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머니 볼 01
“어떻게 된 거야? 이번 달도 3위잖아.”
록튼이 내민 신문에는 아메리칸 리그 이달의 신인이 실려 있었다.
김민은 시큰둥했다.
“호세가 워낙 잘했으니까.”
“킴은 페드로와 후드를 이겼잖아. 충분히 이달의 신인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라딘 호세.
그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3번 타자로 지난 시즌에 데뷔한 선수였다.
다만 타석이 많지 않아 이번 시즌에도 신인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김민이 두꺼운 자료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호세는 한 달 동안 홈런을 9개나 쳤어. 신인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파워지.”
현재 호세는 50홈런 페이스로 내달리고 있었다.
이치로가 아니었다면 지난 4월 신인도 그의 몫이었다.
“젠장…… 같은 신인이 맞아?”
록튼의 시즌 홈런은 단 하나.
호세와 타격툴을 비교하면 그 격차가 하늘과 땅만큼 컸다.
“가능하니까 이달의 신인이 되었겠지.”
김민이 읽고 있는 두꺼운 자료집은 스카우팅 리포트였다.
“킴, 그거 어느 팀 스카우팅 리포트야?”
“오클랜드.”
“오클랜드? 킴의 다음 시합은 캔자스시티잖아.”
“그 다음 시합에 만날 것 같아서 말이야.”
록튼은 김민이 다음 시합이 아닌 그 다음 시합까지 준비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남들보다 더 멀리 본다는 게 이런 건가? 킴은 확실히 비범해.’
김민은 오클랜드가 탬파베이가 가야할 미래라고 생각했다.
‘팀 구성이 우리 팀이나 볼티모어와는 완전히 달라. 빌리 빈의 머니 볼은 스몰마켓 구단들의 교과서나 마찬가지야.’
그는 스카우팅 리포트에 기록되어 있는 무수한 숫자 속에서 해답을 찾고자 했다.
* * *
“킴, 좋은 소식입니다.”
김민은 휴대폰을 든 채 고개를 갸웃했다. 그와 통화하고 있는 인물은 엘린이었다.
“혹시 스폰서나 광고가 들어온 건가?”
“킴에 관한 게 아닙니다. 스미스와 볼튼이 더블A에 입성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겨울을 함께 보낸 친우였다.
김민은 반가운 이름을 듣자 표정이 밝아졌다.
“두 사람이 드디어 더블A에 올라왔군.”
“스미스는 록튼이 메이저 콜업을 받아 올라가는 바람에 빈자리가 생겨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볼튼은 공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조만간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다 잘해 주고 있었어.’
김민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엘, 좋은 소식 고마워.”
“킴, 다음에는 더 좋은 소식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부탁해.”
전화를 끊자 스탭이 다가와 시간을 알려 주었다.
“킴, 등판 30분 전입니다.”
“오케이.”
김민은 고개를 끄덕이곤 불펜으로 향했다.
오늘 상대는 캔자스시티였다.
3회 초.
1아웃 주자 1, 3루.
캔자스시티에게는 선취점을 뽑을 수 있는 좋은 찬스였다.
“킴, 3루수 안데르센의 실책으로 위기에 몰렸습니다.”
“이번 시즌 안데르센의 실책은 모두 5개입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약간 더 늘어난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5개의 실책 중 3개가 킴의 선발 등판에 나왔다는 것이…….”
“킴의 등판 경기 때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뜻인가요?”
“그렇지는 않겠죠. 전 오히려 킴에게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은 해설자의 설명을 들을 수 없었으나 안데르센이 자신의 경기에서 유독 많은 실책을 범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빠른 땅볼 타구가 많기 때문이야.’
리그 전체로 보면 김민은 땅볼 비중이 높은 투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로 한정시키면 조금 사정이 달랐다.
김민의 땅볼 타구 비중은 51%로 팀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킴이 땅볼 타구를 많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실책이 많이 나온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트로피카나 필드의 인조잔디는 빠른 타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내야수들이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안데르센의 경우 수비가 뛰어난 3수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실책을 범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음 순간 김민이 패스트볼로 플라이볼을 만들어 냈다.
“높이 뜬 타구! 우익수가 달려갑니다.”
“이건 캔자스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입니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군요.”
우익수 플라이 아웃.
김민은 2사 1, 3루의 위기를 넘기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했다.
“나이스 피칭.”
“좋은 패스트볼이었어.”
“고마워.”
김민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서자 블렛소 투수 코치가 다가왔다.
“킴, 안데르센의 실책에 신경 쓰지 말게.”
김민은 미소로 답했다.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정말인가?”
“그건 안데르센이 아니라 제 문제니까요.”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이 미간을 좁히면 3루 쪽에서 실책이 많이 나오는 이유를 설명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김민은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킴의 경험과 시야 그리고 사고는…… 도저히 루키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야.’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의 시야나 게임 운영이 투수조 최고참인 에두아르도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했다.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는 많이 봤지만, 루키가 이렇게 노련한 경우는 처음이군.’
그는 김민이 지금까지 그가 본 투수들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투수라고 생각했다.
