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시애틀 매리너스 01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맞대결 승리.
김민은 촉망받던 신인에서 일약 괴물 신인 또는 보스턴 사냥꾼으로 떠올랐다.
그의 선발 등판 경기에 기자들이 몰리는가 하면, 아메리칸 리그 구단들은 전력분석팀을 보내 그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아니 미국의 시선이 탬파베이의 젊은 투수를 향하기 시작했다.
“괴물 신인 무너지다. 패전도 ESPN 1면에 실렸어.”
김민은 록튼의 한마디에 미간을 좁혔다.
“패전이 널리 알려지는 게 뭐가 좋아.”
“슈퍼스타란 뜻이잖아.”
어제 경기에서 김민은 5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시즌 최악의 투구.
물론 변명 거리는 있었다.
일단 구장이 타자 친화적인 알링턴 스타디움.
여기에 내야진의 실책과 주심의 들쑥날쑥한 스트라이크존이 겹치고 말았다.
김민처럼 운영과 제구에 의존하는 타입은 스트라이크존이 일관되지 않으면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평균자책점도 다시 3점대까지 치솟았어.”
“뭐, 지지난 경기도 썩 좋지 못했으니까.”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이긴 보스터전을 제외하곤 살짝 하락세였다.
전문가들은 김민이 그날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나머지 후폭풍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다음 경기도 어려운데…….”
록튼은 미간을 좁히면서 말을 줄였다.
김민은 그가 못다 한 말을 이었다.
“시애틀 매리너스, 지난 시즌에 91승을 거둔 강팀.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 이상의 페이스. 확실히 우리 팀에게는 버거운 상대야.”
“솔직히 말해서 스윕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현재 성적은 22승 31패.
지구 선두를 다투는 시애틀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킴의 매치업은 아마 후드가 될 거야.”
록튼은 이미 시애틀 투수진의 로테이션까지 확인한 것 같았다.
“후드면 지난 시즌 17승 10패의 2선발인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루키에게는 벅찬 상대지. 하지만 그 루키는 페드로도 잡은 적이 있다고.”
김민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매 경기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군.”
약팀의 에이스에게는 쉬운 경기가 없었다.
* * *
“킴이 그렇게 잘해 주고 있는데 왜 수익이 줄어든 건가?”
빈스의 한마디에 홀먼 단장이 미간을 좁혔다.
“킴의 선전으로 유니폼 판매 수익과 기념품 수익은 제법 늘었습니다. 하지만 티켓 판매 수익이 지난 해 보다 줄어들었습니다.”
빈스는 홀먼 단장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팀에 인기 스타가 생겼는데 어째서 티켓 판매 수익이 줄었단 말인가?”
“킴이 선발 투수이기 때문입니다.”
“음?”
홀먼 단장이 잠시 말을 쉬었다가 이었다.
“킴이 등판하는 날은 평균 이상의 티켓이 판매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지난 시즌보다 판매량이 나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킴은 원정경기에 더 많이 등판했기 때문에 홈경기 티켓 판매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팀 성적이 100패를 향해 질주하고 있으니, 티켓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했다.
빈스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그렇게까지 좋지 않은가?”
홀먼 단장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팀은 100패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대체 왜? 킴이 페드로도 이기지 않았나?”
“킴 혼자서 야구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팀의 주축 선수들이 지난해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탬파베이가 자랑하는 선발 3총사는 지난해 보다 스터프가 떨어졌고, 거액을 주고 영입한 4번 타자 그렉스는 악성계약에 가까운 성적을 내고 있었다.
더욱이 지난해 잘해 주었던 주전 포수 티노가 노쇠화에 가까운 성적을 보이고 있었다.
“오클랜드는 우리 정도 돈을 쓰고도 지구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어.”
빈스의 한마디에 홀먼 단장은 말이 궁해졌다.
이 시기 빌리 빈이 이끄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그 유명한 머니 볼로 대표하는 구단이었다. 그들은 빈스의 말대로 적은 돈을 쓰면서도 지구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것은…….”
빈스 구단주가 말을 잘랐다.
