 좋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콜먼의 투구폼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투구폼은 각자의 개성이 스며 있는 것이긴 하지만, 콜먼의 경우에는 무릎에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있어. 저걸 고치지 않으면 부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

그의 생각이 씨가 된 것일까?

콜먼은 3이닝 만에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스프링 캠프 첫 연습 경기에서 통증이라니…….”

“몸을 제대로 풀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간 모양이야.”

김민은 부상을 당한 콜먼에게 다가갔다.

“괜찮나?”

콜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아. 그냥 결린 것뿐이야.”

김민은 콜먼이 손으로 무릎을 세게 잡고 있는 것을 보곤 부상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부상은 오늘 당한 것이 아니야.’

콜먼은 스프링 캠프에서 탈락하지 않으려고 부상을 숨긴 것이었다.

“콜먼, 괜찮지 않으면, 괜찮지 않다고 말해.”

“킴, 그게 무슨 말이야. 난 괜찮아.”

김민이 콜먼의 다리를 잡으며 말했다.

“스프링 캠프는 단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야. 하지만 부상은 단 한 번만으로도 투수의 인생을 날려 버릴 수 있어.”

그는 블렛소 투수 코치를 호출했다.

“블렛소, 콜먼의 다리 심상치 않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과 함께 콜먼의 다리를 살핀 뒤 미간을 좁혔다.

“내 실책이군. 팀 투수의 다리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니.”

“큰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야겠어.”

블렛소 투수 코치는 스탭을 불러 차를 준비시키라고 말했다.

그러자 콜먼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전 공을 던질 수 있습니다. 이대로 캠프를 끝낼 수는 없어요.”

그에게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는 4년 만에 잡은 기회였다.

“네게 스프링 캠프가 중요한 기회라는 것은 알아. 하지만 이 부상을 그대로 두면 메이저리그는커녕 마이너리그 마운드에도 설 수 없게 돼.”

김민은 스탭과 함께 병원으로 향하는 콜먼에게 말했다.

“부상이 완벽하게 회복된다면 다음 시즌 스프링 캠프에 널 추천하겠어.”

팀 에이스의 추천.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코칭 스탭은 에이스나 4번 타자의 요청을 대부분 들어주었다.

“킴, 정말이야?”

“물론이지. 다만 투구폼은 조금 수정이 필요할 거야.”

“투구폼이라고?”

“지금 투구폼은 무릎에 걸리는 부하가 너무 커.”

김민은 콜먼에게 고쳐야 하는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곤 직접 투구 모션까지 보여 주었다.

“이런 식으로 공을 던지게 되면 무릎 부상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거야.”

스미스는 멀리서 김민이 콜먼을 가르치는 것을 보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킴은 여전하군.”

“저게 킴의 장점이지.”

그의 말을 받은 선수는 볼튼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훈련했던 1년 전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킴 덕분에 우리 두 사람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야.”

“네 말대로야. 킴이 없었다면 난 아직도 싱글A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겠지.”

김민은 30분가량 콜먼을 지도하곤 볼튼에게 돌아왔다.

“볼튼, 설리반은 어디 있어?”

“록튼과 불펜에 있던데?”

“그럼 러닝은 못 가겠군.”

볼튼이 고개를 갸웃했다.

“러닝? 스프링 캠프인데?”

“스프링 캠프니까 러닝이지.”

“설마…….”

“오늘은 짧게 10km만 뛰자고.”

볼튼은 그의 하드한 훈련에 혀를 내둘렀다.

‘킴은 정말 못 말린다니까.’

* * *

3월 3일.

메이저리그 시범 경기.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vs 뉴욕 메츠

“메이저리그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메이저리그가 긴 겨울을 깨고 시범 경기로 돌아왔습니다!”

플로리다의 3월은 화창함 그 자체였다.

“오늘 선발 투수는 킴과 베론입니다.”

김민은 오늘 3이닝을 투구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시범 경기인데도 불구하고 관중석이 이미 만원이군요.”

