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벤치의 지휘자 03
클락은 4번 타자 람을 잡아낸 뒤 5번 타자 스털링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순간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다음 타자를 더블 플레이로 처리하면서 위기에서 탈출했다.
“마지막 더블 플레이도 수비 시프트의 산물이군요.”
“탬파베이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시프트를 쓸 줄은 몰랐어.”
코레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존스, 탬파베이의 수비 코치가 레이몬드였나?”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선수 시절에 그가 어땠는지 기억이 나나?”
“글쎄요. 평범한 선수였던 것 같습니다. 가끔 2할 후반대를 치기도 했지만, 커리어 대부분은 0.250 근처에서 머물렀죠.”
“타격이 아니라 수비 말일세.”
“수비도 평범했습니다. 골드글러브 수상은 없었고, 수비로 높은 평가를 받은 적도 없었습니다.”
코레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런 레이먼드가 어디서 저런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그는 탬파베이의 적극적인 시프트 전술은 디트로이트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토론토 전력분석팀은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저 시프트 전술은 디트로이트처럼 중장거리 타자가 많은 팀에게는 효율적이겠지만, 펜스를 넘겨 버릴 수 있는 홈런 타자들이 즐비한 팀에게는 통하지 않아.”
그들은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에게는 이와 같은 전술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경기는 탬파베이가 잡은 것 같습니다.”
“8회 초에 3점 차이. 아직 경기는 몰라.”
“탬파베이 불펜이 좋지 않다고 해도 이 정도는 지키지 않을까요?”
“3점은 원 찬스야.”
조금 더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 순간 날카로운 타구가 터져 나왔다.
딱!
“펜스까지 굴러가는 적시 2루타입니다! 1루 주자 홈으로 들어옵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8회 초, 2점을 뽑아 탬파베이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9회 초 역전은 없었다.
“높이 떠오른 타구를 머레이가 처리합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확보합니다!”
“오늘 승리는 의미가 크군요. 볼티모어와 탬파베이의 게임차가 4경기로 벌어집니다.”
최종 스코어는 다음과 같았다.
탬파베이 6:5 디트로이트
클락은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해 승리 투수가 되었으며, 로버트는 9회 초 등판에 살얼음판 같은 1점 차 리드를 지켰다.
“다들 수고했어!”
“수고했네.”
코칭 스탭들은 선수들을 독려한 뒤 회의실로 향했다.
승리 후 코칭 스탭 회의는 드문 광경이었다.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새로운 수비 시프트 전술 때문입니다.”
이반 감독의 말에 레이몬드 코치와 포터 코치가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이틀 동안 펼쳐진 수비 시프트 전술에 가장 큰 수혜자였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 막 데뷔한 루키 배터리에게 팀 수비 전술을 맡기게 될 줄이야.’
‘볼 배합은 물론 시프트 권한까지 루키 투수에게 넘겨줬어. 20년 프로 경력이 무색하군.’
블렛소 투수 코치와 코스타 타격 코치는 효율적인 전술이라면 시프트 전술을 극찬했다.
이반 감독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전술의 문제는 그것을 숙지한 선수가 킴 하나라는 것일세.”
그의 말에 블렛소 투수 코치가 손을 들었다.
“숙지한 선수는 킴 한 명이지만, 그에게 이 이상 무리를 주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킴은 메이저리그에 막 발을 들인 루키입니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볼 배합을 맡기게 되었지만, 자칫 과부하가 걸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시프트 전술과 볼 배합은 우리 코칭 스탭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뒤를 이어 바이슨 코치가 발언권을 얻었다.
“제가 보기에 킴은 천재인 것 같습니다.”
바이슨 코치의 말에 코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킴은…… 천재긴 천재죠.”
“데뷔 첫해에 올스타에 들었으니, 천재 투수가 맞겠죠.”