“자네의 능력 부족이겠지.”
홀먼 단장은 할 말이 없었다.
‘모두가 빌리 빈처럼 할 수는 없는 거야.’
그는 자신의 능력이 빌리 빈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구단주는 빌리 빈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홀먼이 무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팀 성적을 5할까지 끌어올리도록 해. 그렇지 못하면 자네와 이반 감독 다 해고야.”
계약금이 아까워 감독 교체를 망설였던 구단주의 최후통첩.
홀먼 단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지금 사직서를 내겠습니다.”
“뭐라고?”
“우리 팀 전력으로 5할 승률은 무리입니다.”
윽박지른다고 없던 전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구단주인 빈스는 트레이드나 외부전력 영입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홀먼 단장은 돈을 쓰지 않고 성적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빈스가 말끝을 올렸다.
“그게 단장으로서 할 말인가?”
이번에는 홀먼 단장도 단호했다.
“전 마술사가 아닙니다.”
빈스는 홀먼이 강하게 나오자 기가 막혔다.
“지구 꼴찌 팀 단장이 너무 당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사실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홀먼 단장은 사임을 각오했기 때문에 거침이 없었다.
빈스는 홀먼 단장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그에게는 홀먼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그럼 할 수 있는 선을 이야기해 보게.”
“적절한 지원을 해 주신다면 탈꼴찌 정도는 해 보이겠습니다.”
“어느 정도의 지원 말인가?”
“천만 달러(124억) 정도는 더 쓰셔야 할 겁니다.”
빈스는 홀먼 단장의 요구에 고개를 내저었다.
“불가능해.”
“그럼 탈꼴찌 역시 불가능합니다.”
빈스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래, 꼴찌 하라고 해! 더는 자네에게 참견하지 않겠네.”
돈을 쓰는 것보다는 팀이 꼴찌 하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구단주.
빈스의 씀씀이는 그야말로 스크루지 그 이상이었다.
홀먼 단장은 구단주 사무실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빈스가 구단주로 있는 한 월드시리즈는커녕 지구 우승도 힘들 거야.’
그의 생각은 팬들의 생각과 일치했다.
탬파베이 팬들은 빈스가 구단주로 있는 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 * *
5월 마지막 주.
김민과 후드의 매치업이 확정되었다.
“2차전 선발 등판이군.”
록튼이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며 말했다.
“상대는 예상대로 후드네.”
“후드는 이번 시즌도 괜찮아.”
“6승 3패 평균자책점 4.05, 이거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거 아니야?”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록튼이 우려 섞인 얼굴로 물었다.
“괜찮겠어?”
“괜찮지 않으면 어쩌겠어? 블렛소 코치에게 로테이션을 바꿔 달라고 할까?”
“그건 아니지만…….”
“그리고, 이건 자랑은 아닌데. 이쪽 기록이 아직은 위라고.”
김민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3.17로 후드보다 훨씬 좋았다.
록튼은 김민이 더 뛰어난 투수라고 생각했지만, 상대하는 타선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후우, 괴물들만 모였어. 스탯만 보면 보스턴보다 한 수 위야.”
김민은 별로 놀랄 게 없다는 얼굴이었다.
“당연하잖아.”
“이게 당연한 건가?”
“이번 시즌만큼은 당연해.”
그는 시애틀 매리너스가 이번 시즌 서부지구 최다승 기록을 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참고로 시애틀 매리너스가 2001년 시즌 기록한 116승은 메이저리그 최다승 타이였다.
‘역대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우는 팀과 100패 팀의 대결이라. 3, 4점은 100패 팀에 주고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그는 다음 경기가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상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산 넘어 산이군.”
“킴, 뭐라고 했어?”
“우리나라 속담이야. 산을 넘었는데 또 산이라고.”
록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속담, 킴의 상황과 딱 어울리는데?”
“저기 웃을 일이 아니야.”
“아, 미안.”
김민이 록튼에게 작은 글씨가 빽빽하게 적혀 있는 A4용지를 내밀었다.
