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78화 (78/296)

78화 악의 제국 03

무시나는 칼튼에게 홈런을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를 침착하게 막아 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무시나는 역시 무시나입니다. 홈런을 허용했지만, 흔들림이 없습니다.”

“무시나 같은 베테랑을 홈런 하나로 흔들 수는 없겠죠. 탬파베이는 선취점을 뽑은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시나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뒤, 수건으로 얼굴을 덮었다.

‘자신 있는 공이었는데 그대로 넘어갔어. 뭐가 잘못된 것일까?’

그는 양키 스타디움이 아닌, 다른 구장이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몇몇 구장은 아마 우익수 플라이 아웃.

‘대부분은 펜스 직격 2루타였겠지.’

무시나는 양키 스타디움에서 던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짧은 우측 펜스, 양키를 선택할 때 이미 각오한 일이잖아.’

양키스 투수는 리그 최강이라는 양키스 타선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과 양키 스타디움에서 시즌의 반을 치러야 한다는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무시나는 고개를 김민에게 돌렸다.

‘가만, 저 친구는 양키 스타디움이 처음이잖아.’

양키 스타디움에서 양키스 타선을 상대한다는 것은 쿠어스 필드(유명한 타자 친화 구장)에 등판한 것과 맞먹을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김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안쪽에 패스트볼을 꽂아 넣고 있었다.

‘뭘 믿고 저렇게 던질 수 있는 걸까?’

그가 미간을 좁힌 순간이었다.

탁!

둔탁한 소리와 함께 9번 타자 에드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방금 건 커터인가?”

무시나의 혼잣말에 답한 것은 포사다였다.

“그냥 패스트볼 같은데.”

무시나가 포사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게 패스트볼이라고?”

“킴의 커터는 슬라이더처럼 횡으로 떨어지는 각이 크더라고.”

포사다는 타석에서 직접 김민의 커터를 상대해 보았기 때문에 움직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지터의 배트가 바깥쪽 패스트볼에 헛돌고 말았다.

“방금 저건 투심 패스트볼인가?”

“투심은 아니고, 라이징 패스트볼이라고 하더라.”

“로저가 던지는 그 공 말이야?”

“그래.”

무시나가 수건을 접으며 물었다.

“그 공은 회전수가 많아서 생기는 것 아니었나?”

“킴의 포심 패스트볼은 구속은 느리지만 회전수가 많아서 가능하다는 말이 있더라고.”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지터가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꿰뚫는 안타성 타구를 때려냈다.

그러나 그 공은 3루수 안데르센의 다이빙 캐치에 잡히고 말았다.

“안데르센! 멋진 수비입니다!”

“안데르센이 지터의 안타를 하나 빼앗았군요. 지터가 상당히 억울해합니다.”

포사다는 그 장면을 보면서 혀를 찼다.

“멋져 보이긴 한데…… 좋은 수비는 아니야. 애초에 시프트를 걸었는데 3루수가 저렇게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게 문제야.”

무시나도 포사다의 말에 동의했다.

“윌리엄(양키스 3루수) 같았으면 다이빙 캐치를 하지 않고도 저 공을 잡아냈겠지. 안데르센의 3루 수비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어. 나라면 뒤가 불안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질 거야.”

김민도 안데르센이 훌륭한 야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정도 수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탬파베이는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 아니야. 내야를 보면서 클린업을 치는 선수에게 이 이상의 수비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야.’

김민은 글러브를 머리 위로 들어 3루수 안데르센의 수비를 칭찬했다.

“나이스 플레이!”

안데르센은 1루수 그렉스로부터 공을 받은 뒤 그것을 유격수 유칼리스에게 던졌다. 그리곤 김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킴, 네 뒤에는 우리가 있으니까 안심하고 던지라고.”

“오케이!”

김민과 안데르센의 파이팅을 본 무시나가 고개를 흔들었다.

“루키라서 아직 내야 수비의 중요성을 모르는 건가? 나라면 절대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없었을 거야.”

포사다는 무시나와 반대로 김민의 태도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마이크, 투수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는 중요하다고. 난 킴이 잘하고 있다는데 한 표를 주겠어.”

