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겨울 리그 02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윈터 미팅 기간 동안 두 건의 트레이드와 한 건의 FA계약을 채결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윈터 미팅을 B+로 평가했다.
“20홈런을 칠 수 있는 외야수를 데려온 것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지. 하지만 그들은 카를로스를 놓쳤어. 카를로스를 대체할 수 있는 테이블 세터를 만들지 못한다면 다음 시즌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외야와 내야를 집중적으로 보강했지만, 투수진은 전혀 보강이 안 됐어. 부르스가 돌아온다는 확신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투수진을 보강했어야 해.”
“나도 투수진을 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 만약 탬파베이가 투수진을 보강할 수 있다면 난 B+를 A로 올려 줄 수 있어.”
탬파베이 프런트의 중심인 홀먼은 윈터 미팅을 끝내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완전히 당했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군.”
그가 이끌어 낸 트레이드와 FA 계약은 모두 김민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그래도 나쁜 계약은 아니었습니다.”
운영팀장 코너의 말에 홀먼이 미간을 좁혔다.
“그래서 더 문제야.”
윈터 미팅 동안 김민은 그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스마트 폭탄처럼 깨끗하게 처리해 주곤 했다.
“메이저리그에 막 올라온 루키가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는 것도 모자라 구단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 지금까지 이런 선수가 있었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없었다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죠.”
코너는 김민의 운영 능력이 구단을 운영하는데도 빛을 발한다고 생각했다.
‘킴은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 게 아니야. 그는 비범한 사고와 시야를 가지고 있어.’
그는 김민의 진짜 재능이 머릿속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다가 우린 허수아비가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시즌이 시작되면 킴도 이쪽에 신경을 쓸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길 바라야 한다는 것이 더 비참하군.”
김민은 오프 시즌 동안 프런트보다 더 노련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는 최신 이론인 OPS는 물론 그보다 더 진보한 이론으로 프런트를 압박해 왔다.
홀먼과 코너는 이에 속수무책이었다.
“그건 그렇고, 시대가 변했군. 홈런이나 타율은 이제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야구가 그만큼 정교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홈런을 치는 타자보다 12홈런을 치는 타자가 더 가치가 있다니…….”
“홀먼, 시대가 변한 겁니다.”
OPS를 강조한 빌리 빈의 머니 볼.
머니 볼의 등장은 홈런과 타율 그리고 타점에 기반을 둔 클래식 스테이터스의 황혼을 예고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엘린은 김민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였다.
“킴은 역시 대단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팀을 바꾸고 있어.”
그는 김민이 팀을 보다 젊고 파워풀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영입한 선수들…… OPS는 물론이고 WAR까지 좋아.”
2002년 현재 엘린은 OPS를 넘어 WAR까지 다루고 있었다.
“킴은 이런 것까지 다 계산해서 선수를 영입하고 있는 건가?”
그의 물음을 김민이 들었다면 대답은 ‘아니오.’였다.
김민의 선수 영입은 과거의 기억과 실전에서의 관찰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윈터 미팅 전에 영입한 아울은 과거로 돌아오기 전 기억을 바탕으로 영입한 선수였다.
‘아울은 7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클린업으로 뛰었어. 올스타에 뽑히진 못했지만,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고.’
그가 아울의 활약을 기억하는 것은 마이너리그 시절 한 팀에서 뛴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아울은 팀의 4번 타자로 좋은 활약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김민은 아울을 뽑아도 절대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가 두 번째로 영입한 케니히는 실전에서 보여 준 모습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택한 선수였다.
‘케니히는 브레이킹볼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선구안을 가지고 있어. 타율은 조금 낮지만 매년 평균 이상의 출루율을 보장할 수 있는 선수야.’
김민은 케니히가 카를로스의 빈자리를 메워 줄 것으로 기대했다.
“타선은 거의 끝났고, 남은 것은 투수진인가?”
가장 좋은 것은 부르스가 부상을 훌훌 털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르스의 복귀는 ‘?’가 붙어 있었다.
* * *
김민은 금발 청년을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당신이 프레디입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잭 프레디입니다.”
청년은 미소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 친구가 정말 전문가가 맞는 건가?’
김민이 프레디에게 물었다.
“엘린에게 소개를 받은 것이 확실합니까?”