5회 말.
탬파베이가 모처럼 빅이닝을 만들며 6점을 뽑아냈다.
“탬파베이! 캔자스 마운드를 맹폭합니다!”
“캔자스, 오늘 수비까지 흔들리면서 큰 리드를 허용하는군요.”
탬파베이 8:1 캔자스시티
연패중인 팀이라고 믿을 수 없는 압도적인 경기였다.
탬파베이 더그아웃 분위기는 모처럼 달아올랐다.
“그래도 우리가 캔자스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내 생각도 그래.”
“우리가 이렇게 성적이 나쁜 건 동부지구에 속해 있기 때문이야.”
“딱 잘라 말하면 양키스 때문이지.”
탬파베이 선수들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메이저리그 최악의 팀 취급을 받고 있었으나 실제 전력은 캔자스시티 로얄스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보다 나았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 최다 패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가장 많이 만나는 팀이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였기 때문이었다.
“양키스를 상대로 6전 전패야. 2게임만 이겼더라도 메이저리그 꼴찌는 안했다고.”
혹자는 동부지구 팀들에게 5승을 더 주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95승 이상을 달성한 다른 지구 우승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90승도 못한 양키스에게 패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
탬파베이는 이날 경기에서 자신들이 메이저리그 최약체가 아님을 분명해 보여 주었다.
“12-2로 경기가 마무리됩니다.”
“탬파베이 타선, 오늘 시원하게 터졌습니다.”
김민은 7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고,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다시 낮추는데 성공했다.
“킴이 다시 평균자책점 5위로 뛰어올랐어.”
동부지구에서 던지면서 리그 5위라는 것은 대단한 기록이었다.
같은 동부지구 출신으로 그보다 더 나은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는 페드로밖에 없었다.
“킴, 축하해.”
“록튼이 잘해 준 덕분이지.”
김민은 오늘만큼은 어깨에 힘을 빼고 부담 없이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매일이 오늘 같으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겠지.’
그의 다음 상대는 지난 시즌 서부지구 우승팀이자 이번 시즌 100승 페이스로 내달리고 있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였다.
* * *
타율보다는 출루율.
김민은 이 한 줄이 빌리 빈의 머니 볼을 관통한다고 생각했다.
‘빌리빈과 그 스탭들은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스탯을 찾아냈어.’
현재 출루율은 크게 중요한 스탯이 아니었다.
MVP 후보 선정이나 신인왕 투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하는 것은 홈런, 타율, 타점 같은 클래식 스탯이었다.
반면 빌리 빈을 비롯한 세이버메트릭션은 출루율과 수비지표 그리고 상황에 따른 세부 스탯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뛰어난 선수는 타율이나 타점이 아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로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은 어떤가 하면, 그는 클래식 스탯과 세이버 스탯을 적절하게 섞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현장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세이버로 보면 우리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머레이야.’
머레이는 수준급 타격에 좋은 중견수 수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의 지난 시즌 WAR은 3.04로서 상당한 수준이었다.
세이버로 뽑은 최악의 선수는 4번 타자 그렉스였다. 엘린이 산정한 공식에 따르면 그렉스의 WAR은 0.31로 1루수 레귤러 평균에 미달이었다.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가장 기여도가 낮아. 이래서는 팀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지.’
그는 과대평가된 선수들을 내보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킴, 오늘도 일등인가?”
라커룸 문을 열고 들어온 선수는 유칼리스였다. 그는 부지런함에 있어서는 구단 제일이었다.
“오늘은 읽어 둘 게 많아서 말이야.”
“오클랜드, 처음이지?”
“맞아.”
유칼리스가 옷을 벗으며 말했다.
“도깨비 같은 팀이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하고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달아났어.”
“무엇 때문에 강해졌을까?”
김민의 물음에 유칼리스가 고개를 돌렸다.
“단장 때문이지. 빌리 빈 말이야. 홀먼 단장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같은 시각.
빌리 빈은 선수들과 함께 호텔 브리핑룸에 있었다.
“오늘 우리가 상대하게 되는 투수는 킴민입니다.”
경기 브리핑에 나선 이는 전력분석팀장 휴즈였다.
빌리 빈은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연봉은 최대한 아꼈지만, 전력분석팀과 스카우트팀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그 두 가지를 아끼면 팀이 절대 강해질 수 없다고 믿고 있었다.
“짧게 킴이라고 하겠습니다. 킴은 이번 시즌 아메리칸 리그에 충격을 몰고 온 슈퍼 루키입니다.”
오클랜드 선수들은 김민의 좋은 성적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7승 4패의 루키. 투수 부문 신인상이 있었다면 이번 시즌은 그의 몫이었을 거야.’
‘탬파베이에서도 가끔은 좋은 신인이 나와야지. 그래야 리그가 운영될 테니까.’
휴즈는 김민의 주요 구종을 설명한 뒤 그의 투구 패턴을 주목했다.
“시즌 초반에는 바깥쪽 위주의 피칭을 했으나 5월부터 투구 패턴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최근에는 로케이션과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프 스피드 피치입니까?”