“그의 볼 배합을 보고 있으면 정말 천재가 여기 있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바이슨 코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린 천재의 재능을 조금 더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킴에게 이 이상을 요구하면 과부하가 걸릴 겁니다. 우린 그가 자신의 투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바이슨 코치가 블렛소 코치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블렛소, 그에게 뭔가를 시키자는 것이 아닐세. 내 말은 그가 우리에게 보여 준 이 전술을 더욱 가다듬자는 것이야.”
그는 김민이 보여 준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 전술을 코칭 스탭 차원에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반 감독이 그의 말에 동의했다.
“나도 같은 생각일세. 그래서 이 회의를 연 것이고.”
그는 코칭 스탭에게 적극적인 시프트의 발전 방안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전력 보강이 없는 팀은 아마 우리 팀 정도일 걸세. 이 상황에서 앞으로 나가려면 특별한 힘이 필요해. 난 킴이 일깨워 준 시프트가 그 힘 중 하나라고 생각하네. 다들 팀에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라네.”
코칭 스탭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짧은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김민은 경기가 끝난 뒤 클락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
클락은 다시없는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킴, 오늘 네가 날 구했어. 네 도움 절대 잊지 않겠어.”
김민은 클락의 정중함에 두 손을 흔들었다.
“이렇게까지 나오면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아니야. 난 네 도움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클락은 기브 엔 테이크에 민감한 선수였다. 그는 김민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그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족한 것이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게 말해 줘. 언제든 널 도와줄 테니까.”
김민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알겠어.”
그는 클락이 돌아간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치트키를 쓴 느낌이야.”
김민이 코칭 스탭들을 놀라게 한 것은 그가 그들 이상의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그들이 가 보지 못한 미래를 가봤기 때문에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전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미래의 야구. 과연 어디까지 통할까?”
2000년대 초반 야구와 2010년대 후반 야구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수비적인 부분만 보면 세 가지 차이점을 들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수비 시프트의 적극적인 사용이었다.
수비 시프트는 2010년대 초반부터 그 사용 빈도가 급격하게 증가했으며,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방점을 찍었다.
몇몇 팀들은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수비 시프트 사용 횟수가 1,000%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2010년 후반에는 대부분의 팀들이 타자와 상황에 맞춘 적극적인 시프트 전술을 사용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불펜의 강화였다.
2000년대 초반 불펜 투수들은 선발 투수와 비교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
불펜 투수 중 가장 좋은 대우를 받는 마무리 투수도 3, 4선발 이상의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는 세이버 메트릭스가 등장한 다음에도 바뀌지 않았다. 세이버 메트릭스는 오히려 선발 투수의 비중을 더욱 증가시켰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강력한 불펜을 보유한 팀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 강력한 불펜을 가진 시카고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깨며,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불펜 투수들의 연봉과 가치가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세이버 신봉자이자 머니 볼로 유명한 빌리 빈도 이때부터 불펜에 가치를 인정하고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선발 투수의 투구수 감소였다.
선발 투수의 투구수 감소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투수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10년대 선발 투수의 투구수 감소는 단순히 투수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한 산물이 아니었다.
전력분석팀과 첨단장비 그리고 통계는 선발 투수의 패스트볼 구속이 높을수록 피안타율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실 이는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타자에게 100마일(161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은 그 어떤 공보다 위력적이었으니까.
-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투수들은 점점 더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투고타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감소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선발 투수들은 강력한 패스트볼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것은 바로 한계 투구수 감소와 부상이었다.
강력한 패스트볼은 어깨에 큰 과부하를 줬으며, 이것은 내구성 감소와 부상으로 직결되었다.
김민은 세 가지 변화를 모두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직 두 번째와 세 번째 카드를 꺼낼 단계는 아니야.”
언젠가 그는 이 두 가지 카드를 꺼내 월드시리즈에 도전할지도 몰랐다.
* * *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가 볼티모어를 멀찍이 밀어내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후반기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상승세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후반기 승률 5할.
다른 지구 팀들에게는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치열함이 극에 달한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는 달랐다.
지구 3위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조차 5할 승률을 찍고 있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탬파베이가 블루제이스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산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페이스가 계속 유지되긴 힘들겠죠.”