“예, 엘린과는 2년 전부터 메일을 주고받는 사이였습니다.”
인터넷 친구란 뜻.
엘린은 프레디를 이렇게 소개했다.
“프레디의 투구 이론은 저희 사이트에서 최고였습니다. 아마 웬만한 투수 코치는 그를 당해 낼 수 없을 겁니다.”
김민은 현장에서 활동했던 투수 코치였기 때문에 아마추어 전문가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속카메라를 잘 활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연구실에 항상 구비되어 있으니까요.”
“연구실이라면…….”
“MIT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김민은 속으로 혀를 찼다.
‘MIT의 천재 공학도인가?’
프레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MIT라고 해서 다 괴팍한 과학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전 프로 스포츠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메이저리그도 예외는 아니죠.”
김민은 프레디의 능력을 일단 시험해 보기로 했다.
“좋습니다. 그럼 앞으로 한 달 동안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그는 프레디의 목에 출입증을 걸어 주곤 함께 불펜으로 향했다.
팡! 팡!
불펜에는 볼튼이 연습 투구를 하고 있었다.
“저희 팀의 불펜 투수 볼튼입니다.”
김민의 소개에 프레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TV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패스트볼과 스플리터가 좋은 선수죠.”
프레디는 플로리다로 날아오기 전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선수들의 얼굴과 약력을 모두 머릿속에 넣었다.
때문에 김민의 소개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혹시 라이징 패스트볼이라고 알고 계십니까?”
프레디가 대답했다.
“물론이죠. 사이트에서는 라이징 패스트볼을 환상의 패스트볼이라 부르곤 한답니다.”
“그럼 어떤 공인지도 잘 아시겠군요.”
“말 그대로 떠오르는 공이죠. 하지만 물리학적으로는 불가능한 공입니다.”
김민이 시선을 볼튼에게 둔 채 물었다.
“정말로 불가능한 공입니까?”
“초능력에 가까운 괴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겁니다. 실제로 라이징 패스트볼에 관심을 가지고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뮬레이터에 제가 대입한 투수는 110마일(177km)에 3,500rpm(rpm은 분당 회전수)의 회전수를 지닌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였죠.”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으로 평가하는 투수들의 패스트볼 회전수는 2,400rpm 정도였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회전수가 2,200rpm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3,500rpm은 인간의 한계를 한참 뛰어넘은 것이었다.
“하지만 110마일에 3,500rpm으로도 라이징 패스트볼은 구현되지 않더군요. 공은 아래로 떨어질 뿐이었습니다.”
“사람의 어깨로는 던질 수 없는 공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제 공을 보고 라이징 패스트볼이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프레디가 대답했다.
“킴이 던지는 라이징 패스트볼은 익숙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함이라고요?”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1년에 수천 개 이상의 패스트볼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마주하는 패스트볼은 대부분 이런 각도를 그리면서 떨어지죠.”
프레디는 손짓으로 패스트볼의 궤적을 그려 보았다.
“하지만 킴의 패스트볼은 조금 다릅니다.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을 경우 다른 선수들의 패스트볼보다 떨어지는 각도가 작죠. 하지만 타자들의 눈과 감각은 일반적인 패스트볼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 변화를 캐치하지 못합니다.”
라이징 패스트볼이 착시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김민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프레디는 한 발 더 깊이 들어갔다.
“이는 회전수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포심 패스트볼의 경우 다른 구종과 달리 백스핀이 걸리는데, 이 백스핀은 공 표면의 실밥과 더해져 후면에 발생하는 난기류를 억제합니다. 난기류가 억제된 공은 유체역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난기류는 공의 회전수가 많을수록 더 강하게 억제됩니다.”
“그 말은 회전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공이 똑바로 날아간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킴 선수의 rpm은 메이저리그 평균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rpm이 20% 상승하면 타자의 헛스윙 확률이 60% 증가한다고 합니다.”
같은 90마일(145km)이라고 해도 rpm이 2,000일 때와 2,400일 때의 헛스윙 확률이 달랐다.
2,000rpm일 때 헛스윙 확률은 4.6%에 지나지 않았지만 2,400rpm일 때는 7.5%까지 상승했다.
“볼튼의 패스트볼이 제 패스트볼과 같은 회전수를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김민의 물음에 프레디가 얼굴을 굳혔다.
