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머니 볼 02
팡!
1루수 미트에 공이 들어온 순간 1루심이 빠르게 오른손을 내리그었다.
“아웃!”
첫 아웃 카운트.
김민은 담담한 표정으로 공을 넘겨받았다.
‘초구는 기다렸고, 2구는 쳤다. 좋아하는 코스로 들어와도 하나는 보고 친다는 뜻인가?’
그는 오클랜드 타자들이 꽤 신중하다고 느꼈다.
“다음 타자는 2번 타자 카를로스입니다.”
“카를로스는 이번 시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시즌 타율이 0.247로 0.250이 채 되지 않습니다.”
“테이블 세터에 어울리는 타율이 아니군요.”
“번트와 주루를 뺀다면 라인업에 오르기 힘든 성적입니다.”
2000년대 초반, 아직은 클래식 스탯이 세이버 스탯을 압도하고 있었다.
때문에 카를로스 같은 타자들은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김민은 공을 쥐곤 카를로스를 살폈다.
‘카를로스는 타율이 낮고, 도루가 많지 않아. 전통적인 테이블 세터와는 거리가 먼 타입이지. 하지만 일발 장타가 있고, 출루율도 준수해서 머니 볼에는 딱 맞는 타자야.’
카를로스는 자신이 원하는 공이 들어올 때까지 오랜 시간 공을 기다리는 유형의 타자였다.
‘버나드는 쉽게 잡았지만, 난 그렇게 안 될 거야.’
그는 배터 박스에 들어선 뒤 오른발로 바닥을 비볐다. 그리곤 배트로 다시 한번 비빈 곳을 두드렸다.
록튼은 카를로스의 기이한 습관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다른 타자들보다 대기 동작이 길군. 이건 투수의 리듬을 빼앗기 위한 행동인가?’
주심이 살짝 눈살을 찌푸린 순간 카를로스가 배트를 들었다.
그는 딱 주심에게 경고를 받지 않을 정도로만 시간을 끄는 요령을 알고 있었다.
김민은 그의 행동에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는 선수군.’
그립을 강하게 쥐곤 초구를 던졌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으로 향했다.
‘흔한 바깥쪽 패스트볼인가?’
김민의 공에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칠 수 있어.’
카를로스는 기다리라는 벤치의 지시도 잊은 채 배트를 냈다.
슈욱!
바람을 가르며 배트가 공을 향해 돌진했다.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중견수 쪽으로 떨어지겠군.’
그러나 다음 순간, 패스트볼이 타자 안쪽으로 휘어지면서 배트 손잡이 쪽에 맞고 말았다.
탁!
빗맞은 공이 2루수를 향해 굴러갔다.
카를로스는 예상하지 못한 타구에 속으로 혀를 찼다.
‘쳇! 완전히 당했군! 패스트볼이 아니었어!’
그는 있는 힘을 다해 1루로 뛰었지만, 넉넉하게 아웃이 되고 말았다.
빌리 빈은 카를로스까지 초구를 타격하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왜 저러는지 모르겠군.”
더그아웃에 위치한 파출리아 감독도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경기는 기다리는 전략 아니었나?”
감독의 지적에 타격 코치가 머리를 긁적였다.
“카를로스는 찬스 볼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보언, 안쪽으로 휘어지는 찬스볼이 있던가?”
“…….”
보언 타격 코치는 감독의 한마디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탬파베이의 선발 콤비는 김민의 호투에 어깨를 으쓱했다.
“또 시작이군.”
말을 꺼낸 것은 부르스였다.
“악마의 운영이야.”
“같은 팀인데 악마라니? 너무한 표현이군.”
렉터가 어깨를 으쓱하며 부르스의 말을 받았다.
“흑마법을 쓰지 않았다면 저 진지한 친구들이 처음부터 배트를 낼 리가 없잖아. 킴은 분명 흑마법을 쓰고 있는 거야.”
부르스는 경험이 많은 투수였다. 그는 오클랜드 타자들이 왜 초구부터 배트를 내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렉터, 킴의 투구는 마법이나 마술이 아니야. 그는 타자의 마음을 역이용하고 있는 것뿐이야.”
“마음을? 그러니까 마법이지.”
부르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헛소리 좀 그만해. 마법은 무슨 마법. 킴은 자신을 얕보는 타자들에게 적당한 미끼를 던지는 것뿐이라고.”
