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67화 (67/296)

67화 첫 번째 올스타 01

6월 말.

김민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볼티모어와 치열한 꼴찌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두 팀의 승차는 1경기.

돌아오는 3연전에서 2승 1패를 거두면, 탬파베이는 볼티모어를 꼴찌로 내몰 수 있었다.

반면 볼티모어가 위닝 시리즈(2승 1패)를 거둔다면 승차가 2경기로 늘어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00패는 면할 것 같다는 거군.”

“그래도 95패 페이스야.”

탬파베이 코칭 스탭은 앞으로의 일정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때 보강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홀먼이 보강을? 이 친구, 꿈이 너무 크군.”

코칭 스탭은 빈스나 홀먼이 전력보강을 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분간은 지금 전력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여야 했다.

3연전 1차전.

공교롭게도 볼티모어와 탬파베이의 1선발이 맞붙었다.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볼티모어였다.

볼티모어 광속구 투수 블라체는 탬파베이 타선을 압도하며 8이닝 1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3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은 아무나 찍는 게 아니군.”

“저 친구, 올해도 15승은 해 줄 거야.”

탬파베이 1선발 부르스도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블라체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부르스까지 내고 진 건가?”

“내일 경기도 지면 스윕이야.”

“스윕까지는 가지 않겠지. 3차전에 킴이 등판하니까.”

탬파베이 코칭 스탭이 킴에게 거는 믿음은 이제 절대적이었다.

사실 이는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김민은 탬파베이에서 다승 1위, 평균자책점 1위, 퀄리티 스타트 1위, 이닝 소화 2위, 삼진 4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2차전.

볼티모어와 탬파베이는 화력전을 벌였다.

1회부터 클린업이 불을 뿜었다.

결국, 양 팀의 선발 투수가 모두 5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강판.

경기는 5회부터 불펜 싸움에 들어갔다.

탬파베이 코칭 스탭은 이 싸움에 자신이 있었다.

“불펜이라면 우리 쪽이 우세지.”

“하지만 배트는 여전히 저쪽이 강해.”

“그렇긴 한데 볼티모어 볼펜은 네바다 사막과 같은 수준이라고.”

블렛소 투수 코치의 말대로 볼티모어 볼펜은 눈을 뜨고 봐 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날 승리는 8회 초 볼티모어의 불펜을 사정없이 두들긴 탬파베이에 돌아갔다.

최종 스코어는 다음과 같았다.

탬파베이 10:7 볼티모어

탬파베이 코칭 스탭은 이날 승리로 오랜만에 활짝 웃을 수 있었다.

“탈 꼴찌가 눈앞이군.”

“3차전은 우리 승리입니다.”

“맞습니다. 킴과 호너섹, 선발 투수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호너섹은 볼티모어의 3선발이었지만, 다른 팀에 가면 5선발도 겨우 들 정도의 투수였다.

볼티모어 코칭 스탭도 3차전의 열세를 솔직히 인정했다.

“킴과 호너섹이라. 내일 경기는 힘들겠군.”

“하지만 내일 경기에서 지면 지구 꼴찌로 떨어집니다.”

“음…….”

토미 감독은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할 수 없지.”

그는 지구 꼴찌를 각오했다.

3차전.

초반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볼티모어의 리드로 시작했다.

“볼티모어가 선취점을 뽑았어.”

“킴에게 적시 2루타라니, 볼티모어답지 않군.”

“하지만 1점 리드는 불안한 게 사실이야.”

호너섹은 탬파베이 타선을 맞아 4회까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면서 버텼다.

그 사이 타선은 1점을 더 뽑아 2-0으로 리드하기 시작했다.

“볼티모어가 대어를 잡는 건가?”

“킴도 한 번 질 때가 됐지. 매 경기 퀄리티 스타트에 벌써 4연승이야.”

볼티모어 코칭 스탭은 김민을 잡을 수 있다는 희망에 사로잡혔다.