무시나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

“결과만 보면 잘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 지금까지 우리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고 있으니까.”

김민은 2번 타자 나노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곤 이닝을 마쳤다.

“킴, 양키스 타선을 꽁꽁 틀어막고 있습니다!”

무시나가 글러브를 들며 말했다.

“저 친구의 우익수 플라이는 펜스를 넘어가지 않는군.”

“대부분 볼을 때린 공이라서 그래.”

무시나는 포사다의 한마디에 멈칫했다.

“대부분 볼이라고? 그렇다면 우익수 쪽으로 빗맞은 타구를 만들기 위해서 의도적인 볼 배합을 하고 있는 건가?”

“아마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양키스는 빠져나오기 힘든 늪에 빠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설마 볼 배합만으로 타구를 조절할 수 있을 리가…….’

무시나는 김민이 달리 보였다.

7회 초.

무시나는 다시 한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팬들은 역시 무시나라며 엄지를 세웠다.

“무시나 7이닝 동안 단 1실점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운이 따라 주지 않는군요. 양키 타선이 킴을 상대로 침묵하고 있습니다.”

토린 감독은 타선이 터지지 않고 있었지만, 타격 코치를 불러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믿음을 가지고 선수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월드시리즈를 몇 번이나 우승한 선수들이다. 그들을 믿지 않는다면 누굴 믿는단 말인가?’

초조한 쪽은 전력분석팀의 호이스트였다.

“후반으로 갈수록 킴의 볼 배합이 명확해지고 있어.”

올드라인이 그의 말을 받았다.

“왼쪽 타자는 안쪽으로, 오른쪽 타자는 바깥쪽으로 유인구를 던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시프트에 걸리는 타구가 많아요.”

김민은 삼진이 아닌 맞춰 잡는 투구로서 양키스 타자들을 봉쇄하고 있었다.

딱!

날카로운 타구와 함께 공이 1, 2루 사이를 통과했다.

“좋았어! 시프트를 뚫었군. 윌리엄다운 타격이야.”

호이스트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드라인은 호이스트가 특유의 냉철함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냉철함 그 자체였던 호이스트마저 흥분하게 만들다니, 킴…… 당신은 대체 어떤 투수입니까?’

김민은 안타를 맞은 뒤 로진백을 만졌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93마일(150km)까지 떨어졌어. 이제 라이징 패스트볼은 던질 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거야.’

1회부터 시작한 전력투구.

투구수는 많지 않았지만,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킴, 1사 후에 주자를 내보냅니다.”

“다음 타자는 포사다군요. 이거 위기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포사다는 김민이 좌타자를 상대로 안쪽 공을 던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좌타석에서 오른쪽 짧은 펜스를 노리는 걸 이용한 볼 배합. 그렇다면 나는 그 볼 배합을 역으로 이용하겠어.’

그는 배터 박스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록튼은 포사다의 위치를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이건 안쪽 공을 노리겠다는 뜻이잖아.’

그는 지금과 같은 패턴이라면 포사다에게 적시타를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록튼이 재빨리 사인을 냈다.

‘킴, 안쪽 공은 위험해.’

김민도 처음에는 록튼과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는 포사다의 손을 보고는 생각을 바꾸었다.

‘배트를 평소보다 길게 잡았어. 이건 안쪽 공을 노리는 게 아니야. 바깥쪽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공을 ’툭’ 밀어 치겠다는 뜻이야.’

20년 프로 경험은 김민을 그 어느 투수보다 노련하게 만들어 주었다.

- 안쪽 패스트볼.

록튼은 김민의 사인에 크게 놀랐다.

‘킴, 상대가 노리는 공이라고, 게다가 7회 말부터는 떠오르는 공이 전혀 들어오고 있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오른쪽 펜스를 넘어갈 거야.’

그가 타임을 걸려는 순간 김민이 세트 포지션에 들어갔다.

‘자길 믿어 달라는 뜻인가? 후…… 어쩔 수 없군.’

록튼은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곤 미트를 들었다.

‘킴을 믿긴 하지만…… 상대가 너무 나빠.’

