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지구 라이벌 02
“너무 좋은데요?”
블렛소 투수 코치의 한마디에 이반 감독이 반문했다.
“그게 나쁜가?”
“나쁘다기보다 불안합니다.”
이반 감독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킴이 자신이 가진 재능 이상의 투구를 하고 있다는 뜻인가?”
“제가 생각하는 킴의 이상적인 투구는 6이닝 1, 2실점 정도입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킴은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반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김민을 주시했다.
“코치로서 선수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은 좋지 않은 버릇이야.”
그는 블렛소가 능력 있는 코치지만 나쁜 버릇을 몇 가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격수의 호수비가 나옵니다!”
“여기서 더블 플레이가 나오다니요.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사라집니다.”
볼티모어의 에이스 키는 5회 말을 무실점으로 막고 투수전을 이어갔다.
“오늘은 쉽게 점수가 나질 않는군요.”
“언제는 쉽게 점수가 났나?”
볼티모어 벤치는 오늘 경기가 1점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6회 초 타순이 썩 좋지 않습니다.”
8번부터 시작하는 8, 9, 1번 타순.
토미 감독이 껌을 뱉고는 힘을 주어 말했다.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출루해야 해.”
한 명이라도 출루한다면 2, 3, 4번으로 이어지는 호타순에 기대를 걸어 볼 수 있었다.
김민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위 타선이라고 해서 얕보지 않겠어.’
그는 힘을 아끼지 않고 8번 타자부터 전력으로 승부했다.
팡!
“스트라이크!”
볼티모어 타자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패스트볼을 꽂아 넣는 김민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완전히 다른 사람 같군.”
“어디 가서 개조라도 받고 온 것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제구력이 지난 경기하고 완전히 달라.”
“제구력만이면 어떻게 해 볼 수 있지. 문제는 그 떠오르는 공이야.”
흔히 라이징 패스트볼이라 불리는 떠오르는 공.
보스턴 전력분석팀 게일은 리포트에 RF라고 짧게 표기했다.
‘킴은 공끝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확연한 투수다. 좋지 않을 때는 무디고, 좋을 때는 떠오르는 듯 뻗어 나간다.’
심각한 표정의 게일에게 푸른 눈을 가진 미남이 말을 걸었다.
“게일, 뭔가 발견했나?”
게일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 사내를 쏘아보았다.
“호이스트, 각자 할 일을 하는 게 어때?”
“여전히 차갑군.”
호이스트 볼룸버그, 그는 뉴욕 양키스 전력분석팀 수석 분석원이었다.
호이스트가 김민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좋은 투수야. 내가 케먼스라면 어떻게든 저 친구를 영입할 거야.”
케먼스는 뉴욕 양키스 단장이었다.
게일은 호이스트의 높은 평가에 찬물을 끼얹었다.
“킴은 호불호가 명확한 투수야. 그렇게 크게 배팅했다가는 탈탈 털릴걸?”
게일은 김민을 수준급 선발 투수로 보았지만, S급으로 분류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겨우 4번째 선발 등판, 루키에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호이스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좋고 나쁨이 명확한 게 어때서? 오히려 코칭 스탭에게 교체 타이밍을 잡기 좋게 만들어 주잖아.”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기는 일찍 내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오늘 경기 4번째 삼진.
김민은 삼진을 잡은 뒤 모자를 고쳐 썼다.
“93마일(150km)이라. 6회에도 구속이 괜찮군.”
호이스트는 스피드건을 내린 뒤 미소를 지었다.
“93마일은 장점이 될 수 없어.”
“하지만 떠오르는 93마일이라면 다르지.”
“자네도 본 건가?”
호이스트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떠오른다는 표현은 옳지 않지. 정확한 표현은 ‘조금 덜 떨어진다.’라고.”
게일은 호이스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능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양키스의 강함 이면에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전력분석팀이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호이스트는 탑클래스 전력분석원이다.’
호이스트의 세밀한 분석은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제외한 보스턴 투수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게일이 호이스트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호이스트에게 물었다.