렉터는 부르스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클랜드 타자들이 킴을 얕본단 말이야? 시즌 초반이라면 모를까? 지금 킴은 리그 평균자책점 5위 투수라고. 얕보이는 건 말도 안 돼.”
부르스는 기록보다 중요한 것이 외형이라고 생각했다.
“킴은 타자에게 위압감을 주는 투수가 아니야.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기록보다는 투수의 외형을 먼저 본다고. 작은 키에 검은 머리, 게다가 동양계잖아. 타자들은 자연스럽게 킴을 얕보게 된단 말이지. 그리고 킴이 얕보이는 건 그뿐만이 아니야.”
렉터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얕보이는 요소가 뭐가 그렇게 많아?”
“정통 오버핸드가 아닌 쓰리쿼터, 게다가 구속마저 타자들에게 얕보이기 딱 좋지.”
렉터는 구속이란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구속까지?”
“그래, 킴의 패스트볼 구속은 90마일 전후에서 형성되거든. 이 구속이 중요한 게…… 이보다 빠르면 타자가 부담을 느끼고, 이보다 더 느리면 브레이킹볼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게 된단 말이지.”
렉터는 그래도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부르스, 그 말은 좀 이상한데? 메이저리그에 서는 투수 대부분이 킴과 비슷한 속도의 패스트볼을 던진다고. 한마디로 킴의 구속은 특별할 게 없어.”
부르스가 시선을 타자에게 돌리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 호세를 보라고 벌써 두 번이나 배트가 나왔어.”
오클랜드의 신성 호세.
그는 이치로, 김민과 함께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을 다투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타석에서는 김민에게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부르스가 말을 이었다.
“렉터, 네 말대로 90마일이라는 패스트볼 구속은 특별하지 않아. 하지만 평균자책점 상위 탑10으로 볼까? 킴보다 구속이 낮은 투수를 찾기는 좀처럼 쉽지 않아. 대부분 투수가 타자의 배트를 부러뜨릴 정도로 빠른 공을 던진다고.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지?”
렉터는 부르스의 부연 설명에 깨닫는 바가 있었다.
“듣고 보니 그렇군. 에이스로 분류되는 투수 중에 킴보다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는 지뉴 정도야.”
“렉터, 지뉴도 킴보다는 빨라.”
“정말?”
“그제 잡지에서 봤는데 그렇다고 하더군. 그 기사를 쓴 기자는 킴에게서 느림의 미학을 봤다고 했어.”
렉터는 그건 조금 심한 평가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래도 94마일(151km)까지 던지는 투수인데 느림의 미학은 너무했군.”
부르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얕보인다고 한 거야.”
딱!
호세는 떨어지는 공을 걷어 올렸지만, 중견수 플라이에 그치고 말았다.
“킴, 1회 초를 간단히 공 7개로 마무리합니다.”
“킴은 리그에서 투구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투수 중 한 명입니다. 모든 투수들이 그처럼 효율적으로 던질 수 있다면, 매 경기 완투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겁니다.”
1회 말.
오클랜드의 에이스 지뉴가 등장했다.
“오클랜드의 후크 선장이 바로 저 친구인가?”
“젊은 친구가 흉악한 별명을 지녔어.”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확인해 볼까?”
탬파베이 타자들인 이때까지만 해도 지뉴가 얼마나 대단한 투수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정확히 5분 뒤, 그들은 지뉴의 드롭 커브에 백기를 들어 올리고 말았다.
“무슨 커브가 저래?”
“공에 침이라도 바른 거 아닐까?”
“제길…… 도저히 못 치겠어.”
세 명의 타자가 나란히 삼진.
탬파베이의 1회 말 공격은 형편없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었다.
“두 투수 모두 수준급이군요.”
낮은 음성으로 말한 사람은 양키스의 스카우트 올드라인이었다.
“둘 다 좋은 투수지.”
말을 받은 이는 전력분석팀의 호이스트.
호이스트는 오늘 김민이 아닌 지뉴를 분석하기 위해 트로피카나 필드를 찾았다.
“자네가 감독이라면 누굴 택할 건가?”
호이스트의 물음에 올드라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두 명 중 선택해야 하는 겁니까?”
“맞아.”
올드라인은 어려울 것 없다는 표정이었다.