포사다는 배트를 느슨하게 쥐곤 김민을 노려보았다.

‘킴, 수 싸움은 나도 지지 않는다고.’

그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2개 이상 가진 몇 안 되는 포수였다.

슉!

패스트볼이 홈플레이트 안쪽을 향해 날아왔다.

‘안쪽이라고?’

포사다는 김민이 예상한 것처럼 바깥쪽 공을 노리고 있었다.

그는 패스트볼이 안쪽으로 들어오자 순간 고민에 빠졌다.

‘지금 배터 박스 위치라면 충분히 칠 수 있는 공이다. 아니야. 손 위치가 엉성해. 이걸 공략한다고 해도 타구 질이 좋지 않을 거야.’

0.1초 남짓한 순간의 망설임.

그사이 공은 타격이 가능한 지점을 지나고 말았다.

팡!

“스트라이크!”

주심의 손이 올라가자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킴은 정말 대단하군. 포사다에게도 위축되지 않고 스트라이크를 넣었어.”

“탬파베이 최초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것 같습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김민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문제가 아니야. 킴은 명예의 전당에 도전할 수 있는 투수야.’

명예의 전당은 아무나 입성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통산 270승에 빛나는 마이크 무시나도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에 애를 먹고 있었다.

김민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려면 통산 300승 또는 그에 준하는 강렬한 임팩트가 필요했다.

포사다는 김민의 과감한 승부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쪽 패스트볼이라. 때릴 수 있으면 때리라고 던진 것인가? 아니면 내 함정을 꿰뚫어 본 것인가? 어느 쪽이든 대단한 투수야.’

그는 배터 박스 위치를 이동하지 않은 채 배트만 살짝 고쳐 잡았다.

‘자! 킴, 다시 승부야.’

김민은 그 조그만 변화를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손잡이를 고쳐 잡았군. 이번에는 안쪽 공을 노리는 모양이군.’

그는 시프트를 그대로 둔 채 코스만 바깥쪽으로 바꾸었다.

슉!

포사다는 바깥쪽 패스트볼이 날아오자 속으로 혀를 찼다.

‘허! 완전히 역이군. 초구로 던진 패스트볼은 내 함정을 읽고 역으로 승부한 공이었어.’

팡!

포수 미트에 꽂힌 공은 92마일(148km)을 기록했다.

“스트라이크!”

포사다는 노리던 코스가 아니었기에 그냥 공을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여기까지는 내가 양보하지.’

“포사다, 패스트볼 2개를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브레이킹볼을 노리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까운 공 두 개를 그냥 보냈습니다.”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김민.

록튼은 이제 그가 많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브레이킹볼? 아니면 존에서 하나 정도 빠지는 패스트볼? 어느 쪽이든 포사다는 배트를 낼 수밖에 없을 거야.’

잠시 뒤, 김민이 그에게 사인을 냈다.

그의 사인은 록튼의 예상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1루 견제라고? 아참, 이럴 때가 아니지.’

록튼은 김민의 사인을 받은 다음 재빨리 1루수에게 견제 사인을 냈다.

1루수 그렉스는 포수의 사인을 받고는 서둘러 1루로 향했다.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 견제구인가? 이건 주자를 잡겠다고 던지는 견제구가 아니야. 십중팔구 주자를 1루에 붙여 놓고 더블 플레이를 노리겠다는 뜻이겠지.’

1루 주자 윌리엄의 생각도 같았다.

‘리드 폭이 넓지 않은 날 상대로 견제구라. 더블 플레이를 노리는 모양인데. 루키가 어설프게 머리를 쓰면 곤란해.’

그는 포사다가 김민의 의도를 완벽히 읽을 것이라 예상했다.

“세이프!”

1루 주자 윌리엄은 넉넉하게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킴! 포사다에게 승부구를 던지기 전에 공을 하나 뺐습니다.”

“이건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포사다는 배터 박스 뒤로 물러선 뒤 배트를 고쳐 잡았다.

‘내야 땅볼을 유도해서 더블 플레이. 투수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경우의 수겠지.’

그는 배트를 든 채 록튼에게 말했다.

“어느 쪽이든 이번에는 칠 거야.”