“그런데 자네가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
호이스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2주 뒤에 저 친구하고 만나거든.”
“2주 뒤를 벌써 분석하는 건가?”
게일이 혀를 차자 호이스트가 미소를 지었다.
“데이터는 많을수록 좋다고.”
호이스트는 단순히 상대 선발 투수를 분석하기 위해 트로피카나 필드를 찾은 것이 아니었다.
‘케먼스의 눈은 정확해. 킴은 영입할 가치가 있는 투수야.’
그는 김민의 약점 분석보다는 트레이드 가치를 분석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다시 말해 양키스는 김민을 유력한 선발 투수 후보로 보고 있었다.
‘무시나, 클레멘스, 페팃…… 양키스에는 이 세 명의 에이스를 이어줄 4번째 에이스가 필요해.’
탁!
배트 끝에 맞은 공이 3루수를 향해 굴러갔다.
‘평범한 땅볼이군.’
호이스트는 이것으로 이닝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 3루수 안데르센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다.
“1루에서 세이프! 볼티모어! 2사 후 주자가 출루합니다.”
“기록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요.”
실책으로 기록되면 김민의 노히트는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기록원은 스터키의 타구를 내야 안타로 기록했다.
“안타로 기록되었습니다. 볼티모어, 오늘 경기 첫 안타를 뽑아냅니다.”
안데르센은 김민을 향해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가 공을 더듬지만 않았더라도 스터키는 1루에서 아웃되었을 것이다.
김민은 그의 제스처에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될 것 같아?”
호이스트의 물음에 게일이 미간을 좁혔다.
“뭐가?”
“볼티모어가 동점을 만들 수 있을지 물어보는 거야.”
게일이 시선을 그라운드로 돌리며 말했다.
“난 점쟁이가 아니야.”
“재미없는 친구군.”
호이스트가 어깨를 으쓱한 순간 2번 타자 잠스가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걷어 냈다.
탁!
“중견수 앞에 안타! 연속 안타입니다!”
블렛소 코치는 투수 교체를 생각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불펜을 가동할까요?”
그러나 이반 감독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때가 아닐세.”
김민의 투구수는 아직 60개를 넘지 않은 상황.
이반 감독은 김민을 교체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했다.
‘킴은 충분히 위기를 넘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구원 투수진이 나선다고 해서 무실점으로 막는다는 보장도 없어.’
호이스트가 1달러 지폐를 꺼내며 말했다.
“내기 어떤가?”
“무슨 내기?”
“난 킴이 이번 회를 막는다에 걸겠어.”
게일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내기가 성립하지 않잖아.”
그는 김민이 이 상황을 막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안타를 맞았지만, 공끝은 살아 있어. 게다가 2사, 볼티모어가 점수를 내는 건 쉽지 않을 거야.’
상황은 예상대로 돌아갔다.
딱!
우익수 쪽으로 큰 타구가 날았다.
“우익수가 따라가지만, 큰 타구입니다!”
호이스트는 타구가 크지만 담장을 넘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각도가 너무 높아. 펜스를 넘지 못할 거야.”
게일의 생각도 같았다.
‘이번 타구는 잘 맞은 것 같지만, 킴이 의도한 타구야. 펜스를 넘는 건 불가능해.’
팡!
공을 잡은 우익수 홈스가 글러브를 번쩍 들었다.
6이닝 무실점.
김민의 오늘 투구는 데뷔 이후 최고였다.
“우익수의 호수비! 볼티모어, 동점을 만드는데 실패했습니다.”
“이번 타구는 아쉽군요. 1사였다면 3루 주자가 충분히 홈에 들어올 수 있었을 만큼 깊은 타구였습니다.”
호이스트는 주자가 3루에 있었다면 김민이 방금과 같은 공을 던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킴은 어깨보다 머리가 뛰어난 투수다. 1아웃이었다면 플라이볼보다는 2루나 유격수 쪽으로 향하는 땅볼을 만들려고 노력했을 테지.’