“호너섹이 좋아. 오늘은 이길 수 있겠어.”

“타선도 괜찮습니다. 잘하면 7회 이전에 강판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5회 초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2루수 스터키가 공을 떨어뜨린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은 것이었다.

투 아웃이었기에 스터키가 침착하게 처리했다면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마쳤을 상황이었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

“불펜을 대기시켜야겠어.”

투수 코치와 수석 코치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토미 감독 역시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코치들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불펜을 가동하게.”

토미 감독은 불안한 눈으로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딱!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타구가 1, 2루 사이를 뚫었다.

실책에 이은 안타.

호너섹의 실점이 2점으로 늘어났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드디어 동점을 만듭니다.”

“이 한 점은 크군요.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적시타입니다.”

토미 감독은 이쯤에서 호너섹이 끊어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회를 잡은 탬파베이 타선은 악착같았다.

“다시 안타! 7번 타자 닐슨,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입니다.”

“2, 3루 주자가 모두 홈에 들어옵니다. 볼티모어로서는 다잡은 대어를 놓치는 순간입니다.”

볼티모어 2:4 탬파베이

토미 감독은 호너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는 탬파베이와 김민의 페이스였다.

김민은 5회부터 7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텨, 다시 한번 퀄리티 스타트를 해냈다.

“킴은 역시 킴이군요. 초반 흔들림이 있었으나 7이닝 2실점으로 오늘의 투구를 마무리합니다.”

“경기가 이대로 끝나면 시즌 8승이군요. 탬파베이 투수 중에는 최고 성적입니다.”

김민의 다승 페이스는 시즌 16승.

사이영상은 언감생심이었지만, 신인왕 레이스에는 명함을 내놓을 만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조금 힘들었다.

“지난해였다면 신인왕 레이스를 해 볼 만했을 텐데, 아쉽군.”

“지난해가 뭐야? 최근 3년 동안 킴보다 뜨거운 전반기를 보낸 신인은 없다고.”

탬파베이 기자들은 김민의 뛰어난 활약이 괴물 같은 신인 2명에게 가려지고 있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호세와 이치로.

두 괴물 신인은 믿기지 않는 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었다.

록튼이 6월의 신인 기사를 잃으며 말했다.

“또 호세가 1위네. 킴, 네가 1년 뒤에 데뷔했으면 어땠을까?”

김민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랬다면 FA가 1년 더 늦어졌겠지.”

“그, 그런가?”

김민은 이치로와 호세의 질주를 별반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최근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나빠진 패스트볼 무브먼트였다.

‘전력분석팀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떠오르는 공의 비율이 줄고 있어.’

그는 떠오르는 공의 비율이 줄어든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

‘체력이 문제야.’

지난 시즌부터 그는 쉼 없이 뛰어왔다.

마이너리그 시즌이 끝난 다음에는 가을 리그, 가을 리그가 끝난 다음에는 오프 시즌 훈련, 그리고 오프 시즌 훈련이 끝난 다음에는 스프링 캠프.

단 일주일의 휴식도 없이 그는 레일을 따라 달렸다.

체력이 고갈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아무리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쉬지 않고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어.’

김민은 이번 올스타 브레이크만큼은 철저히 쉬고자 했다.

그러나 세상일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탬파베이에서 올스타가 나왔어.”

“누군데?”

“킴.”

“아, 킴이라면 그럴 만하지.”

메이저리그 팬들은 김민의 첫 번째 올스타 선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 김민은 올스타를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내가 올스타라고?”

그는 5월 말 메이저리그 올스타 후보로 선발되었다.

하지만 아메리칸 리그 투수 부문은 워낙 경쟁이 치열했고, 김민은 비인기 팀의 에이스인 덕분에 득표수가 한참이나 모자랐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올스타에 선발될 것이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킴, 첫 번째 올스타 축하해.”

록튼의 축하에 김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올스타가 좋긴 하지만…….”

