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4번 타자의 자존심 03
1회 말.
주심의 경기 재개 사인과 동시에 경쾌한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따악!
“칼튼! 큽니다!”
높이 날아간 공은 그대로 좌측 펜스를 넘어갔다.
툭!
선두 타자 초구 홈런.
칼튼은 예상하지 못한 타구에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쳤어! 내가 쳤다고!”
디트로이트의 히도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 모자를 벗었다.
‘상대 에이스는 효율적인 투구, 우리 선발 투수는 첫 타자에게 홈런. 경기 초반은 디폴트군.’
그는 고개를 투수 코치에게 돌렸다.
“경기 전 에이번의 컨디션은 어땠나?”
투수 코치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
“제가 생각하기에…… 초구 홈런은 노림수에 당한 것 같습니다.”
“흠, 노림수라.”
히도 감독은 턱을 쓰다듬으며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탁!
빗맞은 타구가 3루수 스털링에게 향했다.
“3루수 스털링 공을 잡아 그대로 1루에 송구! 아웃! 아웃입니다!”
“스털링, 역시 골드글러브 3루수입니다.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속도가 정말 빠릅니다.”
김민은 디트로이트의 선발 에이번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에이번은 지난 3년 동안 부르스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성적을 올렸어. 1회에 홈런을 하나 맞았다고, 무너질 투수는 아니야.’
그는 오늘 경기가 투수전으로 흐를 것이라 예상했다.
“킴, 에이번의 다음 공 예상할 수 있겠어?”
농담을 던지듯 질문을 던진 선수는 5번 타자 머레이였다.
“글쎄.”
머레이는 김민의 시큰둥한 대답에 어깨를 으쓱했다.
“킴, 그렉스에게만 볼 배합을 제대로 가르쳐 주는 것 아니야?”
김민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난 그렉스에게 볼 배합을 가르쳐 준 적이 없어.”
“아, 볼 배합이 아니라 팁이었던가?”
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팁이었지. 그리고…… 지금 던지고 있는 에이번은 특별한 버릇이 없어. 전체적으로 투구폼의 완성도가 높아.”
머레이는 그래도 김민에게 뭔가 힌트를 얻어 보고자 했다.
“에이번은 약점이 없는 건가?”
“약점이 없는 투수는 없어. 에이번도 마찬가지고.”
김민의 대답에 머레이의 두 눈이 커졌다.
“에이번에게 약점이 있다고?”
그는 에이번이 특정 구종이나 코스에 약점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민의 대답은 그의 생각을 한참 빗나가는 것이었다.
“에이번은 스테미너가 약점이야. 최근 3시즌 모두 9월 성적이 좋지 않아. 쉽게 말해 여름에 체력을 다 쓰고 나면 가을에 퍼진단 말이지.”
지금은 시즌이 한참인 7월이었다.
에이번이 퍼진다는 9월까지는 아직 2달이나 남아 있었다.
머레이는 도움이 되지 않는 대답에 혀를 찼다.
“쳇, 쉽게 가긴 글렀단 말이네.”
“오늘은 그렇지.”
김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에이번은 3번 타자 안데르센을 삼진으로 잡아내곤 모자를 고쳐 썼다.
“흠, 이번 커브는 정말 좋은데?”
“내가 조금 있다가 저걸 쳐야 하는 거지?”
에이번은 선두 타자 칼튼에게 초구 홈런을 맞은 것을 빼놓고는 흠잡을 곳이 없는 투구를 펼치고 있었다.
코스타 타격 코치가 김민 옆에 앉은 머레이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머레이, 뭐 하고 있는 거야? 어서 대기 타석으로 가라고.”
“예, 예.”
머레이는 급히 배트를 뽑아 들고는 대기 타석으로 향했다.
“킴, 머레이에게 뭔가 조언을 해 준 건가?”
“도움이 되는 조언은 해 주지 못했습니다.”
“흠, 그런가?”
머레이는 황급히 대기 타석에 들어섰지만, 4번 타자 그렉스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다.
김민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에이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커브가 문제야.”
그는 에이번의 커브가 오클랜드의 지뉴 못지않다고 평가했다.