“행복한 고민이군요. 뭐, 두 명 중 선택하라면 전 지뉴입니다.”
“왜지?”
“더 오래갈 것처럼 보이니까요.”
호이스트는 올드라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구성을 따지면 자네의 말이 맞을 거야. 지뉴는 부상과 거리가 먼 타입으로 보이는군.”
철인 지뉴.
그는 훗날 대형 FA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낼 때도 선발 라인업을 거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김민이 4번 타자 제레미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저 타구는 아깝군요.”
올드라인은 제레미의 타구가 홈런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다.
“트로피카나 필드가 아니었다면, 킴은 저 코스에 던지지 않았을 거야.”
그는 김민의 투구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가 어떤 기준으로 볼 배합을 하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넓은 외야를 이용하기 위한 투구였단 말씀입니까?”
“킴이라면 가능하지.”
“제가 보기에 킴은 그냥 운이 좋은 투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올드라인에게는 나름대로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있었다.
일단 김민은 피안타율이 높았다.
평균자책점 상위 탑20에서 김민의 피안타율은 끝에서 두 번째였다.
에이스라 불리기에 위압감이 부족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로, 상위 20위 중 가장 나빠 1.37을 마크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김민은 주자를 많이 내보낸 뒤 꾸역꾸역 막아 내는 투수였다.
“그냥 운이 좋은 정도로는 보스턴과 시애틀 타선을 막아 낼 수 없어.”
“킴의 WHIP는 최악입니다.”
호이스트가 쓴 약을 마신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킴은 빈 베이스를 최대한 활용한 투구를 하기 때문에 WHIP가 높은 것뿐이야. 솔직히 말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게 무슨…….”
“장타를 맞느니, 1루 베이스를 허용하겠다. 그리고 다음 타자를 잡으면 그만. 영화에나 나올 법한 투구라고. 하지만 그는 실제로 그것을 해내고 있어.”
김민은 5번 타자 콜론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다음 타자 영을 더블 플레이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마쳤다.
“보라고. 1루에 주자가 나갔지만, 스코어링 포지션에 가지 못했어. 킴의 스코어링 포지션 허용률은 출루율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야.”
올드라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루키 투수에게 그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가능하니까. 별 볼 일 없는 구종으로 에이스 자리에 오른 거야.”
0의 행진은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빌리 빈은 스카이 박스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4이닝 동안 안타 3개, 안타 개수 자체는 나쁘지 않아. 문제는 스코어링 포지션에는 한 명도 나가지 못했다는 거야. 이유가 대체 뭐지?’
그는 올드라인과 호이스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5회 초.
김민은 1회에 이어 다시 한번 삼자 범퇴 이닝을 만들어 냈다.
“킴 마지막 타자를 깔끔하게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오늘 경기 두 번째 삼진이군요.”
삼진 2개.
이 말은 그가 오늘 잡아낸 아웃 카운트 15개 중 13개는 배트에 맞은 타구였다는 뜻이었다.
록튼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김민에게 말했다.
“대단한 맞춰 잡기야.”
김민이 자리를 지켜 주며 말했다.
“오클랜드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게임 플랜 이상으로 잘 풀리고 있다는 말인가?”
“맞아. 내 게임 플랜대로라면 벌써 2점 정도는 줬어야 해.”
그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오늘 투구는 7이닝 3실점이 유력했다.
‘함정이라도 파 둔 건가?’
김민의 의심대로 오클랜드는 함정을 파 두었다. 그러나 그들은 함정을 파기 전에 너무 많은 손해를 입고 말았다.
“다들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건가?”
파출리아 감독의 물음에 타자들이 대답했다.
“딱 치기 좋은 공이 들어오는데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저 친구 미끼를 너무 잘 던집니다. 치기 좋은 코스에 느릿한 공이 들어오는데…….”
파출리아 감독은 타자들의 변명에 눈썹을 세웠다.
“유인구에 속았단 말을 잘도 표현하는군.”
4번 타자 제레미가 미트를 챙기며 말했다.
“단순한 유인구가 아닙니다. 마치 제가 바라고 있는 공이 어떤 것인지 알고 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타자의 마음을 읽는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파출리아 감독은 고개를 그라운드로 돌렸다.
‘흠, 매덕스와 같은 유형의 투수인가?’
5회 말.
김민은 뜻밖의 지원을 받았다.