“킴의 등판 경기니까요. 플로리다에서 킴의 입지는 확고합니다.”

해설인 밥은 김민이 플로리다의 로켓맨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말씀드린 순간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슉!

김민의 손을 빠져나간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스윙, 스트라이크!”

타자는 김민의 공을 본 뒤 눈을 크게 떴다.

‘공의 움직임이 이상해.’

마이너리그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무브먼트.

김민은 호흡을 조절하곤 다시 한번 패스트볼을 던졌다.

슉!

빠른 공이 타자 바깥쪽을 향해 다시 한번 날았다.

‘또 바깥쪽이냐!’

타자는 두 번 헛스윙은 없다는 듯 세게 배트를 움켜쥐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배트는 공을 맞히지 못했다.

‘공이 떠올랐어. 이게 가능한 건가?’

“스윙 스트라이크!”

관중석에서 잇달아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나이스 피칭!”

“킴! 우린 널 보기 위해 여기 온 거야!”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4마일(151km).

메츠 코칭 스탭은 김민의 구속과 구의에 미간을 좁혔다.

“저 친구 시범 경기부터 너무 힘을 쓰는군.”

“젊은 친구라서 시범 경기와 시즌 경기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김민이 전력으로 공을 던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김민은 전력으로 공을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80%의 힘을 사용한다는 가정하에 공을 던지고 있었다.

‘스피드건이 잘못된 건가? 80%의 힘으로 94마일이 나올 리가 없어.’

김민은 다시 한번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같은 코스에 3개야. 이번에는 타자도 칠 수 있겠지.’

그는 영점을 잡듯 같은 코스에 세 번째 패스트볼을 던졌다.

슉!

패스트볼이 바람을 가르며 미트를 향해 날아갔다.

‘또 패스트볼이라고?’

타자는 같은 코스에 세 번째로 날아오는 공에 혀를 찼다.

‘아무리 떠오르는 공이라고 해도 3개 연속은…….’

그의 스윙은 앞선 두 번의 헛스윙과 달리 타이밍이 정확했다.

‘이번에는 칠 수 있어.’

탁!

배트는 확실히 공에 닿았다.

하지만 공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제 자리에 떠오르고 말았다.

“공이 홈플레이트 위로 높이 솟아오릅니다.”

“타이밍은 좋았지만 히팅 포인트가 나빴습니다.”

타자는 배트를 쥔 채 공을 바라보았다.

‘떠오르는 각도까지 예상하고 한 스윙이었어. 그런데 이건 대체!’

다음 순간 스미스의 미트에 공이 빨려 들어갔다.

팡!

“아웃!”

뉴욕 메츠의 1번 타자 그라함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뒤 코칭 스탭에게 기묘한 공을 보았다고 이야기했다.

“패스트볼인데 패스트볼이 아닌 공이었습니다.”

“투심 패스트볼을 잘못 본 것이겠지?”

“아닙니다. 투심이라면 이런 식으로 떨어지지 않습니까? 하지만 킴의 공은 이렇게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의 설명에 타격 코치가 미간을 좁혔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두 사람의 언쟁이 길어지자 메츠의 4번 타자 베이커가 끼어들었다.

“그라함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 겁니다.”

“베이커, 자네까지…….”

“올스타전 때 저 친구가 떠오르는 공을 던진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번 오프 시즌 때 그 공을 완성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격 코치는 떠오르는 공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베이커가 미소를 지었다.

“코치를 위해 제가 한번 확인해 보도록 하죠.”

그는 오늘 출전 계획이 없는 타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김민의 패스트볼을 확인하기 위해 교체 투입을 원하고 있었다.

“베이커, 자네의 출전은 감독님이 결정할 일이야.”

오른쪽에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베이커의 청을 들어줘. 나도 저 공의 정체를 알고 싶군.”

베이커의 출전을 결정한 사람은 뉴욕 메츠의 감독 필립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