“그렇습니다.”
휴즈가 고개를 끄덕이곤 느린 화면을 재생했다.
“이건 캔자스의 4번 타이릭을 잡아낸 체인지업입니다. 떨어지는 각이나 스피드는 대단하지 않았지만,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오클랜드 타자들은 김민을 꽤 까다로운 투수라고 평가했다.
“쉽지 않겠어.”
“쳇, 저런 투수는 좋은 공을 주지 않아.”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땅볼이나 플라이가 나오겠지.”
휴즈는 보스턴의 게일과 달리 극단적인 전략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킴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다리는 것입니다.”
오클랜드의 4번 타자 제레미가 손을 들었다.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를 상대로 기다리라는 말입니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듣고만 있던 빌리 빈이 휴즈의 설명에 끼어들었다.
“이유를 듣고 싶군.”
휴즈는 단장의 한마디에 호흡을 조절했다.
“흠흠, 그 이유는 킴의 체력이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 중 하위권이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킴의 체력이 하위권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완투를 2번이나 한 투수가 체력이 하위권이라고?”
“믿기지 않는 말이군.”
휴즈가 새로운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보시는 것은 킴의 평균 투구수입니다.”
화면에 표시된 김민의 평균 투구수는 89개였다.
선발 투수들이 평균적으로 100개 전후의 공을 던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적은 숫자였다.
빌리 빈은 휴즈의 설명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투구수는 적지만 이닝수는 많지 않나? 난 킴이 효과적으로 공을 던지기 때문에 투구수가 적어진 것뿐이라고 생각하는데. 휴즈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군.”
휴즈는 빌리 빈의 날카로운 지적에 안경을 고쳐 썼다.
“그게…… 처음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경기 후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떨어지면서 구위도 함께 감소하는 것을 보고는 체력이 약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김민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공을 던지게 해서 체력을 소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급하게 배트를 휘두르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킴은 유인구를 기가 막히게 던지기 때문에 투구수가 적은 것입니다. 반대로 유인구를 거를 수 있다면 5이닝 100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휴즈는 김민을 초반에 두들기기보다는 5회 이후에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빌리 빈이 다시 한번 휴즈에게 물었다.
“초반이 아닌 중반에 승부를 건다면, 상대 불펜이 빠르게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휴즈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탬파베이의 불펜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닙니다.”
탬파베이 불펜의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19위였다.
최악은 아니었지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5회 이후 집중 공략하는 것으로 하지.”
빌리 빈의 한마디에 선수들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저도 찬성입니다.”
“기다리면 된다. 나쁘지 않군요.”
오클랜드의 오늘 전략은 기다림이었다.
* * *
1회 초.
홈팀의 선발 투수인 김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 투수들이 김민을 보며 말을 주고받았다.
“킴은 세 게임 연속 홈게임인가?”
“시즌 초반에는 원정이 많았잖아. 그 반대급부인 모양이지.”
“킴도 홈에서 강하지?”
“맞아. 킴은 홈에서 유독 강하더라.”
선수들은 김민이 홈에서 유독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홈 평균자책점과 원정 평균자책점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승수였다.
김민은 홈에서 원정보다 좋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것은 탬파베이 타자들이 원정보다 홈에서 많은 점수를 뽑아냈기 때문이었다.
“플레이볼!”
주심의 경기 시작 사인과 함께 김민이 초구를 던졌다.
슉!
빠른 공이 배터 박스 안쪽을 파고들었다.
‘안쪽이라고?’
타자가 멈칫하는 사이 공이 포수 미트에 꽂혔다.
파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2마일(148km).
전력을 다해 던진 공은 아니었다.
‘제구는 좋지만, 위력 있는 공은 아니군. 휴즈가 말한 떠오르는 움직임도 없었어.’
오클랜드의 1번 타자 버나드는 3할 타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3할 중후반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김민은 그를 보며 생각했다.
‘10년 뒤에 데뷔했다면 연간 천만 달러(124억 원) 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데뷔가 너무 빨랐어.’
이번 시즌 FA 계약을 체결한 버나드의 연봉은 520만 달러(65억 원)에 그쳤다.
‘연봉은 그렇고…… 적극적으로 안쪽 공을 공략하는 타자가 배트를 내지 않는군. 이건 바깥쪽 공을 노렸다는 뜻인가? 흠, 하나 더 던져 보면 알 수 있겠지.’
그는 미간을 좁힌 채 볼 배합을 수정했다.
슉!
두 번째 공이 타자를 향해 날아갔다.
이번 공 역시 안쪽이었다.
버나드는 안쪽 공을 좋아하는 타자였기 때문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휴즈는 참으라고 했지만, 이런 좋은 공을 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
배트가 공을 노리고 돌진했다.
탁!
빗맞은 공이 높이 튀어 올랐다.
버나드는 1루로 돌진하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빌어먹을! 스플리터잖아!’
빌리 빈은 1루로 달려가고 있는 버나드를 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기다리겠다고 결심한 타자를 2구만에 잡아내다니, 운영의 마술사란 별명, 허언이 아니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