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볼튼 마운드에 서다 01
“킴, 좋은 소식입니다.”
김민에게 전화를 건 것은 엘린이었다.
“괜찮은 선수를 영입한 모양이지?”
“아뇨. 킴에 관한 겁니다.”
“나?”
“S사에서 모델 제의가 들어왔어요.”
“스폰서 계약이야?”
“그렇습니다.”
엘린은 들뜬 목소리였으나 김민은 차분했다.
“S사라면 규모가 좀 작을 텐데…….”
“그렇긴 해도 루키에게 이 정도 제시를 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금액과 기간부터 들어보지.”
“1년에 100만 달러(12억4천만 원), 5년 계약입니다.”
총액 500만 달러(62억 원).
루키 투수에게 제시한 계약으로는 꽤 규모가 컸다.
그러나 김민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S사는 그냥 넘기기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엘린은 김민의 말에 깜짝 놀랐다.
“네? 그냥 넘기다니요?”
“N사에서 제의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N사는 메이저 중에 메이저.
NBA 루키라면 모를까 메이저리그 루키가 N사와 계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N사에서 제의가 올까요?”
“내가 사이영상을 타면 올 거야.”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을 탄다면 당연히 그 어떤 회사와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김민의 성적은 사이영상과 거리가 멀었다.
“킴, 올해는 그냥 쉬시겠다는 뜻입니까?”
“그건 아니야. S사에 이렇게 전해 줘. 내게 제시한 스폰서십은 고맙지만 5년이나 계약할 생각은 없다고, 단 1년 단기 계약이라면 생각해 보겠어.”
“아, 단기 계약은 가능하다는 말씀이시죠?”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손해 볼 일이 별로 없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런 단기 계약으로 바꿔서 추진해 보겠습니다.”
엘린은 첫인상과 달리 정상적인 에이전트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며칠 뒤.
엘린은 S사가 변경된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1년에 100만 달러(12억4천만 원)입니다. 다음 시즌 올스타에 뽑히면 10만 달러 보너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 조건 중에 신경 쓰셔야 하는 부분은…… S사에서 제공하는 글러브와 스파이크를 경기 중 착용해야 하는 겁니다.”
“화보 촬영 같은 건 없나?”
“물론 있죠. 하지만 시즌 중에는 경기 중 찍힌 영상이나 사진을 사용할 겁니다.”
S사는 김민의 역동적인 투구 동작이나 삼진을 잡고 포효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것만으로도 당분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긴 NBA 선수들과 달리 시그니처를 만들 수도 없으니까.”
“조깅화 정도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괜찮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까. 엘, 수고했어.”
열흘 뒤, 김민의 역동적인 투구 모습이 담긴 포스터가 S사 매장 전면에 내걸렸다.
* * *
2001년 9월 11일.
세계 무역 센터가 화염에 휩싸였다.
“비행기가 세계 무역 센터와 충돌했습니다!”
리포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계 무역 센터 좌측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런!”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 이걸 어떻게 하죠!”
테러의 공포가 미국을 넘어 세계를 덮쳤다.
“FBI는 테러 일주일 전 결정적인 제보를 받았지만, 테러를 완벽하게 막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날 무너진 세계 무역 센터 빌딩은 딱 한 동이었다.
반대쪽 빌딩을 노린 테러리스트들은 미리 주의를 받은 기장과 부기장의 단호한 대처로 충돌에 실패하고 말았다.
“FBI는 공항에서 수 명의 테러범들을 체포했으며, 이들의 배후에 오사마 빈 라덴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들을 체포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결정적인 제보자를 찾고 있습니다.”
김민은 뉴스를 보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야.”
일주일 전 FBI에 테러 제보를 한 것은 바로 그였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제보였지만, 그는 수천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을 바라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공중전화를 통해 FBI에 9.11 테러를 제보했던 것이다.
