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벤치의 지휘자 02
“디트로이트의 다음 타자는 1번 행크입니다.”
“2회 초인데 벌써 한 타순을 돌았군요. 디트로이트의 1회 초 공격이 정말 길었던 모양입니다. 클락 입장에서는 악몽 같은 공격이었을 겁니다.”
김민은 행크가 타석에 들어서자 재빨리 초구 사인을 이야기했다.
“안쪽 패스트볼입니다.”
포터 배터리 코치는 김민의 말에 멈칫했다.
“행크 같이 패스트볼을 잘 치는 타자를 상대로 초구 패스트볼은 위험하지 않나?”
“안쪽이면 괜찮을 겁니다.”
포터 코치는 반신반의하면서 록튼에게 사인을 전달했다. 그리곤 다시 김민에게 물었다.
“안쪽이면 괜찮다는 이유가 뭐지?”
“록튼이 시프트를 왼쪽으로 움직일 테니까요. 라인드라이브로 내야 수비를 넘지 못하면 십중팔구 시프트에 잡힐 겁니다.”
김민이 초구 볼 배합을 하면서 고려한 것은 시프트만이 아니었다.
‘행크는 컨택 능력이 좋은 타자지만 장타력은 떨어진다. 바깥쪽을 밀어 때리게 하는 것보다는 안쪽을 당겨 땅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좋아.’
그는 타자의 성향은 물론 파워까지 고려해 볼 배합을 하고 있었다.
슉!
클락이 던진 패스트볼이 안쪽 코스를 향해 날아갔다.
‘또 초구 패스트볼?’
행크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그대로 당겼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총알처럼 그라운드를 스치며 날아갔다.
‘안타군.’
행크는 손에 감각만으로도 타구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예측이 틀리고 말았다.
팡!
유격수 유칼리스가 빠른 동작으로 공을 잡은 다음 부드럽게 1루에 송구했다.
“아웃!”
1루수 미트에 공이 들어왔을 때, 타자 주자 행크는 1루를 향해 절반도 가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는 1루심의 아웃 선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타구가 잡혔다고?’
행크는 유칼리스의 수비 위치를 확인하고는 미간을 좁혔다.
‘수비 시프트가 언제부터 저렇게 왼쪽으로 치우쳐 있었던 거야?’
탬파베이의 수비 시프트는 그 어느 때보다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디트로이트 코칭 스탭은 1회 초와 달라진 결과에 고개를 갸웃했다.
“공 두 개에 투 아웃입니다.”
“흐흠, 공격을 너무 서두르고 있어.”
“1회가 너무 좋았던 게 화가 된 것 같습니다.”
“타자들이 성급하게 배트를 낸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디트로이트 코칭 스탭은 어설픈 공격이 계속되는 것이 상대 시프트가 아닌 타자들의 성급함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조금 기다리도록 하지.”
디트로이트 벤치는 타자들에게 신중하게 공격할 것을 주문했다.
“한가운데나 기다리는 공이 아니면 초구를 지켜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2번 타자 보너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1회 초에 3점을 뽑고도 신중하게 공격인가? 히도 감독은 어제 패배가 아직도 머릿속에 있는 거야.’
초구는 빠른 공이었다.
하지만 보너가 원하는 코스와는 정반대.
‘원하는 공이 아니면 기다리라고 했던가?’
보너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기다렸다.
팡!
“스트라이크!”
기다린 보람도 없이 공은 존을 통과했다.
‘쳇, 밋밋한 패스트볼이었는데 카운트만 하나 날린 것 아니야?’
그가 미간을 좁힌 순간 시프트가 왼쪽으로 이동했다.
이 움직임만을 놓고 보면 다음 공은 안쪽일 가능성이 컸다.
‘흐흠, 행크를 잡았던 그 공을 던질 생각인가? 하지만 난 행크와 달라. 안쪽 공도 충분히 외야로 넘길 수 있다고.’
보너는 행크보다 컨택 능력이 떨어졌지만, 파워는 한 수 위였다.
덕분에 그는 행크가 보여 주지 못하는 라인 드라이브 타구나 펜스 직격 2루타를 종종 만들어 내곤 했다.
“바깥쪽 패스트볼입니다.”
포터 코치는 김민의 볼 배합에 다시 한번 멈칫했다.
“시프트가 왼쪽인데 바깥쪽이라고?”