‘7이닝 3실점 정도를 예상했는데, 오늘 컨디션을 보면 그 이상도 가능할 것 같아.’
2회 초.
디트로이트의 공격.
히도 감독은 여전히 안색이 어두웠다.
“4, 5번이 깔끔하게 3구만에 물러나다니, 우리 팀 타선이 이렇게 약했나?”
“죄송합니다.”
“자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나? 타자들이 엉망인 것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현재 지구 3위에 올라 있었다.
전체적인 전력을 보면 탬파베이에게 고전할 팀이 절대 아니었다.
타격 코치가 변명하듯 설명을 덧붙였다.
“킴은 루키지만 올스타 레벨의 투수입니다. 애초에 쉽게 공략할 수 없는 투수란 뜻이죠. 게다가 오늘은 수비 시프트 전술까지 더해져서 공략에 애를 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5번 타자 스틸링이 혀를 찼다.
“3루 쪽으로 시프트하고 바깥쪽으로 공을 던지다니, 뭐 저런 팀이 다 있어?”
“그렇다면 시프트를 보고 역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8번 타자 데니스의 물음에 4번 타자 람이 스털링을 대신해 대답했다.
“역으로 가도 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내 타석 때는 3루로 시프트를 걸고, 그에 맞춰 안쪽으로 승부하더군. 물론 구종은 내 예상과 반대였지만 말이야.”
다양한 구종에 수비 시프트까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타자들은 김민이 그렉 매덕스처럼 보였다.
“감독님, 방법이 없을까요?”
타격 코치의 물음에 히도 감독이 얼굴을 굳혔다.
“그 방법을 찾는 게 자네의 몫 아닌가?”
“…….”
“그렇게 얼굴을 찌푸리지 말게. 답답해서 한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디트로이트의 혼란은 1, 2회로 끝나지 않았다.
3회도 삼자범퇴.
“킴! 오늘 대단한 투구입니다. 3이닝 연속 삼자범퇴입니다!”
“삼진은 적지만 맞춰 잡는 피칭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는 여기서 생각을 줄여야 합니다. 킴을 상대로 수 싸움을 가져간다면 절대 이길 수가 없습니다.”
김민은 3회부터 디트로이트 타자들이 수비 시프트의 방향에 신경을 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종과 코스만이 아니라 수비 시프트 자체에도 신경을 쓰고 있군. 그렇다면 이걸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겠어.’
여섯 가지 구종과 세 가지 수비 시프트는 무수한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는 수비를 마친 뒤, 록튼과 더그아웃에서 가짜 수비 시프트에 대해 상의했다.
김민의 설명을 들은 록튼이 물었다.
“가짜로 시프트를 펼친다라. 그렇게 하면 정타가 나왔을 때 위험할 텐데?”
“맞지 않으면 괜찮을 거야.”
“그래도…….”
“애초에 타자를 속이기 위한 가짜 시프트잖아. 정타를 맞는다는 것 자체가 시프트와 전술이 실패했다는 뜻이지.”
록튼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킴이 원하니 들어 주는 거지만, 이건 조금 위험한 전술 같아.”
“일단 한 타석만 써 보도록 하자.”
4회 초.
김민의 가짜 시프트 전술은 그대로 먹혀 들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디트로이트 타선은 더욱 다양해진 경우의 수에 연속 삼진까지 나왔다.
“킴! 4이닝을 겨우 36개의 투구수로 마무리합니다.”
“오늘 킴의 컨디션은 유난히 좋아 보이는군요. 물론 탬파베이에서 새롭게 들고나온 수비 시프트도 좋아 보입니다.”
디트로이트 원정 팬들은 김민의 압도적인 피칭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탬파베이에 저렇게 좋은 투수가 있었던가?”
한 디트로이트 팬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자 옆자리에 있던 탬파베이 팬이 짧게 말했다.
“올스타전의 독심술사.”
디트로이트 팬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박수를 쳤다.
“아! 그 3연속 삼진의 주인공?”
탬파베이 팬이 느릿한 어조로 말했다.
“킴은 탬파베이의 미래야.”
탬파베이의 1, 3선발 부르스와 렉터는 김민의 완벽한 투구에 두 손을 들었다.