그는 머리 좋은 투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호이스트가 게일에게 물었다.
“키는 어떨까?”
“괜찮겠지.”
두 사람은 김민과 함께 볼티모어의 에이스 키도 지켜보고 있었다.
“난 괜찮지 않다고 생각해.”
게일은 키도 무난히 6회를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탬파베이의 6회 타순은 좋지 않아.”
“9, 1, 2번…… 그렇게 나쁠 것도 없잖아?”
게일이 지갑에서 1달러를 꺼내며 말했다.
“내기할까?”
호이스트가 들고 있던 1달러를 빈자리에 놓았다.
“좋아. 난 실점에 걸겠어.”
게일이 스피드건을 준비하며 말했다.
“커피값은 벌겠군.”
두 사람은 각각 실점한다와 실점하지 않는다에 배팅했다.
탁!
빗맞은 타구가 투수 앞으로 굴러갔다.
첫 타자는 싱거운 투수 땅볼.
“키는 좋은 투수야.”
기선을 제압한 것은 게일이었다.
그러나 호이스트는 이것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것으로 키의 투구수는 70개에 도달했다. 키는 좋은 투수지만, 악력이 부족해. 그 때문에 투구수가 70개를 넘어가면 커터의 각이 무뎌진다.’
키도 투구수가 늘어나면 악력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경기 후반이 되면 커터보다는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면서 페이스를 조절했다.
문제는 탬파베이 테이블 세터가 슬라이더에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딱!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2루와 3루 사이를 꿰뚫었다.
“커터는 못 치는 친구가 슬라이더는 잘 때리는군.”
게일이 혀를 차자 호이스트가 설명을 덧붙였다.
“칼튼은 횡(옆)으로 변하는 공을 못 쳐서 커터 공략에 실패하는 게 아니야. 패스트볼이라고 생각하고 커터를 치니까 실패하는 거지.”
칼튼은 스피드가 패스트볼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슬라이더는 제법 공략을 잘했다.
“다음 타자도 비슷한 건 아니겠지?”
“비슷해.”
“뭐라고?”
“탬파베이 타자들이 대부분 그래. 변형 패스트볼에 약하고 슬라이더나 커브에 강하다고. 이건 사실 코스타 타격 코치의 영향이 강한데…….”
게일이 투수 쪽에 치우친 분석원이라면 호이스트는 투수와 타자 양쪽을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분석가였다.
딱!
큰 타구가 그대로 우익수 옆을 갈랐다.
“좋았어!”
호이스트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빈 좌석에 놓인 2달러를 주머니에 넣었다.
“커피 값 고맙네.”
키는 다음 타자와 그 다음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지만, 이미 준 점수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탬파베이 2:0 볼티모어
탬파베이 팬들은 2점 리드에 환호했다.
“레이스 가자!”
“오늘은 연패를 끊는 거야!”
“고고고! 레이스!”
7회 초.
토미 감독은 공격이 시작되기 전 타자들을 모아 놓고 짧게 말했다.
“이 이상 루키에게 휘둘린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강한 메시지로서 타자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으려 했다.
그러나 그의 강한 메시지는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또 먹힌 타구입니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군요. 볼티모어 타자들의 배트가 무거워 보입니다.”
볼티모어 타자들의 배트는 부담감 때문에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변하고 말았다.
“킴의 페이스군.”
호이스트가 낮게 중얼거린 순간 김민이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유격수 땅볼 아웃! 킴이 이번 이닝도 무실점으로 마무리합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훌륭한 피칭입니다.”
호이스트가 게일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게일, 저 친구가 양키 스타디움에서 던진다면 어떨까?”
그의 물음에 게일이 미간을 좁혔다.
“5회 강판이지.”
“설마!”
“양키 스타디움은 여기하고 완전히 달라. 넓은 외야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양키 스타디움은 제법 넓은 외야를 가지고 있었지만, 우측 펜스까지 거리가 짧아 좌타자에게 매우 유리한 구장이었다.