“7번 타자 닐슨이 투런 홈런으로 지뉴에게 일격을 날립니다.”
실책으로 출루한 티노를 닐슨이 투런 홈런으로 불러들인 것이었다.
“좌중간을 뚫었군.”
“닐슨이 어떻게 저 코스를 넘긴 걸까?”
동료들마저 의아할 만한 홈런이었다.
탬파베이 2:0 오클랜드
빌리 빈은 예상하지 못한 경기 전개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오늘 게임은 정말 이상하군.”
그는 마법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동부지구 최약팀을 상대로 100승에 도전하는 팀이 고전하다니. 말이 안 돼.’
6회 초.
김민은 시작이 좋지 않았다.
선두 타자 버나드에게 볼넷을 내준 뒤, 도루를 허용하고 만 것이다.
“킴에게 이번 도루는 아쉽겠군.”
“피치아웃을 정확히 했으니, 잡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도루를 하는 주자를 잡기 위한 전술 피치아웃.
김민과 록튼 배터리의 피치아웃 타이밍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시애틀의 이치로를 피치아웃으로 잡아낸 바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기록은 도루겠지만, 이건 유격수 실책이야.”
피치아웃을 하고도 버나드의 도루가 성공한 것은 유격수 유칼리스의 베이스 커버가 늦었기 때문이었다.
이반 감독은 이 실책성 플레이가 김민의 투구를 흔들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킴이 이번 플레이를 잊었으면 좋겠군.”
그러나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김민은 야수의 실책에 흔들리는 투수가 아니었다.
탁!
배트 끝에 걸린 공을 1루수가 잡아 그대로 베이스를 터치.
“킴, 카를로스를 2구만에 잡아냈습니다.”
그사이 2루 주자는 3루에 진루.
상황은 오클랜드에게도 나쁘지 않았다.
“1아웃 주자 3루입니다!”
“오클랜드의 추가점 찬스입니다. 안타가 아닌 희생타만으로도 점수를 뽑을 수 있습니다.”
타석에 들어선 것은 신인왕에 도전하는 호세.
김민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할까? 볼넷을 주더라도 어려운 승부? 아니면…….’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무리하지 말자. 상대는 강해. 줄 건 주는 게 좋겠지.’
슉!
안쪽 패스트볼.
호세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참는 것은 5회까지 만이야.’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우중간을 향해 날아갔다.
“큰 타구가 외야로 날아갑니다!”
중견수 머레이가 발을 빨리하며 미간을 좁혔다.
‘또 대형 타구잖아.’
그가 발을 빨리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 잡을 수 있는 타구.
그는 호세의 이 타구가 멀리 날아가긴 하겠지만, 펜스를 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툭.
머레이의 글러브에 들어온 공이 가벼운 소리를 냈다.
그의 판단은 이번에도 정확했다.
“머레이, 호세의 타구를 잡아냅니다!”
“그러나 그 사이 3루 주자 버나드가 홈으로 들어오는군요.”
탬파베이 2:1 오클랜드.
6회 초.
오클랜드가 0의 행진을 깨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이건 킴이 한 점을 아웃 카운트와 바꾼 거야.”
호이스트의 말에 올드라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무실점인 투수가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킴은 제레미 앞에 주자를 두기 싫었던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레미가 초구를 노려 2루타를 터트렸다.
제레미는 MVP에 도전하는 타자답게 무서운 타격능력을 자랑했다.
김민은 빠지는 공을 억지로 잡아당겨 2루타를 만들어 낸 제레미를 보곤 혀를 내둘렀다.
“2개나 빠지는 공을 걷어 내서 2루타를 만들다니…… 마법은 내가 아니라 저런 친구가 부리는 거야.”
호이스트는 2루에 나가 있는 제레미를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보라고, 호세와 승부를 피하다가 주자를 늘렸다면 실점은 1점이 아니라 2점이었을 거야.”
“그건 결과론입니다.”
올드라인은 다음 타자가 더 큰 타구를 날릴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김민이 5번 타자 콜론을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기 때문이었다.
“킴! 2루타를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를 잘 막아 내면서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오늘도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군요. 안정감은 탬파베이 제일입니다.”
빌리 빈은 김민의 경기 운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제레미에게 2루타를 맞을 걸 알았다면…… 아니,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의 운영은 놀라운 수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