“다음 시즌부터는 킴이 1선발이군.”
“킴과는 도무지 경쟁이 되지 않아. 외계인이라도 데려오지 않는 한 킴을 꺾을 수 없을 거야.”
“그 외계인도 전반기에 한 번 무너졌다고. 지금 킴은 한창 좋을 때의 페드로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아.”
4회 말.
탬파베이의 공격.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3번 타자 안데르센이 다시 한번 삼진으로 물러났다.
“안데르센, 지난 타석에 이어 이번 타석도 삼진입니다.”
“안데르센은 오늘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는군요.”
디트로이트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에이번의 호투로 점수 차이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에이번이 잘 던져 주고 있긴 하지만, 이대로는 이길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킴을 무너뜨려야 해.”
트로피카나 필드를 찾은 토론토 전력분석팀은 김민의 오늘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3마일(150km). 커나, 스플리터의 움직임은 평범.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야.”
“하지만 투구 내용은 최상입니다.”
“킴이 오늘 투구가 대단한 건 컨디션보다는 운영이 뛰어나기 때문이야. 킴은 경험이 쌓이면서 더욱 대단한 투수가 되고 있어.”
김민 특유의 경기 운영과 좌우로 움직이는 수비 시프트는 디트로이트 타자들에게 통곡의 벽이었다.
5회 초가 끝났음에도 스코어보드는 바뀌지 않았다.
탬파베이 1:0 디트로이트
“점수는 고사하고, 주자가 한 명도 나가질 못하니…….”
“설마 킴에게 퍼펙트나 노히터 게임을 당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킴은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가 좋은 투수가 아니라고, 그런 기록은 절대 무리야.”
TV로 지켜보던 디트로이트 팬들이 조조해할 무렵 에이번이 두 번째 점수를 허락하고 말았다.
“타구가 3루수 옆을 빠져나갔습니다. 닐슨의 적시타!”
“안타가 되긴 했지만, 이건 스틸링이 잡아 줬어야죠. 골드글러브 3루수답지 않은 수비입니다.”
히도 감독은 야수들의 타격 부진이 수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털링 말이야.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군.”
“지금 수비라면 그렇게 복잡한 상황은 아닙니다만…….”
“수비가 아니야. 지난 타석의 잔상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거라고.”
수석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히도 감독의 말을 받았다.
“좌우 로케이션에 수비 시프트, 그리고 여섯 가지 구종. 타석에서 생각할 게 너무 많긴 합니다.”
히도 감독은 상대편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김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패스트볼을 노리는 게 좋겠어.”
“패스트볼이라면…….”
“다음 공격에 앞서 타자들에게 전해 모든 타이밍을 패스트볼에 놓으라고 말이야.”
“그런 공략법이면 삼진이 많이 나오게 됩니다.”
“삼진이 나와도 좋아. 크게 배트를 휘두르라고 전해!”
그는 공격을 단순화하지 않는다면 절대 김민을 공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질 때 지더라도 이렇게 끌려가서는 안 돼.’
히도 감독은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터 게임을 당하더라도 자신들이 주도하는 공격을 하고자 했다.
6회 초.
히도 감독의 지시가 맞아떨어진 것일까?
디트로이트의 첫 번째 안타가 나왔다.
“디트로이트! 1사후 첫 안타가 나왔습니다.”
“8번 에드가가 길었던 무안타의 고리를 끊었습니다.”
에드가는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간신히 안타를 만들긴 했지만, 저 녀석,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었어.”
디트로이트의 루키 에드가는 지난해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서 김민을 상대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김민은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였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공략하기 힘든 투수는 아니었다.
‘1년 사이에 무엇이 그를 이렇게까지 강하게 만든 걸까?’
김민은 첫 안타를 내주고는 로진백을 만졌다.
‘에드가는 커터나 슬라이더가 아니라 패스트볼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어. 디트로이트 타선이 이제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 같군.’
그는 록튼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다음 공을 강하게 잡았다.
‘지금부터 전력투구다.’
김민은 9번 타자를 앞에 두고 기어를 바꿔 넣었다.
파앙!
미트에 꽂힌 공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리를 냈다.
“94마일(151km)이 나왔어.”