TV 화면은 무너진 건물과 충돌한 비행기를 연속해서 보여 주고 있었다.
“FBI의 대처가 더 빠르고 정확했다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물론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제보 하나에 미국 전역을 움직일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뚝.
김민은 뉴스를 껐다.
‘결국 전쟁은 막을 수 없었군.’
제보를 통해 수천 명의 사람을 구했지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어질 전쟁은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 * *
9월 11일.
메이저리그 모든 경기장에 조기가 게양되었다.
김민을 비롯한 선수들은 경기 시작에 앞서 묵념으로 희생자들을 기렸다.
“플레이볼!”
주심이 경기 시작을 알렸지만, 환호성은 들리지 않았다.
9.11 테러는 미국인들에게 크나큰 상처였다.
“스트라이크!”
부르스가 던진 공이 잇달아 포수 미트를 강타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주심의 강렬한 제스처와 함께 볼티모어의 1번 타자 스터키가 물러났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1회 초 시작이 좋습니다.”
김민은 더그아웃이 아닌 불펜에서 다른 투수들과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부르스의 팔 각도가 좋지 않아 보이는군.”
그의 말을 들은 설리반이 고개를 갸웃했다.
“킴, 그게 무슨 말이야? 부르스의 팔 각도가 좋지 않다니?”
“평소보다 낮은 것 같아.”
부르스는 정통 오버핸드 투수였기 때문에 팔 각도에 따라 구위가 달라졌다.
설리반이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도 스터키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잖아. 난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삼진은 잡았지만 팔 각도가 좋지 않아. 이대로 계속가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거야.”
3회 초.
볼티모어 하위 타선이 연속 안타를 치며 상위 타선으로 연결했다.
김민의 예언대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볼티모어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주자 1, 3루에 노아웃입니다.”
오늘 주전 포수로 나선 티노는 김민이 언급한 팔 각도를 1회부터 주시하고 있었다.
‘부르스의 팔이 1회부터 계속 내려오고 있어. 며칠 동안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그는 떨어진 구위로는 정면 승부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할 수 없지. 시프트의 힘으로 이겨낼 수밖에.’
티노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배터리 코치와 함께 수비 시프트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록튼 못지않은 시프트 전도사가 될 수 있었다.
딱!
날카로운 타구가 유격수가 지키고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수비 시프트의 성공이었다.
“2루!”
“오케이!”
탬파베이 내야진은 더블 플레이를 노렸지만, 잡은 것은 1루에서 2루로 향하는 주자 한 명뿐이었다.
“타자 1루에서 세이프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았습니다.”
“탬파베이로서는 아쉬운 수비군요. 2루수 칼튼이 조금 더 민첩하게 움직였더라면 1루에서 주자를 잡을 수 있었을 겁니다.”
볼티모어의 선취점.
이반 감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오늘 경기는 쉽게 갈 줄 알았는데.”
“부르스가 좋지 않아 보입니다.”
“구속 말인가?”
“구속도 좋지 않고 팔 각도도 평소보다 낮습니다.”
“으음,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지.”
중계진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볼티모어 영건들이 좋은 집중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부르스, 오늘 패하면 시즌 10패입니다. 지금이 바로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현재 보스턴과 탬파베이의 승차는 3경기.
만에 하나 탬파베이가 볼티모어를 스윕한다면 동부지구 2위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볼티모어의 고춧가루는 만만치 않았다.
“쳤습니다! 멀리 날아간 타구가 시프트를 뚫습니다!”
수비 시프트는 만능이 아니었다.
원래 수비수가 있었던 자리로 타구가 날아간다면 데미지가 2배였다.
“저건 시프트를 하지 않았으면 잡았을 타구였어.”
에두아르드는 여전히 시프트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극단적인 타자를 제외하곤 정상적인 수비 위치에서 수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주의였다.
“시프트에는 세금이 붙는 법입니다. 방금 3루타는 세금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세금이 너무 무겁다는 생각은 안 해 본 건가?”