“보너는 파워가 있습니다. 시프트가 왼쪽으로 움직인 것을 보고 힘으로 당겨서 타구를 외야로 넘기려 할 겁니다.”
김민의 볼 배합은 타자의 의도를 정확히 찌르고 있었다.
“하면 방금 시프트는 페이크인가?”
“페이크입니다.”
그는 수비 시프트 사인을 먼저 내고 그다음에 볼 배합 사인을 내고 있었다.
그 때문에 포터 코치는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록튼은 포터 코치의 사인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시프트로 페이크를 주고, 로케이션 투구, 킴의 사인은 역시 달라.’
그는 김민의 볼 배합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슉!
클락이 던진 패스트볼이 바깥쪽 코너를 공략했다.
보너는 자신의 예상과 전혀 다른 곳으로 날아오는 패스트볼을 보고 멈칫했다.
‘시프트와 반대잖아!’
배팅 타이밍을 패스트볼에 맞춰 놓았기 때문에 보너는 마음만 먹으면 그 공을 공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벤치의 사인을 떠올리고는 배트를 멈췄다.
‘어설픈 타구로 투수의 투구수를 줄여 주느니, 하나 정도는 버리는 게 좋겠지.’
팡!
포수 미트에 들어온 공은 다시 한번 존을 통과했다.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 노 볼.
클락은 새로운 볼 배합에 만족했다.
‘타자가 꼼짝 못 하고 있어. 이건 예상하지 못한 공이 들어갔다는 뜻이야. 오늘따라 티노의 볼 배합이 날카롭군.’
투 스트라이크에 몰린 보너.
그러나 그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탁!
“파울!”
보너는 3구와 4구를 연속 커트하며 버텼다.
“보너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군요.”
“쉽지 않은 타자야.”
이반 감독과 바이슨 수석 코치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김민은 새로운 볼 배합에 들어갔다.
“높은 코스에 패스트볼입니다.”
하이 패스트볼.
이것은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는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기 위한 공이었다.
포터 코치는 빠르게 사인을 냈다. 그리곤 김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상대가 속을까?”
“속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상관없다니?”
“일단 배트는 나올 테니까요.”
김민은 하이 패스트볼로 삼진을 잡기보다는 범타를 유도하고자 했다.
‘보너의 배트 컨트롤은 최상이다. 저런 컨디션이라면 클락이 가진 공으로는 삼진을 잡을 수 없어. 그리고…… 그 좋은 컨디션이라면 하이 패스트볼에도 물러서지 않을 거야.’
클락은 지난 시즌 탬파베이의 선발 삼총사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하지만 그의 패스트볼 구위나 브레이킹볼은 타자를 압도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서 몇몇 팬들은 클락을 김민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부르곤 했다.
슉!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
‘하이 패스트볼?’
예상대로 보너의 배트가 나왔다.
딱!
배트에 강하게 맞은 공이 마운드 앞에서 큰 바운드를 일으켰다.
“투수 키를 넘겼습니다! 2루 베이스를 뚫는 코스!”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인 순간 2루수가 베이스 쪽으로 움직이며 큰 바운드를 처리했다.
“아! 시프트에 타구가 걸립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시프트를 스마트하게 사용합니다!”
“이번 시프트는 아주 좋군요. 보너는 시프트에 안타를 하나 빼앗겼습니다.”
디트로이트의 히도 감독은 보너가 아웃된 직후 타격 코치를 불렀다.
“녀석들의 시프트가 심상치 않아. 전력분석팀에 연결해서 패턴을 분석하라고 하게.”
“알겠습니다.”
디트로이트는 김민과 록튼 배터리에 호되게 당한 뒤, 전력분석팀을 플로리다로 호출했다.
디트로이트 전력분석팀은 현재 백네트 뒤에서 예리한 눈으로 마운드를 주시하고 있었다.
“클락이 7개로 2회 초를 넘겼습니다.”
“1회 28개에 비하면 25%밖에 안 되는 투구수군.”
“그래도 1, 2회 35개면 적은 투구수는 아닙니다. 오래 가야 6회일 겁니다.”
띠리리릭.
수석 분석원 코레아가 휴대폰을 들었다.
“코레아입니다.”
“감독님이 시프트 패턴 분석을 원하고 계시네.”
“시프트 패턴이면 이미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래? 결과물이 나오면 바로 전해 주게.”