“여기 시애틀 타선을 정리한 건데. 빠진 게 있는지 봐줘.”
록튼은 김민이 정리한 데이터를 보곤 미간을 좁혔다.
“이거 엄청나게 자세한데? 이렇게 자세한 데이터를 어디서 구했어? 아니, 이걸 머릿속에 다 넣을 수 있는 거야?”
김민이 자료에 시선을 둔 채 대답했다.
“넣지 못하면 곤란해. 록튼도 넣어 두라고.”
“나도?”
“내가 잊을 수 있으니까.”
그는 승산이 크든 작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 * *
5월 24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홈경기 2차전.
트로피카나 필드를 채운 관중의 수는 평소보다 배는 더 많아 보였다.
“인기 스타가 등판하니까 다르군.”
불펜 투수들은 김민의 뛰어난 성적과 인기가 부러웠다.
“난 언제쯤 선발로 마운드에 서볼까?”
“불펜에서 2, 3년은 더 굴러야 하지 않겠어?”
이 시기 메이저리그 불펜은 전문 불펜 투수보다는 젊은 선수를 당겨쓰는 성향이 짙었다.
그 때문에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요한 산타나도 시작은 불펜 투수였다.
“설리반, 다닐로프, 에두아르도, 다들 잘 지냈어?”
불펜 문을 열고 들어온 선수는 김민이었다.
“우리야 잘 지냈지.”
“킴은 어때?”
김민이 글러브를 끼며 말했다.
“나도 좋아.”
“경기를 앞두고 밝은 표정을 짓는 건 킴밖에 없을 거야.”
김민이 미소를 지으며 에두아르도의 말을 받았다.
“난 루키니까. 밝게 웃을 수 있다고.”
끼익.
다음으로 들어온 것은 김민의 단짝 록튼이었다.
“다들 잘 지냈어?”
록튼의 인사에 불펜 투수들이 가볍게 손을 들었다.
“물론이지.”
두 사람은 동료들과 인사를 마치곤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팡!
“나이스 볼!”
록튼이 미트에서 공을 빼는 순간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팍! 파파팍!
고개를 돌리니, 불펜과 인접한 관중석에 카메라를 든 팬과 기자들이 보였다.
‘허, 이제 몸 푸는 것까지 기사화되는 건가?’
그는 김민의 높아진 인기에 아직 적응이 되질 않았다.
반면 김민은 팬들의 관심에 동요하지 않았다.
선발 투수 워밍업에 팬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었다.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어.’
팡!
미트에 꽂힌 공이 좋은 소리를 냈다.
“나이스 볼, 공이 정말로 좋아.”
록튼은 김민의 오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덜컥.
불펜 문이 열리고 블렛소 투수 코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킴, 괜찮나?”
“괜찮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곤 한쪽에 가서 섰다.
투수 코치로서 선발 투수의 컨디션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시즌은 킴이 없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야.’
김민은 무너진 선발 삼총사를 대신해서 탬파베이 투수진을 떠받들고 있었다.
잠시 뒤, 스탭이 달려와 곧 경기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렸다.
“1회 초 수비입니다.”
“오케이.”
김민과 록튼은 불펜을 나와 그라운드로 향했다.
찰칵! 찰칵!
곳곳에서 두 사람을 찍는 소리가 들렸다.
김민은 자신을 찍는 카메라 중 아날로그 카메라가 다수 포함된 것을 보곤 속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
‘디지털카메라를 생산하는 쪽에 주식을 투자해야 하는 건가?’
그러나 그는 곧 고개를 내저었다.
‘잡념이 너무 많아.’
김민은 그라운드에서만큼은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마운드에 올라 연습 투구를 시작하자 더 많은 플래시가 터졌다.
“킴! 힘내라!”
“킴, 믿습니다!”
“에이스의 실력을 보여 줘!”
새로운 에이스의 등판에 홈팬들이 열광했다.
지난해까지 에이스였던 부르스는 팬들의 외침에 살짝 미간을 좁혔다.
“팬심이 빨리도 변하는군.”
렉터는 그게 바로 팬심이라고 말했다.