“시프트를 뚫는 안타보다 뚫지 못하는 타구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은 탬파베이의 후반기 성적이 시프트의 유용함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다.
에두아르드가 뭔가를 더 말하려는 순간 포터 불펜 코치가 목소리를 높였다.
“에두아르드, 몸을 풀게.”
에두아르드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벌써 몸을 푸는 겁니까?”
“더그아웃에서 연락이 왔어. 이번 회에 올라갈 지도 몰라.”
1선발이자 에이스인 부르스가 등판한 경기였다.
평소라면 조금 더 경기를 지켜봤을 것이다.
하지만 블렛소 투수 코치와 이반 감독은 부르스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안타를 맞은 뒤, 구속이 더 떨어졌군.”
“뭔가 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반 감독은 불펜 가동을 지시하곤 블렛소 코치에게 마운드로 올라갈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그 순간 다시 안타가 터져 나왔다.
“안타! 또 다시 안타가 나왔습니다.”
3회에만 4득점.
블렛소 투수 코치가 타임을 건 뒤 마운드에 올라왔다.
“부르스, 뭐가 문제야?”
부르스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어깨가 조금 뻑뻑합니다.”
“어깨가?”
“통증은 아니고 조금 거추장스러운 느낌입니다.”
“부르스, 몸이 좋지 않다면 경기 전에 말했어야지.”
블렛소 투수 코치는 표정이 좋지 못했다.
“경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교체할 테니까. 다음 타자를 상대로 시간을 좀 끌어 보게.”
“교체할 정도는 아닙니다.”
부르스는 강판을 거부했다.
“에이스의 자존심인가?”
“아닙니다. 더 던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아. 딱 한 명만 더 보겠어. 여기서 안타면 바로 교체야.”
“알겠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순순히 마운드를 내려간 것은 지금 당장 부르스를 교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타를 맞든 삼진을 잡든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해.’
부르스는 다음 타자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하는듯 보였다.
하지만 그다음 타자에게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깔끔한 안타를 맞으며 무너졌다.
“볼티모어 다시 득점합니다!”
“3회에만 5득점이군요. 빅이닝입니다!”
볼티모어의 빅이닝.
부르스는 더 이상 교체를 거부할 수 없었다.
이반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교체를 전했다.
“에두아르드가 올라올 거야.”
“죄송합니다.”
“바로 병원으로 가 보게.”
“알겠습니다.”
에두아르드가 마운드로 향하려는 순간 김민이 그에게 말했다.
“에두아르드, 안쪽 공을 조심해.”
“안쪽?”
“릴리아노는 부진에 빠지면 히팅 포인트가 빨라진다고.”
“오케이.”
타석에 선 것은 볼티모어의 6번 타자 릴리아노였다.
시즌 초, 그는 5번에서 클린업을 형성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 부진이 거듭되면서 6번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티처, 메이저리그에서도 투수들을 가르치는 겁니까?”
김민을 티처라 부른 것은 볼튼이었다. 그는 아직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상태였다.
“에두아르드 같은 베테랑을 내가 어떻게 가르치겠어. 조언을 조금 해 준 것뿐이야.”
에두아르드는 김민의 조언대로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승부해 릴리아노를 잡아냈다.
“에두아르드, 2루수 땅볼로 급한 불을 끕니다.”
“릴리아노, 이번 시즌 확실히 좋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이었다면 날카로운 타구로 1, 2루 사이를 뺄 수 있었을 겁니다.”
탬파베이가 4회 3점을 따라가면서 경기는 접전 양상을 뛰었다.
“에두아르드, 다시 5회를 막아 냅니다.”
“탬파베이 중계진이 힘을 내고 있습니다. 탬파베이가 1, 2점을 더 따라붙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포터 코치는 에두아르드가 투구를 마치자 바로 볼튼을 불펜 마운드에 올려 보냈다.