“알겠습니다.”
코레아는 전화를 끊고 존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벤치가 시프트에 당황하고 있는 모양이군.”
“탬파베이의 시프트는 페이크가 많아서 집착하면 당하게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 히도 감독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는 해답을 원하고 있으니까.”
존스는 곤란한 듯 어깨를 으쓱했다.
“페이크가 섞인 시프트를 정확히 분석하긴 힘듭니다. 패턴이 나온다고 해도 완벽하진 않을 겁니다.”
“그렇긴 하지만 벤치에서 원하는 답을 주는 게 우리 일 아닌가?”
“후…… 그렇긴 하죠.”
* * *
클락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 2회 초 볼 배합을 한 것이 티노가 아닌 김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킴이 내 볼 배합을 했다고?”
포터 코치가 담담하게 말했다.
“록튼과 킴은 콤비니까.”
그는 시선을 김민에게 돌렸다.
‘어쩐지 볼 배합이 너무 날카롭다고 했어.’
클락은 김민이 어제와 다르게 보였다.
3회 초.
클락은 다시 한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클락, 1회 초 흔들림을 극복하고 좋은 투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회와 3회를 모두 깔끔하게 처리하는군요. 디트로이트 타선이 차갑게 식었습니다.”
히도 감독은 클락이 살아나자 이마를 찌푸렸다.
“전력분석팀은 어떻게 되었지?”
“패턴 분석 중이라고 합니다.”
“벌써 3회가 지났어. 언제까지 패턴을 분석하기만 할 건가?”
감독의 성화에 코치가 다시 한번 코레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프트 분석은 어떻게 된 건가?”
코레아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곧 결과가 나올 겁니다.”
“감독님은 오래 기다리시지 못할 것 같아.”
“가능한 빨리 결론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하네.”
코레아는 전화를 끊고는 존스에게 짧게 물었다.
“결과는?”
“시프트를 왼쪽으로 움직일 경우 높은 확률로 패스트볼이 들어옵니다.”
“브레이킹볼은?”
“시프트가 아닌 정위치에서 들어올 때가 많습니다.”
“좋아. 그거면 됐어.”
코레아는 재빨리 타격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분석 결과를 알렸다.
“알겠네. 내가 감독님께 전달하지.”
히도 감독은 전력분석팀의 결과를 전해 듣곤 고개를 끄덕였다.
“즉시 타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
그는 패턴을 파악했으니 클락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넘어야 할 산은 시프트만이 아니었다.
4회 초.
클락의 볼 배합이 다시 한번 변했다.
로케이션보다는 체인지 오브 페이스에 주력한 볼 배합은 잇달아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6번, 7번이 나란히 삼진으로 물러나자 히도 감독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패턴을 파악한 결과가 이건가?”
“그게…… 전력분석팀이 파악한 것과 조금 상황이 다른 것 같습니다.”
시프트만 보면 패스트볼이 들어와야 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클락이 던진 공은 패스트볼이 아닌 체인지업이었다.
히도 감독이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마 이곳 어딘가에 도청장치가 있는 건 아니겠지?”
히도 감독의 의심에 타격 코치가 눈을 크게 떴다.
“탬파베이가 그렇게까지 할까요?”
“패턴 변화 타이밍이 너무 좋잖아. 도청 장치가 없다면 어떻게 이렇게 딱 패턴을 바꿀 수 있겠어.”
김민이 4회 초 시작에 앞서 볼 배합을 바꾼 것은 상대를 읽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선발 투수로 나설 때도 4회부터 볼 배합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가능하다면 타순이 돌아올 때마다 볼 배합을 바꿔 주는 것이 좋아.’
김민이 4회 초 볼 배합을 바꾼 것은 습관과도 같은 것이었다.
“클락,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실점 없이 4회 초를 마무리합니다.”
“디트로이트는 1회 3점을 뽑은 뒤, 침묵이군요.”
디트로이트가 침묵하는 동안 탬파베이 타선이 힘을 냈다.
그들은 4회 말 대거 3득점 하면서 스코어를 역전시켰다.
탬파베이 4:3 디트로이트
히도 감독은 투수의 실투와 2루수의 실책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탬파베이를 상대로 루징 게임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후반기.
디트로이트는 순위 싸움이 한창이었다.