“무시무시한 마구가 탄생하겠죠.”
그가 설명을 덧붙였다.
“2,400rpm을 넘는 패스트볼이 95마일 이상의 속도로 날아오면 타자의 헛스윙 확률은 같은 회전수의 90마일 때보다 2배 이상 증가합니다. 볼튼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8마일, 여기에 킴의 예상 rpm인 2,500rpm을 더하면 타자의 헛스윙 확률은 평범한 패스트볼의 4배에서 5배에 이를 겁니다.”
김민은 생각했다.
‘볼튼의 패스트볼이 내 회전수를 가지는 게 아니라. 내 패스트볼이 볼튼의 구속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 그러고 보니 보스턴전이었던가?’
그는 시즌 최종전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설리반처럼 던지기 위해 구속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같은 회전수에 빨라진 구속.
보스턴 타자들의 헛스윙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보스턴 타자들의 헛스윙이 늘어난 것은 투쟁심 때문이 아니었어.’
그는 프레디의 설명을 들은 뒤 그날 자신의 공이 더 위력적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제가 구속을 끌어올린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군요.”
“물론입니다.”
프레디는 투수의 패스트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물론 빠름에 치중해 제구를 잊으면 안 되겠죠.”
“제구도 유체역학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까?”
프레디가 곤란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제구는 전적으로 투수의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투구폼이나 운동역학이 제구를 잡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겁니다.”
그는 제구력을 잡기 위한 투구폼에 대해서 설명했다.
김민은 그가 설명하는 내용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프레디가 설명하고 있는 것들은 내가 2010년쯤 접한 내용들이다. 지금이 2002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프레디의 이론은 시대를 앞서 나간 것이다.’
그는 프레디의 설명을 듣곤 그의 트레이닝 캠프 합류를 결정했다.
* * *
팡! 팡!
록튼은 미트에 들어온 공이 평소보다 묵직하다고 느꼈다.
“킴, 무슨 일이야? 벌써부터 전력투구를 하다니.”
김민이 공을 받으며 말했다.
“프레디가 rpm을 측정한다고 하더라고.”
“아, 그 젊은 친구?”
“맞아.”
김민은 꾸준히 운동을 해 왔기 때문에 11번째 공으로 94마일(151km)을 기록했다.
파앙!
“나이스 볼!”
김민의 11번째 공은 94.2마일의 구속과 2470rpm을 기록했다.
프레디는 김민의 회전수를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 엄청난 회전수야.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들이 헛스윙하는 건 절대 우연이 아니야.’
김민 다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것은 볼튼이었다. 그는 김민보다 빠른 97마일(156km)을 기록했다.
지금이 1월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구속이었다.
“97.1마일에 2,270rpm입니다.”
구속은 메이저리그 상위권 그러나 회전수는 평균보다 살짝 나은 정도였다.
“회전수를 더 높일 수 없을까?”
“그건 쉽지 않을 겁니다.”
“악력을 강화하면 괜찮지 않을까?”
“회전수는 단순히 악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투구폼과 연결 동작 그리고 하중 이동, 그 밖의 모든 것이 관여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는 볼튼의 회전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투구폼에 손을 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은 투구폼에 손을 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볼튼은 이미 지난해 한 차례 투구폼에 손을 댔어. 다시 한번 변화를 준다면 밸런스를 잃을 수도 있어.’
그는 볼튼의 회전수 증가를 포기했다.
“볼튼의 회전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킴의 구속을 높이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요?”
“내 구속?”
“그렇습니다. 킴의 투구 동작은 지나치게 절제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금 더 와일드하게 던지면 구속이 더 나올 겁니다.”
김민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제안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어. 지난 시즌 한 번 그렇게 던진 적이 있었거든.”
프레디가 그 말을 받았다.
“보스턴과 시즌 마지막 경기 말이죠? 저도 그 경기를 봤습니다. 정말 빼어난 피칭이었죠.”
“결과는 좋았지만, 그 뒤가 좋지 않았어.”
“그게 무슨…….”
“승리 투수 인터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왔는데 몸이 비명을 지르더라고.”
한계를 넘어선 투구.
프레디는 그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몸에 부담을 주는 투구였다는 말이군요.”
“그래, 난 누구처럼 젊은 나이에 은퇴하고 싶지 않아.”