게일이 5회 강판을 이야기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는 김민이 양키스의 좌타 라인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킴의 커터가 의외로 먹힐 수도 있지 않을까?”
호이스트가 반론을 제기하자, 게일이 목에 힘을 주었다.
“경기 초반에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커터는 악력을 심하게 요구하는 공이야. 다른 공과 섞어 던진다고 해도 주무기로 오래 던질 수는 없어.”
“그럼 질문을 바꿔 보지. 킴이 양키 스타디움에서 탬파베이를 상대로 던지면 어떻게 될까?”
게일은 허를 찔린 듯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그건…….”
“아마 좋은 성적을 거두겠지. 탬파베이의 좌타 라인업은 부실하니까. 하하하……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게. 농담이니까.”
게일은 호이스트의 한마디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설마 양키스가 킴을 노리고 있는 건가? 아니야. 그럴 리 없어. 킴은 이제 겨우 4경기를 던진 루키라고.’
양키스는 검증 된 투수를 선호했다.
반 시즌도 채 뛰지 않은 루키를 트레이드 선상에 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뉴욕 양키스의 케먼스 단장은 그 있을 수 없는 일을 준비 중이었다.
“킴이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고 합니다.”
케먼스 단장은 스탭의 보고에 미소를 지었다.
“트로피카나 필드에서는 확실히 잘 던지는군.”
그는 김민과 몇몇 젊은 투수를 선발 후보에 올려놓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터지는 쪽을 잡으면 되는 거야.’
김민은 그라운드 밖에서 이뤄지는 일에는 무심했다. 그는 마운드에 올라 타자를 잡아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8회부터는 다시 하위타순. 하지만 기어를 낮출 수는 없어.’
아무리 볼 배합을 바꾼다고 해도 세 번째 타석부터는 공이 눈에 익을 수밖에 없었다.
“록튼, 바운드 볼로 가볼까?”
록튼이 물병을 내려놓고는 되물었다.
“바운드 볼이라니?”
“스플리터를 낮게 던져 보려고 해.”
“포크볼처럼?”
“맞아.”
낮은 스플리터는 크랩스에서 스미스와 배터리를 이룰 때 사용했던 무기 중 하나였다.
록튼이 보호대를 착용하며 말했다.
“킴, 이왕 던질 거면 내가 놓칠 정도로 뚝 떨어뜨려 보라고.”
“오케이.”
8회 초.
김민은 지금까지 보여 주지 않았던 볼 배합을 들고 나왔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포크볼처럼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볼티모어 타자들의 배트가 연신 허공을 쳤다.
“원 바운드 스플리터라. 생각지도 못한 무기를 들고 왔어.”
게일은 김민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뛰어난 투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킴! 8회도 무실점으로 막아 냅니다. 이제 완봉까지는 단 1이닝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어느새 완봉을 노리는 시점이 되었군요. 대단한 투구입니다.”
중계진은 김민의 완봉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블렛소 투수 코치는 완봉을 노리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킴은 한 번도 9회를 던진 적이 없다. 게다가 오늘 경기는 2-0으로 리드가 작다. 자칫 잘못하면 9회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그는 클로저(마무리 투수)인 로버트를 투입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로버트를 마운드에 올리겠습니다.”
“로버트를?”
“완봉을 노리다가는…….”
“일단 준비는 하게. 하지만 바로 투입하진 않을 거야.”
이반 감독은 김민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8회 말.
탬파베이의 공격이 끝난 뒤 이반 감독이 김민을 불렀다.
“킴, 마운드에 오르겠나?”
김민은 자신의 구속이나 볼끝이 경기 초반보다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7회 이후 떠오르는 공의 비율이 떨어졌어. 커터도 나빠졌고……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그는 완봉 기회가 흔히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 경기는 투수로서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야.’
김민이 힘을 주어 말했다.
“올라가겠습니다.”
이반 감독은 그의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럴 줄 알았어.”