록튼이 미트를 두드리며 포사다의 말을 받았다.

“킴이 그 말을 들었으면 좋겠네.”

포사다, 아니 그라운드를 주목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민이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스플리터나 낮은 패스트볼을 던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민의 사인은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슉!

빠른 공이 눈높이로 날아왔다.

‘뭐야 이건!’

포사다는 낮은 코스의 공을 예상했기 때문에 어퍼 스윙에 들어가 있었다.

‘멈춰야 해.’

그는 있는 힘을 다해서 나가던 배트를 멈췄다.

팡!

포수 미트에 들어온 높은 공.

주심의 판정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배트를 멈춘 시점이 애매해.’

록튼은 3루심을 향해 미트를 뻗었다.

‘이건 스윙이야!’

3루심은 좌타자의 스윙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포수가 3루심을 가리킵니다.”

“과연 스윙일까요?”

3루심은 오른손을 든 뒤 그대로 세웠다.

“스윙입니다!”

주심은 3루심의 판정에 제스처를 바꾸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포사다는 삼진 판정에 고개를 숙였다.

‘완전히 당했군. 거기서 하이 패스트볼이 들어올 줄은 몰랐어.’

무시나는 포사다의 삼진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포사다를 패스트볼 3개로 돌려세우다니, 대단한 파워 피처야.”

김민의 패스트볼 구속은 파워 피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무시나는 그 어떤 파워 피처보다 김민의 패스트볼이 위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양키스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1루 주자 윌리엄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2사 1루.

윌리엄은 어떻게든 자신이 스코어링 포지션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초구에 기습적으로 도루를 시도했다.

“윌리엄 뜁니다!”

“록튼이 미트에서 빠르게 공을 뺍니다.”

록튼은 수비에서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는 포수였다.

“2루에 송구!”

팡!

공이 유칼리스의 글러브에 들어간 순간 1루 주자 윌리엄은 자동 태그가 되었다.

“아웃! 아웃입니다! 2루 주자 윌리엄! 도루 실패!”

토린 감독은 예상보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 의자로 돌아갔다.

“시도는 좋았는데 아깝군.”

무시나는 윌리엄의 도루 시도가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홀랜드를 믿고 기다렸을 거야. 하지만 오늘 윌리엄은 그렇지 못했어. 이건 그가 초조해하고 있다는 뜻이야.’

초조함은 좋은 결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킴,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냅니다.”

“양키스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무실점. 훌륭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투구입니다.”

김민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 물병을 들었다.

‘어깨에서 피로감이 느껴져. 이건 좋지 않은데…….’

완봉까지는 아직 2이닝이 남아 있었다.

“킴, 괜찮나?”

블렛소 투수 코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졌던데 피로감이 느껴지면 언제든 이야기하게. 불펜은 7회 말부터 대기 중이니까.”

김민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불펜에게 경기를 맡길 생각이 없었다.

‘양키스를 상대로 1점 차라면 로버트도 믿을 수 없어.’

그는 적어도 2, 3점은 리드를 잡아야 로버트에게 마무리를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8회 초.

무시나는 안타와 볼넷 하나를 내줬지만, 더블 플레이를 유도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무시나! 8이닝 1실점으로 킴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양키 스타디움에서 오랜만에 명승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8이닝 1실점의 무시나를 상대로 탬파베이의 킴이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8회 말.

김민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81개. 아직 한계 투구수는 아니야.’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7번 타자 홀랜드를 처리했다.

“좌익수 플라이! 오늘 경기 두 번째 좌익수 플라이입니다!”

“이거 위험한 타구였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시프트가 역으로 걸려서 2루타 이상을 내줄 수도 있었습니다.”

김민은 모자를 벗고는 한 타임을 쉬었다.

‘비거리가 길어.’

비거리가 길다는 뜻은 그의 구위가 타자의 파워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투수라면 바로 교체를 지시가 나왔을 거야.’

블렛소 투수 코치와 이반 감독은 그를 교체할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에이스를 믿는다.’

김민은 글러브에 공을 넣고는 그립을 고쳐 잡았다.

‘그래, 오늘은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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