“허, 이 친구 올스타에 선정되었는데 기뻐하기는커녕 한숨이군. 팬 투표가 아닌 감독 추천이라서 그런 건가?”

메이저리그 올스타는 대단한 영광이었다.

각종 사이트의 기록은 물론 명예의 전당 입후보 때도 올스타에 선정된 횟수는 큰 포인트를 차지했다.

“그런 건 아니야. 단지 올스타 브레이크 때 확실히 쉬려고 한 게 물거품이 돼서 그래.”

올스타전은 타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투수에게는 달랐다.

‘선발 투수의 컨디션은 시즌을 거치면서 등판 간격에 맞춰지게 된다. 올스타전이 이 등판 간격 안에 들어온다면 모를까? 등판 간격 밖에 위치한다면 시즌 내내 유지해 왔던 리듬을 망칠 수 있다.’

올스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줬던 투수들이 후반기에 주춤한 이유도 바로 이와 같았다.

“흐흠, 등판 간격이 불규칙해져 리듬이 흔들린다는 말인가? 확실히 그건 일리가 있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아? 킴은 감독 추천 선수잖아. 올스타전에서 많은 투구를 하지 않을 거라고.”

“연습 투구는 어쩌고?”

김민은 단 1개의 공을 던져도 완벽하게 몸을 푸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마운드에 오를 때까지 적어도 30개 이상의 공을 던졌다.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야구인의 축제잖아. 즐기자고.”

김민이 다시 한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올스타에 선정되고도 고민이라니.”

메이저리그 올스타.

20년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고민이었다.

* * *

2001년 7월 11일.

시애틀 세이코프 필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한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김민은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이것은 컨디션 유지나, 빼앗긴 휴식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김민, 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한데? 스프링 캠프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네가 메이저리그에 설지 장담할 수 없었거든. 하지만 내 예상을 완전히 깨는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라니, 정말 놀라워. 이건 세상에…….”

그랬다.

200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된 것은 김민만이 아니었다.

노모 히데오 이후 두 번째로 아시아 선수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마운드를 밟은 선수.

그는 바로 박찬호였다.

박찬호는 무려 20분의 이야기 이후 김민에게 처음으로 질문을 던졌다.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는 어때?”

김민이 막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박찬호가 그의 말을 자르며 말을 다시 시작했다.

“어렵지? 역시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는 대단하다고 생각해.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그뿐만이 아니지. 토론토도 이젠 무시할 수 없다고, 또 볼티모어도 있지. 볼티모어는 조금 쉬운 팀이지만, 그렇다고 쉬어 가는 타순은 아니잖아.”

김민은 마른침을 삼켰다.

‘역시 이번 올스타는 뽑히는 게 아니었어.’

그는 올스타전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박찬호의 이야기를 들어 주어야 했다.

“팍, 시작이야.”

“알겠어.”

박찬호는 동료의 한마디에 작별 인사를 고했다.

“민, 다음에 보자고.”

‘이제 해방인가?’

김민이 막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국내 모 방송의 리포터가 그를 낚아챘다.

“김민 선수, 안녕하세요.”

‘찬호 형 대신 왜 날 잡은 거야.’

김민은 고개를 박찬호에게 돌렸다.

하나 그쪽도 다른 리포터가 붙어 있었다.

‘어느 쪽도 피할 수 없었단 말이군.’

김민은 어쩔 수 없이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정말 환상적인 무대군요. 이 환상적인 무대에 오른 소감을 한마디 들을 수 있을까요?”

투 머치 토커의 습격 다음은 방송사.

김민은 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세이코프 필드…… 약속이 아니라 저주의 땅인 모양이군.’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구장 세이코프 필드.

사실 세이코프 필드는 김민과 상성이 좋지 않았다.

김민은 홈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시애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지만, 세이코프 필드 원정 경기에서는 6이닝 4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플레이볼!”

주심의 경기 시작 사인과 함께 200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시작되었다.