두 사람 다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것은 설리반이었다.
설리반은 놀랍게도 96마일(154km)에 2,360rpm을 기록했다.
구속과 회전수 모두 메이저리그 평균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구위가 정말 좋은데?”
“킴의 공도 좋지만 딱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설리반의 패스트볼을 선택하겠습니다.”
김민은 설리반이 좋은 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가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설리반은 마이너리그 때처럼 오만한 쪽이 더 나을 것 같아.’
설리반 다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이는 클락이었다.
그는 정말 메이저리그 평균에 가까운 구속과 회전수를 보여 주었다.
“평범함 그 자체입니다.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음, 클락은 그래도 좋은 투수야.”
김민은 패스트볼 구위만으로 투수를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 * *
“헉…… 헉…… 헉…….”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는 선수는 클락이었다.
그는 벌써 두 달째 김민과 함께 훈련 중이었다.
“프레디가 합류한 다음부터 훈련 강도가 올라갔어.”
클락 옆에는 설리반이 미간을 좁히며 서 있었다.
“금발 머리에게 뭔가 자극을 받은 모양이에요.”
“대체 무슨 말을 들은 걸까?”
록튼이 두 사람에게 다가와 말했다.
“구속과 회전수에 관한 내용이었을 거야.”
클락이 록튼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게 러닝과 무슨 상관이야?”
“킴은 튼튼한 하체가 구속을 높인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아.”
“으음…… 하체를 단련시켜서 구속을 높이겠다는 말이군. 하지만 이대로 나가면 구속을 높이기 전에 몸이 먼저 뻗어 버릴 거야.”
김민의 훈련은 점점 더 강도를 높이고 있었다.
이제 그를 따라올 수 있는 것은 지난해 함께 훈련했던 볼튼 뿐이었다.
보다 못한 블렛소 투수 코치가 김민에게 다가왔다.
“킴, 훈련이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이러다가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지치겠어.”
“스프링 캠프 직전 휴식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음, 쉬긴 쉬는군.”
“2주 정도 쉴 작정입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2주나 쉰단 말인가?”
“그 정도는 쉬어야 체력이 회복될 겁니다.”
김민은 쉴 때는 확실히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 다시 러닝을 다녀오겠습니다.”
그는 외야 펜스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일주일 뒤.
김민은 마지막 실전투구에 들어갔다.
파앙!
록튼의 미트에 꽂힌 공이 좋은 소리를 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그렉스는 헛스윙한 뒤 미간을 좁혔다.
“공이 너무 좋잖아.”
김민의 실전투구는 타자를 세워둔 라이브 피칭이었다.
“다음 공 갑니다.”
슉!
포심 패스트볼이 그렉스의 안쪽을 파고들었다.
‘늙었지만, 뻔히 보이는 공에 당할 수는 없지.’
그가 배트를 막 내민 순간 공이 위로 솟아올랐다.
‘이것이 바로 라이징 패스트볼인가?’
그렉스는 노련한 배트 컨트롤로 공을 커트하려 했다. 하지만 공은 거짓말처럼 그의 배트를 통과해 버렸다.
“스윙 스트라이크!”
스피드건에 표시된 구속은 95마일(153km).
측정된 rpm은 무려 2,550rpm이었다.
‘회전수가 2,500을 돌파했어!’
구속과 회전수 모두 한 달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프레디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킴이 다시 한번 진화했어.”
김민의 라이브 피칭은 계속 이어졌다.
슈우우욱!
높은 코스로 날아온 공이 큰 각도를 그리며 떨어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렉스는 세 번째 커브에 삼진을 당한 뒤 크게 화를 냈다.
“킴! 거기서 커브를 던지면 어쩌자는 거야!”
김민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4번 타자를 상대로 패스트볼을 연속으로 3개 이상 던지는 투수는 없습니다.”
그렉스는 다시 배트를 세웠다.
“좋아!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어!”
그는 결의를 다졌지만 결과는 다시 한번 삼진이었다.
김민은 그렉스를 상대로 6타석을 승부해 4타석 삼진을 잡는 괴력을 선보였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의 라이브 피칭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킴, 지난해보다 더욱 무서운 투수가 되었어.”
그는 이번 시즌 김민이 20승과 200이닝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