스포츠 매거진 기자들은 탬파베이의 상승세가 눈여겨볼 만하긴 하지만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록튼이 TV를 보며 물었다.
“새로운 뉴스 있어?”
“별로 없어.”
“그럼 시간 죽이기네.”
“아주 없는 건 아니야. 보스턴의 부진 정도는 알 수 있었으니까.”
록튼이 스포츠음료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보스턴이라,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뉴스 아니야? 우리 다음 상대는 양키스잖아. 그리고 보니, 양키스 등판은 처음이지?”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처음이야.”
양키스 팬들은 김민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가 양키스를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
“동부지구 투수들이 왜 힘든지 알아? 양키스와 레드삭스를 만나기 때문이야. 하지만 킴은 양키스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 그는 어디 가서 동부지구 투수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양키스 타선을 상대하지 않고 평균자책점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지. 양키스를 상대했다면 3점대는커녕 4점대도 유지하기 힘들었을걸?”
“이번 3연전에서 탬파베이와 킴에 끼어있는 거품이 쫙 빠질 거야.”
탬파베이 팬들은 김민과 탬파베이가 양키스에게 일격을 날려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양키스가 플레이오프에서 강한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정규 시즌 때는 레드삭스와 다를 게 없다고. 레드삭스를 이긴 킴이 양키스에게 진다는 건 생각할 수 없어.”
“킴은 레드삭스를 3번이나 잡은 빅클럽 킬러야. 오히려 양키스가 킴을 만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해.”
탬파베이 팬들은 양키스가 김민을 만나 3패를 더했다면, 2위 보스턴과 승차가 반게임밖에 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록튼이 옆에 꽂혀 있는 신문을 들며 미간을 좁혔다.
“킴, 인터넷에서 팬들의 언쟁이 대단하다는데?”
김민은 노트북으로 팬포럼을 이미 확인한 뒤였다.
“상대가 양키스잖아. 탬파베이 팬들이 달아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야.”
뉴욕 양키스 vs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평소라면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는 대결이었다.
스윕 또는 위닝 시리즈.
너무나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 일전이었다.
그러나 김민의 등장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김민과 탬파베이가 악의 제국 양키스에 일격을 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 *
뉴욕 양키스의 전력분석팀 호이스트와 올드라인은 탬파베이 시리즈에 앞서 코칭 스탭을 상대로 브리핑을 벌이고 있었다.
양키스 코칭 스탭은 리그 최강으로 알려진 전력분석팀의 분석 결과에 미간을 좁혔다.
“호이스트, 특별한 전략을 세우지 않는 게 전략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호이스트가 답했다.
“킴의 평균자책점은 3.04입니다. 즉, 9이닝을 던지면 3점은 내준다는 뜻이죠. 하지만 맞춤 전략을 세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애틀과 보스턴은 그를 공략하기 위해 특별한 라인업과 전술을 가져갔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킴이 두 팀을 상대로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2.11입니다. 한마디로 특별한 전략을 세우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그는 노림수를 가지는 것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양키스 감독 토린이 미간을 좁혔다.
“그냥 싸우는 것이 더 낫다? 그건 직무유기 아닌가?”
“…….”
로마 타격 코치도 호이스트를 비난했다.
“호이스트, 보스턴과 시애틀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은 그들의 분석이 틀렸기 때문이 아닌가? 그들이 틀렸다고 해서 우리마저 분석을 포기한다면 전력분석팀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코칭 스탭은 김민의 약점을 파고들 열쇠를 원했다.
호이스트는 그들의 기대에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휴…… 여러분 킴은 특별한 약점이 없는 투수입니다. 없는 약점을 찾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로마 타격 코치는 호이스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약점이 없는 투수가 어디 있단 말인가? 자네들이 찾지 못했을 뿐이야.”
그는 약점이 없는 투수란 무적의 투수란 말과 같다고 생각했다.
‘메이저리그 1년 차가 무적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오늘은 호이스트가 그답지 않게 도망치려고만 하는군.’