이 시기 하위권에게 당하는 1패는 1패 이상의 타격이었다.
“동부지구 꼴찌에게 위닝 시리즈를 내준다면 절대 위로 올라갈 수 없어.”
히도 감독은 어떻게든 오늘 게임을 잡을 생각이었다.
5회 초.
클락이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내주고 말았다.
“디트로이트! 1회 이후 처음으로 선두 타자가 1루에 출루합니다.”
포터 코치는 상대가 새로운 볼 배합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킴, 정확히 맞은 타구였어.”
김민은 동요하지 않았다.
“예, 정확한 타구였습니다. 하지만 볼 배합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타자에게 읽힌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김민은 안타의 이유를 타자가 아닌 투수에게서 찾았다.
“체인지업의 위력이 4회보다 떨어졌습니다.”
“낙차가 작아졌다는 건가?”
“아닙니다.”
“그럼?”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속 차이가 줄었습니다.”
김민은 전광판을 통해 두 구종의 구속 차이를 알 수 있었다.
“흠, 그 말은 클락의 체력이 떨어졌다는 뜻인데. 아직 투구수에 여유가 있지 않나?”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클락의 투구수는 67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평소보다 피로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포터 코치는 클락이 피로를 느낀다면, 그것은 1회 초 너무 많은 공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불펜을 준비해야지.”
“그것도 좋겠죠. 하지만 시프트가 그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김민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프트를 써 보기로 했다.
팬들은 탬파베이가 보여 준 새로운 시프트에 깜짝 놀랐다.
“저런 시프트도 있었나?”
“너무 극단적이야.”
“1, 2루가 거의 비었어.”
“1, 2루만이 아니야. 이번에는 외야까지 움직였어.”
히도 감독은 탬파베이, 아니 김민이 보여 준 새로운 시프트에 낮게 신음을 흘렸다.
“으으음…… 이것은 대체…….”
4번 타자 람을 상대로 김민이 보여 준 시프트는 극단적이었다.
“무조건 밀어 치라는 거군요.”
코레아는 김민이 보여 준 새로운 시프트가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당겨 치는 타구가 많은 람에게 이건 치명적이야.”
“코레아, 람의 안타는 당겨 치는 타구만 있는 게 아닙니다. 1, 2루 사이를 결대로 밀어 친다면…….”
“람이 밀어 친 타구는 임기응변에 가까운 것이 많아. 처음부터 밀어 치는 타구를 만들고자 한다면 밸런스가 무너지고 말 거야.”
타자의 스윙 메커니즘은 저격수의 영점 조준과 같아서 과정이 조금만 바뀌어도 결과물이 크게 변하고 말았다.
코레아는 그것을 알기에 지금 상황이 람에게 치명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람은 김민의 시프트를 보곤 당황했다. 그는 즉시 고개를 록튼에게 돌렸다.
“뭐야 어떻게 치라는 거야?”
록튼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1, 2루가 비었으니, 밀어 치면 되지 않을까요?”
“말은 잘하는군.”
람은 배트를 세웠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렇게 시프트를 쓰고 안쪽 공을 던지겠지.’
안쪽으로 패스트볼이 날아온다면 강하게 당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제길 그렇다면 아주 강하게 당겨서 펜스를 넘겨주지. 그렇게 되면 시프트 따위 아무 쓸모도 없게 될 거야.’
그의 의도대로 공이 펜스를 넘어간다면 시프트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슉!
클락의 손끝을 떠난 공이 포수 미트를 향했다.
람은 그 공을 보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안쪽이 아닌 바깥쪽 공이라고?’
이 공을 1, 2루 사이로 밀면 쉽게 안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기회야.’
그는 예상하지 못한 기회를 포착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깥쪽으로 공은 기회가 아닌 함정이었다.
람의 배트가 나온 순간 김민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잡았어.’
마지막 순간, 공이 바깥쪽으로 휘어지면서 배트 헤드에 닿았다.
탁!
람은 공을 때리고 나서야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찬스 볼이 아니라 슬라이더였어!’
배트 끝에 걸친 공이 그 자리에서 떠올랐다.
“포수!”
“맡겨 줘!”
팡!
록튼의 미트에 공이 들어온 순간 아웃 카운트 하나가 올라갔다.
극단적인 시프트의 승리.
코레아는 김민의 전술에 혀를 찼다.
“내가 알고 있는 탬파베이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