“볼튼이 출전하는 겁니까?”
김민의 물음에 포터 코치가 대답했다.
“일단 몸을 풀어 두라는 지시야. 마운드에 오른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
“볼튼은 잘할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볼튼은 빠르게 몸을 풀었다.
팡! 팡!
‘드디어 메이저리그 데뷔인가?’
아직 교체가 결정된 것이 아님에도 심박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6회 초.
포터 코치가 몸을 풀고 있는 볼튼에게 고개를 돌렸다.
“볼튼, 투입이야.”
볼튼이 모자를 고쳐 쓰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민은 그런 그를 따라가며 말했다.
“볼튼, 여러 가지 생각하지 말고 티노의 리드대로 던져.”
“알겠습니다.”
9월 11일.
볼튼은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다. 그는 공을 던지기에 앞서 티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패스트볼 그리고 슬라이더인가?”
“스플리터도 던질 수 있습니다.”
티노가 고개를 갸웃했다.
“스플리터?”
“킴에게 배웠습니다.”
“이번에 배웠나?”
“아뇨.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배웠습니다.”
티노는 마이너리그에서 배운 것이라면 충분히 실전에서 쓸 수 있을 것이라
“좋아. 패스트볼, 슬라이더, 그리고 스플리터. 사인은 B패턴이야.”
“알겠습니다.”
티노는 마운드를 내려간 뒤 첫 사인을 냈다.
볼튼은 그 사인을 받은 뒤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첫 번째 공은 신중하게.’
슉!
빠른 공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타자는 초구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바로 배트를 냈다.
‘빠른 공은 이쪽도 환영이다.’
그러나 배트는 공을 스치지도 못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7마일(156km).
관중들은 루키의 강속구에 잊고 있었던 환호성을 터트렸다.
“우와! 97마일이야.”
“빠, 빠르잖아.”
“저런 투수가 어디서 나타난 거야.”
타자는 반대로 미간을 좁혔다.
‘97마일이라고? 루키가 꽤 빠른 공을 던지는군.’
불펜 투수에게 빠른 공은 최고의 무기였다.
볼튼은 심호흡을 한 뒤 두 번째 공을 던졌다.
슉!
두 번째 공은 첫 번째 공보다 더 빨랐다.
‘같은 코스에 두 번 당할 것 같으냐?’
3번 타자 에릭이 빠르게 배트를 돌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헛스윙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기록된 구속은 98마일(158km).
관중석은 물론 더그아웃에서도 탄성이 터져 나왔다.
“98마일이야!”
“우리 팀에 저런 구속을 찍는 투수가 있었나?”
“루키가 대단한데.”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로버트가 불안감을 느낄 만한 구속이었다.
“허, 어린 친구가 빠르군.”
배터 박스에 선 에릭은 배트를 짧게 잡았다.
‘98마일, 확실히 빠른 공이야.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메이저리그에 설 수 없어.’
그는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메이저리그에 막 데뷔한 루키를 상대로 긴장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볼튼이 세 번째 공을 던졌다.
슉!
‘빠른 공?’
에릭은 볼튼의 공이 빠르긴 하지만, 초구보다 느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공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커트하자.’
배트가 나온 순간 공이 낮게 떨어졌다.
‘스플리터?’
에릭은 공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지만, 배트를 멈출 수가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볼튼의 승부구는 에릭의 예상대로 스플리터였다.
에릭은 삼진을 당한 뒤 감탄사를 터트렸다.
“세상에! 89마일(143km) 스플리터라고? 믿기지 않는군.”
김민도 이번 공에 크게 놀랐다.
“스플리터가 제대로 떨어졌어. 강속구와 스플리터를 동시에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볼튼, 피나는 노력을 했구나.”
볼튼은 첫 삼진을 잡은 다음 고개를 김민에게 돌렸다.
‘티처, 드디어 스플리터를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