호이스트는 시리즈 전 브리핑이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월드시리즈 브리핑도 이것보다는 낫겠어.’
그가 가볍게 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바꿨다.
“굳이 킴의 약점을 찾자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패스트볼 구위가 약하다는 뜻인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렇습니다.”
호이스트가 신호를 보내자 올드라인이 화면을 재빨리 바꾸었다.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킴의 패스트볼이 뛰어난 구위를 보여 주는 때는 94마일의 최고 구속을 기록했을 때뿐입니다.”
로마 타격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패스트볼을 노려서 공략하면 쉽게 공략할 수 있다는 말이군.”
호이스트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렇진 않습니다. 킴의 패스트볼 로케이션은 수준급입니다.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춘다고 해도 쉽게 공략할 수는 없을 겁니다.”
로마 타격 코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이스트, 로케이션은 걱정하지 말게. 우리 팀 타자들이 어떤 타자들인가? 로케이션 정도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야.”
악의 제국이란 무시무시한 별명을 지닌 양키스.
타선의 짜임새는 메이저리그 제일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너무 패스트볼을 노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토린 감독이 호이스트에게 물었다.
“루키들이 가지고 있는 부족함이 나타날 때는 없던가?”
“없었습니다.”
“정말인가?”
“킴은 전혀 루키답지 않은 투수입니다. 그의 운영은 10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투수 이상입니다.”
토린 감독이 고개를 갸웃했다.
“운영이 뛰어나다는 말은 들었네. 하지만 그 운영이란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이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는 올스타전에서 김민의 투구를 지켜보았다.
세 타자 연속 삼진.
분명 인상적인 투구였다.
하지만 토린 감독은 김민이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낸 것은 내셔널 리그 타자들이 김민에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동부지구 팀인 레드삭스가 그에게 여러 번 당한 것이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투구에 특별함은 없었어.’
호이스트가 질문에 대답했다.
“감독님께서 지적해 주신 이유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킴은 운영이 대단히 뛰어난 투수입니다. 그는 위기에 몰리더라도 결코 당황하지 않으며, 언제나 타자의 허를 노리고 들어옵니다.”
“타고난 강심장인가?”
“그렇습니다. 이것은 제 예상일뿐인데. 그는 월드시리즈 마운드에서도 절대 긴장하지 않을 겁니다.”
토린 감독은 그런 투수라면 양키스에서 뛰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자네 말을 듣고 나니, 우리 팀에서 뛰고 있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군.”
호이스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3, 4년 뒤에는 우리 팀에서 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스카우트 팀도 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으니까요.”
그는 김민에 대한 설명을 대충 마무리하곤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번 시리즈에서 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탬파베이의 수비 시프트입니다.”
양키스 코치들은 탬파베이의 시프트 결과를 나타낸 화면을 보고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음…… 이 정도인가?”
“호이스트, 수치가 과장된 것이 아닌가?”
호이스트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절대 과장된 수치가 아닙니다. 탬파베이의 상승세는 바로 이 수비 시프트 덕분입니다. 물론 수비 시프트가 무적은 아닙니다. 며칠 전 탬파베이는 잘못된 수비 시프트로 그라운드 홈런을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이 점을 노려야 할 것입니다.”
토린 감독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호이스트, 자네는 말을 빙 돌려 말하는 재주가 있어.”
“그렇습니까?”
“특별한 전략을 가지지 말자고 해 놓고 수비 시프트를 깨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네.”
호이스트가 멋쩍은 듯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투수보다 상대 수비 시프트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는 코칭 스탭에게 탬파베이가 어떤 경우에 시프트를 거는지를 설명하고 그것을 깨기 위한 방법을 덧붙였다.
양키스 코칭 스탭은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전력분석팀에 대한 믿음을 회복했다.
“이 전술이면 충분히 킴을 잡을 수 있을 것 같군.”
“스윕은 힘들다고 해도 위닝 시리즈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날 저녁.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선수들이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