김민은 더그아웃에 함께 앉아 있는 선수들을 보고는 살짝 놀랐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스즈키 이치로, 이반 로드리게스, 칼 립켄 주니어, 로저 클레멘스, 마리아노 리베라, 데릭 지터…… 휴…… 엄청나군. 다들 명전(명예의 전당)감이잖아.’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로저 클레멘스는 후에 약물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약물 이전의 성적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 충분한 선수들이었다.

2001년 올스타전은 내셔널 리그 더그아웃도 대단했다.

‘박찬호, 피아자 배터리에 배리 본즈, 새미 소사, 치퍼 존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랜디 존슨, 커트 실링, 원투 펀치까지. 이쪽도 전부 레전드야.’

김민은 그제야 자신이 어떤 곳에 와 있는지 깨달았다.

‘내가 전설들과 같은 자리에 서 있어.’

그는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설마 내가 전설이 되는 건 아니겠지?’

1회 초가 시작되기 전 중계진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나선 선수들의 국적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출신 국가의 국기가 게양되었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이번 올스타전에 처음 출전하게 된 나라로는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한 번에 두 명의 선수를 올스타전에 배출했습니다.”

박찬호와 김민.

두 선수는 같은 해, 같은 승수(8승)로 올스타전에 데뷔했다.

“두 선수가 동시에 각기 다른 리그에서 올스타에 뽑힌 것은 드문 일이죠?”

“그렇습니다. 일본도 두 사람의 올스타를 배출했지만, 서로 다른 리그는 아닙니다.”

1회 초.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로저 클레멘스였다.

김민은 그의 등판에 마른침을 삼켰다.

‘로켓맨의 올스타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있어.’

팡!

미트에 꽂힌 공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스트라이크!”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는 패스트볼과 스플리터를 앞세워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아 냈다.

그리고 1회 말 랜디 존슨이 마운드에 섰다.

김민은 랜디 존슨을 실제로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랜디가 마운드에 섰어.’

레전드 오브 레전드.

랜디 존슨 역시 무실점으로 1회를 마쳤다.

“팽팽한 0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느 팀이 먼저 0의 행진을 깨뜨릴지 궁금하군요.”

3회 말.

랜디존슨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것은 박찬호였다.

박찬호는 김민보다 먼저 마운드에 올라 대한민국 최초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등판이라는 역사를 썼다.

“팍! 마운드에 섰습니다.”

“이번 시즌은 8승 5패 2.8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성기의 박찬호.

그는 은퇴를 앞둔 칼 립켄 주니어에게 초구 홈런을 맞았다.

“홈런! 홈런입니다!”

“아메리칸 리그가 칼 립켄 주니어의 홈런으로 한 점 앞서 나가는군요.”

아메리칸 리그 더그아웃에 앉은 포사다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는 양키스에서 영구결번된 포수로 명예의 전당 입성은 실패했지만, 레전드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팍이 칼에게 은퇴 선물을 준 모양이군.”

김민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초구로 던진 92마일(148km) 패스트볼은 홈런을 치기 딱 좋은 공이었어.’

그는 자신이면 모를까? 92마일은 박찬호의 패스트볼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박찬호는 이후 이반 로드리게스, 스즈키 이치로,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땅볼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자신이 올스타전에 어울리는 투수임을 증명했다.

“역시 칼에게는 선물을 준 거야.”

포사다는 자신의 감을 확신했다. 그가 김민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킴, 킴은 어때?”

그는 포사다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나?”

“그래, 난 킴이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독심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

포사다는 김민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흠, 솔직히 말하면 나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92마일은 찬호 형에게 어울리는 구속이 아니거든.”

“킴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군.”

포사다가 미소를 지은 순간 투수 코치가 김민에게 다가왔다.

“킴, 불펜으로 가 줘.”

불펜행.

이는 머지않아 그가 등판한다는 뜻이었다.

불펜으로 향하는 김민은 오랜만에 긴장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