토론토 전력분석팀도 김민의 최고 구속을 확인했다.
“6회에 최고 구속이 나온단 말인가?”
“첫 주자가 나갔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
위기 상황에 더욱 빠른 공을 던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9번 타자 데이먼에게 김민의 패스트볼은 빠른 공 그 이상이었다.
‘제길…… 공이 떠오르잖아. 전 타석에서는 이렇지 않았는데.’
등 뒤로 식은땀을 흘린 순간 빠른 공이 낮은 코너를 노렸다.
‘또 패스트볼이냐?’
데이먼은 떠오르는 공을 찍어내려고 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공이 낮게 가라앉으면서 배트를 스치고 지나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데이먼은 배트를 크게 헛돌리고 나서야 김민이 던진 공이 스플리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큭…… 스플리터도 빨라졌어.’
김민이 기어를 바꿔 넣자 디트로이트 타자들은 더 이상 수비 시프트를 신경 쓸 여유가 없게 되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두 타자 연속 삼진.
1번 타자 행크는 패스트볼을 노렸음에도 패스트볼에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는 배터 박스에서 물러나면서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히도 감독 역시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반적으로 구속이 빨라졌어. 6회 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도 되는 건가?”
“지금까지 여유를 두고 투구했다고밖에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나왔다.
이번 아웃 카운트는 1루 에드가의 견제사였다.
“에드가! 리드 폭을 넓힌 것이 그만 화근이 되고 말았습니다.”
“킴과 록튼 배터리의 견제 능력은 루키 배터리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히도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고 있는 1루 주자 에드가를 보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저게 바로 루키 아닌가?”
그의 말에는 김민이 루키답지 않은 투구를 펼치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7회 초.
김민은 4번 타자 람에게 두 번째 안타를 맞았다.
“짧은 타구가 시프트를 완전히 뚫었습니다.”
“이럴 때는 시프트를 한 것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만드는군요.”
이반 감독은 수비 시프트를 하지 않았다면 평범한 3루수 땅볼이 되었을 타구라고 생각했다.
“킴의 시프트는 만능이 아닌 모양이군.”
야구에 만능 전술은 없었다.
김민은 이번 안타가 일종의 세금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지. 지금의 안타는 어쩔 수 없었어.’
그는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에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탁!
빗맞은 공이 2루수 옆으로 흘렀다.
그러나 2루수 칼튼의 볼을 더듬어 송구가 늦어지고 말았다.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칼튼이 조금 공을 더듬은 것이 화가 되고 말았군요.”
내야 안타였지만, 실책이나 다름없는 플레이였다.
히도 감독은 2사 1, 2루의 기회를 잡자 바로 대타를 투입했다.
“여기가 승부처다.”
그는 지금까지 감추고 있었던 비장의 승부수를 던졌다.
“대타 브람보!”
김민은 타석에 들어서는 거구를 보곤 미간을 좁혔다.
‘누구지?’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전혀 데이터가 없었다.
‘이번 시리즈 직전 콜업한 신인인가? 이건 곤란하군.’
수비 시프트를 쓰기 위해서는 타자의 타구 방향을 아는 것이 첫 번째였다.
그러나 지금 타석에 들어선 브람보는 타구 방향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었다.
‘할 수 없지.’
김민과 록튼 배터리는 결국 수비 시프트를 깔끔하게 포기했다.
‘이번에는 그대로 간다.’
히도 감독은 김민과 탬파베이가 수비 시프트를 포기하자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데이터가 없는 타자에게 수비 시프트를 걸 수 없겠지. 이번에는 우리가 이겼어.”
그는 브람보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민 못지않게 브람보도 긴장하고 있었다.
‘올스타 레벨의 투수, 내가 과연 상대할 수 있을까?’
덩치는 컸지만, 신인은 신인.
게다가 김민은 수비 시프트가 없을 때도 올스타 레벨의 투수였다.
팡!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브람보는 심하게 긴장한 나머지 한가운데에서 떨어지는 커브에 어이없게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이는 히도 감독의 예상과 전혀 다른 전개였다.
“어째서 이런 일이…….”
수석 코치가 감독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에이스 대 루키. 적시타가 나오는 게 이상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