5분 뒤.
시구를 비롯한 식전 행사가 끝나자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플레이볼!”
경기 시작 사인.
김민의 첫 상대는 전설적인 대타자 스즈키 이치로였다.
‘괴물 신인의 등장인가?’
이 시기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큼 정확하고 빨랐다.
- 바깥쪽 패스트볼.
첫 사인은 으레 그렇듯 바깥쪽 패스트볼이었다.
록튼은 미트를 들었고, 김민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슉!
빠른 공이 좌타자 바깥쪽을 노렸다.
탁!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진 공이 배트 끝에 걸렸다.
팍!
타구가 바운드를 일으키며 3루 쪽으로 향했다.
평범한 3루 땅볼.
하지만 김민은 글러브를 내밀며 목소리를 높였다.
“빨리 처리해!”
안데르센은 그 소리에 미간을 좁혔다.
‘빨리 처리하라니, 루키가 날 믿지 못하는 건가?’
그는 서두르는 대신 몸을 낮추고 침착하게 공을 캐치했다.
그리곤 1루로 고개를 돌렸다.
‘이럴 수가!’
타자 주자 이치로가 그의 예상보다 훨씬 1루에 가까이 있었다.
‘빨리 던져야 해.’
안데르센은 있는 힘껏 송구했지만, 결과는 세이프였다.
“세이프!”
빗맞은 타구를 내야 안타로 만드는 능력.
이것은 이치로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었다.
“이건 안데르센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군.”
이반 감독은 안데르센이 홈플레이트 쪽으로 뛰어들면서 공을 캐치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킴이 이것으로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블렛소 투수 코치는 안데르센의 어설픈 수비가 김민의 어깨를 내리누르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걸세. 킴은 운영의 마술사가 아닌가?”
운영의 마술사.
이반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이 별명을 강조하곤 했다.
김민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야구는 역시 투수 혼자 하는 게 아니야.’
그는 이치로가 얼마나 빠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타자 위치로.”
주심의 사인과 함께 2번 타자 마이크가 들어섰다.
마이크는 언제든 20-20(홈런20 도루20)을 달성할 수 있는 뛰어난 타자였다.
‘빠른 타자가 연속으로 둘.’
록튼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김민이 초구 사인을 냈다.
그것을 본 록튼은 마른침을 삼켰다.
‘킴의 예측대로라면 내가 제일 중요하겠군.’
그는 오른손에 땀이 차는 것을 느꼈다.
다음 순간 김민이 세트 포지션으로 투구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1루 주자 이치로가 스타트를 끊었다.
“이치로! 스타트가 빠릅니다!”
중계진이 목소리를 높인 순간 록튼이 바깥쪽으로 빠져나왔다.
“피치아웃! 탬파베이 배터리! 이치로의 도루를 예상했습니다!”
김민이 던진 93마일(150km) 패스트볼이 록튼의 미트를 향해 날아갔다.
팡!
록튼은 공을 받자마자 2루를 향해 뿌렸다.
통상 피치아웃은 포수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지만, 상대가 이치로라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김민은 공을 던지기 전 승리 확률을 반반으로 계산했다.
‘록튼, 집중해야 해. 조금만 송구가 어긋나면 세이프가 될 거야.’
그는 록튼이 송구하기 좋게 몸을 낮췄다.
슉!
공은 그의 위를 날아 유격수 유칼리스에게 향했다.
‘송구가 좋아.’
유칼리스는 이 정도 정확도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치로의 발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벌써 들어오는 건가?’
이치로의 발과 록튼의 송구.
어느 쪽이 빠를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촤악!
먼지와 함께 이치로의 발이 2루 베이스를 터치했다.
그러나 세이프를 장담할 수 없었다.
유칼리스의 글러브도 이치로의 발을 터치한 상황.
이치로는 고개를 돌려 2루심을 주시했다.
“아웃!”
간발의 차이로 유칼리스의 터치가 빨랐다는 판정이었다.
트로피카나 필드를 채운 관중들은 이치로의 도루 실패에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록튼! 록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